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18화 (18/225)
  • 《18화》

    미래 그룹이 새로운 회장의 움직임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썩은 살들이 도려지자 피가 줄줄 흘렀다.

    죽어가던 근육들이 움직이자 비명을 질러댔다.

    그동안 얼마나 움직이지 않았는지 작은 움직임에도 숨 차하는 모습이었다.

    늙고 죽어가던 공룡, 미래 그룹을 살리기 위한 성호의 행보가 시작되었다.

    언론들은 다투어 그 행보를 보도했다.

    -미래 그룹의 사장단 개혁!

    -36명의 임원을 해임한 미래 그룹.

    그것이 시작이었다.

    사장들이 바뀌자 미래 그룹의 모습이 확하고 변해 버렸다.

    -노동자 출신이 미래 자동차의 사장이 되다.

    미래 자동차의 사장인 송민섭 사장은 노동자 출신이라 노조를 잘 알고 있었다. 협상을 통해 시위를 멈추게 했다.

    -미래 금융의 문이정 사장, 횡령 및 배임으로 해임!

    금감원의 수사가 미래 금융에서 문이정이라는 단 한 사람에게 포커스가 맞추어졌다.

    이제 미래 그룹의 숨통이 트였다.

    “최태욱 실장, 구조조정본부를 부활시킨다.”

    “넵!”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주인이 시키면 무조건해야 하는 것이다.

    구조조정본부는 법무팀, 재무팀, 경영 진단팀, 기획팀, 인사팀, 홍보팀. 비서팀으로 나누어 회장의 업무를 보조하는 측근이자 실무자들이다.

    그러나 이용찬은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했다.

    오직 자신만 있는 독재 체제를 원했기에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한 것이다.

    “비서 팀은 최태욱, 네가 맡아.”

    “감사합니다, 회장님.”

    “법무팀은 이미 박동진 변호사님께서 하실 거다.”

    “넵!”

    “나머지 사람들은 내가 이미 생각한 사람이 있으니 만나보러 갈 거다.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성호는 그동안 미래 그룹의 안과 밖에서 적당한 사람들을 검색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두 사람을 지금부터 찾으러 갈 생각이다.

    ***

    미래 그룹에서 가장 많은 돈을 만지는 곳이 미래 금융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이용찬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회사 생활하고 월급만 받아 가는 농땡이들 말이다.

    그러나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눈에 띄기 마련이다.

    문정철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1997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외환위기와 IMF로 이어진 경제적 위기는 많은 사람의 삶을 절망으로 빠트렸다.

    문정철의 아버지는 당시 한국은행에서 외환시장 운영을 통한 환율조정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환매 투기 작전 세력으로 인해서 방어는 실패하고 국고는 비어 버렸다.

    그 이후에 IMF가 찾아왔고 문정철의 아버지는 죄책감에 목을 매 자살하셨다.

    [이 못난 아비가 억울하게 죽지만 너는 그러지 말아라. 퀀텀 펀드와 멘츄스 그룹을 예의 주시하고 다음 공격을 대비하여 나 같이 이용당하지만 말고 너는 다음에 오는 금융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구하도록 하여라.]

    24살의 청년이던 문정철은 아버지의 유서를 읽자마자 그 길로 미국으로 향했다.

    그가 생각하는 IMF의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내부에 있었고 다른 하나는 외부에 있었다.

    내부는 당연히 대한민국 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이었다.

    그리고 외부 요인은 거대 외국 금융 투자 회사들에게 있었다.

    세계의 모든 금융 사업이 모인다는 월가로 간 문정철은 골든 투자 기업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그는 엄청난 투자 수익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유언대로 퀀텀 펀드, 골드맨 삭스, 메리 런츠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했다.

    문정철은 큰돈 냄새가 나면 코끝이 간질간질하다가 재채기가 나오는 이상한 감각을 타고났다.

    어느 날, 월가의 수면 아래의 수많은 자본이 아시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엣취! 거대한 돈 냄새가 난다.”

    그래서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왔고 미래 금융에 입사했다.

    그런데 한국의 기업 문화는 이상했다.

    자신이 성과를 내어도 윗선에서 공로를 가로채 가는 것이다.

    미래 그룹에 들어와 열심히 일했지만, 성과는 항상 윗선에서 가져가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엄청난 일거리뿐이었다.

    윗선에서는 엄청난 성과를 낸 것이 문정철 덕분이라는 것이 들킬까 봐 필요할 때만 데려다 쓰고 성과를 내면 한직으로 내몰기를 반복했다.

    “이제 미래 그룹을 포기해야 하나 보다.”

    문정철은 이제 질려 버렸다.

    이제 미래 그룹을 그만두려고 하는데 젊은 남자가 한 명이 찾아왔다.

    옆머리만 붉게 물들어 뭔가 불량해 보이는 20대의 청년은 와이셔츠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나타났다.

    한창 일을 하느라 바쁜 사무실에 말이다.

    이 이상한 청년만 있다면 만나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 뒤에 시립해 있는 게 미래 금융 사장 한지민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미래 그룹의 최태욱 비서실장까지 있으니 안 만나 줄 수도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이성호라고 합니다.”

    문정철은 어딘가 들어본 이름이기는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미래 그룹의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

    아! 이번에 새로 부임한 미래 그룹의 회장의 이름이 이성호다.

    그가 자신 앞에 있는 것이다.

    그것도 미래 금융에서 가장 대우가 좋지 않다는 C&C에서 말이다.

    이름이 C&C이지 커멘터 컨커가 아닌 코멘트 컴플레인 부서다.

    금융 관련 일을 하면 고객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고객들의 불만을 들어주는 부서이니 항상 고객들에게 욕을 먹는 부서이고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부서가 바로 C&C이다.

    이런 부서에 미래금융의 사장뿐만 아니라 회장이 와있다. 자신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안녕하십니까! 미래 금융 C&C의 문정철 대리입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제가 도리어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부족한 저를 보시기 위해 오셨는데 알아보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 사람 이거 외국계 기업에서 다닌 경력이 무색하게 한국의 직장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시원시원하고 깍듯하다.

    이런 사람이 능력도 좋은데 꿀물만 빨리고 여기에 앉혀 있으니 미래 그룹이 그동안 얼마나 썩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성호는 그를 선택하기 전에 고민했다.

    능력은 출중한데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것은 리더나 지도자로서 낙제점이었다.

    그런데 직접 와서 보니 상사를 잘 만나면 엄청나게 잘할 타입이다. 만약 그 상사가 성호면 더더욱 잘할 것이고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일하시는데 제가 방해한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성호의 따뜻한 미소에 문정철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

    성호는 악인에게는 악으로 의인에게는 의로서 대한다. 그것이 철칙이다. 지위와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회장님께서 찾아오신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그때 C&C 사무실 문이 급하게 열리며 늘어진 볼살 위에 금테 안경을 쓴 뚱뚱한 체격의 한 50대 남자가 땀을 한 바가지 쏟아내며 들어왔다.

    “아이고, 회장님!”

    김준서 부장이었다. 미래금융 제1팀을 맡은 사람이다.

    그가 성호 앞이 무릎 꿇고 넙죽 엎드렸다.

    “살려 주십시오.”

    성호의 눈이 싸늘해졌다.

    그가 문정철을 가지고 꿀 빨던 놈이다.

    “아직 안 내보냈습니까?”

    성호가 미래 금융의 한지민 사장을 쳐다봤다.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끼치고 횡령까지 한 사람을 아직도 있게 하다니 너무 마음이 약하신 것 아닙니까? 한지민 사장님!”

    성호의 날 선 기세에 식은땀을 흘리며 한지민 사장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우당탕탕…….

    그때 마침 보안요원들이 들어와 김준서를 끌고 갔다.

    앞으로 미래 그룹이 헤쳐나가야 하는 길을 생각하면 한시가 급하다. 이런 쓰레기는 빨리 치우는 게 상책이다.

    “회장님……. 한 번만 기회를…….”

    “김준서 부장님은 내일 횡령과 배임으로 수색영장이 발부될 겁니다.”

    쓰레기를 해결하고 성호는 가까운 휴게실로 문정철을 데리고 갔다.

    마주 앉아 자세히 보니 눈이 맑고 사람 됨됨이가 괜찮아 보였다.

    앞으로의 싸움에 이런 사람이 꼭 필요했다.

    “삼고초려(三顧草廬), 삼국지에 보면 유비가 제갈량을 찾아 3번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시죠?”

    “예, 저도 그 이야기는 잘 압니다.”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네?”

    “그 대목을 읽을 때 유비가 제갈량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게 되지요.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문정철 대리님. 미래 그룹의 구조조정본부 재정팀의 팀장을 맡아 주십시오.”

    “아!”

    문정철은 지금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구조조정본부라면 회장의 옆에서 보좌하는 최측근들이 있는 곳이다. 그만큼 파워가 막강하다.

    그런 자리를 제안하기 위해 미래 그룹의 회장이 직접 자신을 찾아왔다.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그리고 돈 냄새가 났다. 엄청나게 큰돈 냄새가 나며 코가 간질거렸다.

    “한 가지만 들어주신다면 회장님을 따르겠습니다.”

    “말씀하시지요. 무리한 것만 아니면 다 들어 드릴 예정입니다.”

    “제가 미국에 있는 모 기업과 싸울 때 도와주십시오.”

    “…….”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그 모 기업이 멘츄스 그룹인가요?”

    “그걸 어떻게?”

    “저와 적이 같습니다.”

    “아!”

    아버지의 죽음, 월가에서부터 시작된 조사와 그로 인해 알게 된 멘츄스 그룹의 움직임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어떻게든 그들을 막고 싶지만, 힘이 없었는데 이제 미래 그룹의 회장님이 같은 편이다.

    “이성호 회장님. 이 목숨 다해 충성하겠습니다.”

    방금 미래 그룹의 전설적인 재정 담당이 탄생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지금부터 언제나 저와 함께하셔야 합니다.”

    “어디든 쫓아가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대전으로 가죠.”

    자리에서 일어난 성호는 벌써 저 멀리 멀어지고 있었다.

    “넵, 바로 따라가겠습니다.”

    문정철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그냥 버려두고 성호를 쫓았다.

    ***

    -미래 연구소 단지-

    대전에 위치한 미래 연구소 단지는 총 8개의 연구동으로 이루어졌다.

    이곳에서는 미래 그룹을 이끌어갈 기술들이 탄생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돈만 잡아먹는 해충과 같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마나를 이용한 제품과 무기를 개발할 수는 없지.”

    성호는 모든 연구진들을 중앙에 위치한 비전홀로 불렀다.

    비전홀은 시상식이나 시무식을 하는 거대할 홀로서 극장과 비슷한 구조에 300명가량이 착석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곳이다.

    1시간도 안 되어 모든 자리가 찼다. 간이 의자까지 가져와서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았다.

    “이성호입니다.”

    회장이라는 존칭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다.

    도리어 지독하고 묵직한 기세를 일으켜 모든 사람을 압박했다.

    “부족하지만 이번에 미래 그룹의 회장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성호의 기세에 비전홀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미래 그룹의 연구진들이라면 머리가 엄청 좋은 사람들이다. 수재 중에서도 수재들이 모여서 거대한 그룹의 미래를 논의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썩고 썩은 쓰레기들이 있었다. 잘 굴러가지도 않는 머리로 잔머리를 굴려서 돈을 받아내며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었다.

    “먼저 이곳에 모인 분들 중에 그동안 실제 연구는 하지 않고 연구비만 축낸 분들이 있습니다.”

    성호의 말에 모여 있던 연구원들이 웅성거렸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할 줄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외국의 연구를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그대로 카피한 분도 있더군요.”

    성호에게서 날카로운 기세가 비전홀 전체를 채웠다.

    “그런 분들은 오늘부로 해고하겠습니다.”

    성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란스러워졌다.

    “설마 진짜 그러려고?”

    “정식 연구원을 내쫓는다는 건가?”

    “이거 근로기준법 위반 아냐?”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연구원들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때 한쪽에서 두툼하게 프린트한 자료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나눠드리는 문서에는 여러분들 중에서 아무 이유 없이 연구비를 타내고 이를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하신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자진해서 나가신 분들은 용서해드립니다만 퇴직금 및 연금은 몰수입니다.”

    이번에는 기세가 더 날카로워지며 살기로 변했다.

    200명 넘게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자료를 보다가 점점 꿀 먹은 벙어리에서 똥 씹은 얼굴로 변하더니 끝내는 창백해졌다.

    “스스로 나가지 않으면 미래 그룹 차원에서 횡령으로 고발 조치하겠습니다.”

    그때 맨 앞자리에서 대머리에 뿔테안경을 쓴 연구원이 겁도 없이 일어났다.

    “이는 부당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어째서지?”

    반말이다.

    성호에게는 철학이 있다.

    악한 자에게는 악하게, 선한 자에게는 선하게!

    일어난 연구원은 성호의 날카로운 안광에 다리가 다 후들거렸다.

    그러나 여기서 쫓겨나면 그동안 해 처먹은 미래 그룹의 연구비도 장난이 아니기에 그 결과도 두려웠다.

    “연구라는 것이 매번 다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것까지 다 연구원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럼 있지도 않은 장비를 샀다고 하는 것과 하지도 않은 연구를 했다며 성과금을 받아 가고, 외국에서 이미 실험한 데이터를 가져와서 자신들이 했다고 꾸미는 것도 전부 옳다는 건가? 윤의찬!”

    “그, 그건.”

    윤의찬 제1 자동차 연구팀장이었지만 성호는 그의 직급은 부르지도 않았다. 없어질 직급 따위는 필요도 없었다.

    저지른 일이니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윤의찬, 넌 그냥 미래 그룹의 기생충이다. 박멸해 주지.”

    “아니! 나이도 어린 게 회장이면 다야!”

    윤의찬이 성호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경호원들에게 붙들려 밖으로 쫓겨났다.

    “내일 아침까지입니다. 회사 법무팀이 오기 전에 결단을 내려 미래 그룹에서 나가 주시길 바랍니다.”

    성호가 단상에서 내려갔지만, 자리를 떠나는 사람은 없었다.

    미래 그룹의 연구소에서 연구비를 용돈처럼 사용하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성호가 문서로 나누어준 자료는 총 28명의 사람만 표적으로 삼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진해서 나가야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이 정도만 해도 나머지는 겁을 집어먹고 함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성호가 나가고 나서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났다.

    편하고 좋은 호구. 아니 직장을 얻었다고 좋았는데 이제 나가야 할 판이다.

    성호가 밖으로 나오자 그 뒤로 최태욱, 박동진, 문정철이 따랐고 그들을 보조하는 구조조정본부의 실무자과 경호원들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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