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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6화 (6/225)
  • 《6화》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시간표와 여러 지역이 나열된 전광판을 보며 성호는 고민에 빠졌다.

    “어디로 가야 시간을 끌 수 있을까?”

    최태욱은 분명히 모든 수단을 이용해서 자신을 추적할 것이다. 추적하기 시작했다면 어디로 도망가든 CCTV가 있으니 순식간에 추적할 수 있다.

    “굴갱대호[堀坑大虎], 함정을 파고 최태욱과 그 일당을 잡는다.”

    굴갱대호[堀坑大虎], 천마 가람을 따르던 마뇌(魔腦) 추형이 자주 사용하던 말이다. 굴을 파고 호랑이를 잡는다는 뜻이다.

    지금은 비록 힘이 없어서 추격당하고 있지만, 힘을 기를 시간만 주어진다면 함정을 파고 도리어 녀석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성호는 자신의 앙상한 팔다리를 한 번 더 쳐다봤다. 근육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런 몸뚱이로 멀리 가는 것은 무리다.

    자신의 몸에는 3서클에 해당하는 72헤르의 마나가 저장되어 있지만, 육체 자체는 너무 약해서 잘게 떨리기까지 했다.

    이런 몸에다 힘을 강화하는 스트롱이나 스피드를 올려주는 헤이스트 마법을 걸면 부서져 버린다. 그리고 화이어 볼이나 라이트닝 볼트 같은 공격 마법은 18헤르나 사용하기에 4번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거기다가 마음 놓고 전기를 뽑아 쓸 장소도 필요했다.

    그런 성호의 머릿속으로 마침 어렸을 때 가족끼리 갔던 별장이 하나 기억이 났다. 근처에 있는 계룡산에 있으니 그리 멀지 않았다.

    “달갈봉.”

    별장이 있는 곳의 이름이 달갈봉이라 불렀는데 특이해서 어렸을 때 기억이 남았다. 계룡산 근처에 있을 테니 물어물어 찾아가면 될 것이다.

    성호는 대전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지금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

    청순양 병원의 뒷골목.

    -쫘악.

    최태욱 실장의 싸다기에 커다란 덩치를 가진 녀석의 고개가 돌아갔다. 이미 볼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고 코에서는 코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이미 한참 전부터 맞았는지 녀석의 얼굴은 피투성이었고 다른 3명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길바닥에 무릎 꿇은 상태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니들이 지금 다 죽고 싶어서 그런 거지? 그지? 그냥 죽어, 이 자식들아!”

    씩씩거리던 최태욱 실장은 화가 풀리지 않는지 덩치들을 발로 마구 밟았다.

    “최 실장님, 그만하시죠?”

    골목길 입구에는 덩치가 곰만 한 녀석이 서 있었다.

    “백광현.”

    그의 얼굴을 확인한 최 실장이 씹어 뱉어내듯이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서울 강남을 장악한 망치파의 두목이다. 깔끔한 검은색 슈트를 입었지만 커다란 근육들 때문에 흰색의 와이셔츠가 작아 보였다. 190이 넘는 키에 씨름 선수 같은 몸집을 하고 있어 둔해 보이지만 누구도 그가 그렇게까지 재빠르게 움직이는 줄 모를 것이다.

    싸울 때 양손에 망치를 들고 싸우는데 누구도 그를 막지 못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망치였고 자신이 세운 조직의 이름도 망치였다.

    젊은 시절 선무도를 배웠다고는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몸이 빠르고 강력한 한 방이 있는 남자였다.

    “백광현이 많이 컸다?”

    “크크크, 다 실장님 덕 아닙니까?”

    백광현을 강남의 두목이 되기까지 물질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움을 주고 키워준 사람이 최태욱 실장이다. 아니, 실제로는 그 뒤에 있는 이용찬이 키웠다.

    언제나 큰 이익을 위해서는 어두운 일은 동반되는 법이다.

    “너 어떻게 할 거야? 회장님 아시면 난리 날 텐데.”

    “실장님, 다른 방법 같은 건 없습니다. 찾고, 잡아다 죽이는 거면 우리가 전문 아닙니까? 금방 찾아 이번에는 확실하게 죽여야죠. 그럼 모든 일이 끝납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병원보다 죽이기가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 말에도 일리는 있다. 교통사고로 죽이려다가 성호가 살아 있는 것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살아남은 성호를 다시 죽이려 했지만, 병원은 보안 카메라가 너무 많았고 독극물 주입도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 성호가 밖에 있으니 얼마든지 죽이고 사고로 위장만 하면 된다.

    백광현의 말이 맞았다. 비록 성호가 병원에서 탈출했지만 바로 잡으면 문제없다. 사람 찾는 것이 저 인간 백정 백광현의 특기였다.

    -삐리리리……. 삐리리리…….

    양반은 못되나 보다. 바로 이용찬 회장의 전화가 왔다.

    “예, 회장님.”

    [녀석은?]

    “쫓고 있습니다.”

    […….]

    회장은 한참 말이 없었다. 침묵을 버티며 핸드폰을 잡고 있는 최태욱 실장의 손에 땀이 흘렀다.

    [일주일 준다. 그 전에 찾아서 죽여. 아니면 너부터 땅에 파묻어 버릴 거야.]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졌는데도 최태욱 실장의 허리는 펴지지 않았다. 그만큼 최태욱은 이용찬이 두려웠다. 최태욱이 이렇게 할 만큼 이용찬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자였다.

    이번에 이성호를 놓친다면, 최태욱은 진짜로 뒤에 서 있는 망치 백광현에 의해 어디 이름 모를 산에 파묻힐 수도 있다.

    ***

    성호가 대전 복합 터미널에 내려서 밖으로 나왔다. 역시 역 앞이라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택시를 타기 전에 기사님에게 계룡산의 달갈봉을 물었는데 아는 사람이 없다.

    “쩝, 쉬운 일이 없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택시를 잡았다.

    “저기, 계룡산의 달갈봉이라고 아시나요?”

    “거는 와 가는데예?”

    통통한 얼굴에 부산 사투리를 쓰는 택시 기사는 달갈봉을 알고 있는가 보다.

    “근처에 친구 집이 있어서요.”

    “그라요? 거는 사는 사람이 없는데…….”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이 없어서 요금을 더 내야 하는데예?”

    “얼마나 더요?”

    “퉁 쳐서 삼 만 원만 줘예.”

    “좋습니다. 삼 만원 여기 있습니다.”

    성호는 택시를 타고 달갈봉으로 갔다.

    “내가 거기 근처에 있는 공장에서 일해서 거기를 아는 거라예.”

    그래서 달갈봉을 알고 있는가 보다. 성호로서는 천만다행이었다.

    “감사합니다.”

    “뭘예, 다 돈 벌라고 하는거라예, 근데 여기 맞아예?”

    “예. 여기가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택시가 떠나고 성호는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을 최대한 이용해서 산으로 올랐다. 정말 주변에 아무도 살지 않는지 오는 동안 사람 한 명 만나지 못했다.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산의 초입에 파란 지붕의 조립식 건물이 보였고, 그 옆으로 작은 소로가 보였는데 그 위에 있는 바위를 보니 잘 찾아온 것 같다. 그리고 길옆의 작은 개울의 바위들도 어렸을 때 봤던 것이다.

    「사유지입니다. 관계자 외 출입 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미래 그룹」

    “맞게 찾아왔네.”

    표지판을 보니 적어도 1년 이상 사람이 찾아오지 않은 듯했다. 위로 조금 올라가니 2층 건물의 별장이 나왔다. 돌담 벽도 그대로였고 그 안의 잔디밭도 관리를 안 해서 잡초가 조금 자랐지만 달라진 것이 별로 없었다. 유리창도 때가 탄 것 이외에는 깨지지도 않았다.

    성호는 잠시 별장을 바라보고 멍하니 있었다. 옛날 아버지께서 자신을 데리고 이곳에 온 기억이 나서였다.

    벌써 12년 전이다. 자신이 정신 병원에 갇혀 살기 전에 별장의 앞마당 바비큐 파티를 했었다. 그때의 환하게 웃던 자상한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다시 돌려놓겠습니다.”

    성호는 다시 한번 복수를 굳게 다짐했다.

    별장 입구의 열쇠 위치는 문틀 위쪽이었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목말을 태워주며 열쇠를 꺼내 보라고 했는데 지금은 그냥 손이 닿았다. 또다시 아버지 얼굴이 생각나서 울컥했다.

    -삐거덕.

    안쪽을 보니 거미줄과 먼지가 가득하다.

    -우웅…….

    아직도 심장의 마나 서클은 마나를 달라고 아우성친다. 병원에서 힐링과 라이트닝 볼트를 사용한 뒤로 마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있었다. 주변에 마나가 없으니 효율은 최악이었다.

    “그래 조금만 기다려라. 금방 채워 줄 테니까.”

    신발장 안에서 분전함을 찾은 성호는 바로 스위치를 올렸다.

    -깜박.

    다행히도 전기가 들어오며 전등이 켜졌다. 성호는 1층 거실에 있는 전기 콘센트를 열었다. 안에 있는 전선에 손을 대면 전기가 흘러 마나가 충전되겠지만 감전은 꼭 화상과 고통을 수반한다.

    “일단 테일러가 이 세계로 넘어왔을 때보다는 전기라는 것이 널리고 널렸지.”

    전기를 이용하면 마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발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혹시 마법진을 이용해서 전기를 마나로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럼 감전당하며 마나를 충전하지 않아도 되고 말이지.”

    전기는 에너지다. 그 에너지를 마나로 변환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다만 전기는 자연적인 에너지보다는 거칠고 광폭해서 몸에 무리가 갔다. 그 증거가 화상이고 말이다.

    성호는 마법진을 이용해서 전기를 마나로 만들기로 했다. 감전당하지 않으면서 마나를 모을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마침 주방에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이 있어 안쪽에다 마법진을 만들어 봤지만 마나가 흡수되지 않아 마법이 실행되지 않았다. 무리해서 마나를 주입하자 붉게 달아오른 프라이팬이 녹으면서 마법진이 망가졌다.

    “안 되나?”

    테일러가 있던 차원에서 가장 마나와 친숙한 금속은 미스릴이다. 하지만 지구에는 미스릴이 없다. 전기가 마나로 변하는 것을 보면 분명 전기와 마나는 무슨 관계가 있는 듯했다.

    ‘구리나 금 같은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이 마나를 잘 흡수하지 않을까?’

    그런 기대로 창고를 뒤지다 보니 굵은 구리 선이 나왔다.

    “이건 마나를 흡수하는군.”

    예상대로 구리는 마나를 잘 흡수했다. 뺀찌와 여러 공구도 쓸 만한 게 있어서 가지고 나왔다.

    이미 해는 지기 시작해서 어두워져 갔다. 최태욱 실장이 얼마나 빨리 자신을 찾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성호는 뭐든 최선을 다해야 했다.

    시간이 없었다.

    “일단 기본적인 마법 회로를 구성하고 그 위에 2차 회로를 구성한다. 그 위에 3차 회로를 덮고 서로 연결하면 서클 마법의 축소판이 만들어진다.”

    성호는 온 정성을 다해서 구리 선을 이용해 마법진을 만들었다. 한쪽은 전기 콘센트와 연결되도록 했고 마법진의 복잡한 수식들은 이미 계산이 된 상태다. 마나로 변환하는 양에 대한 것이나 속도, 여러 가지 변수들을 계산하는 것이 조금 더 어려웠다.

    “구리 선을 보호하는 마나 회로를 따로 만들어 구리 선이 버틸 수 있게 해야겠군.”

    빠르게 충전되면서 많은 전기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마법으로 구리 선을 보호하는 방법뿐이다. 더 복잡해지고 더 커지겠지만 일단 이게 최선이었다. 2시간을 공들인 덕에 드디어 마나 충전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마법진은 크기를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 야구공 크기로 만들어진 한쪽에 전기선을 달았다. 그걸 콘센트에 연결하는 형태였다.

    “좋아. 마음에 쏙 드는군.”

    손에 잡으면 마나가 손을 타고 직접 몸으로 흐를 것이다. 이것이 공기 중에 퍼진 마나의 일부분을 흡수하는 것보다 효율이 높았다. 일차 마법진이 가동되면 아이스 마법과 강화 마법진이 가동되면서 구리 선을 보호하고 그 안쪽의 서클 마법진이 회전을 하면서 속도를 제어했다.

    이 정도면 220V의 전기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전압을 가진 전기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법진에 전기가 들어오자 약간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다행히 잘 작동하네.”

    성호의 손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마법진에 흡수되었다. 마법진을 활성화 한 것이다. 이제 지구에 마나가 만들어지는 장치가 최초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마나들은 전부 성호에게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공!”

    성호는 마나를 흡수하며 그동안 비어 있던 마나 서클을 채워 나갔다. 효율이 높아지니 충전 속도도 전보다 엄청 빨라졌다. 1시간도 안 되어서 심장에 마나가 완충된 것이다. 이 정도면 마나 충전기를 몸에 꽂고 마법을 난사해도 될 정도다.

    “클리어!”

    클리어라는 마법은 청소 마법이다. 이 마법을 이용하면 집의 청소, 빨래, 설거지까지 한 번에 해결이 된다. 그리고 3 서클 마법 중에 단 하나밖에 없는 광범위 마법이다.

    다만 그만큼 마나도 많이 소모되며 마법 수식이 매우 복잡하다. 또한 장소와 사용법에 따른 마법 수식의 변화는 엄청나게 복잡해서 쉽게 사용할 수 없다.

    성호를 중심으로 회오리바람이 불면서 바닥에 있는 먼지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소모되는 마나는 충전기를 통해 바로바로 들어오니 클리어 마법은 계속해서 실행되었다.

    “이제 좀 깨끗해졌군.”

    이제 지금부터는 자신을 찾아온 최태욱 실장의 방문을 대비해야 했다.

    성호는 알람 마법을 사방에 만들어 놨다. 의지만으로 실행하는 마법진은 주변에 있는 마나가 있어야 실행이 된다. 그러나 지구에는 마나가 없다. 따라서 성호는 마법진을 전부 구리 선으로 만들고 마나를 충전했다.

    알람 마법은 특정 조건의 상황이 되면 특별한 마나를 사방에 퍼트린다. 또 알람의 신호 방법에 따라서 소리가 나거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설치한 마법사만 알아차리게 아주 작은 파장을 퍼트리게 하는 것이다.

    “한번 당해 봐라”

    성호는 알람 마법에 라이트닝 볼트를 걸어 놨다. 걸리는 녀석은 바로 감전되어 기절해 버릴 것이다.

    “준비는 다 되었고 여기서 최태욱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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