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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12화 (12/225)
  • 《12화》

    미래 그룹 빌딩은 45층 높이의 빌딩으로 남색 쪽빛의 창들이 줄이어 반짝이고 있었다. 서울시 건축 대상에서 수상한 바가 있는 아름다운 건물이다.

    주변으로는 검찰청 등 중요한 건물들이 많아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가였다.

    그런 미래 그룹의 빌딩 1층 앞에 1대의 고급 외제 승용차와 10대의 봉고차가 주르르 멈추어 섰다.

    빌딩 정문에 대기 중이던 주차 요원이 짜증 난 표정으로 달려갔다.

    “아니! 아저씨 거기에 주차하면 어떻게 해요. 차 빼요!”

    주차 요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봉고차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망치파 조직원들 100명이 우르르 내렸다.

    -꿀꺽.

    팔뚝 전면을 수놓은 문신에 누가 봐도 예사 사람이 아닌 듯한 덩치,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조폭이었다.

    “차 빼? 빼라면 빼야지”

    친절한 말투인데 얼굴은 그게 아니다.

    “아니, 그게 말이죠…….”

    뭐라 하던 주차 요원은 조직원들의 인상에 겁에 질려 도망치듯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퍽!

    “끄윽!”

    살기등등하던 백광현이 갑자기 뒤통수를 잡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친절하게 하라니까.”

    “네, 넵.”

    성호는 혀를 끌끌 찼다. 아무리 제 노예가 되었다고 해도 평생을 해 온 습관은 못 버리나 보다.

    성호가 차에서 내렸다.

    망치파 조직원이 차에서 내려 인도에 쭉 도열해서 성호를 아무도 보지 못하게 막았다.

    “무슨 일이야?”

    “영화 찍나?”

    양쪽에서 인도를 지나가지 못하는 시민들이 망치파를 보며 웅성거렸다.

    “12년만인가?”

    성호는 고개를 올려 미래 그룹의 빌딩을 쳐다보았다.

    7살 때 몇 번 아버지를 따라 와봤던 기억이 났다.

    “추억이 새록새록 하군. 들어가 보지.”

    “넵.”

    성호가 앞장 서자 그 뒤를 백광현이 따랐다.

    그 뒤로 100여 명의 망치파 조직원들이 미래 그룹의 1층 로비에 들어서자 그 위압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1층 로비에는 휴게실 및 커피숍, 매점이 있었고, 가운데로는 커다란 광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 중앙 광장을 지나가야 회의실로 올라가는 승강기를 탈 수 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럿이 나타나 백광현 앞을 가로막았다.

    이미 기다리고 있었는지 방검복 뿐만 아니라 손에는 삼단봉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모두 20명 정도였는데 단단해 보이는 체격과 백여 명의 망치파 조직원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눈에서 그들이 보통 보안 요원들이 아님을 말해 주었다.

    미래 그룹의 보안요원 팀은 대부분이 군대에서 특수 분과에 해당하는 곳을 졸업한 베테랑이었다.

    그중에서 몇 명은 복싱이나 태권도, 유도, 격투기에서 프로로 뛰었던 경력이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뭐야? 어디서 길을 막고 지랄이야!”

    백광현이 자신들을 막아서는 보안 요원들에게 성질을 냈다.

    “백광현, 뒤로 물러나 있어.”

    “넵, 주인님!”

    성호가 앞으로 나섰다.

    이제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는다. 얼굴에도 살이 올라 남자답게 생겼고 검은색 양복을 입었음에도 밖으로 드러난 근육들 때문에 균형 잡힌 모습이 멋있었다.

    성호는 기세를 끌어 올렸다.

    천마기세(天魔氣勢)

    천마 가람이 중원을 제패할 때 퍼트리던 그 기세였다.

    보이지는 않지만, 붉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퍼지면서 주변을 덮었다.

    성호에게서 절대자에게서 나타나는 포스가 흘러나오자 보안요원들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난 여기 임시 주주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 이성호다.”

    보안 요원들은 이성호라는 말에 눈빛이 달라졌다.

    그것을 발견하지 못할 성호가 아니었다.

    이미 이용찬과 이들 보안 요원들 사이에 어떤 말이 오고 갔음을 알아챈 것이다.

    “이용찬 회장님께서 당신을 들여보내지 말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이렇게 나올 줄 알았지.”

    성호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보안 요원들이 그런 성호를 막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성호의 옷자락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냥 스윽 하고 지나간 것 같은데 이미 보안 요원들의 포위망을 벗어나 그들의 뒤로 지나간 뒤였다.

    외형만 따라 했지만 형태는 천마군림보였다.

    내딛는 걸음. 걸음마다 천하를 호령하는 기운이 서려 있고 만 가지 형상을 가졌기에 누구도 가까이할 수 없는 보법이다.

    “뭐야?”

    “어떻게 지나간 거야?”

    어리둥절한 그들을 향해서 백광현이 하얀 이빨을 내보이며 잔인하게 웃었다.

    “좋아. 오랜만에 날뛰어 보자!”

    “예, 형님!”

    백광현은 전에 성호를 죽이기 위해 별장에 데려갔던 녀석들뿐만이 아니라, 강남에 있는 모든 조직원을 총동원했다.

    “이 감자 씨야!”

    “젖갈을 담가 불라!”

    “강아지 새끼!”

    험악한 말투의 망치파 조직원이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보안 요원에게 달려들었다.

    미래 그룹의 보안 팀과 강남 일대를 주름잡던 망치파가 붙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미래 그룹 빌딩 1층 광장은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로 엉망이 되었다.

    이런 막장 싸움에서도 백광현의 활약은 놀라웠다.

    거대한 덩치로 보안 요원 두세 명을 한 방에 바닥에 눕히고는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다음 먹잇감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나머지 깡패들은 보안요원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나마 백광현이 데려온 망치파 조직원들이 많아 그나마 균형이 맞춰지고 있었다.

    “보안 1팀은 깡패 새끼들을, 2팀은 지금 엘리베이터로 가는 이성호를 막는다.”

    여기저기에서 수십 명의 보안 요원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그들이 성호가 가는 길을 또다시 막아섰다.

    “이거 주주 총회에 늦는 거 아닌지 몰라.”

    성호는 우르르 나타난 보안 요원들 앞에서도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그냥 앞으로 걸어가는 것 같지만 그를 잡기 위해 달려드는 누구도 성호를 잡지 못했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온 성호는 자신을 뒤따라오는 보안 요원들을 돌아봤다.

    -툭.

    앞서가던 보안 요원 중 한 명의 다리를 걸자 균형이 무너진 보안요원이 뒤로 넘어지면서 뒤따라오던 보안 요원들과 뒤엉키며 넘어졌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간 성호는 VIP 전용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황금색의 겉모습만 봐도 딱 VIP 엘리베이터였다.

    “이걸 타고 가야 하는군.”

    이미 최태욱 실장에게 VIP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한 방법을 설명 들었기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올라가는 버튼을 눌렀다.

    임시 주주총회 회의실이 있는 15층에서부터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막아! 엘리베이터를 타게 하면 안 돼!”

    성호가 자신의 바로 뒤까지 다가온 보안 요원의 팔을 잡아서 빙글 돌렸다.

    “으악!”

    비명을 질러대는 보안 요원을 빙글 돌리더니 바닥에 처박히기 직전에 방향을 바꿔 뒤에 쫓아오던 보안 요원들에게 던져 버렸다.

    뒤에 따라오던 보안 요원들이 서로 부딪히고 엉키며 또다시 우르르 쓰러졌다.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안에는 보안 요원들이 가득 들어있었는데 성호를 발견하자마자 달려들었다.

    아니, 달려들려고 했지만, 성호가 한 발자국 더 빨랐다.

    -쏙

    성호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보안 요원들은 성호가 도리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자 황당해서 쳐다보았다.

    그러는 순간 번쩍이며 성호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천마 신권(天魔神拳), 제2장 천마혈강(天魔血江)!]

    -파파파팍!

    심상치 않은 파공음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보안 요원들이 팝콘 튕겨 나오듯 밖으로 날아갔다.

    “정원 초가네요. 그럼 이만.”

    순식간에 바닥에 눕혀진 요원들은 벙찐 얼굴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성호를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임시주주총회 회의장은 또 다른 분위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흡사 이성호 규탄 대회라도 되는 듯 각자 불만을 성토하고 있었다.

    “여러분! 그동안 회장님께서 여러분에게 베푸신 은혜가 얼마입니까? 그런데 회장님을 바꾸시겠습니까? 절대로 그럴 수는 없습니다.”

    “옳소!”

    “그 성호라는 어린 녀석을 몰아냅시다.”

    “횡령이라니요. 아직 법적인 결과가 나오기 전이니, 무죄 추정의 원칙 아닙니까?”

    분위기는 이렇게 이용찬의 추종자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용찬은 흐뭇한 얼굴로 자신을 지지하는 많은 주주를 쳐다보았다.

    그동안 미래 그룹이 많이 망가지기는 했지만, 자신의 사람들로 만들기 위해 해온 일들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석하신 주주들의 투표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출석을 부르겠습니다. 이는 미래 홀딩스의 정관 제 8조 5항에 따라 출석한 주주들만 의결권이 있기 때문이며, 호명하면 거수로 주주총회 참석을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박충길은 성호가 오지도 않았는데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리인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주권 6만 주 행사하실 한양 대학교의 장차기 이사님.”

    “여기 있소.”

    “주권 231만 주 행사하실 국민연금 박주민 이사님.”

    “네.”

    “주권 8만 주 행사하실 민족당의 서주영 의원님.”

    “네.”

    25명의 주주는 각자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손을 들고 자신이 회의장에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이를 확인한 감사 변호사들은 참석자 명단과 제출한 주식의 수를 확인했다.

    “주권 77만 주를 행사하실 미래 그룹의 최태욱 실장님”

    “네.”

    최태욱의 이름도 빠지지 않고 불렸다.

    미래 홀딩스의 77만 주, 즉, 1% 지만 그도 주주 총회에 참석할 정도의 주주로서 등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용찬 회장은 각 주주가 호명되는 동안 회의장 안으로 이성호가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웃었다.

    지금쯤 보안 요원들에게 붙잡혀 감금되어 있을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 것이다.

    “크크크, 이성호 녀석. 제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손바닥 안에 있을 뿐이다.”

    이미 기관과 소주주들의 주식 762만 주가 자신을 지지하고 있고, 770만 주를 가진 멘츄스 그룹도 자신을 지지하기로 했다.

    물론 미래 MID를 빼앗기겠지만 그것도 돈 받고 팔아넘기는 거니 손해 보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자신이 경영하다 보면 망할 수밖에 없는 회사였으니 말이다.

    이제 자신이 가진 426만 주까지 합하면 1,994만 주다. 참여한 주권 중 반대가 3분지 1만 나와도 이용찬은 해임되지 않는다.

    “이성호 님.”

    박충길이 마지막으로 성호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들었다.

    성호는 회의장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이용찬 회장의 눈치를 보던 박충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투표를 진행하기 위해 의사봉을 들었다.

    “이성호 님께서는 참석 안 하신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성호가 들어오지 않자 박동진 변호사의 표정이 하얗게 변했다.

    지금 성호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임시 주주 총회를 연 의미가 없어진다. 누가 봐도 이용찬 회장의 세력이 다수인 상황이었다.

    “지금부터 여기 계신 분들만이 임시 주주 총회의 의결권을…….”

    -쿵!

    그때 회의장 뒷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 소리에 회의장의 모든 사람의 시선이 모였다.

    “이성호! 여기 있습니다.”

    당당하게 성호가 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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