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31화 (31/225)

《31화》

11월 말, 거리의 가로수들은 이제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온다고 말을 하듯 잎을 전부 떨어트리고 있었다.

그런 거리에 뜬금없이 하나둘 하얀 눈이 하늘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거리에는 많은 사람이 분위기에 취해 돌아다녔다.

수지는 요즘 수능 끝나고 할 일이 없는지 문자를 자주 줬다.

문제는 답장 안 하면 난리가 난다는 것!

[성호, 첫눈이다. 놀러 가자.]

수지에게서 깨톡이 왔다.

[미안.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 못 만나.]

[대실망! ㅠㅠ]

[일 끝나면 이번 크리스마스에 놀이 공원에 가자.]

[대박, 콜! 약속했다.]

[그래.]

어쩔 수 없이 계획에도 없던 데이트를 하게 생겼다.

그런데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이용찬을 생각하며 생겼던 분노와 짜증이 씻겨 나가며 솟구치던 감정을 다스릴 수 있었다.

“이상한 걸로 고맙게 하네.”

오늘은 법원에 가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법정에 가는데 운동복 차림으로 갈 수는 없었다. 성호가 양복을 꺼내 입자 또 다른 느낌의 성호가 되었다.

까치집 같은 붉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자 터프한 느낌이 확 들었다.

“검찰 박살 내러 가볼까?”

성호가 앞장을 서자 그 뒤를 백광현과 최태욱이 뒤따랐다.

밖에는 고급스러운 승용차와 그 뒤에 봉고차 2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봉고차에는 미래 그룹의 법무팀과 성호를 트럭으로 죽이려 했던 이만수, 정신병원에 성호를 가뒀던 의사, 간호사들이 타고 있었다.

“가죠.”

이들이 증인석에 선다고 이용찬을 감옥에 넣을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야 했다.

성호의 차가 막 한강 다리 위를 지나갈 때였다.

뒤에서 흰색의 리무진 차량이 바짝 쫓아 왔다.

그리고 그 뒤로 거대한 컨테이너 트럭 4대가 도로 전체를 막으며 따라오고 있었다.

컨테이너 안에는 모두 흑곰파 조직원들이 타고 있었다.

“저 차지?”

“예, 형님.”

“앞을 막고 포위해라.”

거대한 컨테이너 차량 2대가 성호가 타고 있는 자동차의 양옆으로 앞지르기를 하면서 포위하기 시작했다.

성호가 탄 차는 앞과 뒤, 양옆에 거대한 컨테이너 차량으로 포위된 형국이 되었다.

“누군가 우릴 포위 하는 것 같습니다.”

-끼이익!

앞에 있던 컨테이너 트럭이 급브레이크를 밟자 성호의 차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성호가 타고 있는 자동차가 멈추자 무려 4대의 컨테이너 트럭들이 둥글게 성호가 타고 있던 승용차를 포위했다.

“뭐야?”

“영화 찍나?”

“출근길에 실화냐?”

“역시, 월요일이다!”

“앗싸! 사고 났네. 지각핑계각이다.”

도로 한복판을 컨테이너 트럭들이 서서 길을 막아 버리자 오도 가지도 못하는 차들이 빵빵대고 난리도 아니었다.

-우르르…….

컨테이너가 열리고 흑곰파 조직원들이 우르르 내려섰다.

무려 100명이 넘어가는 숫자였다. 그리고 모두 쇠 파이프나 야구 방망이 같은 무기들을 들고 있었다.

중간에 일본도를 들고 있는 녀석들과 사시미 칼을 들고 있는 녀석들도 보였다.

“여어, 백광현이 나와 보지.”

2m가 넘어가는 키에 뚱뚱한 체격을 가진 강대구는 자신의 차에서 내려 앞에 섰다.

봉고차에서 백광현이 밖으로 나왔다. 덩치로는 그도 안 밀린다.

“오랜만이네? 강대구, 전에 나한테 얻어터진 머리는 좀 아물었나 보지?”

“하하하. 허세 부리는 거냐? 지금의 상황이 아직 뇌에 인식이 안 되었나 보지? 오늘 널 잡기 위해서 쓸 만한 주먹들을 100명이나 불러왔다.”

말이 백 명이지, 덩치들이 주변을 빙 둘러싸고 포위하니 그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강대구의 바로 뒤에 서 있는 일본도를 들고 있는 10명의 사내가 특히 위험해 보였다. 날카롭게 벼려진 검을 보는 듯했다.

백광현도 망치파 조직원을 부를 수 있었지만, 주인님께서 법정에 가는 길이다. 폭력 조직을 동원해서 갈 수는 없었다.

“이 돼지 새끼는 뭐지?”

강대구는 바로 옆에서 들린 말소리에 깜짝 놀라 옆을 돌아봤다.

그곳에는 짧은 붉은 머리가 아무렇게나 삐져나와 있는 한 사내가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서 있었다.

이성호다.

분명 조금 전까지 없었는데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서 있었다.

“주인님, 강대구라고 일본 놈들하고 손잡은 흑곰파 두목입니다.”

“일본 놈들이랑?”

성호가 백광현의 말에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웠다. 나라를 팔아먹는 놈들이 아직도 대한민국에 남아 있다.

“이용찬이 돈을 주며 시키던?”

“그건 네가 알 필요 없고, 누구냐 네놈은?”

“내가 누구냐고?”

“그래.”

“이용찬이 이야기 안 하던가?”

곰곰이 생각하던 강대구는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웃었다.

이용찬이 자신에게 전해준 사진에 나온 오늘의 목표가 눈 앞에 있었다.

“네놈이 이성호 회장이지? 머리가 빨개서 못 알아볼 뻔했네. 넌 오늘 뒈졌어!”

“너나 뒈지세요.”

강대구의 이마에 성호가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크윽.”

강대구의 대가리가 뒤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마 한가운데가 붉게 부어올랐다.

-주르르…….

그리고 쌍코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성호는 1%의 힘으로 손가락을 튕겼을 뿐인데 강대구의 이마가 저 지경이다.

만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0%의 힘으로 손가락을 튕겼다면 강대구는 사망했을 것이다.

“이런 썅!”

성호가 또다시 강대구의 머리에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크악!”

강대구가 퉁퉁 부어오른 이마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아우, 저 녀석이 이성호 회장이야, 잡아!”

강대구가 악을 쓰며 싸움의 서막을 알렸다. 자신이 곧 죽을 줄도 모르고 덤비는 강대구다.

“백광현, 최태욱.”

“넵.”

“다치니까 차에 들어가 있어.”

“넵.”

성호의 한마디에 백광현과 최태욱은 차에 도로 탔다. 이 녀석들은 있어 봐야 짐밖에 안 된다.

주변을 돌아보니 지켜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마법은 보는 눈이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충전해서 써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번에는 무공을 써야 한다.

거의 넉 달이 넘도록 천마 신공을 연마한 성호는 이미 괴물이라고 불릴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일루션 미스트!”

성호의 의지가 움직이며 마법진이 바닥에 그려졌다.

마법진은 공기 중에 없는 마나를 성호의 심장에서 뽑아갔다.

-화악!

주변에 안개가 일어나며 컨테이너 트럭 주변을 덮었다.

“뭐야? 갑자기 어디서 안개야?”

“사고 났나?”

“또 온수 배관 터진 겨?”

갑자기 퍼져나간 안개에 흑곰파들도 당황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성호가 심호흡하면서 앞으로 움직이자 그의 몸 주변으로 아지랑이가 올라와서 일그러져 보였다.

“증인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단순하게 생각하는 성호였다.

-콰앙!

성호가 사라지자 그 자리의 아스팔트가 폭탄이 터진 것처럼 터져 나갔다.

그 자리에서 사라진 성호가 10m 앞에 갑자기 나타났는데 너무 빨라 마치 순간 이동한 것처럼 보였다.

안개까지 있으니 성호를 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성호는 쇠몽둥이를 들고 있던 흑곰파 조직원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앙……!

무슨 거대한 트럭에 치인 것 같은 충격음이 퍼지면서 성호의 주먹에 맞은 흑곰파 녀석이 아스팔트 도로를 10m 이상 데굴데굴 굴러 날아갔다.

흑곰파 놈들은 굉음을 듣고서야 눈을 돌려 성호를 찾았지만 녀석들의 눈이 따라가질 못했다.

찰나의 시간, 또다시 성호가 사라졌다.

-쿠아악!

또 다른 흑곰파 녀석이 하늘로 4m 이상 솟아오르더니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콰앙……!

덩치 하나가 컨테이너를 우그러트리며 처박혔다.

-쿠앙, 퍼어억!

성호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내달리면서 흑곰파를 무너트렸다. 성호가 나타나면 십여 명의 흑곰파 녀석들이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뭐냐?”

눈 깜짝할 순간에 10명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단 한방에 박살 나서 모두 눈을 까뒤집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뭐하냐! 녀석은 혼자고 우리는 백 명이다.”

흑곰파 녀석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콰콰쾅!

그러나 그 결과는 참혹했다.

주변은 5분도 지나지 않아서 흑곰파 절반 이상이 반병신이 되어서 나뒹굴고 있다.

여기저기 비명과 신음이 가득했다.

“私たちがしてなりません”

(우리가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뒤에 서 있던 검은 양복의 일본인이 강대구에게 말했다.

“오네가이시마스.”

(부탁드립니다.)

강대구가 한발 옆으로 물러서며 그들에게 약간 서툰 일본어로 말했다.

일본에서 온 무사들은 일본의 야쿠자 중에서 가장 힘이 강하다는 야마구치 구미의 조직원이었다.

특히 10명 중에서 3명은 조금이나마 검기를 다룰 수 있는 고수다.

이들 3명, 이루요시, 노보루, 카즈오라가 익힌 것은 텐신세이덴카토리신토류(天眞正傳香取神道流)였다.

신토류는 일본에서 최고로 알려진 검술 유파로서 고대로부터 실전되지 않은 검술을 가진 세계에서 몇 개 안 되는 곳이다.

옛날에는 철저하게 예를 중시하고 오직 검술에만 내진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신토류는 일본의 야쿠자들과 손을 잡게 되었고 몇몇 신토류 무사들이 야쿠자로 들어왔다.

신토류 검술의 특징은 무거운 갑주를 입고 전장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실전 종합 무술이다. 총알을 피하고 쇠로 된 물건들도 단숨에 절단할 수 있는 그들의 검술은 두려울 정도였다.

“イル吉ブラザ?、人の動きが目に見えません.”

(이루요시 형님, 녀석의 움직임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い目で斬ることではない”

(검은 눈으로 베는 것이 아니다.)

이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이루요시는 무려 20년이나 이 신토류 검술을 수련한 검도의 강자다. 그런 그가 눈을 감고 상대를 베는 일은 기본이었다.

신토류의 정신적 가르침에는 소리가 없는 것을 듣고, 모습이 없는 것을 보라라는 것이 있다.

“너희들은 뒤로 빠져라. 내가 먼저 나서겠다.”

이루요시가 먼저 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검은 일본의 최고의 장인이라는 코우기오 장인의 명검으로 와자모노 등급에 속한다. 일본의 명검의 등급 중에서도 최상이다. 그런 검에 검기가 약하게나마 맺히면서 반짝였다.

“이 좁은 나라에 뭐 먹을 게 있다고 그렇게들 달려드는지 모르겠네.”

성호는 일본사람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일본의 일반인은 순박하고 예의를 지나칠 정도로 지키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자신의 강함만 믿고 설치는 일본의 제국주의에 미친 녀석들은 역겨웠다.

그런 의미에서 앞에 있는 녀석들도 역겨웠다.

성호가 이루요시를 바라보면서 살기를 내뿜었다.

살기가 얼마나 지독한지 주변에 있던 흑곰파 녀석들의 얼굴이 퍼렇게 질려서 뒷걸음질 쳤다.

-저벅.

앞으로 나선 이루요시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뒤에 노보루와 카즈오가 검을 들고 눈을 감았다.

성호가 먼저 움직였다.

-화악!

이루요시는 자신의 감각 안으로 들어온 성호에게 검을 휘둘렀다.

-쨍강……!

성호의 손날이 검의 옆면을 때리자 검이 부러져 버렸다.

자신의 애검이 부러져 나가는 장면에 머리가 하얗게 된 이루요시의 눈이 커다래졌다.

-퍼억!

성호의 주먹이 그의 복부에 처박혔다.

이루요시가 고통에 입을 벌렸지만, 숨이 막혀서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도, 돈도메이 고토 가.’

(말도 안 되는 일이.)

-쿠아악……! 콰앙!

호루요시가 피를 토하며 공중으로 4미터가량 날아갔다.

성호는 먹이를 쫓는 호랑이같이 그 뒤에 대기하고 있던 노보루와 카즈오를 덮쳤다.

둘이 휘두르는 검을 간단하게 피한 성호가 그들의 면상에다가 주먹을 박아 주었다.

일본 무사들은 놀라서 제대로 칼을 휘두르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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