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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8화 (8/225)
  • 《8화》

    백광현은 서울 강남을 지배하는 밤의 황제다.

    그런 그가 살벌한 눈으로 노려보았지만 성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성호의 기억, 경험은 이미 중원을 호령하던 천마의 것이다. 그에 비해 백광현의 기세는 애송이일 뿐이고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나를 어떻게 죽여줄 거지? 증거 없이 죽이려면 까다로울 것 같은데?”

    “어린놈이 겁이 없군. 간이 큰 건가?”

    백광현은 의외라는 표정을 하고는 성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부하들은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어린놈의 젖갈이! 꿇어 이 수박 씨야! 에바냐? 이 해바라기야?”

    “…….”

    순간 찰진 욕에 성호가 당황했다. 세상 밖으로 나와 가장 충격적인 욕설로 인해 언어도단(言語道斷)되어 버렸다.

    “갈치야……. 형님 이야기 중이다.”

    “죄송합니다. 형님!”

    성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난로 앞에 놓인 소파 중 하나에 앉았다. 너무 당당한 성호를 보는 백광현의 눈이 희번덕거리며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것은 그가 사람을 처리하기 전에 습관처럼 보이는 표정이다.

    “어떻게 죽일지 궁금하다고 했나?”

    “그래.”

    백광현도 성호의 맞은편 소파에 앉더니 성호를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원래는 밖에서 사냥할 생각이었어. 요즘 사냥철이잖아. 사냥꾼이 사냥하다가 널 동물로 오인하는 거지. 그럼 너를 쏘는 거고 넌 맞고 뒤지는 거야.”

    백광현이 손을 내밀자 덩치 하나가 기다란 가방을 내밀었다.

    “어렵게 구했어.”

    지퍼를 열고 꺼내진 것은 엽총이었다. 백광현이 하얀 이를 들어내며 웃었다.

    “사냥용 엽총이지. 멧돼지도 잡는 총이야. 탄알 지름이 18.3mm 정도 되고 무게도 1.7g이라 사람 죽이기에도 적당하지. 네가 달아나는 동안 이걸 마구 갈길 거야. 사냥총을 합법적으로 준비하느라 좀 늦었지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백광현의 눈은 재미있는 장난감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성호의 태도는 차분하다 못해서 실망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별로, 사냥은 그냥 하는 소리고 여기서 날 쏘고 시체를 처리할 것 아닌가?”

    손쉬운 방법이 있는데 돌아가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하하하. 이거 물로 보면 안 되겠네?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이었군. 그런데 너를 보자마자 계획이 바뀌었어.”

    의자 뒤로 등을 기댄 백광현이 웃으며 말했다.

    “이용찬 회장이 널 죽이러 보내며 이런 이야길 했어. 네가 간덩이가 부었다고 죽이기 전에 간부터 빼보라더군. 그런데 나는 거절을 했어. 왜냐고? 나는 사냥을 더 좋아했거든.”

    백광현이 씩 웃으며 성호를 노려봤다.

    “크크크……. 그런데 이제 보니 이용찬 회장의 말대로 해도 좋겠군. 네놈 간덩어리 크기가 궁금해지니까 말이야. 어차피 시체는 태우면 그만이니까.”

    성호는 여기까지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이 정도면 증거 자료는 충분히 모았고. 끝을 내야겠지?”

    “무슨 증거자료?”

    백광현은 성호가 녹음기라도 들고 있나 해서 손을 바라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마법이라는 것이 있지.”

    “마법? 이 미친놈이 뭔소리야?”

    마법 중에서 리턴즈 이미징이 있다.

    4 서클 마법인 리턴즈 이미징은 자주 사용하는 마법은 아니지만, 추적을 하거나 증거를 수집할 때 사용하는 마법이다. 마법을 실행하면 1시간 전의 모든 일이 현장에 펼쳐지게 된다. 입체 영상을 보는 것처럼 마법으로 재생시킨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면 된다.

    성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주변을 쓱 둘러보았다. 바로 앞에 백광현, 그 뒤로 비슷한 덩치의 세 명이 보였다. 그리고 주변에 흩어져 있는 나머지 망치파 조직원들을 한눈에 다 담았다.

    “이야기는 다 들었으니 이제 좀 맞자.”

    갑자기 성호 기세가 살기가 충만하게 변했다. 백광현이 이상함을 깨닫고 일어나려 했지만, 성호가 더 빨랐다. 주먹이 위에서 아래로 백광현의 정수리를 내려찍었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퍼억!

    “꾀액!”

    -쿠웅.

    강남의 어둠을 지배한다는 망치 백광현은 엉덩이가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 그대로 머리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어찌나 세게 바닥에 처박혔는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죽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이것이 흡혈불괴신공의 능력이었다. 이미 성호의 몸은 옛날의 몸이 아니라 잔 근육이 꽉 채워진 몸이다.

    “뭐야?”

    “형님!”

    공중으로 날아오른 성호는 빛과 같은 속도로 발차기를 날렸다. 의자 너머로 뛰어오른 것을 보는 순간 세 명의 망치파 조직원은 이미 공중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퍽퍽퍽!

    착지한 성호가 자세를 잡기도 전에 나머지 망치파 조직원들이 달려들었다.

    비록 백광현이 한방에 쓰러졌지만, 녀석은 혼자고 자신들은 여럿이다. 이성호는 이제 막 19세로, 막 고등학교 졸업한 나이로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은 강남을 지배하는 폭력 조직이다.

    “어린 노무 자식이!”

    그러나 그 생각은 1분도 지나지 않아 바뀌었다. 처음에 도망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후회될 정도였다.

    -퍽! 퍽! 퍽!

    임팩트 있게 내지른 성호의 주먹에 망치파 녀석들은 추풍낙엽처럼 날아갔다.

    “천마 신권.”

    진짜 천마 신권은 아니었다. 외형만 흉내 낸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흡혈불괴신공으로 단련된 몸에서 나오는 파괴력은 놀라웠다. 이미 천마 가람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성호이기에 지금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죽지 않을 만큼만 때렸다.

    그렇다고 성호가 적당히 때린 것은 아니었다. 한방에 상대방을 제압할 목적으로 주먹을 뻗어 나갔다. 그래서 상대방이 쓰지는 게 아니라 뒤로 날아가 버렸다.

    -파파파박!

    꼭 메뚜기 떼가 사방으로 뛰어오르는 것 같았다.

    가장 먼저 한 녀석이 아래에서 위로 쳐올린 주먹에 공중으로 날아올라 천장을 들이받았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던 녀석은 주먹에 맞고 그 힘에 빙글 한 바퀴 돌다가 머리부터 바닥에 처박혔다.

    성호의 발차기를 손으로 막는 녀석은 뒤로 날아간 뒤에 이상한 각도로 휘어진 자신의 팔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얼굴에 주먹을 맞으면 맞은 부위가 함몰되었고 가슴에 맞으면 갈비뼈가 나갔는지 숨도 못 쉬고 피를 토하며 캑캑거렸다. 팔로 막으면 팔이 부러져 나갔고 다리로 막아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에는 순식간에 여기저기 부러지고 망가진 망치파 조직원들이 널렸다.

    눈깜짝 할 시간에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

    “세상에는 말이야,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아주 많지.”

    4 서클 마법의 특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확장성 마법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기억과 환상, 정신계 마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공간에 대한 확장성 마법이기 때문에 파이어 월이나 윈드 토네이도 같은 공간을 확장해서 위력을 높이는 마법이 4 서클에 있었다.

    과거의 장면을 이미지로 만드는 리턴즈이미징도 성호가 별장에서 4 서클을 이루며 사용 할 수 있게 된 마법 중 하나다. 그리고 4 서클 마법에는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마법이 있다.

    “인슬레이브!”

    사용법은 간단했다. 인슬레이브, 노예 마법진을 몸에 찍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인으로 인식한 사람의 노예가 된다.

    단, 두 가지 주의 사항이 존재한다.

    첫 번째, 상대방의 정신이 혼미할 때 사용해야 한다. 테일러가 살았던 차원에서는 폭력이나 약물로 상대방의 정신을 혼미하게 한 뒤에 노예 마법을 거는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 뇌가 파괴되면 노예 마법이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뇌 손상을 입은 사람도 노예 마법이 잘 걸리지 않는다.

    세 번째, 엄청난 마나 소모량 때문에 하루에 세 명 이상은 노예로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전기로 마나를 무한대로 충전하고 있는 성호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마나 충전기가 있으니 마나야 충분했다.

    -우웅…….

    성호의 주먹에 밝은 빛이 모이더니 노예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앞으로 착하게 살아야 한다.”

    밝게 웃는 성호의 표정과는 달리 눈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사방에 쓰러진 녀석들은 노예 마법진을 걸기에 딱 좋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퍽, 퍽, 퍽!

    성호는 쓰러져 있는 녀석들의 얼굴에 노예 마법진을 하나씩 친절하게 찍어 주었다. 어차피 마나로 이루어진 마법진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표시도 안 날 거다.

    성호는 별장 안에 있던 녀석들을 모두 노예로 만들었다.

    “꿇어.”

    “넵, 주인님”

    기절한 녀석들 빼고는 나머지 녀석들은 모두 무릎을 꿇었다.

    “핸드폰 가진 사람?”

    맨 앞에 있던 녀석이 재빨리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휴대폰을 꺼내 성호에게 건넸다. 갈치라는 이름의 녀석이었다.

    “주인님, 여기 있습니다.”

    “동영상은 어떻게 찍는 거야?”

    성호가 핸드폰을 사용법을 물어보자 갈치의 고개가 갸웃했다.

    ‘21세기에 핸드폰 사용법을 몰라?’

    갈치는 성호의 순진무구한 눈을 보고는 궁금증을 내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화면은 이렇게 켜시고, 요기를 누르면 카메라가 실행되는데, 이걸 또 이렇게 하면 녹화가 되고 다시 한번 더 누르면 꺼집니다.”

    한두 번 해보니 녹화, 녹음, 촬영까지 알게 되었다.

    “자, 이제 핸드폰에 증거를 담아 볼까.”

    리턴즈 이미징 마법이 실행되면 백광현과 성호의 대화 장면이 입체 영상처럼 나타날 것이다. 환상에 불과하겠지만 사람의 눈으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밀하다.

    “리턴즈이미징!”

    리턴즈이미징 마법이 실행되자 주변에서 빛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빛나는 마나의 가루들은 스펙트럼처럼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현실에 환상으로 보여주기 위해 서로 엉키면서 아름답게 반짝였다.

    마법으로 만든 환상 속에서 백광현이 들어와서 성호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백광현이 성호를 사냥총으로 죽이겠다는 것과 이용찬이 사주한 것을 말하는 부분도 선명하게 나타났다.

    촬영을 마친 성호는 동영상을 다시 돌려 보며 이상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했다.

    다행히도 만들어진 입체 영상이라는 표시도 안 나고 과거의 물건과 현재의 물건 사이에 겹치면서 이상해 보이는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만족한 성호는 핸드폰을 호주머니 속에 넣었다.

    “좋아, 너희들은 이제 나의 종이니, 은혜를 베풀도록 하지. 힐링”

    전기로 무한대로 공급되는 마나를 이용해서 전부 치료해줬다. 밝은 빛이 번쩍이더니 여기저기 부서지고 깨진 망치파 녀석들의 몸이 치료되며 정상으로 돌아왔다.

    기절해 있던 백광현은 깨어나자마자 성호를 보더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가서 최태욱 실장을 끌고 와”

    “알겠습니다.”

    봉고차 차의 보조석에서 기다리던 최태욱은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코 성호 혼자 30명이 넘는 망치파 일당을 제압 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모두 성호의 노예가 된 것은 절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별장의 현관이 열리며 백광현과 망치파 조직원들이 우르르 나왔다.

    “뭐지?”

    원래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인지하는 데 오래 걸리는 법이다. 30명이 넘는 망치파 조직원들이 자신이 탄 봉고차를 둘러 샀다. 그 중심에는 망치 백광현이 있었다.

    “내려.”

    백광현의 살벌한 눈빛을 본 최태욱 실장이 의아해하며 봉고차에서 내렸다.

    “백광현, 왜 그래, 뭔데?”

    -퍼억!

    다짜고짜 날아 온 주먹이 날아왔다.

    강남을 지배하는 백광현의 강력한 주먹이 최태욱 실장의 안면을 강타하자 바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배, 백광현!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일단 주인님께 가자.”

    “주인님이라니 뭔 소리야?”

    -질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백광현은 최태욱의 멱살을 잡아서 별장으로 끌고 왔다.

    별장 거실 중앙에는 성호가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주인님, 끌고 왔습니다.”

    정말 충직한 노예들이 아닐 수 없다.

    “최태욱, 내가 말했지? 조심하라고.”

    최태욱은 아직도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성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밝게 웃었다.

    “일단 맞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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