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13화 (13/225)
  • 《13화》

    “저게……. 성호라고?”

    가장 많이 놀란 것은 이용찬이다.

    성호는 원래 소망 정신병원에서부터 뼈와 가죽만 남은 상태였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라고 지시했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특히 뇌사 판정을 받았을 때 확인한 상태는 거기에서 더 말라비틀어져 있던 폐인 상태였다.

    그런데 저 당당한 모습은 뭐란 말인가?

    양복에 가려 있어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한 저 대단한 근육들은 또 뭐고 말이다.

    이용찬의 믿을 수 없다는 반응에 최태욱 실장이 대답했다.

    “이성호 님이 맞습니다.”

    최태욱의 말을 듣고 보니 얼굴과 목소리, 눈빛만은 성호가 맞았다.

    그리고 저 기세는 미래 그룹의 초대 회장이던 아버지를 보는 듯했다. 이용찬은 그렇게도 무섭던 아버지의 기세를 성호에게서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역시 녀석도 호랑이 새끼라는 건가?’

    꿀꺽.

    성호의 기세에 회의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들이 느끼는 기세는 야수가 미쳐 날뛰기 직전에 먹잇감을 노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주변의 공기가 자신들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숨쉬기도 어려웠다.

    그토록 단점이라고 손꼽았던 어리다는 점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내 자리는?”

    “이쪽입니다.”

    문 옆에 서 있던 보안 요원이 성호의 자리를 이용찬의 맞은편에 마련했다.

    성호가 들어오자 한쪽 책상에 앉아 있던 박동진 변호사가 눈인사했다.

    성호도 아는 체를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용찬 회장의 반대편 제일 윗자리에 배정된 자리에 앉았다.

    성호가 자리에 앉자 가장 기분 나빠 하는 사람은 이용찬 회장이었다.

    “이성호 씨도 주주 총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임시 주주 총회의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자리에 앉자 맞은편에 이용찬이 보였다.

    대머리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는 심술보가 가득했다.

    “작은아버지, 12년 만이네요. 잘 계셨습니까?”

    입은 웃고 있었지만, 성호의 눈에서는 분노로 인해 진득한 살기가 줄줄이 뿜어져 나왔다.

    “그래, 오랜만이다.”

    대외적으로는 이용찬이 죽은 형을 대신해서 성호를 키우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네요. 작은아버지.”

    “그래?”

    “네, 돌려받을 게 많아서요.”

    “돌려받을 수나 있냐?”

    “물론이죠.”

    박충길이 또다시 이용찬의 눈치를 봤다.

    그는 다시 땀이 나는지 뚱뚱한 손수건으로 얼굴을 훔치며 임시 주주 총회를 이끌어 갔다.

    “그럼 지금 부터 자신의 의견을 발표해 주권대로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때 박동진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변동 사항이 있습니다.”

    박동진 변호사가 가방에서 두툼한 서류를 꺼내더니 그것을 옆에 있던 다른 변호인단에게 나눠 주었다.

    “전대 회장님이신 이용국 회장님의 사모님이셨고 여기 있는 이성호 님의 어머님 되시는 김사라 님의 주식, 리턴임페리어 주식을 이성호 님에게 양도합니다. 여기 법적인 서류와 증빙 서류들입니다. 미래 홀딩스의 총 18%에 해당하는 주식, 1,386만 주 입니다.”

    박동진 변호사의 말에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여기서 리턴임페리어가 왜 나와?”

    “그럼 그동안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리턴임페리얼 주주가 김 사라였다고?”

    6.25 전쟁이 끝나고 다들 어려웠던 시절에 초대 회장이었던 이만식 회장을 도운 재미 교포가 세운 회사가 바로 리턴 임페리얼이다.

    그 도움으로 미래 그룹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기에

    이윤을 생각하지 않고,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뜻에서 미래 홀딩스의 전체 주식 중 18%에 해당하는 주식을 배당했다.

    그 인연으로 리턴임페리얼의 손녀인 김사라와 이용국이 결혼해서 성호가 태어났고 미래 홀딩스의 리턴임페리얼 주식도 옮겨 왔다.

    김사라가 지병으로 죽고 박동진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관리하다가 이제야 이성호에게 양도된 것이다.

    “이미 금감원과 거래소에 4시간 전 보고되었고 주주 총회 의결 전 보고하였기에 서류상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감사와 변호사들이 전부 서류를 살폈지만,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는 양도 계약서다. 원래는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이용찬이 수시로 보고 받고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었으나 최태욱이 교묘하게 보고하지 않았다.

    이용찬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이제 성호는 미래 홀딩스의 주식 3,850만 주나 가지게 되었으며 돈으로 환산하며 한주에 35만 원쯤 하니 13조 4,750억이나 되는 주식이다.

    이용찬은 자신이 소망 정신병원에 가둔 녀석이 보잘것없는 조카 녀석이 13조가 넘는 주식을 가지고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회의 진행 안 합니까?”

    성호의 외침에 의장석에 앉아 있던 박충길이 정신을 차렸다.

    “흠흠, 죄송합니다. 지금부터 각자의 주권에 대한 의결권을 발의하겠습니다.”

    의사봉이 딱딱하고 소리를 내며 시작을 알렸다.

    “내가 가진 462만 주는 반대에 걸겠네.”

    이용찬 회장이 가장 먼저 반대 의사를 밝혔다.

    “8만 주, 저도 반대입니다.”

    “12만 주, 저도 이용찬 회장님이 교체되는 것에 반대입니다.”

    소주주들은 이용찬 회장의 손을 들어 주었다.

    서늘한 눈빛으로 멘츄스 그룹의 폴 막스가 손을 들었다.

    “I oppose the change of CEO of MiRae Group.”

    (저는 미래 그룹의 CEO가 바뀌는 것에 반대합니다.)

    폴 막스는 당연히 이용찬의 편을 들어줬다.

    “3850만주, 저는 미래 홀딩스 자본에 대한 횡령과 경영의 부실, 미래 그룹의 발전을 위하여 이용찬 대표 이사를 해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호가 자신의 의사를 당당하게 밝혔다.

    하지만, 여러 주주들과 이용찬 회장은 그런 이성호를 비웃었다.

    비록 군수 기업인 미래 MID는 넘어갔지만 미래 그룹은 자신이 계속 소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이곳에 참석한 주주들이 가진 주식은 이성호가 3,850만 주, 이용찬 462만 주, 소주주들이 762만 주, 멘츄스 그룹이 770만 주로서 총 주식은 5,844만 주고 그중의 3분지 1인 1,948만 주 이상만 반대해도 이용찬은 해임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용찬의 우호 지분이 벌써 1,994만 주기에 이용찬은 해임이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 투표 결과를 말씀드립니다. 출석하신 주주님들의 총 주식은 5,844만 주고 이 중에서 3,850만 주가 이용찬 대표 이사 해임에 찬성하였고 1,917만 주가 반대하셨습니다.”

    이용찬의 얼굴에 당혹감이 그려졌다.

    “왜 1,994만 주가 아니고 1,917만 주야?”

    “오늘 참석하신 분 중에 아직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분이 있습니다. 참석하신 모든 분의 주식에서 77만 주가 모자랍니다.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시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의장인 박충길의 말에 회의장이 어수선해졌다.

    77만 주가 모자라면 참석한 주주들의 총주식 수가 5,844만 주가 아닌 5,775만 주가 되고 그중에 3분지 2가 3,850만 주다. 그렇게 되면 딱 성호가 가진 주식과 같아진다.

    “누가 아직도 투표 안 한 거야?”

    “어서 빨리합시다.”

    사람들은 서로를 살피며 누가 투표를 안 했는지 찾았다.

    “제가 아직 안 했습니다.”

    이용찬 회장 뒤에 있던 최태욱 실장이 손을 들었다.

    자신의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최태욱이 손을 들자 이용찬 회장이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최태욱 실장의 77만 주가 반대를 외치는 순간 자신이 승리할 것이고 그 뒤에 성호는 어떻게든 죽여 버릴 것이다.

    “내가 이긴 듯하군. 주주총회가 끝나면 확실히 처리해 주도록 하지.”

    “작은아버지, 지금이라도 빌면 용서해 드리죠.”

    “뭐? 빌어? 용서? 크하하하. 역시 아직도 미쳐 있구나.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안 돼?”

    최태욱 실장은 온전히 자신의 사람이다.

    자신이 얼마나 잔인한지, 또한 자신이 얼마나 지독한지 아는 그는 절대로 자신을 배신하진 않을 것이다.

    최태욱 실장이 천천히,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77만 주, 저는 이용찬 대표 이사의 해임을 찬성합니다.”

    이용찬이 최태욱 실장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설마 자네가 말한 것은 아니지’ 하는 표정이었다.

    최태욱 실장은 이미 한쪽이 부러져서 써봐야 삐딱하게 써질 뿐인 안경을 벗었다.

    안경을 벗으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세상이 달라 보이니 이제야 저 돈과 권력에 미친 돼지 같은 이용찬이 보였다.

    “최 실장! 이게 뭐 하자는 짓이지?”

    “저는 앞으로 이성호 님을 모시기로 이미 다짐을 했습니다. 그럼”

    -꾸벅.

    최태욱 실장이 이용찬에게 꾸벅, 인사하더니 성호 뒤에 가서 섰다.

    성호가 그런 최태욱 실장을 한 번 쳐다보더니 승리의 미소를 이용찬에게 보냈다.

    최태욱 실장은 이미 노예 마법진이 찍혀 있기에 성호를 배신할 수 없다.

    “박충길 의장, 회의 진행을 늦추면 이의 제기하겠습니다.”

    최태욱 실장이 경고를 날렸다.

    그가 지금 비록 성호의 노예지만 평상시는 어두운 일을 처리하는 냉정하고 악마 같은 놈이다.

    박충길이 볼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내더니 덜덜 떨면서 말했다.

    “대표 이사 해임 찬성 3,927만 주, 반대 1,917만 주로 이용찬 대표를 해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성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기가 끝난 이사들의 해임에 대해서도 저는 동일하게 주권을 행사하겠습니다. 모든 이사가 해임되면 남은 이사가 한 명뿐이라 법적 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여기 있는 최태욱 실장을 사내 이사로 임명하겠습니다.”

    반대할 수도 없었다.

    지금 최태욱 실장까지 성호의 편이다. 이미 3분지 2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지고 결정하겠다는데 거부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분위기는 이성호의 편이다. 주주 총회는 주식이 가장 많은 자를 이길 수 없다.

    이번에는 최태욱 실장이 손을 들고 일어났다.

    “대표 이사로 이성호 이사를 추천합니다.”

    “말도 안 돼!”

    이용찬의 절규가 회의장에 울렸다.

    “이대로 대표 이사 자리를 비워 둘 겁니까? 정관에 따라 대표 이사는 이사의 추천과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성호의 말에 임시 주주총회에 모인 모든 사람이 이용찬과 이성호를 번갈아 쳐다봤다,

    “저는 최태욱 이사의 추천을 받아들여 제 주권을 행사겠습니다. 따라서 미래 홀딩스의 대표 이사 및 미래 그룹의 회장직을 받겠습니다.”

    게임은 끝났다.

    주주 총회가 끝나면 이용찬은 한 명의 주주로 전락하고, 이성호는 대표 이사가 된다. 이제 누구의 편을 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뻔하다.

    이미 여기 모여 있는 주주들의 주식 중 3분지 2를 성호가 가지고 있기에 반대가 있을 수가 없다.

    주주총회에서는 주식의 수가 힘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억울하게 이용찬에게 빼앗겼던 미래 그룹이 성호에게 다시 돌아왔다.

    주주 중 몇몇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함을 질러댔다.

    “뭐야 이거?”

    “이래도 되는 거야? 난 반대라고!”

    “말도 안 돼, 무효야 무효!”

    이들 중에서 가장 황당해하고 화가 난 사람은 이용찬이다.

    “최태욱, 네가 나를 배신해? 성호 네가 날 엿 먹여? 크악!”

    화가 난 이용찬이 앞에 놓인 마이크를 집어 던지는 것을 시작으로 회의장은 난장판이 되었다.

    미래 그룹의 보안 요원들이 우르르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이성호를 끌어내!”

    이용찬의 말에 보안요원들이 성호에게 달려들었지만, 그 앞을 최태욱이 막아섰다.

    “오늘부터 이용찬은 대표 이사에서 해임되었고 이성호 님이 회장님입니다.”

    보안 팀장 이상구는 순간 갈등했다.

    자신이 충성하는 곳은 이용찬이 아니라 미래 그룹이다.

    “저 자식은 사기꾼일 뿐이야 내가 진정한 미래 그룹의 회장이라고.”

    이용찬의 발악에 경호원들이 갈팡질팡하며 성호와 이용찬을 번갈아 바라봤다.

    “내가 누군지 몰라? 나 비서실장 최태욱이다. 여기 계시는 이성호 님이 미래 그룹의 새로운 회장님이다.”

    최태욱은 미래 그룹의 비서실을 장악한 실세다.

    보안 팀장 이상구는 펄럭이는 서류들을 알아볼 정도의 능력은 안 되지만 분위기는 읽을 줄 알았다.

    “새로운 회장님을 보호한다.”

    이상구 팀장의 말에 보안 요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성호를 에워싸듯 호위했다.

    “작은아버지 오늘부터 미래 그룹 회장실은 제가 쓰겠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셔서 쉬셔야죠. 저는 이만 바빠서 실례하겠습니다.”

    “뭐라고? 너 거기 안 서!”

    이용찬이 발악하며 달려들었지만, 보안요원들에게 막혀 버렸다.

    “아! 그리고 저와 반대편에 서신 주주님들의 주식을 매수할 의사가 있으니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하시길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성호는 경호를 받으며 회의장을 나갔다.

    이용찬 회장을 지지하던 세력은 분노와 억울함, 황당함을 느꼈고 반대로 성호와 박동진 변호사, 최태욱 실장은 당당한 모습이었다.

    “역시 한국은 재미있는 일이 많네.”

    조용히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폴 막스가 입맛을 다시며 성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막시무스, 암살자들을 불러, 저 녀석을 먹어야겠다.”

    “알겠습니다.”

    오른쪽 볼에 기다란 칼자국이 있는 흑인, 막시무스가 고개를 숙였다.

    드디어 성호를 대상으로 로스차일드 가문의 폴 막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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