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4화 (4/225)
  • 《4화》

    담당 의사는 의무적으로 오전, 점심, 저녁에 들러서 차트와 여러 가지 반사 신경 검사를 하고는 갔다.

    김예원이라는 담당 간호사만이 성호에게 인간적인 관심을 보일 뿐, 하루하루의 일상은 똑같았다. 의사들의 회진과 간호사들이 몸을 움직여 주며 상태를 확인하는 것, 대소변을 받아내고 링거를 교체하거나 가끔 주사제를 놓고 갔다.

    -삐삐……삐…….

    그러던 어느 날, 성호는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에 깜짝 놀라 주변을 살펴보았다.

    ‘저건 또 왜 그래?’

    심장 박동을 측정하는 장비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심장 박동대로 움직이던 선들이 일자로 그려졌다.

    “뭐야?”

    가장 먼저 김예원 간호사가 성호의 상태를 확인했다.

    “심정지다.”

    바로 긴급 호출 버튼을 누르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작은 체구의 그녀가 침대에 누운 성호 위에 올라타서 온 힘을 다해서 심장 마사지를 시작했다.

    ‘의…… 의식이 끊어진다.’

    성호의 의식도 그에 따라 뭔가 깜박거리듯이 끊어졌다. 성호의 의식은 흐릿해지다가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김예원 간호사님 힘내요. 나 죽어요!’

    성호는 의식을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했지만, 갑자기 온 세상이 깜깜해지며 모든 것이 정지해 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죽는 건가?’

    악몽에서는 모두 다 이렇게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이렇게 쓸쓸하게 또 죽고 싶지 않아.’

    성호는 죽음이라는 빛으로 점점 빨려 들어갔다. 이렇게 죽는 건가 싶어 포기할 때쯤,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잡아당기듯이 끌어당겼다. 강제로 자신을 끌어내는 손길에 성호는 현실로 돌아왔다.

    갑자기 세상이 빛으로 번쩍이더니 흐릿하게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호가 의식을 되찾고는 처음 본 것은 어느 남자의 얼굴이었다.

    ‘젠장.’

    살아났다는 안도감도 잠시다. 남자 하나가 자신의 입에 주둥이를 대고는 바람을 불어 넣고 있었다. 이 이상한 상황에서 사방에서 정신없이 뭔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간호사와 의사들이었다.

    “CPR 중이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계속해 봐……. 에피네프린도 투여해 봤나?”

    “예, 해봤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어레스트된 지 얼마나 지났어?”

    “대략 5분 지났습니다. 그나마 김 간호사가 일찍 발견해서 다행입니다.”

    “심장 전기 충격기 빨리 준비해 바로 200줄부터 시작한다.”

    간호사와 의사들이 성호의 환자복 상의를 벗기더니 젤을 바르고 전기 충격기를 준비했다.

    “떨어져!”

    -찌이……잉, 펑!

    전기 충격이 전해지자 성호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 그리고는 이내 잠잠해졌다.

    ‘뭐지? 또다시 마나가 들어 왔다.’

    의사들이 심장을 다시 살리기 위해 애를 쓰는 동안 성호는 성호 나름대로 갑자기 마나가 생겨서 당황스러웠다.

    ‘힐링을 사용하면 살 수 있다. 마나를 모아야 해! 안 그럼 죽는다.’

    이런 생각에 성호는 어마어마한 집중력으로 심장에 정신을 집중했다.

    -삐…….

    “반응 없습니다.”

    “300줄로 올려!”

    성호는 조금 전에 자신의 심장에 전기가 들어올 때 마나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전기가 들어오면서 마나가 심장에 만들어졌다.

    ‘전기가 심장에서 마나로 변한다. 전기 충격이 올 때 심장을 통과해서 마나가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 이건 서클 마법사들의 마나 운용법이다.’

    보통 마법사들은 심장에 마나의 고리로 이루어진 마법진를 만들어 사용한다. 그것을 서클 마법이라고 하며 지금 심장에서 전기가 마나로 변하는 것과 같았다.

    이미 성호는 서클 마법을 알고 있었다.

    꿈에서 얼마나 많이 보고 체험했는지 모른다. 테일러가 어렸을 때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것이 서클 마법사였다. 그러나 테일러는 재능이 없었기에 2 서클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없다. 힐링은 3 서클 마법, 지구에는 마나가 없다. 마나를 저장하기 위해서 마나 서클을 심장에 만든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기회가 없다!’

    성호는 의사가 전기 충격기를 사용할 때 자신의 심장에 1 서클이지만 마나 서클을 만들기로 했다. 그와 동시에 뇌 쪽으로 힐링 마법진을 만들어 갔다.

    ‘전보다 더 크고 강력하게!’

    처음 사고가 나서는 마나가 모자라 반쪽짜리 힐링 마법진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작정하고 만들 계획이다.

    ‘이제 마나만 더 들어오면 힐링을 사용할 수 있다.’

    마나 서클이 있다면 들어오는 마나를 의지대로 조절하거나 축적할 수 있게 된다. 그래야 마나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작은 마나를 가지고도 장시간에 걸쳐 치료할 수 있다.

    ‘자, 와라!’

    “준비되었습니다.”

    “비켜!”

    -찌이잉…… 퍼엉!

    ‘마나다!’

    성호는 급하게 전기 충격기를 통해서 들어온 마나를 심장에 고리 형태로 모으기 시작했다. 고리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 엄청난 정신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성호에게는 지금까지 그보다 더한 경험을 해왔다. 어렵지 않았다.

    ‘된다. 고리가 만들어진다. 내가 서클 마법사가 되다니.’

    꿈에서 나온 테일러의 세상에서도 서클 마법사는 재능이 있어야 가능했다. 재능이 없다면 100년 1000년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테일러는 서클 마법사가 아니라 인첸트 마법사가 되었다.

    ‘아까보다 많은 마나다. 두 번째 고리까지 만들어졌어.’

    생각보다 전기를 통해서 들어온 마나가 많았다. 그래서 1 서클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작지만 2 서클의 고리가 희미하게 생겼다.

    -뚜뚜뚜뚜…….

    “바이탈 사인이 돌아왔습니다.”

    “휴우……. 이거 천운인데, 이 친구 전생에 착한 일 많이 했나 봐.”

    “수고하셨습니다!”

    “뭘, 다 이 친구 운명인 거지…….”

    성호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의사의 눈에는 아련함이 묻어났다. 자신의 아버지도 심장 마비로 돌아가셨지만 심장은 다시 뛰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 선배님이 심장은 살렸지만, 이 친구 얼마 있음 죽을 운명입니다.”

    “응? 아 그렇군, 뇌사 판정받아서…….”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의사들이 나가자 몇몇 간호사들이 뒷정리하고 나중에 나갔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방을 나가자 성호는 자신의 심장에 깃들어 있는 마나를 움직였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병실에서는 성호의 살기 위한 사투가 시작되었다.

    ‘움직여!’

    마법은 의지의 힘이다. 모든 마나를 머리 쪽으로 몰아넣어서 힐링 마법진을 완성했다.

    3 서클인 힐링은 마나가 18헤르나 필요했고 2 서클 마법사가 가진 마나는 24헤르뿐이다. 24헤르 정도의 마나라면 충분해 보이지만 보통 마법사는 절대로 70% 이상의 마나를 소모하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마나 서클이 흔들려 역류하면서 죽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무리해서라도 해야 하는 단 한 번의 기회다.

    ‘힐링!’

    뇌사 상태인 뇌가 울렸다. 엄청난 고통이 지나가며 성호의 몸이 들썩거렸다.

    ‘제발 뇌 신경의 일부만이라도 살아나라.’

    한참을 그렇게 들썩거리다가 잠잠해졌다. 마나를 다 소모한 것이다. 그래도 2 서클 마나를 다 쏟아부어 힐링 마법을 실행했으니 뭔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성호는 온 의지를 다 해서 자신의 몸을 움직였다.

    ‘움직여!’

    한쪽 손이 덜덜 떨리며 움직였다. 다행히도 움직이는 것은 성공했지만 마나가 모자랐다. 뇌세포의 일부만 치료가 된 것이다.

    그런 성호의 눈에 220V 전기로 작동하는 심장 박동 측정 장비가 보였다.

    ‘전기를…….’

    성호는 한쪽에 있는 바이탈 사인(Vital Sign) 장치를 향해서 몸을 기울였다. 원래 있지도 않은 근육이지만 그동안 누워만 있어서 그랬는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뇌의 모든 부분을 치료한 것이 아니라서 중풍에 걸린 사람처럼 손가락이 구부러졌다. 팔은 부들부들 떨며 뒤틀렸다. 얼굴 근육이 자기 멋대로 움직이고, 입에서는 침이 흘러내렸다. 자꾸만 푸드덕 거리는 고개를 가누며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손이 자꾸 아래로 떨어졌지만, 성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망할 이 세상아!’

    성호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과 인생을 빼앗은 이용찬을 욕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아등바등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자신을 내팽개친, 이런 인생으로 몰아가는 하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손이 자기 멋대로 움직여서 콘센트까지 닿기 힘들 것처럼 보였다.

    -으득

    그래서 성호는 전기선을 물어뜯었다.

    -찌릿!

    전기가 입을 통해 들어 왔다. 그때서야 성호는 깨달았다. 전기가 마나가 되는 순간을 말이다.

    ‘전기가 심장을 통해 마나로 변해서 들어온다.’

    전기는 현대 세계에서는 널리고 널린 자원이다. 100년 전만 해도 얻기가 그리 쉽지 않았지만, 현대의 모든 문명은 전기와 관련이 있을 정도로 흔한 것이다.

    -짜르릇!

    고압의 전류가 성호의 몸을 타고 흘렀다. 고통스러웠지만 멈출 수는 없다. 성호는 지금 3 서클 이상의 마나가 필요했다. 적어도 제대로 된 힐링 정도는 할 수 있어야 살 수 있다.

    필사적으로 전류를 버텨내고 있자, 조금이지만 마나가 흘러서 성호에게 오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 적은 양이어서 테일러가 있던 판타리아 대륙에 분포한 마나와 비교하면 10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이 속도로는 절대로 승산이 없다.’

    성호가 마나 고리를 빠르게 돌렸다. 심장에 있던 마나 서클의 회전수를 올리며 빨아들이자 흡수되는 전기도 점점 그 양을이 늘어났다.

    전기의 양이 많아지자 성호의 몸으로 들어오는 마나의 양도 점점 많아졌다.

    더 많은 마나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성호의 의지에 과전류로 변한 전기가 성호의 몸에 넘쳐서 흘렀다.

    -삐이…… 삐! 피식…….

    성호가 빨아들이는 전기의 속도가 빨라지자 바이탈 측정 장비는 기계음을 내더니 곧 버티지 못하고 하얀 연기를 냈다. 귀에 못이 박이는 듯한 경고음이 발생했다.

    ‘간호사라도 들어오면 곤란하다.’

    성호는 자신의 목숨이 마나를 흡수하는 것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있는 온 힘을 다해 마나를 빨아들였다.

    매캐한 냄새와 함께 장비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고 성호와 연결된 부위에서 스파크가 번쩍였다.

    -파직…….

    결국 심장 박동 측정 장비는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꺼져 버렸다.

    ‘좋아, 이제 본격적으로 마나를 모아 보자.’

    심장의 마나 고리들이 점점 더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전기를 끌어당겼다.

    ‘조금 더…….’

    1시간이 지나갔다. 이제 성호의 심장에는 2 서클의 마나 고리가 무섭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희미하던 고리가 아니라 충분한 마나 공급이 이루어지자 분명한 모양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자 마나를 흡수하는 속도도 아까보다 2~3배는 빨라졌다.

    -찌찌찌……찡!

    -깜박…… 깜박…….

    심장에서 전기를 빨아들여 마나로 변화시키는 속도도 계속해서 올라갔다. 그 속도에 힘입어 더욱더 빠르게 흡수해 나가자 천장에 있던 전등이 깜빡거리더니 나가 버렸다. 그리고 조금 뒤에는 병원 전체의 전구가 하나씩 나가 버렸다. 실제로는 전기가 나간 것이 아니라 오는 족족 성호의 몸으로 흡수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찌지지지찍…….

    성호의 몸이 스파크에 감싸인 채 들썩거렸다. 머리카락이 오징어 구운 것처럼 꼬부라지기 시작했고 전기 코드를 물고 있던 입에 화상을 입기 시작했다. 전선이 타들어 가며 안쪽의 구리 선이 보일 정도였다.

    이제 이빨로 무는 것만으로는 버틸 수 없었다. 성호는 양손으로 전기선을 붙잡았다. 손으로 잡자 전기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으윽!”

    드디어 병원 전체의 전등이 나가 버렸다. 전기가 공급되고 있었지만 그게 전부 성호에게로 다 빨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