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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39화 (39/225)
  • 《39화》

    미래 빌딩에서 2km 떨어진 곳에는 음악 공연장이 하나 있었다.

    15층이나 하는 음악 공연장은 화려한 건물의 디자인과 주변의 공원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음악 공연장 안쪽에 있는 비상계단을 오르는 흑인 한 명이 있었다.

    묵직해 보이는 첼로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음악가였다.

    그래서 막는 사람이 없었다. 특히 외국인이니 말을 거는 한국인은 더더욱 없었다.

    커다란 첼로 가방 안에는 거대한 총이 들어 있었다.

    “이 총은 너무 무겁단 말이지.”

    파크는 투덜거리며 걸었다. 탄창까지 해서 무게가 무려 13kg이나 나가니 휴대하고 다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총의 이름은 M82 A1, 베렛으로 불린다.

    총의 길이만 144cm 정도 되는데 이런 물건을 저격 총으로 쓰는 경우는 전쟁 중일 경우이지 대도시 중심에서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저격 전후로 총을 숨기거나 수거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크는 아무 말 없이 총을 조립하고, 망원경을 부착했다.

    [파크, 여기는 준비 되었다.]

    무전기와 연결된 이어폰에서 미래 빌딩에 들어가 있던 맥스의 무전이 들렸다.

    “오케이, 여기도 다 되가. 정확하게 5분 뒤에 목표물을 제거할 거다. 시간 맞춰 하나둘, 셋!”

    -삑.

    셋이라는 말과 함께 흑인 암살자 파크가 속목 시계를 초기화했다. 동시에 미래 빌딩에 있는 맥스도 시계를 초기화했다. 세팅을 끝낸 파크가 저격 위치에 자세를 잡고 앉았다.

    ***

    성호는 오늘따라 저녁이 잘 나왔다고 생각했다.

    돈가스에 스파게티, 옥수수 수프가 맛있었다.

    “김상욱 사장님, 그러니까 이미 제품을 삼천 대 정도 준비해 놨으니 문제없다는 거네요.”

    오늘은 최태욱 비서실장 이외에 법무팀의 박동진과 재무팀의 문정철, 미래 전자 김상욱 사장, 기획팀의 강동민까지 같이했다.

    “그렇습니다. 회장님, 저희가 예상한 가격이 220만 원 선입니다. 그래서 첫 판매 예상치를 삼천 대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국내만 잡은 거죠?”

    “그렇습니다. 해외는 아직 준비 중입니다.”

    “박동진 팀장님, 법적인 문제는 어때요?”

    “제품의 디자인 등록 신청 및 여러 검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제품의 출시일만 남았다.

    “최태욱 실장, 멘츄스 그룹은?”

    “이상하게 너무 조용합니다.”

    “녀석들은 언제든지 미래 그룹을 또 노릴 겁니다. 계속 주시합시다.”

    “알겠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식판을 가져다 놓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꼭 독사가 다리를 물기 위해 노려보는 느낌이다.

    “회장님 왜 그러십니까?”

    주변을 돌아보는 성호를 최태욱 실장이 불렀다.

    성호는 이상한 기분에 주변을 돌아봤다.

    이상하긴 한데, 콕 집어 뭐가 이상하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성호는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전과 달라진 것은 없는지 살폈다.

    “뭐지, 이 느낌은?”

    이상했다. 누군가 자신에게 살기를 내보내는데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콰창!

    그때 식당의 유리창이 터져 나가며 뭔가 빠른 속도로 성호에게 쏘아졌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퍼억!

    묵직한 충격음이 들리며 성호 뒤에 있던 대리석이 터져 나갔다.

    “다들 엎드려!”

    성호의 외침에 다들 바닥에 엎드렸다.

    -콰차차창!

    총알은 하나가 아니었다. 연속으로 날아온 총알이 성호에게 쏘아졌다.

    마법을 실행하기에는 늦었다.

    본능에 따라 몸이 먼저 움직이며 총알을 피했다.

    -퍼억, 퍼억, 퍼억!

    식당의 기둥과 벽이 터져 나가며 파편이 여기저기 튀었다.

    “꺄아!”

    “빨리 엎드려!”

    식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크윽…….”

    성호도 총알을 완벽하게 피하지 못했다.

    다리에 하나, 오른쪽 가슴에 하나, 총 두 발을 맞았다.

    성호의 몸에 보통의 소총 같은 거로는 이런 상처를 낼 수 없다.

    그러나 바렛은 장갑차에게 쏜다는 대물 저격용 총이다.

    “크윽, 어떤 놈이. 감히!”

    입에서 피가 흘렀다.

    성호가 분노로 벌게진 눈에 내공을 집중했다.

    박살이 나버린 창문 너머 저 멀리 빌딩 사이에 반짝이는 물체가 잡혔다.

    그곳에 한 흑인이 이제 막 총을 접고 있었다.

    “으득, 넌 뒤졌어.”

    성호는 자신을 암살하려는 녀석을 가만 놔둘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그런데 암살에 실패한 녀석이 웃고 있었다.

    ‘다른 게 더 있다.’

    성호가 주변을 빠르게 다시 한번 더 살폈다. 전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

    ‘검은색 가방.’

    보통 운동선수들이 들고 다닐 법한 넉넉한 검은색의 가방이었다.

    기둥 뒤에 있어서 성호가 늦게 발견한 것이다.

    저격이 실패하면 그다음에 사용하는 것이 뭘까?

    ‘폭탄이다.’

    가장 가까이 있던 최태욱 실장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 뒤로 박동진, 김상욱, 문정철, 강동민이 성호에게 달려왔다.

    이 정도 거리에서 폭탄이 터진다면 최선을 다해 달아난다고 해도 살아날 가능성은 없었다.

    ‘피하는 것은 늦었다. 막아야 해!’

    놈은 저격에 실패한 순간, 이 폭탄을 터트릴 작정인 거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폭탄이다. 다들 피해!”

    성호가 몸을 날렸다.

    ‘방법은 없다. 이게 터지면 나만 죽는 게 아냐.’

    살상 반경은 적어도 30m 이상일 것이다.

    10m 안쪽을 완전하게 파괴하기 위한 폭탄이라면 그 정도의 위력은 있었다.

    식당에는 아직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멀뚱히 서 있는 사람도 상당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총격이라니, 일반 사람들로서는 믿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폭탄이 있다며 피하라는 성호의 외침은 그들로서는 영화나 쇼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저격이나 폭탄이 웬 말인가?

    성호가 검은색 가방을 안고 엎드렸다.

    “실드!”

    -퍼석!

    마나 고리가 안정화되지 않아 마법이 실행되지 않았다.

    “젠장! 실드, 실드, 실드……!”

    외치고 또 외쳤다.

    그래도 마나가 불안정해서 실드가 실행되지 않았다.

    “실드!”

    성호의 피 토하는 외침에 간신히 실드가 생겨났다.

    ‘마, 마나가 엉켜간다.’

    심장 근처에 저격 총을 맞아서 마나 서클이 불안정하게 엉켜갔다.

    ‘호신강기.’

    마법이 안 되면 내공뿐이다. 모든 내공을 호신강기에 모아서 몸으로 가방을 감쌌다.

    -콰앙!

    그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엄청난 폭발음과 그에 따른 먼지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성호의 몸이 2m 정도 솟아올랐다가 떨어졌다.

    실드는 순식간에 깨져 나갔다.

    “크억……!”

    땅바닥에 처박힌 성호가 비명을 지르며 피를 토했다.

    하늘이 노랬다.

    심장에는 총알이 박혀 있어서 계속 피가 흘렀다.

    폭발하는 폭탄을 감싸 안고 있었으니, 옷은 너덜너덜해졌다. 온몸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강철 같은 피부를 가진 성호라 해도 완벽하게 막지 못했다.

    5층 식당의 바닥이 폭발로 구멍이 생겨 버렸다.

    폭발로 인해서 식당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바닥에 엎드려 있다.

    -콰앙!

    폭탄은 하나가 아니었다.

    주방이 폭발하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콰앙!

    이번에는 계단과 승강기가 있는 출입구가 터져 나갔다.

    -콰앙!

    마지막으로 폭음이 4층에서 들렸다.

    -찌잉…….

    너무 큰 폭발음에 귀가 이상했다.

    다행이라면 성호가 첫 번째 폭탄을 실드로 저지하는 바람에 늦게나마 식당에 있던 사람들이 엎드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는 것이다.

    “살려줘…….”

    “아악!”

    그래도 파편에 맞은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주방은 아직도 불타고 있었으며 식탁이며 의자는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메인 전기가 끊어지면서 전등이 다 나가 버려서 사방이 어두웠다.

    피를 흘리는 부상자들은 비명을 질러댔다.

    “불이다!”

    4층에 불이 나면서 연기가 5층으로 올라왔다.

    “젠장,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네.”

    성호가 아픈 몸을 일으켰다.

    “최태욱!”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최태욱 실장이 가장 먼저 성호에게 왔다.

    “난 신경 쓰지 말고 사람들을 동쪽 창가로 모이게 하도록.”

    “알겠습니다.”

    “윈드!”

    성호가 마법 주문을 외치자 성호의 심장에서 마나가 엄청나게 빠져나가며 바닥에 거대한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크윽…….”

    마나가 한 번에 몽땅 빠져나가며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다행하게도 마법은 무사히 실행되었다.

    위드 마법에 유독물질이 담긴 검은 연기가 한쪽으로 빠져나갔다. 그 대가로 성호는 마나도 내공도 바닥이 났다.

    “최태욱.”

    “네, 회장님.”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고 부상자들을 치료한다.”

    “알겠습니다.”

    최태욱 실장은 사람들을 연기가 빠져나가는 반대쪽으로 모았다.

    다행스럽게도 모든 창문이 깨지면서 바람의 방향대로 연기가 와류 하지 않고 한쪽으로만 흘렀다.

    “강동민!”

    “회장님아 여기 있다.”

    강동민도 이마에서 피를 흘리며 성호에게 왔다.

    “힐링건 가지고 다니죠?”

    “그래, 혹시 몰라 항상 가지고 다녀.”

    강동민이 등에 항상 매고 다니는 가방에서 헤어드라이어 같이 생긴 것을 꺼냈다.

    힐링건,

    성호가 알려준 마나 회로를 이용하여 만들게 된 4번째 시제품 중 하나다.

    “부상자들을 치료해 줘.”

    “오케이.”

    강동민은 자기가 보기에 심각해 보이는 사람들을 먼저 치료하기로 했다.

    “아이구, 나 죽네.”

    인사과의 김 과장은 피가 철철 흐르는 자신의 배를 보고 죽음을 생각했다. 이제 막 중학교에 올라간 딸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강동민이 그에게 가장 먼저 뛰어갔다.

    “이름이 뭐죠?”

    “크윽, 인사과의 김만수입니다.”

    “금방 나을 겁니다.”

    “제 딸과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전해 주십시오. 부탁합니다.”

    힐링건이 작동하면서 푸른색 광선이 김만수의 배에 닿았다.

    -찌잉…….

    “다 나았으니까 엄살 부리지 말고 저쪽으로 가시죠?”

    “예?”

    “나는 다른 사람을 치료해야 해서. 이만”

    멀어져 가는 강동민을 멍하니 바라보던 김만수는 이게 뭔 소린가 하며 자신의 배를 봤다.

    피가 멈춰 있었다.

    옷을 올려 보니 상처가 없다.

    “뭐야, 이거?”

    다리가 부러져 이상한 각도로 꺾인 것도 한방에 치료가 되고 얼굴에 파편을 맞아 엉망이 된 어떤 여자 사원도 상처 하나 없이 치료했다.

    성호가 주변을 순식간에 인지했다.

    ‘사망 13명 이상, 부상자 35명, 총인원 325명이다. 4층에 화재, 5층에 화재, 스프링클러는 계단 쪽 폭발로 작동하지 않고 전기도 나가서 어두운 상황.’

    자신은 지금 심장의 마나 서클이 엉켜 있는 상태고 내공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구에는 마나도 내공도 없다.

    보충하려면 전기가 필요한데 전기도 나갔다.

    윈드 마법으로 연기를 한쪽으로 빼고 있지만 길어야 30분이다.

    연기의 방향이 바뀌면 300명이 넘는 인원이 5층의 끝자락에서 버틸 수 없다.

    계단과 승강기가 있는 쪽은 이미 폭발과 화재로 다가갈 수조차 없으니 꼼짝없이 다 죽을 수 있다.

    “위로 올라가는 방법뿐이다.”

    천장을 뚫고 올라가면 5층의 연기가 6층으로 올라가니 헛짓이다.

    성호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위를 봤다. 5m 정도 위에 6층이 있다. 유리는 10mm 정도의 강화 유리일 것이다.

    -웨엥……. 웨엥…….

    저 멀리 소방차가 오는 것이 보였지만 출퇴근 시간 때라 길이 막혀 빨리 오지는 못할 것 같다.

    저녁이 되면서 온도가 내려가면 빌딩 사이에 부는 바람의 방향이 곧 바뀔 것이다.

    성호는 소화전에서 10m 정도의 소방 호스를 두 개 꺼냈다. 하나는 돌돌 말린 그대로 어깨에 걸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의 허리에 묶었다.

    빙글 돌려 보니 소방 호스 끝에는 묵직한 연결구가 장착되어 있어서 적당했다.

    “최태욱 실장.”

    “예, 회장님.”

    “호스를 내릴 테니까 한 사람씩 묶어서 올려보내.”

    “알겠습니다.”

    -다다다다…….

    성호가 창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부웅!

    5층의 창문 밖으로 뛰쳐나간 성호가 공중에서 소방 호스를 6층으로 던졌다.

    -콰창!

    유리창이 깨져 나가고 안쪽으로 호스가 들어갔다.

    성호가 내공으로 호스 끝에 회전을 주면서 6층에 보이는 의자를 표적으로 삼았다.

    -꽉…….

    호스가 고정되자 뒤로 날아가던 성호의 방향이 빌딩 쪽으로 바뀌며 멈칫했다.

    -휘리리릭.

    그때 성호가 몸을 회전시켰다. 그러자 호스가 몸에 감기면서 6층 창문으로 쏙 하고 들어갔다.

    천마신공의 내공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동작이다.

    -와자장창!

    성호가 들어가면서 유리창이 깨져 나가고 6층 사무실에 있던 책상과 의자가 나뒹굴었다.

    “끄응.”

    내공이 점점 줄어들면서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성호는 이에 굴할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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