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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37화 (37/225)
  • 《37화》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 구치소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을 주로 가둔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형수들이 이곳에 수감되는 경우가 많다.

    이용찬은 3심 대법원판결이 무기징역을 받아 이곳에 수감되었다.

    대법원장이 길길이 날뛰며 판결한 사항이라 변명이나 항변도 할 수 없었다.

    세상의 따가운 시선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자살하거나 또는 다른 재소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위험이 높기 때문인지 독방에 가두었다.

    이 독방은 1.36평짜리 일반사동 독방인데 수세식 화장실, 세면기, 식탁을 겸할 수 있는 작은 책상이 있었다. 따라서 거의 일반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다.

    말이 독방이지 사실 거의 자기 집 같이 살고 있었다.

    이런 곳에 무기징역을 살아야 하는 수감자를 모셔(?) 놓은 경우는 흔치 않은 경우다.

    이용찬, 그가 과거에 미래 그룹의 회장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이곳에 수감되지 않았을 것이다.

    “뭐 이딴 걸 먹으라고…….”

    이용찬은 자신에게 아침 식사라고 내놓은 북엇국, 5가지 반찬, 따뜻한 쌀밥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투덜거렸다.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이성호 그 새끼 내가 직접 이 손으로 죽여 버린다.”

    -부드득…….

    이용찬은 복수를 다짐하며 이를 바드득 갈았다.

    “맛은 있네, 쩝쩝.”

    평상시 습관대로 밥을 다 먹고 물을 먹는데 물 컵 아래에 조그마한 쪽지가 하나 나왔다.

    “이게 뭐지?”

    쪽지를 집어 들어 읽어 보니 암호문이다.

    물론 이용찬이 아는 암호다.

    멘츄스 그룹에서 사용하는 암호다.

    「8시.」

    “8시라니 이게 뭔 소리여.”

    이용찬은 이게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원래 머리가 좋지 않아서 추리나 암기는 할 수 없는 사람이다.

    다행히도 쪽지의 모서리에 중요한 글씨가 있었다.

    「탈출」

    누군가 자신을 8시에 탈출시키려고 한다.

    자신을 탈출시키려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당연히 이 암호를 통해 전하는 녀석들이다.

    자신을 미래 그룹의 회장으로 앉혀 놓고 자신의 형을 죽인 자들, 대한민국의 혈관에 빨대를 꽂고 피를 빠는 녀석들이다.

    1997년 대한민국 외환위기를 이용해 거대한 돈을 번 악마들이 그 녀석들이다.

    “멘츄스 그룹이 날 탈출 시켜?”

    멘츄스는 보이는 모습일 뿐이다. 그 뒤에 더 거대한 뭔가가 도사리고 있다.

    그런 녀석들이 자신을 왜 데려가려는 걸까?

    이제 돈도, 권력도 없다. 그런데 자신을 탈출시키겠다고 이런 쪽지를 보내왔다.

    “오늘? 내일? 저녁 8시라는 거야, 아니면 아침 8시 라는 거야? 장난하나?”

    이용찬은 그 후로 초조해서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왜, 어떤 방법으로 탈출시킬 건지, 누가 이런 쪽지를 보냈는지 심란했다.

    그런 심란함은 점심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풀어졌다. 점심에도 거의 비슷한 쪽지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쪽지에는 탈출의 목적과 방법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아마도 아침의 쪽지에 대한 반응을 보고 점심때에 그 다음 쪽지를 전해주는 것 같다.

    「오늘 저녁 탈출, 이성호 사망. 미래 그룹 차지.」

    누군가 자신을 이용해서 미래 그룹을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성호 녀석이 죽겠군.”

    성호가 죽어야만 이용찬을 우호하는 지분이 더 많게 된다.

    자신이 무려 18%나 가지고 있지만, 이성호는 50%다.

    성호가 50%라는 엄청난 주식을 가지고 있지만, 성호가 죽는다면 외국 기업인 멘츄스를 빼고는 자신이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를 이용해서 미래 그룹을 차지하려고 하는 거구만, 좋아.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는 거지.”

    여기까지 알려준 의도가 뭔가?

    “반대하면 나까지 죽어 나가겠군.”

    추리력은 없어도 생존 본능은 뛰어난 이용찬이다.

    “크크크, 이성호가 뒤진다.”

    분노의 표출로 일어나는 희열이 그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그가 지금 가장 원하는 그것이 무엇인가? 자신을 이런 나락을 밀어 넣은 이성호를 죽이는 것이 아닌가 말인가?

    그 이성호가 죽으면 자신이 미래 그룹을 가지게 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말 성호가 죽는다면 분명 자신이 미래 그룹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아니, 그렇게 될 것이다.

    어두워지며 저녁이 되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8시다.

    그러나 문 밖에 있는 교도관도 그대로였고 어떤 징조나 신호가 전혀 없었다.

    “어떻게 꺼내준다는 거지? 두터운 강철문과 철조망에 둘러싸여 있고 문 밖에는 교대로 근무하는 교도관들도 많은데 말이지.”

    -철컥.

    독방의 문이 열리고 두 명의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모두 검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다.

    “누구?”

    “쉬잇!”

    이용찬이 놀라서 일어나자 검은 복면의 사내가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하라고 지시했다.

    “조용히 따라와. 허튼짓 하면 탈출이고 뭐고 죽는다.”

    “알겠소.”

    이용찬은 복면을 쓴 두 명의 괴한을 따라 교도소 복도로 나왔다.

    복도를 지키던 다른 교도관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조용히 따라와라. 질문은 받지 않는다.”

    이용찬이 교도소 복도를 지나서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워낙 조용히 움직인 것도 있지만 내부 첩자가 돕고 있어서 쉬운 편이었다.

    굳게 닫혀 있어야 하는 문이 열려 있거나 감시 카메라 위치를 미리 알고 사각지대만을 이용해서 통과했다.

    교도소 밖으로 나오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밖에는 검은색의 봉고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고 그 안으로 이용찬과 총을 든 두 명의 복면 사내가 탔다.

    차에 타자마자 조금 있다가 또 다른 복면을 쓴 세 명의 사람들이 봉고차 안으로 들어왔다.

    “출발.”

    이용찬을 태운 봉고차는 어두운 밤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20분정도 달린 봉고차는 어느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더니 그곳에서 또 다른 은색 승합차로 바꿔서 타고는 밖으로 나갔다.

    이용찬을 데리고 떠난 그들은 서울 외곽으로 빠지더니 평택의 시골길에서 고급 승용차로 또다시 바꿔 탔다.

    앞자리에 두 명, 뒷자리 중앙에 이용찬이 타고 양옆에 복면인 둘이 타고 있었다.

    “말 좀 물읍시다. 도대체 당신들 누구요?”

    “질문은 받지 않는다.”

    “그래도 이름은 있을 거 아니오?”

    “이름은 주인님께 직접 들어라.”

    “주인님?”

    “그 이상은 우리도 말할 수 없다. 더 이상의 질문은 받지 않는다. 싫으면 우리는 너를 데려다주면 그만이다.”

    이용찬을 태운 승용차는 카메라가 없는 국도만을 골라서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끝내는 평택의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미군 공군기지? 설마?”

    “그래, 미국으로 갈 계획이다.”

    그들을 태운 승용차가 자연스럽게 오산 미군기지 입구를 통과했다. 입구를 통과하더니 건물 뒤의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비행장 뒷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는지 막는 사람이 없었다.

    그곳에는 BBJ 737 비행기가 대기 중이었다. 이미 이륙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는지 엔진이 이미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 상태였다.

    비행기 가격이 900억이 넘어가는 비즈니스 제트기다.

    “이건 BBJ 737!”

    이용찬은 자신도 하나 가지고 싶어서 욕심을 내던 비행기다.

    그러나 이런 비행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이용찬에게 그런 돈이 있을 턱이 없다.

    BBJ-737 정도의 비행기를 가지고 있을 정도면 갑부 중의 갑부다.

    돈을 산처럼 쌓아 두지 않는 한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운영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비행기에서 덩치가 좋은 흑인 하나가 내려왔다.

    “일단 타지.”

    “당신은 누구요?”

    “내 이름은 막시므스, 주인님의 첫 번째 종이자 첫 번째 사도다.”

    “날 왜 데려가려는 것이요?”

    “넌 주인님의 108번째 종이 될 것이다.”

    “?”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너는 선택 받았고 거절하면 죽는다. 따를 텐가? 아님 죽을 건가?”

    주변에 있던 자들이 총을 겨누고 있다. 이용찬은 눈알을 데굴 굴리더니, 이내 마음을 정했는지 입을 열었다.

    “가겠소.”

    “그래야지.”

    이용찬이 비행기에 오르자 안쪽에서 여자 승무원이 인사를 하면서 그를 안내했다.

    내부는 기존에 있던 인테리어들을 다 바꿔서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개조를 한 것 같다.

    비행기 내부를 거의 금으로 도배하다시피 했고 편의 시설이 완비되어 있었다.

    “대단하군.”

    “음료는 뭐로 하시겠습니까?”

    금발의 미녀 승무원이 이용찬에게 다가와 물었다.

    “혹시 위스키 같은 술 있나?”

    “맥칼렌과 글랜피딕, 그리고 달모어 62가 있습니다.”

    멕칼렌은 고급술로 1947년산이 850만 원 정도 하고 맥칼렌 55년산은 1,500만 원 정도 하는 술이다. 보통 서민은 고사하고 웬만한 갑부가 아니면 마시기도 어려운 술이다.

    글랜피딕도 좋은 술이다. 일반인이 많이 사는 15년산에서 30년산은 30만 원 아래에서 거래되는데 반해 1937년산은 2400만 원이나 한다.

    이 중에 가장 싸게 보이는 것이 맥칼렌이다.

    “맥칼렌으로 하죠.”

    “맥칼렌은 라리끄서퍼듀만 있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맥칼렌은 라리끄서퍼듀, 가격만 5억 원이 넘는 술이다. 이용찬도 풍문으로만 들었다.

    “그게 있단 말이요? 도대체 이 비행기의 주인이 누구기에 그렇게 비싼 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준단 말이오?”

    “저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여기 있는 누구라도 그것을 말하는 순간 자신과 온 가족이 전부 죽습니다. 그럼 전 이만 편안한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부족한 것이 있으시면 부르시고요.”

    금발의 아름다운 여자 승무원이 노란색 유리병을 들고 와 와인 잔에 맥칼렌 라리끄서퍼듀을 따라 주고 떠났다.

    이 한 잔이 얼마나 할까? 천만 원쯤 할 거다.

    “크윽.”

    과일 향이 코끝까지 따라붙었다가 떨어졌다.

    안주로 갖다준 최고급 캐비아를 수저로 떠먹고 나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악마가 나를 선택했다.”

    생각해 보니 자신도 파렴치한 악마 같지 않은가? 형을 죽음으로 내몰고 조카를 죽이려 했으니 말이다.

    이용찬이 교도소를 탈출한 것이 알려진 것은 그날 아침이었다.

    「이용찬 미국으로 추방.」

    그런데 교도소 탈옥이 아니라 미국으로의 추방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으로 이용찬을 강제로 미국 국적을 가지게 하고, 미국이 항의해서 대한민국에서 추방시킨 거라면 대한민국 전체가 시끄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먼저 탈옥시키고 추방으로 덮어버렸다.

    대한민국 정부까지 이 일에 관여한 듯했다.

    CCTV는 미리 있는 곳을 알았는지 찍힌 장면이 없고, 무슨 수를 썼는지 민간용 감시 카메라에도 남아 있는 자료가 없다.

    “회장님, 이용찬이 미국으로 추방되었습니다.”

    “추방?”

    성호는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평생 교도소에서 살 줄 알았는데 탈출했다.

    그리고 미국 국적도 아닌데 미국으로 추방되다니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어제부로 미국의 시민권자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미국 정부가 관여한 것 같습니다.”

    “언론사들은?”

    “정부에서 방송 통제까지 한 것 같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정부가 움직일 정도면 멘츄스 놈들이군.”

    멘츄스 그룹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분명하다. 그 정도가 아니고서야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을 동원할 수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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