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25화 (25/225)

《25화》

마법사는 언제나 자신만의 던전이 필요한 법니다.

성호가 영어로 적은 쪽지를 최태욱 실장에게 내밀었다.

“여기 적어 둔 연구 장비들을 오늘 중으로 가져와.”

종류가 다양했고 어떤 것은 구매해야 하는 특정 회사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

전에 마나 반도체를 설계하며 필요한 자재들을 정리한 리스트다.

“알겠습니다. 쉬십시오. 연구 장비는 오늘 중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최태욱 실장이 인사하고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그가 떠나자 성호는 밖에 세워둔 자신의 애마인 아판테를 지하 주차장에 들여다 놓았다.

주차장은 10m 높이의 담벼락 중간에 문이 열리면서 나타났다.

돌담같이 꾸며 놔서 누가 보면 여기에 주차장이 있는지 모를 뻔했다.

안쪽의 주차장은 넓은 편이었다.

총 6대의 차가 주차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주차장에 승강기가 다 있네.”

승강기를 타고 1층의 중앙 거실로 올라갔다.

넓은 거실도 흰색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높은 천장은 3층까지는 그냥 뚫려 있었다.

2층과 3층에 난간 위에서 중앙 거실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작은 거실이 만들어져 있었다.

아무도 없는 넓은 집에 혼자 있으니 할 일도 없고 적막했다.

“뭘 한다?”

성호는 집의 여기 저기를 돌아 다녀 봤다,

8개의 방은 어디에다가 써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힌다.

영화관이라고 써 있기에 들어가 봤더니 진짜 영화관을 그대로 가져다 놨다.

“여기가 가장 넓군.”

3층의 침실 중에서 가장 전망이 좋고 넓은 곳을 자신의 방으로 하기로 했다.

“도서관이군.”

말이 도서관이지 20평 정도 되는 방에 2층으로 책꽃이가 설치되어 있고 각종 책들이 많이 있었다.

성호는 책꽃이에서 책을 하나 가져왔다.

[당신의 행복과 당신의 아픔을]

상반된 내용의 재목에 관심이 가서 들고 거실로 나왔다.

소파에 앉으려고 보니 오디오가 보여서 작동 시키자 마자 웅장한 소리가 거실 전체로 울려 퍼졌다.

-빰빠라 빠바바!

거실 전체로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가 흘러나왔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이렇게 자신의 인생에서 평화롭던 적이 있던가?

‘익숙하지 않아.’

소파에 앉아 책을 펴들었다.

그중에 한 소절이 성호의 감성을 자극했다.

깊은 명상 속에서 어떤 깨달음이 성호의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그 깊고 깊은 깨달음 속으로 달려갔다.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이 거실을 가득 채우고 성호는 보통 사람이 보지 못하는 세계의 저편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갔을까? 성호의 눈이 갑자기 떠졌다.

저녁 7시 정도 되었을까? 벽에 걸려 있는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해는 이미 져서 밤이 되었다. 음악도 들리지 않았다. 책은 차가운 바닥에 떨어져 엎어져 있었는데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아무렇게나 책장이 넘어가고 있었다.

‘창문이 열려 있었던 것일까?’

그때 다시 바람이 불며 커튼이 움직였다.

그리고 무의식의 저편에 숨겨진 자신의 어린 시절이 보였다.

울고 있었다.

한 손에 작은 토끼 인형을 들고 반대편 손은 낯선 사람의 손을 잡고 울고 있었다.

사랑하는 엄마가 이제 더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간 것을 알았다.

아빠도 같이 떠났다고 했다.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존재가 없어지자 7살의 성호는 겁을 먹었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보고 싶어 울었다. 그러나 절대로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갔다고 한다.

그리고 주변으로 그 영향력이 퍼져 나갔다.

그가 입은 옷이 울었고 슬픔이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나무가 울었다. 그리고 지나가던 나비가 울었다.

구름이 울었다. 하늘이 울었다. 세상이 성호를 버린 게 아니라 같이 울어 주었다.

그것을 성호가 깨달았다. 혼자가 아니었다.

-우웅!

아까보다 더더욱 커다란 소리가 성호에게서 퍼져 나왔다. 심장에 있던 마나 고리가 맹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으윽…….”

성호가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지금 5 서클로 올라가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마나가 있는 세상이면 괜찮았겠지만 지구는 마나가 없다.

마나 고리는 마나를 빨아들이려고 맹렬하게 움직였지만, 주변에는 마나가 없다. 지구에는 허락되지 않은 마나를 심장이 빨아들이고자 헐떡였다.

“마나 서클이 조절이 안 돼…….”

테일러가 알고 있는 마나 심법에서 이런 경우는 없었다. 성호는 맹렬하게 돌아가는 마나의 고리가 드디어 5개가 되어가기 위해 분리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럴만한 마나가 없었다.

“으악!”

마나가 역류하며 피를 토했다.

성호가 피를 토하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성호의 심장에서 더더욱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5 서클이 되고자 한다면 지금 성호의 몸에 있는 마나보다 12배 이상의 마나가 필요하다. 그런 마나가 주변에 있을 리 만무하다.

-우웅!

-뿌드득…….

이제는 무슨 자동차 엔진 같은 소리처럼 굉음을 내기 시작하더니 성호의 심장 부근이 안쪽으로 밀려들어 갔다.

심장이 마나를 빨아들이기 위해 진공 상태가 되어가는 것이다.

-우아아아앙!

-쩌저적

“으걱!”

갈비뼈가 부러져 나가고 성호의 심장 부근이 더욱더 움푹 패기 시작했다. 거대한 힘이 회전하면서 더더욱 강력한 진공 상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코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성호의 입에서도 피가 흘렀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저, 전기를 어떻게든……. 전기를…….”

성호는 필사적으로 전기가 있는 콘센트로 기었다.

소파 옆쪽을 지나 바닥에 콘센트가 보였다. 탁자 위에 있는 전등이 콘센트에 꽂혀 있었다.

“조…… 조금만 더…….”

그러나 심장이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해 혈액이 순환되지 않으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순식간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후회는 없다.

아버지의 회사를 다시 이용찬에게서 빼앗아왔다. 자신을 죽이려고 한 깡패들과 최태욱 실장을 새 사람으로 만들었다.

미래 그룹에 마나라는 생명의 씨앗을 심었다.

대한민국의 가장 문제였던 국회의원들을 국민의 노예로 만들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진짜 아버지를 죽인 원흉이 멘츄스 그룹이 남아 있었다.

녀석이 준비한다는 전쟁을 막고 싶었다.

마법으로 한 방 먹여 주려고 했는데 아쉬웠다.

그 순간 성호의 손끝이 테이블 아래의 전기 코드에 닿았다.

-파박!

스파크가 생기며 성호의 몸으로 전기가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깜박깜박.

엄청난 양의 전기가 성호에게로 빨려 들어가면서 집안의 모든 전기가 나가 버렸다.

그리고 평창동을 중심으로 은평구 서대문구가 가장 먼저 전기가 나가기 시작했고, 그다음으로 송촌동과 해와동의 전기가 나갔다.

그리고 경복궁과 청와대 및 국회 의사당의 전기가 나갔고 나중에는 서울 시내 전체가 정전 사태가 일어났다. 갑자기 서울이 암흑천지가 된 것이다.

“뭐야? 여름도 다 지나가는데 전기 부족 사태인가?”

“아놔……. 지금 드라마의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자! 보십시오. 멸망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알라 살라 송!”

서울의 여기저기에서 혼란과 사고가 이어졌다.

전기가 성호의 심장을 지나면서 마나로 변하기 시작했는데 그 양이 4개의 고리가 있던 때와는 아주 달랐다. 거의 10배 이상의 마나가 성호의 몸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미친 녀석같이 마나가 성호에게 빨려 들어갔다.

성호를 중심으로 태풍이 불듯이 바람이 사방을 뒤흔들었다. 그런 마나를 심장이 게걸스럽게 빨아들였다.

-우드득!

벌써 심장에 쌓인 마나의 양은 마나 고리가 담을 수 있는 수준을 넘은 포화 상태이다. 그런데도 아직 마나 서클의 회전은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

-빠자작…퍼엉!

성호가 그동안 잘 입고 다니던 운동복이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찢어지면서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성호의 근육들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이건 원래 전기가 마나로 변환되는 효율성의 문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심장에 만들어진 5개의 서클과 단전의 내공, 중앙에 있는 내단이 서로 상충하면서 마나를 뻥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미 없는 마나를 빨아들이겠다고 무리하게 회전을 하던 심장의 마나 서클들이 반대로 그 힘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증상을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불렀다.

마나 폭주!

마나가 너무 많이 들어 왔다.

성호는 정신을 붙잡고 5개의 심장에 만들어진 고리들의 움직임을 의지로 제어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너무 과속으로 회전하는 상황이라 정상으로 돌아오기가 너무 힘들었다.

여기서 전선을 놓으면 아까 같이 심장이 쪼그라들 상황이다.

“마나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야 해.”

마나가 심장과 그 주변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천마 신공으로 쌓아 오던 내공들과 마나가 충돌했다. 서로 자신의 영역을 지키겠다고 으르렁거리는 것이다.

-콰앙!

그러다 두 녀석이 충돌했다.

그 바람에 성호의 몸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가 나뒹굴었다.

“크윽!”

-쿠웅!

또다시 천마 신공과 마나가 충돌했다.

중정혈에 있던 콩알만 한 내단이 또다시 움직였다.

내공을 마나로, 마나를 내공으로 만들며 태극 모양으로 회전했다.

-우웅!

그리고 나서야 다섯 번째 고리가 완성되었다.

서울에 다시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1시간 동안 서울이 암흑의 도시가 되었다가 다시 원래의 화려함으로 돌아왔다.

실제로는 이 화려한 불빛의 저 너머에 있는 어두운 진실을 잠시 보여줬다가 사라진 것이지만 말이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성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끄응, 드디어 5 서클 마스터인가?”

어찌 되었든 성호는 5 서클 마스터가 되었다.

5 서클 마스터와 5 클래스 마스터는 같은 뜻 같지만, 엄밀히 따지면 다른 말이다.

5 서클 마스터는 심장에 5개의 마나 고리를 가진 마법사를 뜻하는 것이고 5 클래스 마스터는 그 5개의 마나 고리를 이용해서 펼칠 수 있는 마법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5 서클 마법사는 마나와 친화력이 있다면 언젠가는 오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5 클래스 마법사는 친화력도 중요하지만, 마법을 실행할 수 있는 정신력과 계산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성호의 눈은 더욱더 깊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은 어깨 아래까지 길게 자라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전체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머리가 전부 붉게 되어 버렸군.”

성호는 5 서클로 올라서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 되었다.

단전에 있던 천마 신공의 내공들이 중정혈에 있는 내단에서 마나로 변했다.

마나 또한 중정혈에서 내공으로 변했다.

서로 상호 작용을 하면서 원래 성장해야 하는 수치보다 더 급격히 성장해버렸다.

몸이 성장을 못 따라가고 있었고 그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었던 것이다.

성호의 근육은 작아진 게 아니라 응축되었다.

보통 사람의 10배 이상으로 응축된 것이다.

크기만 커진 근육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피부 또한 그러했다. 일반 도검은 물론 웬만한 공격으로는 성호에게 충격조차 줄 수 없었다.

이미 심장에는 5개의 마나 고리가 돌고 있었다. 5 서클 마스터가 된 것이다.

천마 신공은 3성에 접어들어 1갑자 정도의 내공이 생겼다.

세상에 퍼져 있는 기(氣)가 너무 적은 것을 생각하면 기적적인 일이다.

“이번에도 죽다 살아난 건가?”

테일러의 기억에도, 천마 가람의 기억에도 없는 현상이 성호에게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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