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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38화 (38/225)

《38화》

호화스러운 대접을 받으면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만족스러운 얼굴을 한 이용찬은 얼굴도 보지 못했으면서도 이미 자신을 초대한 사람에게 호감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서 탈옥까지 시켰더라도, 일단은 이만하게 자신을 극진히 대접한 것이 썩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암, 나 정도면 이 정도로 대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지.’

비행기에서 내려서자, 이미 검은색의 고급스러운 리무진이 마중 나와 있었다.

이 정도면 초대를 한 사람이 엄청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흔한 보안 검색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용찬은 슬슬 얼굴도 모르는 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멘츄스 그룹을 움직이는 실세, 주인님으로 불리는 녀석은 도대체 누굴까?’

이용찬은 계속해서 자신을 교도소에서 꺼내주고 성호에게 복수할 기회를 준다는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 봤지만, 도대체 맞는 사람이 없었다.

리무진이 강을 넘어 도로에 접어들면서 그 생각은 점점 걱정으로 바뀌어 이용찬을 짓눌렀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는 것이다.

리무진은 골프장을 지나 30분 정도 더 가서야 멈추었다. 그곳에 강가에는 아름다운 집이 있었다.

단순한 디자인이었지만 전체를 유리로 만들어서 강에서 비쳐오는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것이 정말 운치가 있었다. 강과 주변의 사물이 유리에 반사되어 비쳐왔다.

“내려.”

덩치가 큰 흑인 한 명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이 정도로 대접을 받은 사람이 없었다. 누가 감히 이런 대접을 받고 살아남은 자가 있었던가? 이런 대접을 받은 사람의 대부분이 이용을 당하다가 비참하게 죽어 갔기에 덩치 큰 흑인 사내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어서 와. 이용찬.”

금발의 곱슬머리, 창백해 보이는 하얀 피부, 그리고 미남의 얼굴, 그래서 더더욱 붉은 입술을 가진 그가 섬뜩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가 집 앞에서 이용찬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은?”

“전에 봤었지?”

이용찬은 단번에 그가 자신을 부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게는 여유가 묻어 나왔다.

아니, 저건 여유가 아니라 권태로움이다. 극도의 자극을 받은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하다 보니 웬만한 자극은 그냥 넘기는 상태 말이다.

“폴 막스님이 나를 교도소에서 탈출시킨 겁니까?”

“그래, 내가 당신을 교도소에서 탈출시킨 장본인이지.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너를 위해 만찬을 준비했어.”

폴 막스가 먼저 집으로 들어갔고 그 뒤로 이용찬이 따랐다. 나머지 덩치 큰 경호원들이나 나머지 일행들은 밖에서 대기했다.

‘이들은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나 보군.’

“일단 앉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했지.”

안쪽은 생각보다 넓었다.

한쪽에는 거대한 거실이 보였고 그 뒤쪽 방에 식탁이 마련되어 있었다. 보통 이런 식사라면 보조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총을 든 경호원들뿐이라 살벌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식사까지 대접 받다니 점점 부담되는군요. 거래라는 건 공짜가 없죠, 원하는 게 뭡니까?”

곱슬거리는 금발을 가진 사내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이용찬을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바보는 아니군. 세상에는 공짜가 없지. 나도 뭔가가 필요해서 너를 불렀어. 일단 자리에 앉아서 식사하면서 이야기하지.”

이용찬이 자리에 앉자 이용찬이 직접 요리들을 들고 식탁에 내려놓았다. 야채가 조금 차려졌고 수프가 나왔다.

이용찬을 아래 사람 대하듯 하는 그의 태도와는 상반된 행동이었다.

그리고 매인 요리는 커다란 소고기 스테이크였다.

그것도 거의 익히지 않은 레어 수준의 스테이크다.

폴 막스가 한쪽 냄비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썰어서 이용찬 앞에 놓았다.

거의 날고기라고 볼 수 있는 고깃덩어리였다.

한국에서도 육회 정도는 먹어 봤기에 거부감은 없었지만, 자신에게 처음 대접하는 음식이 날고기였기에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이용찬이 고개를 들었다.

“맛있을 거다. 내가 특별히 신선한 것으로 준비했어.”

“아, 알겠습니다.”

이용찬은 뭔가 꺼림칙한 표정으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깃덩어리를 칼로 잘라서 한 입 베물어 먹었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내 이름은 폴 막스다.”

“쩝쩝, 이미 알고 있습니다. 무슨 일로 저를 부른 겁니까? 감옥에서 사형수인 저를 빼낼 정도면 뭔가 큰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이 고기 정말 입에서 살살 녹는군요.”

입가에 피를 묻히면서 열심히 먹는 이용찬을 보는 폴 막스가 환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자신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 고기를 칼로 썰어서 한입 넣고 씹기 시작했다.

“이성호가 조카라지?”

“그렇습니다. 그 녀석이 죽은 형님의 아들이 되니 제게는 조카지요.”

“그런데 그 조카가 당신이 가진 전 재산을 가로채고 당신을 무기징역수로 만들어 버렸군.”

폴 막스가 뭔가 놀리는 눈빛으로 웃었다. 한심하다는 표정이었다. 자신이라면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습니다. 정말 고아인 녀석을 입혀주고 재워 줬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지 뭡니까.”

“크크크……. 당신도 나와 같은 부류군. 자신이 남에게 한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이성호라는 녀석의 아버지를 내가 죽였지? 그리고 네 녀석이 그걸 도와줬고.”

“…….”

한참을 웃던 폴 막스는 이용찬이 굳은 표정으로 말이 없자 포크와 칼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들었다.

“아주 잘했어.”

“…….”

이용찬도 사람이다.

그가 자신의 형을 죽였다는 것이 다른 사람을 통해 듣는 것도 거북했지만 그것을 잘했다고 말하는 것에는 불편했다.

“지금부터 듣는 이야기를 밖에서 이야기하면 죽는다.”

-꿀꺽.

폴 막스의 그 푸른 눈에서 알 수 없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수술대 위에 오른 개구리의 심정이 이럴까?

“난 아시아에 전쟁을 일으켜 많은 사람을 죽일 생각이다.”

“전쟁?”

이용찬은 깜짝 놀랐다.

전쟁은 잔인하고 파괴적인 일이다.

많은 사람이 비인격적으로 죽을 거고 모든 것이 파괴될 것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욕심 많은 세 나라가 있지.”

“러시아, 중국, 일본 아닙니까?”

“맞아, 놈들이 노릴만한 곳이 하나 있어.”

“!”

대한민국이다.

이곳을 차지하는 나라가 아시아를 제패한다.

일본은 대륙으로 올라서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은 아시아의 패권을 빼앗기 위해서는 미국의 편에 서 있는 대한민국과 일본을 박살 내야 한다.

러시아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대한민국과 일본에는 미군이 있지 않습니까?”

미군이 있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이 세 나라가 함부로 야욕을 드러내지 않는다.

몇 년 전 중국이 이를 드러냈다가 미국의 경제 보복 및 무력시위까지 받아야 했다.

“미군이 없다면?”

폴 막스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미군이 없다면?

일본에도 대한민국에도 미군이 없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미국이 아시아의 요충지를 버려두고 간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난 미군 모두를 중동으로 밀어 넣을 작정이야.”

“어떻게?”

“그건 당신이 알 바는 아니지, 하지만 내가 미국의 정보기관과 의회를 장악하고 있고 미군의 장성들까지 내 편이야.”

“맙소사!”

“이용찬, 당신이 대한민국에서 해 줄 것이 하나 있어.”

이용찬의 표정이 굳어졌다.

폴 막스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입에 넣고 씹으며 말했다.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가 너무 강하면 한국이 바로 항복하고 전쟁이 금방 끝나 버리지. 따라서 많은 사람이 죽으려면 한국이 충분한 무기를 가지고 싸워야하지.”

“폴 막스, 당신은 전쟁이 목적이 아니군요?”

“아까 말했잖아.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고.”

“맙소사, 그래서 미래 MID를 인수하려고 한 겁니까?”

“그래, 나는 미래 MID 통해서 대한민국에 미국이 가지고 있던 대량 살상 무기들을 팔 생각이야.”

“지금 같은 평화로운 분위기에 정부가 그 무기들을 사겠습니까?”

“아니지, 이용찬 네가 사야지.”

“저는 미래 그룹의 회장도 아니고 죄수 신분입니다.”

“미국 시민이면 상황이 달라지지.”

“!”

“아까 말했지? 미국은 내꺼야, 미국의 주인이 바로 나라고.”

“…….”

“내가 당신 하나 무죄로 만드는 거야 일도 아니지. 미국의 시민권자가 되고 한국의 국적을 버린다면 한국의 재판이나 판결은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 되어 버리지.”

“이성호는?”

“죽여야지. 어떤가?”

“도대체 당신의 진정한 정체가 뭡니까?”

“나? 나는 폴 막스라네. 로스차일드 가문이기도 하고 말이지. 그러나 진정한 정체는 악마다.”

폴 막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용찬에게 다가가 이마에 손을 올려놨다.

“뭐, 뭐 하는 거요?”

“이용찬, 나는 이 세상의 멸망을 원한다.”

폴 막스의 손을 통해 이용찬의 머릿속으로 사념들이 전달되었다.

욕망과 살기, 그리고 광기에 물든 생각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많은 사람을 죽여!

-문을 열어 줘.

-종말을 나에게 다오.

이용찬은 깜짝 놀라서 입을 틀어막았다.

‘세상에, 내 머릿속으로 뭘 집어넣은 거지?’

폴 막스가 이용찬의 귓가에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거절하면 머리가 터져 죽는다.”

“사, 살려…….”

“부디 거절하지 말고 우리와 같은 악마가 되어라.”

폴 막스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야마하나 카라쉬 마카하리.”

폴 막스의 몸에서 붉은 안개가 뿜어져 나오더니 이용찬의 코로 빨려 들어갔다.

“바라쿰 다라니타 마다라.”

-덜덜덜…….

이용찬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덜덜 떨었다.

“이용찬, 나의 종이 되어라!”

끝내 이용찬의 눈이 하얗게 되면서 뒤로 넘어갔다.

-쿠웅!

이용찬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터져 나갔다.

***

인천 공항,

붐비는 여행객들 사이로 흑인 두 명이 태연히 걸어 나오고 있다.

“맥스, 오늘은 즐기고 내일부터 일 시작하면 안 돼?”

“안 돼, 오늘 반드시 처리하라는 보스의 지시야. 일 끝나면 바로 돌아가야 하니 안 되고”

“오우, 노! 놀다 가고 싶은데…….”

“절대 안 돼, 여기로 우리들이 왔다는 흔적이 남으면 안 된다고.”

“어쩔 수 없지.”

“총은?”

“인천으로 들어오는 배에 묶여서 올 거야. 너도 알잖아. 요즘 검색이 심해져서 비행기로는 못 가지고 와.”

“알아……. 그런데 총을 받아 보면 소금기가 많아서 마음에 안 들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이번에는 M82A1을 사용할 거야. 좋은 총이지.”

M82A1, 일명 베렛으로 잘 알려진 저격 총이다. 사거리가 무려 2.5km나 되고 다른 저격 총과 다르게 연발 발사가 가능하다. 숙련된 저격수라면 10발을 발사하는데 딱 5초도 안 걸린다.

가장 무서운 점은 이 총의 엄청난 파괴력이다. 벽이나 엄폐물, 장갑 안에 있는 목표를 저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총이라는 것이다.

“아, 그거 좋지.”

총에서 바닷물 냄새가 난다며 찝찝해한다던 파크도 반색하며 반겼다. 어쩌면 임무가 수월하게 끝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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