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11화 (11/225)
  • 《11화》

    미래 그룹은 총 9개의 큰 계열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동차, 전기, 에너지, 제약, 조선, 통신, 금융, 쇼핑, 건축이 그것들이다.

    그 이외에 미래 MID가 군수 기업으로는 국내에서 제일 크다. 그 외로 100여 개의 계열사들이 있지만 별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미래 홀딩스는 세계 100대 그룹에 들어가고 대한민국의 10대 그룹의 안에 들어간다는 미래 그룹의 지주 회사다.

    미래 그룹은 2003년 초대 회장 이만식에 의해 지주 회사로 바뀌었다. 그의 아들 이용국 회장으로 승계되면서 구조가 바뀐 것이다.

    지주 회사란 다른 계열사들의 주식을 소유해서 사업을 지배하는 구조를 가진 주식회사를 말한다. 따라서 경영권은 언제나 미래 홀딩스가 가지고 있고 이사나 사장의 선임도 미래투자 개발에서 정한다.

    따라서 미래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미래 홀딩스만 먹으면 된다.

    미래 홀딩스의 주식은 총 7,700만 주 정도 되며 현재가 35만 원쯤 하니 시가 총액은 26조 9천 5백억이다.

    미래 그룹의 전체 계열사를 더한 총액이 270조 정도 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적은 금액처럼 보이지만 미래 그룹의 독특한 지배 구조를 생각하면 지주 회사로서는 충분했다.

    그리고 오늘!

    미래 홀딩스의 임시 주주 총회가 열린다.

    여러 번의 거절 의사를 내비친 것에도 불구하고 적법한 법원의 허락을 받은 정당한 임시 주주 총회다.

    주주총회에서는 가장 많은 주식을 가진 편이 전부를 결정한다.

    이것이 주식회사의 가장 큰 법칙이다.

    재무재표에는 미래 홀딩스의 대주주 순위로 성호가 32%, 리턴임페리어 18%, 멘츄스 그룹 10%, 이용찬 6%, 기관이 3%라고 명시되어 있다.

    미래 그룹 본사 빌딩 15층에 있는 주주총회 회의장에는 25명의 소주주가 먼저 와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번 주주 총회가 대표이사 해임이 들어 있으니 특별 결의안 인가?”

    “그렇지, 이용찬 회장이 해임되지 않으려면 출석한 주주들의 주식 중에서 3분지 1 이상이 반대해야 한다더군.”

    “그래서 이용찬이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주주를 불러 모은 거군.”

    “그렇지, 그동안 친인척들을 미래 그룹의 요직에 앉혀 주었으니 우리도 밥값을 해야지 않겠어?”

    “하긴 그렇군.”

    그렇다. 주주총회는 보통 결의와 특별 결의로 나누는데 대표이사 해임은 특별 결의안에 해당한다.

    특별 결의안 통과는 출석한 주주들의 주식 중에서 3분지 2가 찬성해야 한다.

    그동안 알려진 성호의 주식이 총 지분의 32%인 2,464만 주이니 이용찬은 그 절반인 1,232만 주 이상만 모으면 해임되지 않는다.

    이용찬이 모은 소주주들의 주식이 762만 주고 770만 주를 가진 멘츄스 그룹에게 도움을 청했으니 이용찬의 지분인 462만 주와 합하면 1,994만 주기에 이번 주총에서 이용찬이 해임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이곳에 모인 모든 주주의 주식의 합은 성호까지 합하면 4,458만 주고 그중에 3분지 2가 찬성해야 하므로 필요한 주권은 2,972만 주 이상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성호의 미래 홀딩스 주식은 2,464만 주다. 성호는 이용찬을 해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성호가 누구야?”

    “전대 회장의 아들이라는데, 나이가 20대라고 하더라고.”

    “말이 돼? 20대가 미래 그룹의 대주주라고? 여기가 무슨 도떼기시장이야!”

    “그래도 주식을 32%나 가지고 있다는데?”

    “그게 말이 되냐고?”

    각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모인 자들이다.

    특히 자신들의 아들이나 친분이 있는 지인을 미래 그룹의 높은 자리에 올린 그들로서는 이런 갑작스러운 임시 주주 총회는 달갑지 않았다.

    특히 이번 임시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은 이사들의 해임이 분명하기에 다들 분노의 일갈을 터트렸다.

    그때 회의장의 한쪽 문이 열리며 날카로운 인상의 최태욱 실장이 들어왔다.

    “회장님께서 들어오십니다.”

    문이 열리며 대머리, 배불뚝이에 붉은 얼굴의 이용찬이 일행들을 이끌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냥 봐도 놀부의 표본이다.

    “아이고~ 회장님 나오셨습니까!”

    “회장님 반갑습니다.”

    “하하하……. 이거 갈수록 신수가 훤해지시는 것 같습니다.”

    한순간 수다를 떨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 막 들어오는 이용찬 회장에게 인사했다.

    인사가 아닌 아부다.

    이용찬의 한마디에 자신의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미래 그룹 계열사마다 자신의 자식이나 친인척들이 요직에 들어가 있었다.

    사람들이 아부해도, 이용찬의 표정은 도통 나아지질 않았다. 무슨 불만이 있는 건지 붉으락푸르락 해서는 이를 부드득, 갈기까지 한다.

    “자리에 다 앉아! 여기가 무슨 도떼기 시장 통인 줄 알아!”

    이용찬 회장이 쿵, 소리를 내며 책상을 치자 회의장이 순간 조용해졌다.

    화가 잔뜩 난 이용찬은 신경질적으로 굴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이용찬 회장의 뒤에 서 있는 최태욱 실장이 눈에 들어왔다. 옷이 여기저기 구겨져 있고 볼이 잔뜩 부어 있어 누군가에게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누가 최태욱 실장을 이렇게 구타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이용찬 회장에게로 향했다.

    “최 실장. 어떻게 그 장부가 박동진에게 넘어갈 수 있었지?”

    “어차피 장부는 대주주가 열람할 권한이 있어 언젠가는 알려질 자료였습니다.”

    “뭔 소리야?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냐? 숨겨 놓은 장부를 그놈이 어떻게 알아. 네 녀석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생긴 일이니, 옷 벗을 각오해!”

    큰 소리가 아니었지만,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은 다 들었다.

    각자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최태욱 실장의 자리를 탐내며 눈을 빛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성호, 이 자식이 왜 주주총회를 여기서 열자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여기까지 들어오지 못할 거다.”

    아무리 주식이 많아도 주주총회에 참석을 안 하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대리인 출석이라는 방법이 있지만, 이용찬은 이미 주주총회 정관를 바꿔서 그것까지 다 막아 놨다.

    -덜컥.

    주주총회 회의실의 문이 또다시 열리며 외국인 남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를 따라 두 명의 근육질 흑인 경호원과 비서 두 명이 따라 들어 왔다.

    곱슬거리는 짧은 금발에 백옥같이 희고 고운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푸른 눈에서는 차가운 냉기가 흘러 소름이 돋았다.

    꼭 차가운 스테인리스 수술대 위에서 해부되기 위해 올려진 느낌이었다.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은 그는 어딘지 모르게 가까이할 수 없는 분위기까지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Where will I sit?”

    (난 어디 앉지?)

    안내원들이 그를 상석 바로 아래로 인도했다.

    “누구지?”

    “처음 보는데?”

    “외국인 투자자 중 하나인가?”

    그때 이용찬이 놀라서 벌떡 일어나더니 급하게 허리를 굽혀 악수를 청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르지만 멘츄스 그룹은 자신을 미래 그룹의 회장으로 앉게 해준 실세다. 그런 멘츄스 그룹 회장의 하나밖에 없는 손자가 바로 그다.

    “도련님께서 여기는 웬일이십니까?”

    “날 어떻게 알지?”

    폴 막스의 차가운 푸른 눈에서 순간적으로 퍼지는 살기에 이용찬은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뱀 앞서 선 개구리의 느낌이 이럴까? 몸이 순간 움직여지지 않았다.

    “저……. 전에 미국에서 회장님 생신 파티 때 뵌 적이 있습니다.”

    “그래요? 반가워요. 폴 막스 로스차일드입니다. 그냥 폴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이렇게 사람이 갑자기 바뀔 수도 있나?’

    조금 전만 해도 폴 막스가 자신을 뜯어 먹으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의 이 밝은 표정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정감 있어 보였다.

    다만 푸른 눈만은 계속해서 냉혹하고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도련님께서는 이번 회장 교체 투표에서 누구를 지지할 생각입니까? 당연히 저를 지지하시겠죠?”

    “나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죠.”

    “그럼…….”

    “받아 낼 게 없으면 잡아먹혀야죠.”

    환한 얼굴로 말하는 폴 막스의 눈에는 호기심이 깃들여 있었다. 잠자리의 날개를 하나씩 자르고도 여전히 잠자리가 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순진함과 잔인함이 내제된 호기심이었다.

    “이용찬 회장님, 이번 멘츄스 그룹에서는 미래 MID를 인수하려고 합니다.”

    “군수 업체인 미래 MID를?”

    “예, 미래 MID는 이미 엄청난 자금난을 겪고 있지 않나요?”

    그랬다. 이미 미래 MID는 국내 시장이 없다면 망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게다가 그 국내 시장마저도 남북한의 평화적인 정치 상황 때문에 무기 수주도 들어오질 않고 있다.

    이 위기를 잘 넘기지 못한다면 이번 해를 넘기기 힘들어 보였다.

    “이번 이용찬 회장님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저희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요. 안 그런가요?”

    이용찬 회장의 눈이 좁아졌다.

    솔직히 미래 MID는 대한민국에서 1위를 달리던 군수 업체지만 덩치만 컸지 유지비용이 너무 많아 적자로 돌아선 지 오래다.

    거기다가 안정적으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던 남북 간의 갈등상황이 완화되고 있었다. 최근 들어 잦아진 파업으로 신용도까지 하락하는 악재가 겹치기까지 했다.

    기술력 중심으로 흐르던 조직이 와해되어 앞으로의 발전도 기대하기 힘들어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군수 업체라는 업계의 특성 탓이다.

    장갑차나 대공포, 군용 자동차뿐만 아니라 미사일 및 포탄을 생산하기 때문에 외국 기업에 넘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국가의 안보에 한자리를 차지 때문에 외국기업에 주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이다.

    “군수업체를 노리신 겁니까?”

    “당연하죠. 혹시 애국심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면 저는 오늘 반대편에 설 겁니다.”

    애국심 이야기가 나오자 이용찬 회장의 눈매가 풀어졌다.

    ‘하긴, 나에게 애국심이 있을 턱이 없지’

    폴 막스는 이용찬의 표정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저희 멘츄스 그룹이 그동안 어떻게 도와 드렸는지 잊지는 않으셨겠죠?”

    “그럴 리가요.”

    미래 그룹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미래 MID를 포기해야 함을 깨달았다.

    “미래 MID를 넘겨 드리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저는 당신을 지지하지요.”

    “감사합니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이용찬 회장의 모습은 낯설었다.

    똥고집으로 뭉친 그가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뭘 봐?”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이용찬이 그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으르렁거렸다.

    “의장인 박 이사가 사회를 보지.”

    이용찬이 맞은편에 앉은 이사회의 총무 박충길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제, 제가 사회를 봅니까?”

    “이성호가 시작한 임시 총회지만 늦는 것 같군, 정관에 주최측이 지각일 경우 주주총회 의장이 사회를 볼 수 있다고 되어 있으니 자네가 사회를 봐.”

    “아……, 네”

    동그란 얼굴에 금테 안경을 쓰고 있어 더 통통해 보이는 박충길이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인지, 박충길은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훔쳐냈다.

    박충길은 단상에 있는 의장석에 올라섰다.

    “큼큼……. 지금부터 임시 주주 총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박충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임시주주총회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간단한 국민 의례가 끝나고, 곧 참석자들에게 프린트된 자료들이 배부되었다. 자료는 무려 책으로 한 권이나 되는 분량이었는데 그만큼 무거운 내용을 다룰 것이라는 반증이었다.

    장내는 긴장감이 서렸다.

    “먼저 이번 주주 총회의 법무 담당 및 감사해주신 이사님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미래 홀딩스의 김만길 감사, 그리고 제가 섭외한 장용기 변호사, 멘츄스 그룹에서 오신 웰스턴 찰리 변호사, 그리고 이성호 님께서 섭외하신 박동진 변호사입니다. 회의록은 정관에 명시된 대로 이미 이사회의 인감과 서명 날인이 되어 있는 상태이기에 번복되지 않음을 한 번 더 상기 시켜 드립니다.”

    한쪽에 마련된 책상에 앉아 있던 감사와 변호사들이 일어나 인사를 했다.

    가장 오른쪽에 있던 박동진 변호사도 보였다.

    50대의 나이에 뿔테 안경을 썼고 각진 얼굴과 흰머리가 듬성듬성 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스타일이었다.

    “오늘 안건은 크게 나누어 총 3가지로…….”

    얼굴의 땀을 닦아 내던 박충길이 이용찬의 얼굴을 보며 눈치를 봤다.

    “첫째 미래 그룹의 회장님이신 이용찬 대표이사의 횡령과 배임 문제로 인한 해임,”

    박충길의 말에 이용찬 회장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회의실에 들어오면서부터 화를 내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용찬의 얼굴이 와락 구겨지자 박충길의 얼굴에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둘째, 임기가 다 된 5명의 사외이사 및 3명의 사내 이사 해임, 그리고 이성호 이사 선임입니다. 이번 주총의 결과에 따라 이용찬 회장님의 해임이 결정됨으로 신중히 처리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이제 미래 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