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24화 (24/225)

《24화》

일주일이 지났다.

국회의원들이 진짜 미쳤나 보다.

자신의 재산 중에서 50%를 사회에 환원하겠단다.

그건 약과다. 앞으로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살겠다며 관용 차량을 반납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했다.

시민들은 ‘국회의원들이 조금 하다 말겠지’ 하며 처음에는 기대를 버렸다. 이제 대선도 얼마 안 남았으니 그러는가 보다, 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놀고 있는 실업자를 줄이겠다며 전국의 기업들을 돌아가며 사정했다. 그래서 무려 십만 명의 일자리가 생겼다.

이것을 위해서 국회의원들이 전국을 돌아다녔다.

대기업뿐만이 아니었다. 중소기업까지 국회의원이 찾아가 한 명이라도 일꾼을 써 달라고 하자 전국 실업자들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각각의 기업들이 자신들의 애로 사항을 이야기했다. 국회의원들은 정당한 사유에 한해서 모두 들어 주었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시민들이 국회의원을 만났다.

그것도 출근길이라 사람들이 가득한 버스와 지하철에서 말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억울한 시민이 국회의원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붓는 일도 있었다.

그런 일을 당한 국회의원들의 태도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국회의원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싹싹 빌며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다 저희 불찰입니다.”

그런 국회의원을 보는 시민은 더 이상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시민들이 아침에 국회의원을 버스나 지하철에서 만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국회의원 대부분이 그런 말을 경청하며 대한민국을 바꿔 나갔다.

국회의원이 변해 갈수록 성호에 대한 궁금증이 더더욱 커졌다.

그가 누군지, 어떻게 생겼는지, 시민들은 알고 싶어 했다.

성호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없다.

그의 사진은 7살 때 찍은 딱 한 장의 사진 이외에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러 막은 것도 있지만 그를 아는 자도 적었고 사진을 찍힐만한 사건이 없었다.

그때부터였다.

미래 빌딩에 기자들이 죽치고 있다.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니 정문과 맞은편 빌딩 옥상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대기 중이다.

어떻게든 성호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비서실에는 인터뷰 문의 전화가 빗발쳤고 미래 그룹의 입구에 서성이는 기자들이나 방송국 직원들이 보였다.

“국회의원들을 또다시 다 모이라 할 수도 없고…….”

그동안은 회장실에서 생활해도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불편해졌다.

세상 사람들뿐만 아니라 미래 그룹의 직원들도 그를 궁금해하고 있다.

“미래 그룹의 회장님은 어떤 모습일까?”

“나의 백마 탄 왕자님이지.”

“진정한 애국자이신 이성호 님을 국회로!”

“흑흑……. 이번 국회의원들이 의료 지원 서비스를 개선하며 어머니의 치료비 지원을 받게 되었어요.”

“미래 그룹 이성호의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그의 리더십을 말하다.”

많은 사람이 그를 궁금해했고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어 했다. 기자들이 찾아와도 성호는 만나 주지 않았다.

심지어 국회의원이 와도 더 이상 만나 주지 않았다. 무슨 칩거에 들어간 것처럼 세상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

“135번 합격하셨습니다.”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강남 운전면허 시험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코스를 돌고 있었다.

그때 파란 불이 들어오며 합격을 알리는 알림이 들려 왔다.

이제 막 합격한 트럭에서 내리는 사람은 키도 크고 잘생겼지만, 옆머리를 붉게 물들여 뭔가 날라리 같이 보이는 사람이었다.

“뭐야? 저 사람 모델인가? 저 근육들 좀 봐.”

“얼굴도 탤런트급인데, 너무 잘생겼다.”

“근데 옆머리가 붉은색인 게 무슨 날라리 같지 않니?”

“에휴……. 저 후줄근한 운동복 좀 봐. 백수야 백수.”

성호의 인상이 확 구겨졌다.

운전면허 시험을 보기 전에 운동하고 오느라 복장이 좀 그렇긴 했지만 백수라는 말을 들을 줄 몰랐다.

머리카락은 더더욱 붉게 물들어 가서 누가 봐도 불량스러웠다.

“모자를 쓰고 다니든지 해야지 원.”

“성호 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인상을 쓰고 있던 성호에게 운전 코스 합격을 축하하는 최태욱 실장이 다가왔다.

“아직 도로 주행 시험이 남았다.”

“운전하시는 것을 보니 이미 합격하신 것과 진배없어 보이십니다.”

그의 말대로 조금 지나자 하루 만에 임시긴 하지만 운전면허를 따버렸다.

일주일 뒤의 도로 주행에서 성호의 운전 실력에 시험 보던 감독관이 감탄할 정도였다.

커브를 돌 때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나 기어를 넣을 때의 폼만 보면 10년 무사고의 베테랑 운전기사 같았다.

솔직히 성호는 생각보다 느리게 운전하느라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두 다리로 달리는 게 더 빠르겠다고 생각했다.

운전면허를 발급받은 다음 혹시 몰라서 국제 면허증까지 등록하고 시험장을 나왔다.

“회장님, 이번 기회에 스포츠카 하나 공수해 올까요?”

“최태욱 실장. 나는 그런 거 필요 없다.”

“평상시에는 제가 모시고 다니니 그냥 벤치 중형 세단을 타시면 되지만 개인적으로 자동차 하나쯤은 가지고 계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거 타고 회사로 돌아가면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올 거야.”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최태욱 실장이었다.

당황하는 최태욱 실장의 표정을 보던 성호가 한숨을 쉬었다.

모두 다 성호가 국회의원을 국민들의 노예로 만들었기에 생긴 부작용이다.

“다른 차를 알아봐. 튀지 않는 국산 중고차로 말이야.”

“알겠습니다.”

최태욱 실장이 잠시 뒤에 낡은 중고차 하나를 가지고 왔다.

아판테, 미래 자동차의 중소형 차종 중 하나이다. 그것도 나온지 15년이 지난 중고차였다.

“회장님, 어떠십니까?”

“이 정도면 출퇴근하는 용도로는 딱 이군. 알아본다는 집은?”

요즘 기자들이 미래 빌딩에 죽치고 있다 보니 언제까지 회장실에서 생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집을 알아보라고 시켰다.

무려 두 달 동안 회장실에서 숙식하던 성호였다. 식사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했고, 잠도 회장실에서 잤다.

전에 살던 정신병원보다 백배 좋다면서 계속 회장실에서 생활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기자들이 너무 많았다.

“평창동에 회장님 집을 하나 알아봤습니다. 가보셔서 마음에 드시면 바로 계약할 수 있게 법무팀도 대기 중입니다.”

“거긴 내가 직접 운전해서 가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요즘 운전면허를 따고 나니 운전이 재미있었다.

“언젠가는 아버지 산소에도 직접 운전해서 가야겠어.”

성호가 약 1시간을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평창동의 평창 마을이었다.

높은 담벼락과 거대한 집들이 줄지어 있었기에 이곳이 부자 동네라는 실감이 났다.

“회장님, 여기입니다.”

앞서 출발한 최태욱 실장의 옆에는 부동산 중개인이 함께 있었다.

성호가 길옆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자, 부동산 중개인이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후줄근한 운동복에 붉게 물든 옆머리는 누가 보아도 불량스러워 보였다.

“회장님 이쪽은 평창 부동산의 윤 중개사입니다.”

부동산 중개인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회장? 어디 조기 축구단 회장인가? 저 낡은 자동차는 뭐야? 집을 살 수는 있는 거야?’

“안녕하세요. 이성호입니다.”

“아, 네.”

성호가 윤 중개사에게 인사했다.

그러나 나이가 어린 성호의 인사에도 윤 중개사는 ‘아, 그래’ 하는 표정으로 악수한 손을 흔들 뿐이었다.

지금 나온 집은 무려 120억이나 하는 집이다. 그런 집을 이런 청년이 살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집인가?”

“예 회장님, 어떻습니까?”

“너무 큰 거 아냐?”

“일단 들어가시면 회장님 마음에 드실 겁니다. 윤 중개사님 안내해 주시지요.”

“뭐, 일단 저도 시간이 남으니 집은 한 번 보여 드리죠.”

윤여옥 중개사가 먼저 들어가고 최태욱 실장이 성호를 인도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가며 집의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슨 축구장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잔디밭이 넓게 깔려 있고, 아름다운 나무들이 보였다. 한쪽에는 조그만 연못까지 보였다. 계단을 다 올라가니, 그동안 높은 담 때문에 보이지 않던 집의 모습이 보였다.

기하학적으로 설계된 3층짜리 건물이었다. 전면은 흰색을 사용해서 전체적으로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원래 여기가 국무총리가 살던 곳인데 갑자기 다들 미쳤는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며 이 집을 내놨지 뭐예요.”

“흠흠……. 그렇습니까?”

아는 사람이다. 직접 노예 마법진을 새겼는데 모를 리가 없다.

찔리는 게 있는 성호가 당황해하며 헛기침을 했다.

“디자인은 한국 사람이 했지만, 그의 스승인 미국의 리차드 마이어가 디자인을 도왔다고 하네요. 그래서 흰색이 잘 어울리는 집입니다.”

3층의 집이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성호가 그냥 봐도 디자인이 대단해 보였다. 화려해 보이는 외관이지만 흰색으로 칠해져 포근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아주 좋네요. 깔끔하고요. 혹시 지하 공간도 있나요?”

“지하는 총 2층으로 되어 있는데 지하 1층에는 주차장이랑, 경비들이 사용하던 방이 있어요.”

“혼자 쓰기에는 너무 넓네요.”

“이 집이 120억이나 하는데 진짜 사실 건 아니죠? 학생 같은데.”

그 말에 성호의 눈이 꿈틀했다.

“최 실장, 바로 결제해 드려.”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윤 중개사님, 120억이라고 했나요? 회장님께서 구매할 예정입니다.”

“네?”

“계좌 불러 드리면 계약금과 세금 포함해서 바로 완납해 드리겠습니다.”

놀라서 눈이 커진 윤 중개사가 급하게 성호에게 다시 고개 숙여 인사했다.

“네? 아! 제가 실례했네요. 다시 인사드릴게요. 평창 부동산의 윤여옥입니다.”

성호가 시원하게 계약서에 사인하자 평창 부동산 윤 공인중개사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선물이라고 고급 와인을 놓고 갔다.

성호는 최태욱 실장과 여기저기 집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화려한 개인 침실과 주방, 거대한 유리 천장이 있는 거실과 당구대, 와인 바가 마련된 휴게실은 최고급으로 꾸며져 있었다.

지하실로 내려가자 복도가 보였고 작은 방들이 여럿 보였다. 보안 요원이나 집안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있는 방들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의 지하로 내려가자 거대한 창고가 나타났다.

“이곳에다가 던전을 만들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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