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다음으로 갈 곳은 카이스트입니다.”
카이스트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대학으로 대한민국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키우기 위해 특별히 만든 대학교다.
카이스트로 검은색 고급 세단들이 줄지어 들어서자 학생들이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성호가 이번에 카이스트에 온 것은 12년 전 아버지가 미래 그룹의 회장이었던 때에 기획팀 팀장이었던 분을 찾아온 것이다.
강덕현,
65세를 넘겼지만, 아직도 교단에서 열정을 다해 제자들을 가르치는 화학 및 물리학 교수다.
미래융합소자동은 과거에는 미래 그룹과 협력하여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기도 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에 관련된 일은 끊고 인재 양성에만 힘쓰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이성호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성호 회장님. 선친이신 이용국 회장님과 정말 많이 닮으셨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이번에 구조조정본부를 다시 만듭니다.”
나이 많은 강 교수는 성호의 제의에 눈만 껌벅였다.
“저를 쓰시려 찾아오신 것 같은데 제 나이는 아시지요? 이제는 나이가 너무 많아 힘들 듯합니다.”
“교수님 말고 다른 분을 모시려고 왔습니다.”
“네?”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이야기인가?
구조조정본부를 만드는데 자신을 찾아왔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라니?
“아드님을 저희 그룹의 기획팀으로 모시기 원합니다.”
“네? 강동민이를요? 동민이가 어떤 애인지 아시고 하시는 말씀이시죠?”
“네, 압니다.”
“진짜 아시는 겁니까?
강덕현 교수의 계속되는 질문에 성호는 자신이 조사한 강동민에 대해서 기억을 되짚어 봤다.
강덕현 교수의 아들 강동민.
그는 천재 중에 톱클래스 천재였다.
초등학교 3학년의 나이에 검정고시를 봐버렸다. 그리고 12세의 나이에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한국대에 입학하기를 원했지만, 나이가 어려 받아주지 않았다.
강동민은 한국대가 받아 주지 않자 대한민국을 떠나 미국 켐프리치에 있는 하버드에 가버렸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14세의 때의 일이다.
하버드대에서 핵융합을 실험한다고 연구동 하나를 날려 먹었다.
그나마 미국 정부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직접 승인한 실험이었기에 어떻게든 무마되었다.
15세에는 전기를 이용해서 인공 강우를 만든다고 미국 동북부 전체에 정전 사태를 만들었다.
이때의 실험을 하버드 대학교가 승인해 주었기에 무마되었지만, 하버드에서는 쫓겨난다.
17세, 새로운 반도체를 연구한다고 인텔사를 해킹하다 걸려서 집행 유예 2년에 5천만 원의 벌금을 먹었다.
20세, 미사일에 초소형 핵 추진기를 단 미사일을 만들었다가 군에 압수당했다.
22세, 새로운 스텔스 기능을 실험한다고 미 국방성 펜타곤에 드론을 날렸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25세, 벌금을 물고 감옥에서 나온 강동민은 보스턴으로 이사를 했다.
그곳에서 그는 입자 가속기를 자기 집에 만들어 충돌 실험을 하려고 했다.
경찰이 들이닥쳐 막지 않았다면 보스턴이 날아가고 백만 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이다.
26세에는 미국에서 추방되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27세에 한국으로 돌아온 강동민은 아버지에게 부탁해 카이스트의 연구동 하나를 빌렸다.
그곳에서 그는 다차원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
그의 아버지 강덕현은 아들의 위험성을 알지만, 다차원 연구라는 것을 듣고 허락해줬다.
이론만 하는 연구니 괜찮겠지, 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강동민은 다차원에 대해서 이론이 아닌 실제 실험을 했다.
그것도 반물질을 격리해 자기장 안과 극초저온 상태로 가두는 특별한 ‘자기장 트랩(magnetic trap)’ 장치를 만들어서 실험한 것이다. 그 반물질을 이용해서 다차원의 반응을 보자는 의도였다. 문제는 이로 인해서 카이스트 인문학동 지하에 있던 창고 3개가 사라진 것이다.
폭발한 게 아니라 칼로 잘라내듯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제 한계에 봉착한 강덕현 교수는 아들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했다.
절대로, 네버, 어떤 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했더니 강동민은 PC 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집에도 오지도 않았다.
이 모든 자료가 성호의 머리에 떠올랐다.
순간 두통이 몰려왔지만 참았다.
“압니다.”
“그래도 쓰시겠다고요?”
“네.”
“진짜 그동안 그 녀석이 저지른 일을 알고도 쓰시겠다고요?”
“네, 알고 있지만, 꼭 강동민 씨가 필요합니다.”
“그럼 동민이에게 직접 가시지 뭐 하러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어디 있는지를 몰라서요.”
“아!”
강동민이 어느 피시방에서 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미 신용불량자라 본인 명의로 된 휴대 전화도 없고 친구는 원래 있지도 않았다.
“아들 녀석이 있는 곳은 이곳입니다.”
강덕현은 바로 아들 녀석이 아지트로 사용하는 피시방의 이름과 장소를 적어 줬다.
덤으로 자주 간다는 만화방까지 알려 주었다.
문제아를 쓰신다니 고마울 뿐이다.
“제 아들 녀석을 쓰신다니 제가 다 고맙습니다. 이제 회장님도 가보셔야죠. 저도 곧 강의하는 수업이 있어서 가봐야 합니다.”
“강 교수님께도 볼일이 있습니다.”
“저도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대학교에서 연구나 하는 것이 좋지 기업에서 일하는 체질은 아닙니다.”
“이걸 좀 연구해 주십시오.”
성호가 가방에서 둥근 장치를 책상 위에 올려놨다.
책상 위에 올린 물체는 당구공만 한 구리로 만든 구슬과 구슬이 끼워지도록 만든 두 개의 반구형 장치였다.
한쪽에는 ‘IN’이라고 쓰여 있고 반대쪽에는 ‘OUT’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각각 전기선을 연결 할 수 있는 장치가 달려 있었다.
“이게 뭡니까?”
“배터리입니다.”
“?”
세상 어디에도 이렇게 생긴 배터리는 본 적이 없다.
한쪽에는 마나 충전 마법진이 다른 한쪽에는 반대로 마나가 전기로 변환되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한 겹의 플라스틱판이 덮여 있어서 마법진을 가렸다.
또한 이 플라스틱판을 제거하면 마법진이 타버리게 해놨고 안쪽을 X-레이나 적외선, 감마선 등의 검사를 하지 못하게 마법진을 만들어 놨다.
“이쪽이 충전하는 쪽이고 반대쪽은 배터리에서 전기를 내보내는 장치입니다.”
“효율은 어느 정도입니까?”
평생 연구에 몸담은 사람답게 바로 호기심을 보였다.
“용량은 200kWh 정도이고 완충까지 10분이면 됩니다.”
“!”
강덕현은 성호와 탁자 위에 올려 있는 구슬 모양의 배터리를 번갈아 쳐다봤다.
벌려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200kWh면 전기 요금으로 만 오천 원 밖에 안 한다. 50 w급 선풍기 4,000대를 한 시간 동안 돌릴 수 있는 전기 양이다.
자동차로 치면 150km/h의 속도로 600km를 갈 수 있는 용량이다.
그리고 저 크기는 정말 사기적이다. 주먹만 한 배터리에 그만한 용량과 충전 속도라니 믿기지 않았다.
“문제는 이 구리로 된 구슬입니다. 무슨 이유인지 몇 번 사용한 후에는 효율이 반으로 줄어들 듭니다.”
“소재의 수명이 문제군요.”
“강 교수님이 소재 부분에서 국내 최고라고 들었습니다. 새로운 소재를 찾아 주십시오. 미래 그룹 차원에서 20억을 먼저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20억이나?”
“이 배터리가 가져올 충격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긴 그렇다.
이 정도 크기의 배터리가 충전 시간이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회장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이 배터리의 소재를 찾아 달라는 것인데, 제가 작동 원리라도 알고 있어야 실험을 할 텐데요.”
“작동 원리는 비밀입니다. 다만 이 구리 구슬을 다른 소재로 바꾸면서 실험할 수 있으니 그런 방법으로 찾아 주셔야 합니다.”
구리에 마나를 저장하면 재충전할 때 효율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그뿐 아니라 수명이 짧았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순수 물질이든 화학 물질이든, 혼합 물질이든 그것은 이제 강 교수의 손에 달렸다.
이미 강 교수의 눈은 이 배터리를 연구해 보겠다는 열망이 눈에 서려 있었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보안 엄수는 철저하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당연하지요.”
따라온 법무팀을 통해서 비밀서약과 기타 계약에 관한 것은 바로 작성이 끝났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건강하시고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예, 조심히 가십시오.”
성호는 이제 문제아이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천재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마나를 이용한 제품과 무기의 생산을 자신이 다 할 수는 없다.
대외적으로 자신을 대신해서 마법 제품들을 개발한 사람이 필요했고 그래서 찾은 것이 바로 강동민이다.
성호는 바로 강동민을 찾아갔다.
***
-겁나 빠른 PC방-
성호가 정신병원에 갇히기 전에도 PC 방이 있기는 했지만, 당시 7살이었던 성호가 가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들어가자마자 약간 당황스러웠다.
금연이라고 쓰여 있는데도 담배 연기가 가득 차 있다.
“윈터.”
성호는 윈터 마법으로 담배 냄새를 PC방에서 문 밖으로 내보내 버렸다.
그런데도 다들 게임에 빠져서 알아차리는 인간이 없다.
-뚜두두둥!
-삐용삐용!
한쪽에서는 어지럽게 움직이는 화면들이 보였다.
삼차원의 좁은 공간에서 서로를 향해서 총과 폭탄들을 마구 날렸다.
오버 위치였다.
놀이나 스페치나이트, 배틀라운드 등의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저기 있군.”
반 곱슬인 장발을 꽁지머리를 해서 뒤로 묶은 30대 중반의 남자였다.
약간 마른 몸에 지저분하게 자란 수염, 뿔테 안경을 써서 누가 보면 천재 공학도가 아니라 평범한 PC방 죽돌이처럼 보였다.
“강동민 씨?”
“누구요? 바쁘니 조금 있다 이야기합시다.”
강동민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도 않았다.
화면을 보니 배틀라운드를 하고 있었다.
배틀라운드라고 부르는 게임은 100명의 사람이 고립된 지역에서 무기와 보호 장비, 차량 등을 활용해 서로 공격하고 살아남는 생존 게임이다.
게임을 시작한 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피해를 주는 자기장이 좁아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서 안전 지역이 점점 줄어든다.
안전 지역이 좁아지면서 플레이어 간의 간격이 좁아지면 서로 싸울 수밖에 없게 된다.
싸워서 살아남은 최후의 1인이 승리하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그리고 강동민은 지금 살아남은 5명 중의 한 명이었다.
“핵융합, 중수소, 끈 이론, 반물질…….”
-움찔움찔.
집중해야 하는데 옆에서 하는 소리가 신경 쓰여 게임을 할 수가 없다.
“아, 조용히 좀 합시다.”
이 정도에 멈출 성호가 아니다.
“반중력 물질, 초전도체, 인공중력, 로켓 반동엔진…….”
-움찔움찔.
이런 것에 관심이 없으면 신경을 끊으면 된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강동민이다.
“젠장! 당신 뭐요?”
끝내 강동민의 유닛이 죽어 버렸다.
화가 난 그를 바라보며 성호가 말했다.
“연구하게 해 드리죠.”
-움찔.
“우주에서 가장 신비한 것을 연구하게 해줄 테니 제 밑에서 일하는 건 어떻습니까?”
게임에 져서 화가 나지만 강동민은 연구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이다. 이번에 또 실험하겠다고 하는 순간 난리가 날 거다.
“아버지의 일이라면 이미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누군데 이런 소릴 하는 걸까?
양쪽 옆머리를 붉게 물들인 이 날라리의 말을 믿기에도 그랬다.
“아니 다짜고짜 여기 와서 그러는 당신은 누구요?”
“미래 그룹의 이성호입니다.”
“아!”
강동민은 성호의 말을 듣고 그 속내를 바로 알아차렸다.
천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이 10개를 인지하고 저장하면 강동민은 천 개를 인지하고 저장한다.
일반인이 그 10개 중에서 1개를 간신히 꺼내 쓸 때 강동민은 저장한 1,000개뿐만 아니라 서로 연관성까지 파악해서 2,000개를 도출해 낸다.
그런 그가 이번에 사회적 이슈가 된 미래 그룹의 회장에 대해서 모를 리가 없었다.
다만 7살 나이에 찍힌 사진의 이미지와 좀 달라서 당황하긴 했다.
옆머리를 붉은색으로 물들였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일단 자리를 옮기시지요. PC방비는 제가 결제하겠습니다.”
“좀 많이 나올 텐데?”
성호는 무려 100만 원이나 하는 PC방비를 계산하고 밖으로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