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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3화 (3/225)
  • 《3화》

    앰뷸런스는 청순양 대학병원으로 달려갔다.

    ‘아파.’

    성호는 온몸이 너무 아팠다. 이렇게 아픈 적이 꿈에서는 여러 번 있었는데 모두 가 죽기 직전이었다.

    ‘이대로 죽는 걸까?’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성호는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럴 때 마법이 되면 힐링이라도 써먹을 텐데…….’

    성호는 갑자기 힐링에 대한 마법 수식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마법의 통로와 계산식이 떠올랐다. 의식의 흐름 속에서 성호는 또다시 떠오르는 수많은 기억으로 인해서 정신이 없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

    테일러, 그는 다른 차원, 다른 지구의 존재다.

    그는 코레아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 인첸트 학파 마법사였다.

    인첸트 학파는 심장에 마나 서클을 만들지 못해서 몸이나 도구에 마법진을 새겨서 사용하는 자들을 일컫는다.

    그래서 장인 학파, 잡부 학파로 불리기도 했다. 스스로 마법을 실행하는 능력이 없는 자들이 만든 학파라고 천대받았다.

    어느날 전쟁이 터지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러자 멸망의 문이 열렸다.

    여기저기 지옥의 문이 만들어지고 엄청난 수의 괴물들이 튀어나와서 인간을 학살했다.

    “저 구멍을 닫아야 해!”

    그 뒤부터 테일러는 지옥의 문응 닫기 위해 차원 이동을 연구했다.

    그러나 연구의 실패로 테일러는 다른 차원으로 빨려들어갔가게 되었고 끝내 지구라는 행성에 오게 되었다.

    지구에 온 테일러는 절망했다.

    “마나가 없어.”

    지구는 마나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었고 그래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가지고 왔던 아공간 가방, 마법 반지, 마법 갑옷 등의 아티팩트도 소용없어졌고 몸의 마나가 사라지면서 급격하게 약해졌다. 끝내 추운 그린란드의 북쪽,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며 테일러는 지구에서 쓸쓸하게 죽었다.

    ***

    ‘지구에는 마나가 없어.’

    성호는 기억 속의 마법이 실행되지 않는 이유를 늦게나마 깨달았다. 지구에 마나가 없어서 마법이 실행되지 않는 것이다.

    가물가물해지는 의식 사이로, 또 다른 인물의 과거가 지나갔다.

    ***

    가람, 그도 다른 차원, 다른 지구의 인물이다. 그곳은 오직 무공과 폭력으로 역사가 이루어졌다.

    가람은 전쟁고아였다.

    마교는 전쟁고아였던 가람을 혈마지옥이라는 사지로 몰아넣고 훈련시켰다.

    그곳에서 가람은 살아남기 위해 마교뿐만 아니라 정파의 무공도 익혔다.

    끝내 가람은 혈마지옥에서 살아남았고 마교에서 최고의 고수가 되었다.

    그리고 정마대전이 벌어졌다.

    선봉장에 선 천마 가람은 사람들을 죽이고 또 죽였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었고 천지가 피로 물들때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며 지옥의 문이 열렸다.

    천마 가람은 지옥의 문에서 나온 악마들과 싸웠다.

    괴물과의 싸움은 끝이 없었고 끝내 천마 가람은 죽게 되었다.

    ***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었어.’

    이유는 모르지만 그들의 기억들이 자신의 머릿속에 있다.

    ‘크윽.’

    엄청난 고통이 성호를 현실로 내보냈다. 구급대원 하나가 성호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살아나라, 제발!”

    성호의 입과 코에서는 검은 피가 흘러내렸고 다리와 팔은 어떻게 부러졌는지 완전히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옆구리에 박힌 뾰족한 철판과 그곳에서 흐르는 피를 볼 때, 희망은 없어 보였다.

    퍼렇게 변해버린 몸뚱이의 심장은 처음에 잠시 뛰다가 멈춰버렸다.

    5분이 지났지만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았다. 구급대원 이재민은 그동안 죽음을 많이 봐 왔지만 언제나 포기하지 않았다.

    “뛰어! 뛰어서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줘!”

    그의 고함이 구급차 가득 울렸다. 그의 옆에서 다른 구급대원이 자동 심장 충격기(AED)를 준비했다. 심장 근처에 패드를 붙였다.

    “선배님. 준비되었습니다.”

    “얼른 해!”

    이재민이 바로 심폐소생술을 멈추고 약간 물러났다. 자동 심장 충격기(AED)에서 경고음이 들리고는 바로 전기 충격기가 작동했다.

    털썩.

    몸뚱어리가 순간적인 전기 충격으로 들썩거렸다.

    “심장이 다시 뛴다!”

    구급대원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이럴 때 그는 알 수 없는 기쁨과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선배님 피, 피가…….”

    신입 구급대원이 놀라서 외쳤다.

    “젠장!”

    성호의 옆구리에 박혀 있는 철판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까만 해도 심장이 멈춰 있어 출혈이 적었는데 이제는 밖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거즈!”

    이재민은 고함을 지르며 거즈를 뭉텅이로 꺼내 성호의 옆구리를 눌렀다.

    ‘마나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뭔가 심장으로 들어왔다. 따뜻하지만 시원하고 간질간질한 이 기운은 분명 마나였다.

    ‘히, 힐링!’

    성호는 본능적으로 몸에 흐르는 마나를 이용해서 힐링 마법진을 그렸다. 인첸트 학파에서는 자기 몸에 마나 회로를 만드는 경우는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마나가 적어도 너무 적었다.

    -번쩍!

    잠시 성호의 몸이 번쩍이며 잠깐 빛을 내다 사라졌다. 힐링 마법이 실행되다가 말았다.

    “뭐지?”

    이재민 구급대원은 자신이 잘못 본 것으로 생각했다. 갑자기 사람 몸이 번쩍이며 빛을 내다니 말이다. 그런데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

    -쑤욱-

    옆구리에 박혀 있던 철판이 밀려나며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흐르던 피도 멈추기 시작했고 혈색도 돌아왔다.

    “뭐야, 이거?”

    “선배님, 피가 멈췄어요.”

    “이런 데서 기적을 보는 건가?”

    성호의 호흡은 안정적으로 변했고 출혈도 멈췄다. 그렇다고 상처들이 몽땅 낫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갑자기 들어온 마나의 양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청순양 병원에 도착한 성호는 응급으로 수술을 받았다. 장장 8시간 동안의 대수술이었다.

    여기저기 생긴 자상과 부러진 다리와 팔을 수술하고 옆구리의 상처도 봉합 했지만, 성호는 깨어나지 못했다.

    응급실에서 산소 호흡기를 매단 성호에게 최태욱 실장이 찾아왔다.

    그의 표정은 싸늘하다 못해서 잔인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회장님, 최 실장입니다.”

    [죽으려면 멀었다고 하던가?]

    성호는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그 영혼은 주변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당연히 최태욱 실장이 온 것을 알았다. 그리고 스마트폰 소리가 작았지만, 통화 내용이 성호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곧 죽을 수 있으니 준비하라고 합니다. 다만 그게 몇 달이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소문나지 않게 잘하고 웬만하면 뇌사 판정받아서 안락사시켜서 죽여 버려. 장기는 기증하고 말이지.]

    “알겠습니다.”

    [뇌사로 안락사시키면 죽이는 데 얼마나 걸려?]

    ‘이게 누굴 짐승으로 아나. 안락사가 아니고 존엄사라고!’

    “뇌사 판정까지 1개월, 장기 이식까지 1개월이니 총 2달이면 됩니다.”

    [빨리해, 박동진 변호사가 형님 재산을 성호에게 물려주기 위해 움직였어.]

    뜬금없이 아군이 한 명 생겼다.

    박동진 변호사.

    성호도 어렸을 때 몇 번 본 기억이 있다. 아버지의 지인이다. 그 사람이 아버지의 재산을 성호에게 되찾아 주기 위해 움직이나 보다.

    “그 전에 안락사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녀석이 죽으면 지 아버지 무덤 옆에 뼛가루나 뿌려주면 되겠지.]

    “사람들 보는 눈도 있는데 장례는 정상적으로 치러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건 너무 눈에 튀어. 아무도 성호에 대해서 알아서는 안 돼.]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사건의 트럭 운전수는?]

    “필리핀으로 보내 버렸습니다.”

    [확실히 해. 구설수 만들지 말고. 내가 사주한 게 알려지면 끝이야.]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좋아, 이번 일 잘 끝나면 계열사 사장 자리 하나 맡아 봐. 이만 끊지.]

    “넵, 신경 쓰지 마시고 들어가십시오.”

    최태욱 실장이 고개를 90도 꺾으며 핸드폰에 대고 꾸벅 인사하고는 한참 있었다. 고개를 든 최태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호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와 비릿하게 웃었다. 그의 얼굴에서 뱀보다 더욱 교활한 표정이 지어졌다.

    “성호야, 나는 네 덕분에 출세하고, 재산은 작은아버지에게 주고, 네 장기는 어려운 사람에게 주고, 이렇게 많이 착한 일을 하니 얼마나 좋으냐? 천국 가게 되면 내 덕임을 잊지 마라……. 하하하.”

    그리고는 최태욱은 병실을 나가 버렸다.

    ‘이용찬!’

    이용찬은 대머리에 붉은 얼굴을 한 놀부 같은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다.

    ‘그 돼지 자식이 날 죽이려고 해!’

    분노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러나 움직일 수가 없다.

    뇌사. 그것이 성호가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였다.

    ‘이 개자식!’

    성호는 분노로 어쩔 줄 몰라 했지만 뇌사 상태라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용찬, 이 돼지 자식! 똥 싸다 뒈져라.’

    이제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화 통화 내용을 들어 보니 이건 분명히 이용찬이 사주하고 최태욱이 만들어낸 살인 교사다. 자신을 정신 병원에 가둬두고 이용찬은 미래 그룹을 차지했다. 진짜 미래 그룹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자신은 이용찬 때문에 이렇게 뇌사 상태이고 말이다.

    ‘젠장, 이러다가는 살아 있는 상태로 장기 적출당하게 생겼네.’

    성호는 눈앞이 캄캄했다. 자신의 상황이 원망스러웠지만, 몸은 움직일 수 없었고 오직 의지만 가지고는 뭔가를 할 수 없었다.

    ‘마법만 할 수 있다면 다 작살내 버리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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