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33화 (33/225)

《33화》

죄 없는 사람을 살인교사 미수 및 감금 폭행, 폭력 조직 선동으로 고발했다.

이런 경우 무고죄는 무거운 형량을 받게 된다.

이번 일로 성호가 교도소에라도 가게 된다면 미래 그룹의 경영권이 다시 이용찬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이미 백광현과 최태욱의 진술은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

“증인으로 이성호 씨를 정신병원에 가두었던 의사와 간호사들의 증언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피고인이 여러 가지 문제 행위에 대해 인정하지 아니함으로 증인이 이 사건의 쟁점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핵심증거가 안되기에 증인 출석을 기각합니다.”

“그렇다면 당시 이성호 씨를 죽이려 했던 트럭 운전사 이만수 씨를 모실까 합니다.”

최학덕 판사의 표정이 변했다. 이번 증인은 그가 생각해도 의외였다. 여기서 계속 증인들이 나와서는 안 된다.

“예정에 없던 증인 출석에 대해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당시 트럭 운전사라는 사실관계가 없음으로 증인 출석을 기각합니다.”

이것까지 기각하다니 의외다.

그만큼 법정에서 판사의 판정은 힘이 있었다. 그의 판단 하나가 사람 하나 죽이고 살리니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 증인을 법정까지 데리고 오는 데 방해를 한 폭력조직 흑곰파의 두목, 강대구 씨를 증인으로 채택해 주십시오.”

“계획에 없던 증인이며 판결 및 선고를 지체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기각합니다.”

이정숙 검사가 두툼한 서류 뭉치를 가져다가 서기에게 넘겨주었다.

전화번호부만큼 두툼한 서류였다.

“그건 증인 출석을 방해한 폭력조직 흑곰파 100명의 진술서입니다.”

“기각합니다.”

확실한 증거들이 속속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최학덕은 이번 재판에서 무조건 이용찬의 편을 들어줘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기어코 고집을 부렸다.

이 재판에서 지면 이용찬은 혼자 죽을 놈이 아니다.

판사가 내린 판결은 어떠한 경우에도 문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법칙이 있기에 억지를 부려도 된다. 이상한 법이다.

“그것도 기각하시겠다면 이번에는 이용찬 회장이 판사, 검사들에게 보낸 비자금 내역을 증거로 제출합니다.”

“뭐! 무슨 비자금 내역서?”

최학덕 판사의 얼굴이 하얗다 못해 창백해졌다. 방금 건 충격이 컸다.

“이 내용에는 지금 계신 판사님을 비롯한 22명이 뇌물을 받았으며 어디서 어떻게 전해 주었는지 소상하게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필기 감정 결과 이용찬 씨의 친필임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용찬에게 뇌물을 받은 분들의 자금 추적 결과가 들어 있습니다.”

“그건!”

이제는 거의 최학덕 판사의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새까맣게 죽어갔다.

이건 절대로 밝혀져서는 안 되는 자료다.

이것 때문에 지금 억지를 써가면서 재판을 이어나가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자료가 떡하니 법원에 증거 자료로 제출이 되고 있다.

“이 서류는 그동안 최학덕 판사가 이용찬으로부터 받은 돈과 그림, 골동품의 목록을 적어둔 장부입니다. 본 검사는 최학덕 판사가 재판을 정상적이며 공정하게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에 교체 신청 및 뇌물 수수 협의로 고소하는 바입니다.”

“그 자료는 조작된 자료입니다. 기각합니다.”

최학덕의 외침은 이제 처절할 정도다.

이정숙 검사의 말이 이어졌다.

“보시지도 않고 조작이라니요? 이 모든 자료는 이창문 대법원장님과 직접 통화 후에 제출하기로 결정된 사항입니다.”

“컥!”

검사의 말에 숨이 막히는지 최학덕 판사가 뒷 목을 움켜잡았다.

이창문이 누구인가?

사법기관의 최고 기관, 대법원의 대장이 바로 이창문이다.

전에는 같이 뇌물도 나눠 먹던 사이지만 어느 날부터 국민들을 위한 사람이 되겠다면서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고 자원봉사를 다닌다고 했다.

[정의롭지 못한 판사는 내가 모가지를 비틀어 죽여 버릴 거야!]

불같은 성격의 이창문이 개과천선한 이후로 외치고 다녔다는 구호다.

그래서 그를 화산 창문이라 불렀다.

대법원장에게 찍히면 사돈에 팔촌까지 법적인 공격을 받게 된다.

그의 불같은 성격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꼴깍.

최학덕 판사는 숨이 막혔다.

‘여기 오지는 않겠지?’

-콰당!

재판장의 문이 급하게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씩씩……!

키는 작지만 눈이 부리부리한 게 그냥 봐도 한 성질 하게 생겼다.

“당장 내려와, 이 새끼야!”

단단한 체격에 대머리가 반짝거리는 이창문 대법원장이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는 고함을 질렀다.

“허걱! 이창문 대법원워……어버버…….”

최학덕은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왔다.

정말 그가 나타난 것이다.

요즘 모든 판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그가 나타난 것이다.

“좋은 말 할 때 내려오지?”

최학덕 판사와 동조하던 부장 판사, 이용찬, 변호사 강세치는 거의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고 있었다.

“저 새끼 끌어내! 아주 사법권의 수치야, 수치! 너 요즘 무서운 게 없지? 얼마나 받아 처먹고 이런 개 같은 짓을 하는 거야.”

“아니, 저는…….”

“이 재판 지금 온 국민이 보는 거 알지? 그런데 돈을 받아 처먹어?”

법원에서 근무하는 청원 경찰 두 명이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 최학덕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거의 질질 끌려나가는 그는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번 재판은 사법부의 체면이 달린 일이니 제가 직접 합니다.”

강세치가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했다.

“저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에서 제3심인 형사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어떤 관례에도 없었습니다.”

“판사 임명권 나한테 있어. 나한테 도전하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지만…….”

“이건 사법부의 자존심이 달린 재판이다. 어쩌면 사법권의 독립성과 생존 여부가 달려 있을지도 모를 재판이란 말이다. 판사가 뇌물을 받아먹고 판결을 마음대로 선고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비상 상황이기에 대법원장인 내가 나서야 한다.”

“그렇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판결이 내려지고? 한 달 뒤에? 국민과 언론사가 사법부를 욕하고 신뢰가 바닥을 친 뒤에?”

“그래도 절차가…….”

“절차? 내가 그 절차 최종 승인자 대법원장이야. 그러니 내가 재판을 진행하는 것에 이의가 있다면 재판이 끝난 뒤에 하도록.”

대법원장 이창문이 판사 자리에 올라가 앉았다.

“본 법정은 재판 도중 판사가 부정한 짓을 저질렀기에 교체되었습니다. 본 대법원장 이창문은 대한민국의 법에 따라 대법관 임명제청권, 각급 판사의 임명권, 법원 직원 임명권, 사법행정권 등이 있음으로 본 재판에 대해서 본인을 판사로 임명합니다.”

이런 경우가 없었는지라 서기와 청원 경찰, 방청석의 사람들, 문 밖에서 바라보던 기자들이 입을 한자만큼 벌리고 눈만 껌벅거렸다.

그러나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재판 중 판사가 부정직하거나 공정성에 위배된다고 하면 교체가 가능하며, 이는 대법원장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미 대법원장이 현장에 있다.

거기에다가 대법원장이 다른 판사를 지정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절차도 그가 현장에 있으니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뭐하나, 이정숙 검사. 피고에게 심문해야지.”

“네…… 넵.”

그녀도 이창문 판사가 직접 나설 줄은 몰랐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해 있다가, 날카로운 그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먼저 일단 최학덕 판사에 대한 뇌물 혐의에 대해서 이용찬 씨는 인정하십니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이용찬이 고개를 숙이고는 말이 없었다.

“묵비권을 행사하시는 것으로 보고 다른 질문을 하겠습니다. 지금 피고인이 사주해서 이성호 씨를 죽이려고 한 것이 백광현 씨와 강대구 씨를 통해서 확인되었습니다. 그 증거로 당시 핸드폰에 녹음되었던 파일과 현금 거래 내역을 제출합니다.”

이정숙 검사가 커다란 종이와 핸드폰 하나를 이창문 대법원장에게 제출했다.

이용찬의 붉은 얼굴이 확 구겨지며 입을 다물었다.

“아직도 묵비권을 행사하실 건가요? 그럼 나중에 피고에게 불리하게 됩니다. 인정하십니까?”

“…….”

또다시 침묵으로 일관하며 고개를 숙인 이용찬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증인들이 법원에 도착하는 것을 막고자 흑곰파라는 조직 폭력배를 사주했습니다. 인정하십니까? 모든 자료가 명백한데도 인정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뉘우칠 기미가 없는 것으로 봅니다. 인정하십니까?”

이제는 이정숙 검사의 말에서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모든 법정 싸움은 증거가 가장 중요했다. 그동안 증거가 없는 데다가 초보 검사라 쩔쩔맸는데 이제 증거가 있으니 당당한 표정이었다.

이용찬이 얼굴을 붉히면서 고집을 피웠다.

그 뒤에 이만수와 정신병원 의사, 간호사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백광현 씨가 돈을 주며 이성호 씨를 살해하라고 시켰습니다. 그리고 최태욱 실장과의 통화 내용을 통해 이용찬 회장이 시킨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도가 난 소망 정신병원을 인수한 것은 이용찬 회장이었습니다. 당시 직접 얼굴을 보고, 제가 돈을 받았으니 확실합니다. 제가 한 일은 이성호 회장을 감금하는 일이었습니다.”

“이용찬 회장이 원장님에게 하시는 지시사항 중에 많이 먹이지 마라, 입히지 마라, 방을 따뜻하게 하지 마라 등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증인들의 증언이 이어질 때마다 여기저기서 개탄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람으로서 어찌 저런 짓을 저지른단 말인가?

“과거 피고인이 저지른 친족 감금, 폭행이 이렇게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미래 그룹의 주식을 노리고 살인 교사까지 한 증언과 증거가 지금 여기 있습니다. 그래도 인정하지 않으실 건가요? 이렇게까지 억지를 부리신다면 법정 최고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 자신의 편을 들어줄 사람들이 없다.

“젠장!”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닙니다. 혼잣말일 뿐입니다.”

“그럼, 본인의 죄에 대해서는 인정하시나요?”

“끄응, 인정하겠습니다.”

끝내는 이용찬의 입에서 인정한다는 말이 나왔다.

이성호를 학대한 사실, 그를 죽이려 한 모든 것을 인정했다.

“모든 증거와 증인들을 볼 때, 더 이상 재판을 해도 의미 없다고 생각됩니다. 추가로 변론할 것이 없다면 구형하겠습니다.”

이창문 대법원장의 말에 성호가 손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판장님, 저는 미래 그룹의 이성호 회장입니다. 추가 변론을 신청합니다.”

“좋습니다. 검사가 미리 변론 신청한 것이 아니지만 사건 당사자인 이성호 회장께서 하실 말씀 있으면 하시지요.”

“저는 본 사건에 연관이 된 최태욱, 이만수, 백광현 씨에 대해서 이미 용서하였습니다. 또한 이들이 죄를 뉘우치고 증인으로 출석하여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점을 정상 참작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이창문 대법원장이 판결을 내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서릿발 같은 표정에서 이번 판결을 얼마나 단호하게 준비했는지를 모든 사람은 알 수 있었다.

“본 법정은 이용찬이 모든 일을 자백하였고 증거가 명백하기에 그를 오늘부로 구속한다. 그리고 형법 3조에 의하여 살인을 교사한 자는 실제 살인한 자와 동일시하며 250조에 의하여 살인죄를 적용한다. 재산을 갈취하려는 목적으로 자신의 조카를 두 차례나 살해하려 하였다.”

주인인 성호의 이야기가 나오자 얼마나 분노했는지 이창문 대법원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또한 당시 7살밖에 안 되었던 이성호 씨를 12년간 감금하고 괴롭힌 점을 볼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된다. 또한 죄를 뉘우치기보다는 판사에게 뇌물을 주어 법정을 모독한 점을 들어 법원 모욕죄 및 뇌물수수죄를 추가한다. 그리고 증인으로 나온 최태욱, 백광현, 이만수는 원고인 이성호 회장과의 원만한 합의를 이루었다고 보며, 사건 수사에서 증인으로 나와 큰 도움을 주었던 점을 정상 참작하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다.”

이용찬을 노려보며 분노에 찬 이창문이 말했다.

“본 법정은 모든 범죄의 중대성을 생각하여 이용찬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땅땅땅!

“이건 말도 안 돼.”

발악하는 이용찬을 청원 경찰 두 명이 찍어 누르면서 포박한 뒤에 법정에서 끌고 나갔다. 오늘부터는 자기 집이 아닌 교도소에서 살아야 한다.

모든 재판이 드디어 끝났다.

이창문이 이성호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노예 마법진이 찍혀 있으니 주인에게 사랑받는 것이 세상 제일의 행복이다.

“이성호 회장님, 제가 잘했지요?”

“예, 앞으로 사법부를 국민들이 공정하게 재판받을 수 있게 만들어주세요.”

“물론이지요.”

“뭔가 아픈 이가 빠진 거 같네요. 이창문 대법관이 안 왔으면 오늘 사법부 다 개박살 내려고 했는데, 다행히 늦지 않게 오셨네요.”

“설마 진짜 다 박살 내시려고요?”

성호의 침묵에 이창문의 이마에 땀 한 방울이 흘렀다.

“진짜 개박살 내시려고 했군요.”

“아마 사법부 하나 개박살 내기 위해 대한민국과도 싸울 판이었습니다.”

“대한민국과 한 판이요?”

“사법기관은 국가의 3권 중 하나니까 당연히 국가와도 싸워야죠.”

스케일의 크기가 가늠이 안 된다.

성호는 한다면 한다. 망설이고 그런 거 없다.

멘탈 붕괴 상태의 강세치는 멍하니 움직이지 못했다.

“자네는 나 좀 보세.”

그를 이창문 대법원장이 불렀다.

결코 그가 좋아서 부른 것이 아니다. 이제 그는 아마 사돈에 팔촌까지 세무 조사와 그동안 저지른 경범죄까지 죄다 탈탈 털릴 것이다.

“넵, 한 번만 용서를…….”

“앞으로 지켜보지. 꼭, 내가 직접 지켜보겠어.”

“넵.”

강세치는 더 자신감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강세치가 현기증을 호소하면서 다리가 풀려서 쓰러지려고 하는 것을 누군가 잡아줬다.

“어이쿠. 감사합니다.”

“감사는 뭘……. 앞으로 밤길 조심해야 할 거야.”

-씨익.

백광현이 살벌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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