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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15화 (15/225)
  • 《15화》

    방송과 신문사들이 이번 미래 그룹의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서 회장이 교체된 것을 대서특필했다.

    각 방송사마다 미래 그룹의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 횡령 및 경영 방만을 이유로 이용찬 회장을 해임했다고 내보냈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더구나 뒤를 이어 미래 그룹을 이끌어 나갈 회장으로 선출된 이성호라는 인물은 나이가 이제 막 20세가 된 청년이라고 하니, 믿기지 않는 사건이었다.

    [미래 그룹 회장 교체는 위기인가? 기회인가?]

    [미래 그룹 20대의 회장 선출이라는 무리수]

    [젊은 경영인 체제로 나아가는 미래 그룹의 전망]

    이성호라는 회장에 대해서 궁금해했지만 그에 대해서 세상에 알려진 것은 전혀 없었다.

    전대 회장이었던 이용국 회장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돌자 기자들이 소문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끝내 이성호가 과거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이용국의 아들이 맞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성호 회장을 이용찬이 법정 대리인으로 키워 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에 다닌 흔적이 없다. 그래서 성호를 한국에서가 아닌 외국에서 공부한 엘리트라는 추정을 내놓았다. 아주 엘리트 교육을 밟아 갔다고 추측한 것이다.

    성호의 정체가 사실은 이용찬이 비밀리에 특별 경영 수업을 시키며 키운 인재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신문사 중에서 국민의 신뢰를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서울신문이다.

    중심을 잡고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서울신문을 신뢰하고 있었다.

    그 서울신문 본사 빌딩의 편집실은 바쁜 하루로 정신이 없었다.

    “김진국 편집장! 그 사진 어디다 놨어?”

    “아까 준 USB에 넣어 드렸잖아요.”

    “내가 그걸 어떻게 봐 이 사람아, 프린터 해서 가져와”

    “네. 까라면 까야죠.”

    한국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자랑하는 서울 신문의 편집실은 난리가 났다.

    12년 전의 자료들을 찾아서 편집하고 새로운 미래 그룹의 회장이 된 이성호의 사진 중에서 제대로 나온 사진을 찾아 편집해야 했다.

    “이거 너무 어린 거 아냐?”

    편집국장의 손에는 7살 남자아이의 사진이 들려 있었다.

    그것도 어떤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있던 것을 얼굴만 편집해 가져온 것이다.

    그 많은 기사 중에서 유일하게 찾은 사진이다.

    “그런데 그거 하나뿐인걸요…….”

    “어쩔 수 없지.”

    그날 서울 일보의 기사에는 7살 어린 남자아이의 사진이 실리며 그가 이번 미래 그룹의 새로운 회장이라고 기사를 내보냈다.

    물론 지금은 20세라는 말도 넣었지만, 사람들은 보이는 것을 먼저 기억한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미래 그룹의 회장이 되었다는 이성호의 이미지를 7살 난 아이의 사진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겁에 질리고 두 눈은 눈물 자국이 가득한 사진이었다.

    사진은 빠르게 퍼졌다.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의 프로필에 그 사진이 올라가기까지 했다. 지금은 미래 그룹의 요청으로 빈칸으로 되어 있다.

    미래 그룹의 구내식당에서도 많은 사람이 이성호를 검색하고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했다.

    “소문 들었어? 새로운 회장님이 20대라는데 엄청난 미남이래.”

    “드라마에서 보면 그런 왕자님이 나 같은 일반인에게 대시도 하고 그러던데.”

    “꿈 깨라, 이 지지배야.”

    미래 그룹의 회사원들은 새롭게 교체된 이성호라는 회장에 대해서 궁금해했다.

    나이는 어려도 너무 어렸다.

    20대의 나이 어린 회장,

    그리고 그가 이용찬에 의해서 비밀리에 만들어진 인재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가 천재라는 소문이 있는가 하면 미국의 MIT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비밀리에 한국에 입국해서 회장 자리를 인계받았다는 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세계에 몇 대 없다는 부가티 티보였고 시계는 몇억이 넘는다고들 했다.

    그런 소문의 그가 매일 구내식당 구석에서 같이 식사하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쩝쩝……. 정말 맛있네. 반찬 종류도 다양하고.”

    성호에게 구내식당의 밥은 정말 훌륭했다. 그동안 소망 정신병원에 갇혀 지내며 먹은 것은 정말 쓰레기였다.

    회장인 성호가 이런 생활을 왜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성호 성격 자체가 특별대우 받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12년간이나 정신병원에 갇혀 살다 보니 특권 의식 자체가 없었고 그런 특권을 받을 생각도 없었다.

    최태욱 실장이 성호에게 간곡히 부탁하며 주변 호텔을 추천했지만 반대했다. 할 일이 태산 같은데 호텔에 있을 수는 없었다.

    출퇴근하는 시간도 아까워서 잠은 회장실에서 잤다. 최태욱 실장이 구석에 침대를 가져다주어서 소파에서 쪽잠을 자는 신세는 간신히 면했다.

    -똑똑.

    “회장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문 밖에서 최태욱 실장이 성호를 불렀다.

    “누구지?”

    “멘츄스 그룹의 폴 막스라고 합니다.”

    “그래?”

    성호의 눈이 스산해졌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흉이 바로 멘츄스 그룹이다.

    폴 막스라면 멘츄스 그룹의 존 막스 회장의 손자다.

    임시 주주 총회 때 본 기억이 났다.

    곱슬거리는 금발 머리에 창백한 얼굴, 서늘한 눈빛의 녀석으로 독특한 분위기여서 기억이 났다.

    최태욱 실장의 말을 빌리자면 겉모습은 순힌 양 같지만, 안에 야수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5분 뒤 미팅실에서 보지.”

    “알겠습니다.”

    같은 층에 있는 미팅실은 말이 미팅실이지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정원과 인공 호수까지 따로 만들어진 곳이다.

    미팅실은 총 3개 정도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협상이나 사업적인 일을 위한 장소이기에 고급스러운 가구들과 그림으로 꾸며 놓았다.

    그런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성호는 간단한 차림이었다.

    미팅실에는 폴 막스와 그의 경호원과 비서들이 성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Nice to meet you. Lee Seong-ho, chairman of the MIRE Group.”

    (반갑습니다. 미래 그룹 회장인 이성호입니다.)

    유창한 영어에 폴 막스의 눈가에 놀람이 스치다가 곧 웃음으로 바뀌었다.

    의외의 상황을 만났을 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폴 막스만의 비법이었다.

    누구라도 친해지고 싶을 정도로 친절한 웃음이었다. 하지만 푸른 눈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어, 그렇다고 가까이하기에는 뭔가 꺼려지는 인상이었다.

    “12년이나 갇혀 살았는데도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시는군요. 저는 멘츄스 그룹의 회장님이신 존 막스의 손자 폴 막스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뻔뻔하게.”

    “과거의 일 때문이면 제가 사과하죠. 사업이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서로 좋은 일만 할 수 없죠.”

    둘의 대화는 영어였지만 매우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둘 사이에 일렁이는 기세는 살기와 분노로 일그러졌다.

    살기(殺氣)

    아직 온전하지는 않지만, 천마 가람이 가지고 있던 살기다.

    그런 것을 폴 막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았다.

    “12년간이나 정신병원에 갇혀 사시더니 기세가 장난이 아니네요.”

    “누구 덕분에 미쳐 있기는 하죠.”

    성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점점 짙어졌다.

    “워워, 흥분하지 말죠? 오늘은 싸우자고 온 게 아니라 사업 이야기를 하려고 온 겁니다. 과거 일은 제가 사과하죠.”

    전혀 미안해하는 표정은 아니다.

    폴 막스가 멘츄스 그룹의 주인이라면 한 방에 해결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여기서 소란을 일으켜 봤자 성호만 손해다.

    성호가 분노로 폭발하려던 것을 간신히 참았다.

    풀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할 수는 없었다.

    이 녀석은 멘츄스 그룹의 머리가 아니다.

    “무슨 일로 왔죠?”

    “저희 멘츄스 그룹이 미래 홀딩스의 대주주라는 것은 아실 겁니다.”

    “왜? 주식매수권이라도 행사하실 생각이십니까?”

    “네, 전부 팔 생각입니다. 그러면 아마 미래 그룹은 엄청난 자금난에 허덕일 겁니다.”

    그게 문제다.

    주식매수권은 반대쪽에 선 대주주들이 자신들의 주식을 강제로 회사가 매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렇게 함으로 상대에게 경영 어려움을 주는 방편으로 사용된다.

    “원하는 게 뭡니까?”

    “저희 주식을 그냥 드리는 대가로 미래 MID, 미래 BT를 인수하고 싶습니다.”

    “미래 MID, 미래 BT?”

    “모두 미래 그룹에서는 손자 회사로 작은 회사인 데다가 이익은 별로 대단하지 않은 회사들이죠.”

    성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미래 MID, 미래 BT가 뭘 만드는 회사인지 아시리라 생각하는데, 아닌가요? 그런데도 인수하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군요.”

    미래 MID는 미래 중공업 손자 회사로 장갑차와 전차, 군용 트럭을 생산한다.

    미래 BT는 미래 조선 산하에 있는 기업으로 대한민국의 이지스함, 초계함, 구축함 등의 해군 함정에 사용하는 레이더와 미사일까지 개발하고 생산하는 업체이다.

    솔직히 남북정상회담 같은 일로 평화적인 분위기인 지금 미래 그룹에 이익이 되는 계열사는 아니었다.

    심지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핵심 군사 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을 외국 기업에 판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다.

    대한민국은 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자원이 없으니 수입과 가공에 목숨을 거는 나라다.

    수입에 의존하는 물량은 어마어마했고 당장 식료품 중 한 품목, 그리고 오일을 수입할 수 없게 되면 나라가 휘청거릴 거다.

    거기에 나라를 지키는 무기까지 외국에 넘어가면 다른 나라에 의존하게 된다.

    그렇게 하나씩 내주다 보면 주권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

    이는 일제 강점기 때 정미칠조약(丁未七條約)으로 인해 대한 제국의 군대가 해산하는 일과도 같다.

    군대가 해산하고 일본이 지켜주는 나라는 더 주권 국가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절대로 다른 나라에 군사 기반을 떠넘길 수는 없다.

    “이 두 기업을 넘기면 미래 홀딩스의 10%에 해당하는 주식 770만 주와 십억 달러를 더 드리지요.”

    미래 홀딩스의 주식은 미래 그룹을 관리하는 중추기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미래 그룹 자체를 휘두를 수 있는 힘이니까 말이다.

    돈으로만 환산해도 미래 그룹의 지주 회사인 미래 홀딩스의 1%에 해당하는 주식이 2,695억 원이니 총 2조 6,950억 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추가금으로 준다는 십억 달러는 원화로 1조 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폴 막스의 말에 성호의 눈이 꿈틀거렸다. 이건 뭔가 이상한 거래였다.

    이용찬이라면 돈이 되니 덥석 물었겠지만, 성호는 아니다.

    그리고 뭔가 지독하게 더러운 냄새가 났다.

    “절대 불가합니다. 미래 MID은 대한민국의 국방을 지키는 원동력입니다. 그걸 다른 나라 회사에 팔아먹으라니 말도 안 됩니다.”

    “인수 비용이 마음에 안 드시나요?”

    “인수 비용이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절대로 팔 수 없습니다.”

    폴 막스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한국의 국방이 걱정되면 미래 MID에서 미국의 멘츄스 그룹이 생산하던 첨단 무기들을 생산하기로 하죠. 어때요? F-35나 이지스 함 같은 미국의 첨단 무기들을 생산하면 되지 않나요? 이 정도면 북한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겁니다.”

    원래 대한민국 국방의 기술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기술협약을 받고 가져온 것들이 대부분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렇게 대놓고 달라고 하는 것은 이상했다.

    성호는 한숨이 나왔다.

    “군수 기업을 빼앗기는 경우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미래 그룹은 별 상관없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상관이 있죠. 전쟁할 생각이십니까?”

    성호의 말에 폴 막스의 눈이 꿈틀거렸다.

    전쟁.

    서로 죽이기 위해 무기를 사용하는 싸움이다.

    자비나 인권 같은 건 전쟁 중에 사치에 불과하다.

    “누구에게 들었죠?”

    “혹시나 했는데 진짠가 보죠?”

    “전쟁에 대해서 들으려면 회장님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겁니다.”

    “저는 들어야겠습니다.”

    잠시의 침묵이 이어졌다.

    미래 그룹 회장 자리가 이용찬으로 남아 있었으면 쉬운 일이었겠지만 지금의 미래 그룹 회장은 이성호다. 그리고 이성호는 자신의 편이 아니다.

    폴 막스가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이성호 회장님께서 그렇게 나오신다면 어쩔 수 없죠.”

    자리에서 일어난 폴 막스가 구겨진 옷을 피면서 말했다.

    “저는 분명히 멘츄스 그룹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앞으로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조심하도록 하죠. 제가 바빠서 마중은 못 나갑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폴 막스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그대로 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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