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10화 (10/225)

《10화》

성호의 눈에 비친 서울의 빌딩 숲은 대단해 보였다. 정신 병원에서 12년이나 감금 생활을 했기에 밖의 풍경은 성호에게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당연히 박동진 변호사가 있는 관악구였다. 성호가 봉고차에서 내리자 백광현과 망치파 녀석들이 우르르 내렸다.

“니들은 들어가 있어.”

“넵”

-우르르…….

봉고차에 녀석들을 다시 들여보냈다.

-두근두근…….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12년간의 아픔, 악몽으로 인한 분노.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이 몸 안을 가득 채웠다. 성호는 심호흡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머리가 복잡했지만, 주변에서 박동진 변호사를 찾았다. 다행히 어렸을 때의 기억이 남아 있었나 보다. 전보다 나이가 들어 보였고 주름과 흰머리가 늘어난 모습이었지만 네모난 턱과 뿔테 안경 너머의 자상한 눈빛은 그대로였다.

“박동진 변호사시죠?”

의아한 표정의 박동진 변호사가 성호를 쳐다봤다.

“박동진 변호사님. 제가 이성호입니다.”

“이성호 님?”

의심의 눈초리였다. 12년간 이용찬에게 속은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다. 변호사라 그런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성격인 것 같았다.

“증거라면 7살 때 생일 선물로 제게 자동차 장난감을 선물한 것 기억하시죠. 그다음 날 고장 나서 밤새 울던 성호가 접니다.”

“정말 이성호 님이시군요.”

“넵, 제가 그 이성호입니다. 아버님의 지인이신데 말 놓으셔도 됩니다.”

“감히 제가 어찌, 저는 선친과 약속한 게 있어 이게 편합니다.”

“아닙니다. 제게 말을 높이시면 제가 어렵습니다.”

“정 그러셔도 저는 선친과 약속한 게 있습니다. 이게 편합니다.”

“제가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분, 고집이 보통이 아니다.

성호와 박동진 변호사는 가까운 커피숍에 들어가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를 했다.

“성호 님, 주식의 권리를 되찾는 것은 이미 법적인 준비가 다 되어 있습니다.”

“아버지의 재산이 어느 정도입니까?”

“미래 그룹의 지주 회사인 미래 홀딩스의 주식 2,464만 주입니다.”

“그럼 제가 미래 홀딩스의 주식 2,464만 주만 물려받으면 되는 거네요.”

“아닙니다. 총 주식은 미래 홀딩스의 총 주식 분의 50%인 5,698만 주입니다.”

“네? 5,698만 주라고요?”

“성호 님, 이것은 어머님의 주식이자 리턴임페리얼의 주식인 1,386만 주의 양도서입니다.”

“어머니의?”

박동진 변호사가 책상에 올려놓은 낡은 문서 한 장, 자신의 주식을 누군가에게 준다는 문서다.

“김사라 님은 이미 자기 죽음을 직감하고 재산을 이성호 님께 물려주기 위해 준비 중이셨습니다. 미래 홀딩스의 총 18%에 해당하는 주식으로 총 1,386만 주며 이미 성호님이 성인이 되셨기 때문에 세금 문제만 허락하시면 바로 진행이 가능합니다. 하시겠습니까?”

“해주세요.”

“그리고 이건 주식 양도서와 같이 있던 어머님의 편지입니다.”

박동진은 낡은 편지 하나를 테이블에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어머니의?”

“아버님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주식 양도서와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한동안 성호는 어머니의 편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정말 적었다.

거의 모든 기억의 대부분은 병원에 누워 있는 모습과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 미소만이 남아있다.

성호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작은 편지 하나를 두고 안정되지 않는 마음을 애써 눌렀다.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잡았다.

「성호에게」

12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편지다.

고민 끝에 편지를 열었다.

-투둑…….

낡은 편지가 너무 쉽게 뜯겨 나가며 열렸다. 무려 12년이 지나서야 도착한 편지다.

「하늘이 널 내게 보내준 것은 이 세상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자 행복이란다. 다만 너무 큰 선물을 받았는지 너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 안타깝구나.」

첫 글에서부터 돌아가신 어머니의 마음이 전해졌다.

「너와 함께 하지 못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그런데도 잘 자라줄 미래의 너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났단다.

엄마의 소원들을 적으니 모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첫째, 착하게 자라주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둘째, 학교에 가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 봤으면 좋겠다.

셋째, 커서 착한 여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네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랑 만났으면 그것만으로 만족할게.

사랑하는 아들, 엄마가 너무 빨리 하늘나라로 가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 김사라가 아들에게…….」

편지의 글씨들이 일그러져 보였다. 세월의 무게처럼, 오랜 기다림처럼 말이다.

-투툭…….

작은 물방울들이 볼을 타고 떨어졌다. 엄마는 믿었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야 전해져야 하는 편지. 자신의 하늘에서 할 기도와 이루어질 성호의 삶에 대해서 말이다.

이런 분이셨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어머니의 그 소원 제가 이뤄 드리겠습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마음을 정리하고 눈물 자국을 닦아냈다.

“감사합니다. 변호사님 이용찬을 해임하고 제가 미래 그룹의 회장이 되려 합니다.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용찬을 해임하기 위해서는 법원을 통해 주주총회를 열 수밖에 없는데 기간이 좀 걸릴 겁니다.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가 필요한데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

“그런 사유라면 차고도 넘칠 겁니다.”

성호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7살 때 끌려간 정신병원에서 겪어 왔던 학대, 그리고 자신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이려고 한 것까지 이어지자 박동진이 분노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성호는 미래 그룹을 되찾고 더 큰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버지의 죽음의 배후에 이용찬 회장과 멘츄스 그룹이 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이용찬, 그 사람 정말 무서운 사람이군요. 돈과 권력을 위해 자신의 조카인 이성호 님을 그렇게까지 하다니 말입니다. 지금은 안전하십니까?”

“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행입니다. 그런데 증거가 없다면 법적 싸움은 힘들 겁니다.”

박동진 변호사의 눈에는 걱정이 한가득이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이 세상에 아직 있다니 고마웠다. 살다 보며 그런 진실한 사람,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운 법이다.

“이 핸드폰에 이번 일을 실행한 폭력 조직 두목 백광현의 자백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서 봐도 되겠습니까?”

“네, 보셔도 됩니다.”

박동진 변호사는 핸드폰을 받자마자 동영상을 틀어 보았다.

“성호 님께서 대화 대상자이시니 증거로 채택이 가능하기는 한데 이 증거만으로는 법정에서 이기긴 힘들 겁니다.”

“부족한가요?”

“조직폭력배의 자백은 신빙성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주주총회는 열 수 있지만, 나중에 법정 싸움에서 지는 경우에는 치명적입니다.”

“음…….”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혹시 횡령이나 배임 같은 내부 자료가 있다면 가능할까요?”

“그런 증거가 있다면 법원을 통해 주총을 신청하기에는 차고도 넘칩니다. 그런 자료가 있습니까?”

“있을 것 같습니다. 잠시 전화 통화 좀 하겠습니다.”

성호는 바로 자신의 노예가 된 최태욱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쯤이면 이용찬을 만나 성호가 죽었다고 보고하고 시간을 벌고 있을 것이다.

“최태욱, 나다.”

[넵, 주인님. 최태욱입니다.]

“이용찬의 횡령 및 비리 자료가 필요하다.”

[준비하겠습니다. 어디로 보내드릴까요?]

“박동진 변호사 사무실로 배달하면 된다.”

[오늘 안에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태욱은 이미 성호의 노예이자 이용찬의 측근이다. 내부 비리 자료를 빼내 오는 일이야 당연히 쉬운 일이다.

그러나 통화 내용을 옆에서 듣던 박동진 변호사는 놀라서 입을 한자만큼 벌리고 있었다. 최태욱이 누구인가? 이용찬의 최측근이자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일을 해결하는 자다. 그런 그가 성호를 주인으로 대하고 있다.

“방금 최태욱 실장이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도 이제 제 사람입니다.”

“어떻게 하신 건지는 몰라도 성호 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제 임시 주주총회를 여는 것에는 문제가 없는듯하니 이번 주총에서 임기 만료가 한참 지난 이사들까지 해임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이사들까지 말씀입니까?”

“이용찬의 개들과 함께하고픈 생각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용찬은 미래 홀딩스의 이사회 대표로 있다. 이사회는 주주총회에서 뽑은 이사들로 구성되며 그 이사들의 대표가 바로 이용찬이다. 표면만 보자면 자연스럽게 이용찬이 회장이 된 것 같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용찬의 독단으로 회사가 운영됨을 알 수 있다.

주주총회에서 이용찬 회장이 가진 지분은 6% 정도였지만 그동안 성호가 받아야 했던 주식 32%까지 관리해 왔으므로 총 38%의 주권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이사들을 이용찬이 뽑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사내 이사든, 사외 이사든 말이다. 심지어 감사회의 임원들까지 이용찬이 뽑았다.

그렇게 뽑힌 이사가 8명이다. 이용찬이 뽑은 이사들은 대부분 3년간의 임기가 끝나고 12년이 지났으니 이제 끝날 때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이용찬 및 그가 뽑은 이사들까지 모두 해임할 생각이다.

“이용찬의 대표이사 해임 후 저에 대한 감금 및 폭행, 그리고 살인 교사 미수 혐의로 고소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이용찬 회장에 대한 고소장을 미리 써 놓고 준비하겠습니다.”

“이렇게 만나 주셔서, 그리고 제 주식을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받은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강남에 있는 지인의 오피스텔에서 묶을 예정입니다. 연락은 이 번호로 하시면 됩니다.”

성호는 망치파 조직원 중 갈치의 휴대폰 번호를 건네주었다. 어차피 대포폰이라 추적의 염려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서류가 준비되는 대로 찾아뵙겠습니다.”

나이 어린 자신에게 꼬박꼬박 존대어를 쓰는 박동진 변호사가 아버지에게 정확하게 어떤 빚을 졌는지 궁금할 정도로 그는 성호에게 깍듯했다.

성호는 박동진 변호사와 헤어져 커피숍에서 나왔다.

그리고 봉고차의 창문에 달라붙어 성호를 바라보는 망치파 녀석들과 백광현이 보였다.

무슨 길을 잃은 아이가 부모를 찾는 눈빛이다.

‘좀 부담되는군.’

저 충성심이 가득 찬 눈빛은 앞으로도 적응을 못 할 듯했다.

“앞으로 내가 쉴 곳이 필요하다.”

“저희 사무실로 모시겠습니다.”

봉고차를 타고 망치 파의 본사 사무실로 출발했다. 서울 강남에서 비싸기로 세 손가락에 든다는 로얄펠로스 빌딩의 15층에 망치 파의 본사 사무실이 있었다.

입구에는 스톤 해머라는 상호를 걸어 놓아 조직폭력의 사무실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복도에 쭉 도열해 서 있는 덩치들을 보니 강남을 주름잡는 폭력 조직이 맞았다.

백광현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녀석들이 허리를 90도 꺾으며 인사를 했다.

“형님, 어서 오십시오.”

“인사드려라. 이분이 앞으로 내 주인님 되신다.”

“안녕하십니까!”

우렁찬 함성을 뒤로하고 성호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은 오피스텔을 개조한 것이었는데 침실과 샤워 시설도 있어 당분간 지내도 될듯했다.

“좋네, 이곳은 내가 당분간 쓴다.”

“넵, 주인님.”

성호가 남는 시간에 온 신경을 쓴 것은 무공과 마법의 수련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남들 눈치 보며 수련하던 것을 마음잡고 시작하자 일취월장하며 눈에 띄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흡혈불괴신공은 6성을 넘어 7성에 접어든다.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파공음이 크게 들려오는 것이 이미 내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아직 장풍이나 내가 중수권은 무리지만 동네 건달 100명 정도는 순식간에 해치울 정도로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법은 4서클에서 멈췄다.

220V 전기 콘센트 가지고는 그 이상의 마나를 빨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러 가지 마법을 직접 사용해보고 경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구에는 마나가 없다. 의지만으로 실행할 수 있는 마법진은 3 서클까지이고 그 이상은 마법 재료를 통해 마법진을 구성해야 하는데 지구에는 미스릴같이 마나에 예민한 금속이 없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언젠가는 원자력 발전소 전기를 사용해 봐야겠어.”

미래 그룹에는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업체도 있었기에 잠깐 백만 볼트의 맛이라도 보는 게 가능할 것이다.

박동진 변호사는 성호가 서울 구경과 수련에 몰두하는 동안 이용찬 회장의 주식 권리를 성호에게 모두 양도하는 준비를 했다.

일주일 뒤 성호와 박동진 변호사가 또다시 만났다.

“성호 님, 먼저 잃어버린 12년을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신분증을 만드는 일이다.

12년 만에 사진을 찍고 병원에 등록된 유전자 기록을 통해서 이용국 회장의 친자임을 확인받았다.

3일도 걸리지 않아 모든 신고를 마치고 성호는 법원에 간단하게 참석하는 것으로 주식의 권리까지 찾았다.

미래 홀딩스의 7,700만 주 중에서 50%인 3,850만 주나 되는 주식이었다.

“박동진 변호사님, 이번 임시 주주총회 개최 장소를 미래 그룹으로 해주세요.”

“네? 그곳은 이용찬의 본거지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그곳이어야 합니다.”

그곳은 아버지의 회사이었기에 성호가 피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용찬을 그곳에서 직접 쫓아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박동진 변호사는 미래투자 개발의 임시주주총회를 이사회에 신청했다. 당연히 이사회를 장악한 이용찬은 단번에 거절했다.

그래서 박동진 변호사를 통해 상법 제 제366조 제2항에 의거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서 임시 주주 총회를 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임시주주총회의 특별 결의안에 대한 신고 및 통보!

「미래 홀딩스 임시 주주총회

장소 : 미래 그룹 본사 빌딩 15층 대회의실

안건 : 이용찬 이사 해임, 8명의 이사 임기 종료 및 해임. 이성호 이사 선임」

위 안건을 가지고 임시 주주총회에 대한 안내장이 배달되었다.

“이용찬, 조금만 기다려라. 피눈물 흘리게 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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