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혹시 국회의원 중에서 분이 계시나? 그런 거 있잖아. 국민을 위해서 모든 정치인과 적이 되는 사람.”
“있습니다.”
성호의 얼굴이 확 펴졌다. 한국의 정치판에서 그런 인물이 하나 있다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분이 누구십니까?”
“박성규 의원입니다.”
“아! 박동진 변호사의 아버지이신?”
박성규 의원이라면 성호도 알고 있다.
그러나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박동진 변호사가 성호가 받게 될 아버지의 주식을 지킬 때 든든한 배경이 되어준 것은 알고 있었다.
박동진 변호사의 아버지인 박성규 의원은 그 옛날 사채 빚 때문에 그의 아들 박동진과 서해 앞바다에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그런 그를 구한 것이 성호의 부친인 이용국이었으니 그 인연이 깊어도 너무 깊었다.
“그렇습니다. 박동진 변호사가 아드님 되시지요.”
“그분에 대해서 자세히 듣고 싶네.”
성호는 박동진 변호사에게는 박성규 의원에 대해서 자세히 묻지 않았다.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였다.
어떤 사람이 은혜를 준 사람의 아버지의 신상을 꼬치꼬치 묻겠는가?
건강하시냐는 정도만이 정상적인 질문일 것이다.
그래서 같은 국회 의사당을 쓰는 국회의원 박만중에게 물은 것이다.
“박성규 의원은 일단 관용 차량도 안타고 지하철로 출퇴근합니다. 양복도 아마 10년 이상 같은 것을 입는 것 같습니다.”
“돈이 없으신가?”
“아닙니다. 국회의원은 월급도 많고 정부에서 지원도 많이 합니다. 그런 돈을 다 헌 옷이며 식자재를 사는 데 다 쓰고 있습니다. 그걸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데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많습니다. 모든 국회의원이 박성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성호의 얼굴이 더더욱 밝아졌다.
“그분 말고는?”
“10년 전부터는 없습니다.”
“없어?”
“두 정당이 무차별적으로 싸우다 보니 없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점점 썩더니 이젠 국민을 위해 정치하는 놈이 멸종되어 버렸다.
자신들의 편이 아니면 그냥 없애 버렸다.
자신들의 정당 이익이 최우선이었다. 그러니 정당에 들어가지 않고 국민을 위해서 움직이는 정치인이 멸종되어 버린 것이다.
이게 대한민국 국회의 미래란 말인가?
성호가 씩 웃었다.
그런 성호의 웃음 뒤에 보이는 섬뜩함에 박만중 의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내가 개박살을 내도 괜찮겠어.”
박만중은 그냥 성호가 정치인들을 개박살로 만들고, 새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주인의 뜻에 동조하니 행복감이 몰려들었다.
“회장님께서 저희들을 박살 내면 아주 좋겠습니다.”
“그렇게 좋아할 필요는…….”
“아닙니다. 회장님, 아주 개발살 내주세요.”
말해 놓고 보니 무슨 변태 같네.
“큼큼, 박만중. 지금부터 하는 명령은 가장 중요한 명령이다. 새겨들어.”
“넵!”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이 돼라. 생각해 봐. 국민들은 자기 집의 금덩이를 모아다가 국가를 도왔는데 국회의원들이라면 더 해야 하지 않겠어?”
성호의 말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박만중 국회의원이 주억거렸다.
“예, 당연합지요. 제가 국민들을 위해 재산의 절반을 환원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난 지금 미래 그룹을 정상화하는 일만으로도 바빠. 시간이 없으니 빨리 해결하지, 박만중”
“넵.”
“가서 모든 정치인에게 새로운 미래 그룹의 회장이 돈 좀 풀겠다고 소문을 내. 그것도 이번 주 안에 와야 한다고 하고 말이야. 알았지?”
“넵!”
“최태욱 실장, 오늘부터 미래 그룹을 찾아오는 모든 정치가는 이 방으로 모신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줄을 세워. 한 번에 한 명씩 이다.”
“예. 한 분씩 친절(?)히 모시겠습니다.”
최태욱 실장이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결코 친절하기 위해 눈을 빛낸 것은 아니었다.
“박만중, 뭐해? 빨리 정치인들을 모아 와야지?”
“넵!”
박만중 국회의원이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누구의 말인데 건성으로 대답하겠는가?
“주인님의 명령을 목숨을 다해 완수하겠습니다.”
박만중은 돌아가자마자 그가 가장 먼저 가장 친한 국회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 미래 그룹의 새로운 회장이 돈 좀 푼다더군.”
“다 받는데 자네만 안 받을 텐가?”
“이야기 못 들었나? 이번에 미래 그룹에서 한 10억 받았는데…….”
“다음 보궐 선거에는 누가 돈 많은지가 관건 아닌가?”
“나는 이미 받았네.”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미래 그룹의 새로운 회장이 돈을 푼다는 소문이 돌았다.
기간은 딱 일주일이다.
한 명이 열 명에게 소문을 내면 열 명이 백 명에게 소문을 냈다.
뇌물 혐의를 막기 위해 법무부 장관을 꼬여서 뇌물을 받기로 했고 검찰 청장도 같이 뇌물을 받기로 했다.
그런 정보는 소리소문없이 빠르게 퍼져 나갔고 박만중 국회의원이 돌아간 뒤에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다른 국회의원이 미래 빌딩을 방문했다.
“벌써 또 오신 분이 있다고?”
“네, 회장님.”
뜻밖이었다.
그래도 가끔 올 줄 알았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소문을 듣자마자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당연히 성호는 그 국회의원을 만나러 또 밀실에 가야 했고 그를 패대기쳐서 노예 마법진을 친절하게 찍어 주었다.
-꾸에엑
“밖에 나가서 국민들을 위해 일하시길 바랍니다. 기쁨으로 말입니다.”
“넵!”
그런 그의 명령에 밝은 표정으로 밖에 나가는 국회의원의 얼굴은 눈이 밤탱이가 되어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야 노예 마법진이 잘 걸리니 일단 구타하고 봤다.
그런 국회의원이 줄줄이 미래 그룹을 방문했다가 돌아갔다.
“5번 노희동 국회의원님 들어오세요.”
최태욱 실장의 말에 번호표를 들고 있던 국회의원 하나가 최태욱 실장을 따라 긴 복도를 지나쳤다.
10분 정도 걷자 카페 같은 분위기의 로비에 한국식으로 꾸민 방이 나왔고 최태욱 실장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밝은 표정으로 눈이 밤탱이가 되어 방에서 나왔다.
그 뒤로 최태욱 실장을 쫓아 방에 들어간 국회의원들은 전부 눈이 밤탱이가 되거나 또는 코피를 줄줄 흘리며 나왔다.
심지어는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 국회의원도 있었다.
그들에게 성호가 한마디씩 했다.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이 되길 바랍니다.”
최태욱 실장이 그런 국회의원들을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밖으로 내보냈다.
줄을 서는 다른 국회의원들이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만일 봤다면 누가 들어가겠는가?
들어가기만 하면 모두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서 나오는데 말이다.
밖으로 나온 국회의원의 모습에 보좌관들이 펄쩍 뛰었다. 당장 미래 그룹의 회장실로 달려갈 기세였다.
“아니, 누가 감히 우리 의원님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단 말입니까?”
“김 보좌관……. 참게. 내 팔이 부러진 것은 나오는 중에 발이 엉켜서 넘어진 거야. 혹시나 이성호 회장님께 따질 거면 나를 즈려 밟고 가게나!”
무슨 진달래꽃도 아니고, 난리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성호 회장님께 누가 되는 말이나 일을 하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 그렇게 알게! 알아들었나?”
“네…하지만 그래도…”
“뭐가 그래도야! 혹시나 미래 그룹을 건드리는 녀석이 있으면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알아들어?”
“알겠습니다.”
그런 국회의원의 말에 눈만 껌벅이다 돌아간 국회의원 보좌관이 부지기수였다.
이렇게 국회의원들과 장관까지 무려 250명이나 성호의 손을 거쳐 노예 마법진의 은총(?)을 받고 돌아갔다.
그들이 하루도 되지 않아 나라를 뒤바꾸기 시작했다.
성호에 의해 국민들의 노예가 된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부당한 방법으로 번 돈들을 사회에 환원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가족들은 이유도 모르고 큰 집을 작은 집으로, 큰 차를 작은 차로 바꾸었다.
심지어 어떤 국회의원은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국회에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이 국민들의 호응을 받자 그다음 날 많은 국회의원과 장관들이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
그로 인해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또한 국회의원들의 양심선언이 이어졌다.
“저는 2017년 3월에 모 기업인을 만나 1억 원의 뇌물을 받고 공장부지 매입과 선정에 관여했습니다.”
그의 손에는 당시 받았던 돈에 대한 출처와 자료들이 들려 있었다. 스스로 경찰에 출석해 자신이 뇌물을 받았다고 자수했다.
그런 모습이 국민들의 호응을 얻었고 도리어 자수한 국회의원을 용서하자는 여론이 일었다.
그러자 국민의 노예가 된 국회의원들이 하나둘 경찰에 자수했다. 그 수가 무려 50명을 넘기자 국회가 마비될 정도였다.
그나마 국민들은 자수하며 사죄하는 국회의원에 대해서 용서하는 분위기였고 국회는 간신히 돌아갈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국회의사당의 출석수가 변했다.
평상시였다면 10% 정도의 출석률이 보통인데 98% 출석으로 바뀌었다. 놀라운 출석률이었다.
***
평택시.
평택시장을 필두로 한 평택시는 현지 건설과 짜고 신도시 건설을 협의했다. 새로운 유통센터와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 현지 건설은 엄청난 로비 자금을 평택 시장에게 쏟아부었다.
원래 살고 있던 2,000여 명의 주민들에게는 이주 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않고 내쫓으려고 했다. 이에 철거민들이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시위가 격해지자 전경들이 시위대를 포위했다.
심지어 용역 업체로 위장한 깡패들까지 나섰다.
그때 시위대와 전경들 사이에 한국당의 김사기 의원이 나타났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시위대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목숨을 다해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그로 인해서 시위대와 용역업체, 전경 간의 충돌이 잠시 멈췄다.
김사기 의원의 등장에 10분도 되지 않아서 평택 시장이 달려왔다.
“아이고, 김사기 의원님 이렇게 누추한 장소에…….”
“최 시장!”
김사기의 고함에 평택 시장 최형덕의 목이 쏙 들어갔다.
한국당의 실세 중의 실세인 김사기에 개길 담력은 그에게 없었다.
“이게 뭔가? 국민들이 지금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날 판에 그걸 돕지 않고 전경과 용역업체를 불러? 너 죽을래?”
“네?”
“오늘 안에 저기 계시는 국민들의 청원을 들어주고 전경들 다 되돌려 보내!”
평택의 최 시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게……. 현지 건설에서 이미 수주를 받아서…….”
“받은 거 내가 다 까발릴까? 어서 안 해?”
“아, 알겠습니다.”
뇌물 먹은 거를 다 까발린다니 최 시장의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평택시의 철거민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 있는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고 철거일도 더 뒤로 미루어 이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기로 했다.
***
일본 대사관에 민족당의 이택규 총재가 찾아와 독도 문제와 위안부, 강제 징용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다.
일본 대사관은 이 어이없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미쳤소?”
“그래, 미쳤소. 국민을 위해 우리가 제대로 미쳤소. 그런 당신들은 짐승처럼 우리 국민을 그리 대했는데 내가 안 미치겠소?”
“아니, 우리가 언제 짐승처럼 당신들 국민들을 대했습니까?”
“그럼? 어린 여자들을 강제로 데려가 강간을 하고 데려간 청년들은 무임금으로 노동을 시켰는데 짐승처럼 대한 게 아니란 거요?”
“그건 그치들이 다 돈 벌기 위해 각자 일을 한 거고 대가도 받지 않았습니까?”
“그게 보상이요? 강제로 강간도 하고 징용도 하고 나서 지금으로 치면 몇천 원 주는데 그게 정당한 대가요?”
“그런 식으로 한국 정부가 나오면 일본이 어떻게 할지 몰라서 하는 소리요?”
“보복이 두려웠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소.”
“당신, 아무리 한국의 여당 총재지만 그동안 받아먹은 돈이 있는데 너무 하는 거 아니요?”
“아? 그거? 오늘부로 한국당 총재직에서 물러나고 경찰에 자수하기로 했소. 그래서 여기 온 거고, 딱 부러지게 말하리다.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게 뭐요? 진정성 있는 사과 아닙니까? 저는 일본의 그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아야겠습니다.”
“아놔, 이 조센징이!”
“뭐? 조센징? 이 쪽발이가!”
원래는 국회에서 벌어져야 할 주먹다짐이 일본 대사관에서 벌어졌다.
***
갑자기 재정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동안 무료급식, 일자리 창출, 반값 등록금, 건강보험 혜택 상승 등의 무리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고 기자들을 모은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국민들을 속인 점을 사과드립니다.”
그가 고개를 숙이자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사방에서 터져 나갔다.
“정부의 무리한 복지 정책으로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email protected]@년부터는 20%가 증액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다음 해인에는 28%로 오릅니다. 재정은 이미 다 쓰고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미래에 닥칠 것을 정부는 그동안 국민들에게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재정부 장관이 고개를 숙이자 주변에서 그 장면을 찍느라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갔다.
그가 서류를 기자들에게 나눠 주더니 고개 숙여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단상에서 내려갔다.
***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것은 대통령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규철은 민족당의 지지를 받아 대선 후보로 나서게 되었으며 경제적 성장과 내수 경기의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
“이것들이 미쳤나? 왜 내 말을 안 듣는데. 이번에 현지 그룹에서 얼마나 투자했는지 몰라서 그런 짓을 벌여?”
“대통령 각하, 진정하시지요.”
“진정하게 생겼어? 일본의 천황께서 항의 전화를 다 했어.”
“그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뭐? 잘했어? 윤전만 비서관 너도 미쳤냐? 전에 미래 그룹에 가서 돈 좀 받아 오랬더니 빈손으로 오고 말이야. 너도 이상해진 거 아냐?”
“저는 극히 정상입니다. 대통령님도 국민들을 위해 좀 생각을 하시고 정치를 하시는…….”
“야! 너 미쳤냐? 국민들을 위해서라니, 누가 이렇게 만든 거야?”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청와대, 사법권이 국민들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놀라고 있었다. 국민들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국회의원들이 미쳤다.
국민들을 위해 일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