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9화 (9/225)
  • 《9화》

    최태욱도 성호를 몰라 볼 뻔했다. 기억하던 목소리와 익숙한 얼굴이 아니었다면 다른 사람인 줄 알았을 것이다.

    성호가 맞았다.

    지금 앞에 있는 성호는 과거의 뼈와 가죽만 있던 성호가 아니었다. 온몸이 근육으로 꽉 채워진 성호의 모습에서 과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입 닥쳐!”

    성호는 최태욱이 그동안 자신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죽이고 싶었다.

    -퍼억!

    “끄걱!”

    오른쪽 얼굴에 성호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엄청난 충격에 최태욱 실장이 공중에 붕 떠서 빙글 돌았다.

    -와당탕!

    땅바닥에 처박힌 최태욱 실장은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엄청난 고통에 어떤 생각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으어어…….”

    “일단 물어볼게 많아. 부모님의 죽음부터 날 죽이려고 한 일까지 말이야.”

    “으윽, 성호야 모든 건 이용찬 회장이 시켜서 한 일이다. 난 시켜서 했을 뿐이야.”

    성호는 주변에 떨어져 있던 각목 하나를 주워들었다.

    “핑계가 너무 양산형 아닌가? 괜찮아 인생이 다 그렇지 뭐. 자, 천마 신검의 위력을 느껴보며 생각을 찬찬히 해 봐. 네가 뭘 잘못했는지”

    천마신검(天魔神劍)인데 성호의 손에는 검이 아닌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몽둥이니까 천마 신봉인가? 뭔가 좀 이름이 이상하지만 일단 맞다 보면 감이 올 거야.”

    “무……무슨, 천마 신봉은 또 뭐야?”

    “입 다물어 혀 깨문다.”

    성호의 몽둥이가 최태욱에게 날아왔다.

    -퍽! 파파팍! 투다다다다!

    “으아아아아! 아…… 으걱…….”

    이마 한가운데부터 시작한 통증은 그 고통을 음미하기도 전에 어깨와 팔, 다리에 동시에서 밀려왔다.

    원래 몽둥이에 맞으면 뒤로 넘어가거나 쓰러져야 하건만 무슨 방법을 사용했는지 몸이 위로 계속 올라가는 느낌이다.

    ‘공중으로 떠오르며 때리는 이 봉법이 과연 천마 신봉인가?’

    하여튼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진 몽둥이 소리가 별장 안을 가득 채웠다.

    -털프덕!

    천마 신봉의 엄청난 몽둥이질이 끝났다. 몽둥이질이 끝났는데도 잠깐 최태욱은 현실을 자각하지 못해서 멍하니 있었다.

    아주 잠깐.

    “으아아아아악”

    그리고 바로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연체동물 같이 허우적거리던 최태욱은 온몸이 죽을 듯이 아파져 오자 비명을 내질렀다. 정신이 없을 때가 딱 좋았다.

    “너도 내 노예가 되는 것을 영광으로 알도록.”

    -우웅.

    최태욱의 이마 한가운데에 노예 마법진을 찍었다.

    “꿇어.”

    “넵, 주인님.”

    그동안 성호를 정신병원에 감금하고 감시하던 최태욱도 노예가 되었다. 온몸이 멍이 든 상태라 근육을 움직일 때마다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지만 주인의 명령이다.

    최태욱의 부들부들 떨리는 몸은 어쩔 수가 없다.

    “이제 아버지의 죽음부터 찬찬히, 자세하게 말해 봐.”

    “넵, 그, 그러니까 처음 이용찬 회장이 주인님의 아버님을 죽이고자 계획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용찬은 계획에 동조하고 협력했을 뿐이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한 것은 다른 녀석들입니다.”

    “누가?”

    “멘츄스라는 거대한 기업입니다.”

    “멘츄스?”

    “그곳에서 이용찬 회장에게 지분을 요구하며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교통사고로 위장한 암살이었습니다.”

    “암살? 살해당했다고?”

    “그렇습니다.”

    ‘아버지가 교통사고가 아니라 살해당해 돌아가셨다니.’

    이건 이미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진실을 직접 들으니 화가 나서 전부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자신은 아직 미치지 않았고 미칠 수 없다.

    “이용찬 회장에게는 당시 이 모든 사건을 무마할 힘도 저지를 강단도 없었습니다. 멘츄스 그놈들이 도와주겠다고 유혹하고 주인님의 부친을 암살한 겁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12년 전, 성호의 아버지 이용국이 미래 그룹의 회장이던 당시 이용찬은 미래 건설 사장이었다. 어느 날 이용국 회장은 미래 건설 사장으로 있던 동생 이용찬과 심하게 다투었다. 다툰 이유는 달동네에 아파트 공사를 진행하면서 깡패들을 동원한 일 때문이었다. 이용국은 그런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훈계하면서 사람들에게 직접 가서 사과할 것을 명령했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래 건설에서 쫓겨날 준비를 하라는 엄포를 놨다.

    이용찬은 당시 형 앞에서는 고개를 숙였지만 내심으로는 분노를 삭이고 있었다.

    “지가 몇 년 먼저 태어났다고 이래도 되는 거야! 나도 미래 그룹을 물려받을 충분한 권리가 있다고!”

    그래도 형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어 달동네 사람들에게 사과하러 찾아갔지만 혐오스러운 욕설과 계란 세례를 받고 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그때 미래 그룹을 노리는 외국 투자 회사에서 이 상황을 알아챘다.

    이용찬의 상황을 눈치챈 외국계 기업이 이용찬을 유혹했다.

    멘츄스 그룹,

    녀석들이 노리는 것은 한국의 제2의 IMF였다. 멘츄스 그룹은 한국의 IMF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노리고 있었다. 그것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미래 그룹의 이용국 회장이었다.

    그를 제거하기 위해 이용찬을 회유한 것이다. 미래 그룹을 차지할 힘을 줄 테니 미래 홀딩스의 주식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했다. 이용찬은 망설이다가 이를 받아들이게 되었고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이때 구조조정 본부의 비서실장 최태욱을 매수했다. 그를 매수해야 형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비서실장으로 들어온 최태욱은 그 당시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엘리트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이용국 회장의 비서로 일하면서 권력의 중심에 가까워진 것이다. 최태욱 실장이 매수되자 이용찬은 자기 형의 모든 일정을 알 수 있게 되었고 그 정보는 멘츄스 그룹으로 전달되었다.

    그러다가 일이 터졌다.

    “오늘로 이용국 회장이 죽습니다. 미래 그룹을 차지할 준비를 하십시오.”

    “형이 죽는다니 그게 뭔 소리요?”

    -뚜뚜뚜뚜…….

    그날은 비가 억수 같이 내렸다.

    이용국 회장은 지방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중이었다. 한적한 사거리를 지나갈 때 트럭이 과속으로 달리며 이용국이 탄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교통사고 직후 아직 이용국은 살아 있었지만, 트럭에서 내린 킬러가 그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차의 연료통에 불을 붙여 폭파해 버렸다.

    “이런 개 같은 놈들이!”

    -쿠쿠쿠쿠…….

    성호의 살기에 별장이 흔들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7살이었던 자신은 작은아버지에 의해서 강제로 정신병원에 갇혀 살게 되었다.

    그래, 하늘은 악인 이용찬을 벌주기 위해 12년간 악몽을 꾸게 하고 이런 능력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이용찬이 끝이 아니었다. 그 뒤에 멘츄스라는 그룹이 있다.

    “녀석들이 아버지를 죽인 이유는?”

    “제2의 IMF를 아버님께서 막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멘츄스는 뭐 하는 녀석들이지?”

    “멘츄스는 엄청나게 큰 투자 회사입니다. 악독하기로 유명하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납치, 감금, 살인 등 물불 안 가립니다. 각 나라의 이름 있는 기업마다 지분을 가지고 있고 그 영향력도 어마어마합니다.”

    “아무리 거대한 투자 기업이라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한다고?”

    “단순한 기업이 아닙니다. 미국을 암중에 지배하는 로스차일드의 12개 가문 중 하나입니다.”

    “그래? 놈들이 요즘 하는 일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전쟁 특수를 노리는 듯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전쟁 특수? 멘츄스 그룹, 단순한 기업이 아니군.”

    아버지를 죽인 범인들의 배후에 더 큰 녀석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도 미국을 뒤에서 조정할 정도의 세력이다.

    ‘12년이나 나를 지옥 같은 곳에 가두어 둔 사건의 시작이라.’

    그런 녀석들을 가만둘 성호가 아니다.

    은혜는 열 배로!

    원한은 만 배로!

    “최 실장, 미래 그룹을 되찾아 와야겠다. 내가 받아야 하는 미래 그룹의 주식은 어떻게 되었지?”

    “박동진 변호사가 목숨을 걸며 지키고 있어서 이용찬 회장도 못 건드리고 있습니다.”

    “박동진 변호사가? 그 긴 세월 동안?”

    “박동진, 그 인간의 아버지가 국회의원입니다. 박성규라고 무소속이지만 3선 국회의원입니다. 그래서 이용찬 회장도 성호 님의 주식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박동진 변호사님은 왜 그렇게까지 아버지 재산을 지켰는데?”

    “이용국 전 회장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저는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성호는 그들이 아버지로부터 어떤 은혜를 입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혼자서 자신을 위해 싸워준 것은 큰 은혜다.

    그것은 어쩌면 목숨을 지켜준 것과 같은 은혜였다. 꼭 이 은혜를 갚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제 날 죽이려던 일부터 이야기해 봐.”

    성호가 성인이 되면 박동진 변호사는 성호를 찾아 원래 물려받아야 했던 미래 그룹의 주식을 돌려주려 할 것이다. 그것을 막고자 이용찬은 성호를 죽이려고 했다. 살해되거나 하면 구설에 오를 수 있기에 사고사로 위장했다.

    이건 성호가 경험했기에 잘 안다. 그래서 자신이 뇌사 상태에 빠진 거니까 말이다. 만일 그때 전기를 마나로 만들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망치파를 시켜 나를 사냥꾼이 쏜 총으로 살해하려던 거고 말이지.”

    “그렇습니다.”

    “박동진 변호사 전화번호 알지?”

    성호는 핸드폰으로 박동선 변호사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바로 전화를 받았다.

    [쩝쩝……. 여보세요?]

    식사를 하고 있었는지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다.

    “박동진 변호사이십니까?”

    [누구요?]

    “저 이용국 회장님의 아들 이성호입니다.”

    [누구라고요?]

    박동진 변호사의 목소리가 놀라면서 톤이 올라갔다.

    “이성호입니다. 박동진 변호사님.”

    [아이고 이성호 도련님! 안 그래도 찾아가려고 했는데 이용찬 회장이 위치도 안 알려주지 뭡니까?]

    역시 이용찬이 뒤에서 모든 정보를 막고 있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만나려고 해도 만날 수가 있어야지요. 지금 어디십니까? 제가 바로 가죠. 만날 수 있는 거죠. 제가 전할 말이 많습니다.]

    엄청나게 반가워하는 박동진 변호사의 말에 성호는 마음이 울컥하는 것 같았다. 세상에서 돌아가신 부모님 이외에 자신을 이렇듯 반기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아닙니다. 제가 찾아뵙겠습니다. 어디 계십니까? 아버지가 물려주신 주식을 지켜 주신 것도 고맙고 어떻게든 찾아뵙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관악구입니다. 관악구에 있는 봉천역까지 오시면 제가 가지요.]

    “알겠습니다. 여기 일이 마무리되면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주식의 권리를 찾아 드리기 위해 서류를 준비해 놓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조심히 오십시오.]

    “변호사님도 조심하십시오. 이게 알려지면 이용찬 그 인간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

    [괜찮습니다. 그게 두려웠으면 12년 전에 이미 포기했을 겁니다.]

    성호는 박동진 변호사같이 신의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사람은 드물었다. 지금가지 갇혀 지내며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많으니 사람은 믿을 수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따뜻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이렇게 노예로 부려 먹을 놈들도 있고 말이다.

    악한 놈에게는 악하게,

    선한 분들에게는 선하게,

    이것이 성호의 뜻이자 의지다.

    통화를 마친 성호는 밖에 라이트닝 볼트로 기절한 녀석들까지 모두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일단 별장 청소를 하고 일찍 자라. 내일 아침 일찍 서울 갈 거니까!”

    “넵.”

    망치파 녀석들은 별장을 청소하고 여기 흩어져 잠을 잤다. 봉고차에서 자는 녀석도 있었지만, 성호는 내버려 두었다. 이미 노예의 인장을 세긴 녀석들은 절대로 도망치거나 배신할 수가 없다.

    그다음 날 성호는 최태욱 실장을 먼저 보냈다. 하루가 지났기에 마법의 영향으로 최태욱 실장은 성호에 대한 충성이 넘쳤다.

    “서울 가거든 이용찬 회장에게 내가 죽었다고 하고 일 처리 잘 처리해. 그리고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은 비밀이다.”

    “넵. 주인님.”

    “그리고 네가 가진 1%의 주식으로 나를 지지하는 것 잊지 말고.”

    “넵. 주인님.”

    “주인님이 아니라 성호 님이라고 부르고.”

    “넵, 성호 님.”

    “이제 서울로 먼저 올라가 봐.”

    “넵.”

    최태욱 실장이 얼빠진 표정으로 성호를 보다가 고개를 숙이고는 바로 서울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 아마 자신이 죽었다고 믿고 안심하고 있는 동안 박동진 변호사에게 주식을 양도받고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미래투자 개발 주식회사만 얻게 되면 모든 일이 끝난다.

    망치파 녀석들을 모두 태운 봉고차 다섯 대가 서울로 향했다.

    “백광현이.”

    “넵, 주인님.”

    강남의 밤을 지배하는 백광현도 마법의 힘에는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마음 깊이 성호에 대한 충성심이 차오르고 있었다.

    “서울로 올라간다.”

    “넵!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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