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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32화 (32/225)
  • 《32화》

    일본의 고수들이 쓰러지는 모습에 강대구가 놀라서 팔짝 뛰었다.

    “뭐야, 이거 일본 최고의 고수라며?”

    “형님, 아무래도 그걸 사용해야겠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총을 쓰자고?”

    “그거 말고는 지금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벌벌 떨던 강대구가 자신의 안주머니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 들었다.

    탄창 회전식 권총 리볼버였다. 그것도 M29 44 매그넘으로 6발 장전에 44구경이라 한방이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

    대부분 우리나라 순찰대들이 사용하는 권총이다.

    -타앙!

    성호는 고개를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이는 것만으로 총알을 피했다. 총구가 보이는데 못 피할 성호가 아니다.

    -타앙!

    이번에는 성호가 옆으로 한발 물러서면서 총알을 피했다. 그러자 아스팔트 바닥에 총알이 박히며 파편이 튀었다.

    “잘 안 맞나봐?”

    “어떻게 피하는 거야? 맞아, 맞으라고!”

    -탕탕탕탕!

    순식간에 M29 44 매그넘의 탄창이 비어지고 있었다. 총을 피하며 성호는 한 발, 한 발, 강대구에게 다가갔다.

    “역시 증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같아.”

    “?”

    “증인이 죽지만 않으면 되지. 안 그래?”

    “뭔 소리여!”

    -철컥철컥!

    “어?”

    마침 권총이 더 총알이 없다고 강대구에게 투덜거렸다.

    성호는 이미 강대구와 마주 볼 정도로 가까이 왔다.

    -퍼억!

    성호의 주먹에 강대구의 거대한 몸이 지상에서 1m 이상 날아가며 공중 3회전을 하다가 아스팔트에 처박혔다.

    “크악!”

    “일어나, 이 미련 곰탱이야!”

    강대구가 한 방에 쓰러지자 그나마 버티던 나머지 흑곰파 녀석들은 서로 눈치만 봤다.

    “꿇어.”

    -땡그랑…….

    흑곰파 녀석들이 손에 들고 있던 모든 연장을 내려놓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일본 무사들은 모두 아스팔트 위에서 사지를 비틀며 쓰러졌다.

    모든 싸움이 끝난 뒤에야 마법이 사라지면서 안개가 걷혔다.

    -애앵!

    안개가 걷히는 순간 5대나 되는 경찰차들이 나타났다.

    도로는 컨테이너 트럭으로 막혀 있고 그 한가운데는 100명의 조직폭력배가 무릎을 꿇고 있거나 쓰러져 있었다.

    패싸움도 패싸움이었지만, 더 큰 문제는 총소리가 났다는 것이다.

    “꼼작 마!”

    경찰들이 총까지 겨누며 포위했다.

    중심에 멀쩡히 서 있는 성호에게 총구가 겨눠졌다.

    “이거 참, 곤란하게 되었네…….”

    그때 미래 그룹의 법무팀이 움직였다.

    “회장님, 저희가 설득해 보겠습니다.”

    봉고차에서 대기하던 법무팀이 내리자 경찰들은 더욱 긴장하며 총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한두 명도 아니고,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수십 명이 내리니 그럴 만도 하다.

    미래 그룹 법무팀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강직구 과장이 앞으로 나섰다.

    그가 앞으로 나서자 경찰 중에서도 가장 계급이 높은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서부 경찰 김한중 경감입니다. 누구십니까?”

    경감이면 경찰서 계장급이다.

    “저희는 미래 그룹의 법무팀들입니다. 그리고 지금 법원으로 가는 중이라 시간이 없습니다. 이건 그에 따른 서류들입니다.”

    가슴에 한 아름 들고 있는 서류는 한 박스 분량이다. 김한중 경감이 힐긋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조사를 받아야…….”

    “안 보이십니까? 법원 출석을 방해하기 위해 조직 폭력배까지 동원한 것 말입니다.”

    “그건 일단 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에…….”

    그때 머리를 붉게 물들인 청년이 앞으로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겉모습과는 다르게 예의 있는 모습이었다.

    김 경감은 보기보다 예의 바른 청년이 명함을 하나 내밀기에 받아서 봤다.

    「미래 그룹 이성호 회장」

    “미래 그룹 회장? 진짜 이성호 회장님이십니까?”

    의심의 눈초리다.

    당연했다. 누가 머리카락을 전부 붉게 물들인 이 청년을 한 그룹의 회장이라고 믿어준단 말인가?

    “저희 회장님이 맞습니다.”

    법무팀이 성호가 진짜 미래 그룹의 회장임을 증명해줬다.

    “아! 그럼 당신이 국회의원을…….”

    국회의원 이야기가 나오자 성호의 인상이 구겨졌다.

    “제가 그 사람입니다.”

    김한중 경감도 이성호 회장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하도 착해져서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이성호 회장이 대단한 일을 했다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보니 젊어도 너무 젊었다.

    특히 저 아무렇게나 삐져나온 짧은 붉은 머리는 생각도 못 했다.

    회장이라면 좀 단정하게 다녀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국회의원들을 개과천선하게 했다면 뭔가 근엄해 보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너무 젊었다. 상상하던 회장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일부러 물들인 것이 아니라 부작용 때문에 이렇게 된 겁니다.”

    “아! 무슨 병 같은 걸 앓고 계시나 봅니다. 하여튼 제가 평소에 팬입니다.”

    그걸 또 믿어 준다.

    김한중 경감이 손을 자신의 옷에 닦더니 악수를 청했다.

    “감사합니다.”

    성호는 김한중 경감과 정중하게 악수하며 인사했다.

    “여기 쓰러져 있는 폭력배들은 증인들의 법원 출석을 방해했다는 증거 자료들입니다. 이는 형법 제155조에서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한중 경감은 이게 무슨 말인지 몰라 눈만 껌벅였다.

    “그리고 시민의 안전과 지금 도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는 경찰이 시민을 도와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니 저 컨테이너 트럭에 조직 폭력배들을 실어 법원까지 압송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그게 무슨.”

    “저기 지금 시민들이 동영상을 찍고 있습니다. 빠른 해결 부탁드립니다.”

    성호가 고개 숙여 부탁했다.

    “…….”

    “그리고 일이 끝나면 저 폭력 조직을 다 넘겨 드리지요. 아마 좋은 실적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실적 마다할 경찰이 없다.

    “아! 그리고 저에 대한 것은 비밀입니다. 이것도 지켜 주시리라 믿습니다.”

    “당연하죠. 언제나 필요하시면 국민의 경찰인 저희에게 연락하시면 됩니다.”

    “정권 유착은 사절입니다.”

    “아! 역시.”

    일대의 경찰들이 총동원되어 흑곰파 녀석들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 컨테이너 트럭에 실려 법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성호가 법원에 도착하니 그 앞에 엄청난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하나뿐이다. 이성호 회장이 참석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도 성호의 얼굴을 모른다. 성호는 정문이 아닌 다른 길로 들어가 재판장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많은 증거 자료들을 검토하다 보니 재판이 길어지고 있었다. 법정은 점심시간으로 휴정에 들어갔다. 그 사이 성호가 들어 왔다.

    가장 먼저 박동진 변호사가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이쪽이 사건 담당 이정숙 검사님이십니다.”

    “반갑습니다. 이성호입니다.”

    이정숙 검사는 소개를 받으면서도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성호 회장이 이런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

    특히 저 붉은 머리카락은 더더욱 말이다.

    “영광입니다. 이정숙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재판에 제출한 증거들이 모두 증거 불충분 처리되었습니다.”

    제출한 증거가 확실해도 최학덕 판사가 전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증거 채택을 거부했다. 그녀가 준비한 자료는 여기까지다.

    “때로는 증거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게 있죠.”

    “네?”

    “상대방이 비열하면 저도 비열하게 가면 됩니다.”

    “그게 무슨?”

    “모르셔도 됩니다.”

    이용찬이 자신이 가진 검찰 세력을 이용한다면 성호도 검찰에 가진 세력을 사용하면 된다.

    성호는 지금 대법원장으로 있는 이창문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법원장은 사법기관의 상급 기관인 대법관의 최고 자리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래 그룹의 이성호 회장입니다.”

    [아이고, 주인님께서 이렇게 전화를 주시고 영광입니다.]

    “그냥 직급으로 불러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창문도 국회의원들 사이에 끼어서 뇌물을 받기 위해 성호에게 왔던 사람이다.

    당연히 노예 마법을 걸어 두었다.

    “이번 제가 형사 제판을 진행 중인 데 아주 개판입니다.”

    [그렇습니까? 제가 바로 달려가서 바로 잡겠습니다.]

    “이번 재판에 관한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읽어 보시고 오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최학덕 판사는 사인펜으로 앞에 놓인 서류 여기저기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에 작은 메모를 했다.

    「증거 불충분」

    박동진 변호사가 이정숙 검사에게 전달한 25가지 증거자료 전부를 이런 식으로 지웠다.

    “판사인 내가 증거불충분이라는데 어떤 놈도 뭐라 할 수는 없을 거야. 있다 해도 이런저런 핑계로 덮어 버리면 그만이지.”

    이제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오후 2시가 되어서야 휴정했던 재판이 다시 시작되었다.

    “강세치 변호사, 이용찬 피고인에 대해서 변호해 주세요.”

    강세치가 비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 재수 없는 표정의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친애하는 재판관님, 여기 계신 이용찬 회장은 자신의 형이 죽자 그의 아들을 대신 키워 왔습니다. 이것이 당시 이용찬 회장이 이성호 씨를 잘 양육하고 있는지 법원 실무자가 직접 나와서 조사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강세치가 자신의 가방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 이정숙 검사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부는 최학덕 판사에게 전해졌다.

    “이 문서에는 피고 이용찬 씨가 자신의 조카인 이성호를 어떻게 양육하고 있는지 잘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뒷장에는 아들과 같이 앞으로 잘 돌보고 키우겠다는 다짐이 줄줄이 쓰여 있습니다.”

    강세치는 톡톡 튀는 독특한 말투로 주변을 설득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성호 씨는 이용찬 씨 집에서 한 가족으로 살아왔던 것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누가 고아와 같은 그를 받아서 키웠습니까? 그것이 바로 이용찬 씨였습니다.”

    강세치가 자신감 있는 눈으로 이정숙 검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쪽에 배석해 있는 배심원들을 쳐다보았다.

    우리나라 배심원 제도는 모든 형사 재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이나 강도 같은 중범죄에 해당해서 열린다.

    다만 미국과 달라서 판결에 대한 법적 효력은 없다. 배심원들이 어떤 판결을 하든지 판사 재량껏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강세치가 또 다른 서류를 꺼내 들었다.

    “이건, 이용찬 씨가 매달 이성호 씨에게 용돈으로 제공한 통장 사본입니다. 이성호 군을 정신병원에 감금하고 구타하거나 학대했다고 했지만 그건 거짓말입니다. 당시 가정교사로 초빙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법적 이수할 수 있도록 이성호 씨를 가르쳤던 선생님의 진술서도 받아 왔습니다.”

    물론 다 가짜다. 돈으로 증인 몇 명 만드는 거야 쉬운 일이다.

    강세치는 더더욱 기세등등해져서 박동진 변호사와 이정숙 검사를 쳐다보았다.

    “마지막으로 이용찬 씨 댁에서 일하고 있던 가정부와 정원사, 집사의 진술서도 받아 왔습니다.”

    모두 다 가짜 진술서들이지만 그 전모가 밝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모든 정황을 보면 이성호 씨가 죄 없는 이용찬 씨를 모함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성호 군이 미래 그룹을 차지하고 이용찬 씨를 몰아내기 위해 거짓말로 모함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성호 씨에게는 무고죄로 이미 고소하였습니다.”

    강세치가 뒤돌아서 최학덕 판사를 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친애하는 재판관님, 이용찬 씨의 무죄를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며 자신을 키워준 작은 아버지를 거짓으로 모함한 이성호 씨를 천인 무도한 자로 보고 엄벌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강세치 변호사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의 얼굴에는 비열한 웃음이 가득했다.

    배심원들까지 강세치의 거짓말에 감동해서 이용찬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 그 분위기에 최학덕 판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로 법정의 분위기가 변하면 자신이 하는 거짓 선고가 힘을 얻는다.

    “다른 증거가 더 없다면 선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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