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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뜨고 레벨업-311화 (311/326)

< 아틀란티스 1 >

“던전을 만들 수 있다고요? 대체 어떤 던전을 말하는 겁니까? 브, 블랙홀?”

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던전이라는 것 자체가 아틀란티스에서 운영하는 전사 양성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블랙홀을 클리어하면서 나오는 아티팩트 역시 훌륭하게 시험을 치른 전사들에게 주어진 상품 같은 거였고 말이다.

세상이 쪼개지면서 변형되긴 했다. 원래는 훨씬 더 체계적인 훈련이 가능했다.

물론 안전한 사냥을 할 수도 있고, 죽음을 담보로 하는 사냥을 할 수도 있었다.

여러 가지 선택 사항이 있고, 상품을 주는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런 블랙홀을 현석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현석이 아니라 황궁의 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대,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그냥 단순하게 관리자 권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직은 아틀란티스에만 만들 수 있지만 좀 더 연구하면 다른 곳에도 가능할 거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러니 전 세계적으로 던전 생성지역이 여러 군데 생겨난 것일 테니까.

양동욱은 그 말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일단 던전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면 그건 정말 큰 자원이자 무기가 된다.

현재 세계는 던전에서 나오는 물건이 깊이 생활에 관련되어 있다.

심지어 에너지도 이제 마정석을 이용해 만들어낸다.

물론 아직 과도기 적인 과정이긴 하지만 이제 흐름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던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세계 에너지 산업을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것과 똑같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일단 아틀란티스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중요하겠군요.”

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건 문제였다.

“일단…… 레인보우 엘릭서를 꾸준히 공급해.”

“그 부분은 염려 마십시오. 다만, 재료가 상당히 많이 소진되었습니다.”

다른 재료야 그렇다 치고 마력의 정수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건 양동욱의 힘으로 다시 채울 수가 없으니 이대로는 계속 소모만 하게 된다.

현석은 아공간에서 손거울 모양의 아티팩트를 꺼냈다.

그걸 본 양동욱이 눈을 빛냈다.

“그게 뭡니까?”

“마력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아티팩트다.”

이번에 아틀란티스에 다녀오면서 마탑에 지시해 마력의 정수를 파악할 수 있는 아티팩트를 제작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마탑의 실력은 현석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물론 마력 패턴과 마력의 정수에 대한 현석의 도움이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말이다.

현석은 아공간에서 손거울 아티팩트를 우르르 쏟아냈다. 양동욱은 신기한 눈으로 그걸 이리저리 살펴봤다.

물론 플레이어가 아닌 그는 그걸 가져도 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이용해 마력의 정수를 채취해 올 인력은 차고 넘친다.

하물며 던전을 우리만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러지 않겠는가.

“일단 아틀란티스에서도 꾸준히 재료를 수급 중이다.”

베를루니 근처에 던전 훈련소를 세워서 전사들의 훈련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재료도 수급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블랙홀은 인접 차원에 간섭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걸 인위적으로 조절해 공간을 확보하고 마수를 뽑아내서 던전을 구성하게 된다.

던전을 클리어 해서 나오는 아티팩트만 황궁에서 제공한다.

그렇기에 적은 마력으로 높은 효율을 내는 훈련장을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이 바로 마력이 극에 달했던 고대 아틀란티스의 힘이었다.

“그럼 일단 당분간은 이쪽에 던전을 만들 수 있을 때까지 우리 플레이어들을 아틀란티스로 보내야겠군요.”

“그 부분을 곧 해결해 줄 테니 기다려라.”

그 말을 하는 현석의 눈이 빛났다.

사실 지금 그 부분을 연구하면서 새로운 가능성 하나를 발견했다.

사실 회귀 전에 경험했던 일을 토대로 하는 연구였다.

만일 이게 제대로 성공하면 상당한 위력의 전략 무기가 될 수도 있었다.

아마 아틀란티스를 적대하는 자들은 큰 세력을 일구고 있을수록 두려움에 떨어야 할 것이다.

양동욱은 왠지 모르게 섬뜩하면서도 든든한 현석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하긴, 당분간은 그쪽에 접근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긴 합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양동욱이 말을 이었다.

“물리적 타격이 통하지 않는 곳으로 알려졌으니 다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겁니다. 누군가가 직접 접근해서 상륙하기 전에는 말입니다.”

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건 그렇다. 지금은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 시간을 버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번 시간 동안 아틀란티스의 힘을 키워야 한다. 최대한 빠르고 강하게.

그러려면 현대식 무기를 그쪽에 배치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었다.

그 생각이 든 양동욱이 현석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간만에 힘 좀 써보겠습니다.”

양동욱은 괜찮은 무기들을 구해보기로 했다. 돈만 있다면 구할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었다.

미래산업의 우군 중에는 암시장들이 있다. 그들은 갑자기 암시장으로 성장한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비슷한 일을 해왔다.

그러다가 던전이 생기는 바람에 업종이 약간 추가된 것뿐이었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무기는 다 구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무기를 사기만 해선 소용없다. 구매한 무기를 아틀란티스로 가져가야 한다.

현석을 바라보는 양동욱의 눈에 의미심장한 빛이 맴돌았다.

“우리한테는 아무도 모르게 옮길 능력이 있지 않습니까.”

현재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아틀란티스에 다녀올 수 있는 사람은 현석뿐이다.

인식 장애를 이용한 비행은 레이더는 물론이고 인공위성의 눈에도 걸리지 않는다.

심지어 코앞을 지나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리고 현석에게는 아공간이 있다.

그 두 가지면 무기를 비롯한 무수한 현대식 장비를 아틀란티스로 옮기는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걸 설치하고 다룰 수 있는 기술자를 데려가는 게 문제였다.

양동욱은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처리하면 된다.

그러다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길이 열릴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자, 그럼 전 일 좀 하겠습니다.”

양동욱의 눈이 기대감과 설렘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그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자리로 후다닥 달려갔다.

이내 자판 두드리는 소리와 마우스 딸깍이는 소리만 방안에 가득했다.

현석의 시선이 이번에는 라이언 일행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심안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아직 방에서 나가지 않고 기다리는 케틀러에게 시선이 흘러갔다.

케틀러가 현석을 대하는 태도는 예전과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도 물론 주군으로 모시긴 했지만 그래도 태도는 그리 공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깍듯한 예의로 현석을 모셨다.

지금도 현석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살짝 조아렸다.

황제를 대하는 기사의 태도였다.

케틀러만 그런 게 아니었다. 샤텐도 그랬다.

그들에게 있어서 현석은 이제 그저 자신을 소유한 플레이어가 아니라 충성을 바칠 황제가 된 것이다.

라이언 일행은 그 모습을 보며 왠지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들을 더 당황하게 하는 것은 이걸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현석의 태도였다.

현석은 이들의 충성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한 번쯤 당황할 법도 한데 말이다.

지금 현석은 냉정하게 케틀러의 힘을 파악하는 중이었다.

예전의 케틀러와 아르포르 기사단은 라이언 일행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케틀러가 약해진 게 아니라 라이언 일행이 지나치게 강해진 것이다.

현석은 왠지 아르포르 기사단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 레인보우 엘릭서는 답이 아니다. 이들은 그걸 섭취할 신체 기관이 없다.

레인보우 엘릭서는 그저 마력에 섞여 들어서 효과를 일으키는 약이 아니었다.

육체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차원적인 약이었다.

그러니 육체가 남지 않은 아르포르 기사단에 먹힐 리가 없었다.

이들에게 남은 게 뭘까? 영혼? 답은 명확했다.

‘마력.’

아르포르 기사단은 아주 특별한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순수한 마력, 그리고 저주를 품은 마력, 마지막으로 영혼.

이 세 가지가 절묘하게 합쳐져 아르포르 기사단을 존재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을 성장시킬지 명백하다.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키워주면 된다.

그리고 그걸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아주 딱 적당한 장소가 있었다.

현석은 케틀러를 보며 말했다.

“너희, 잠시 감옥에 가 있어야겠다.”

케틀러는 일말의 반문이나 의심도 없이 고개를 깊이 조아렸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 * *

세상은 평온했다. 아니, 평온하다기보다는 평소와 똑같았다.

사람들은 그저 평소와 다름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일하고 놀고, 먹고, 사랑하고…….

하지만 평소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빠진 자들이 있었다.

이른바 세상을 이끌어가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각자 큰 세력을 일구고 있었다.

경제적인 세력, 혹은 정치적, 군사적인 세력. 그도 아니면 플레이어들을 모아 만든 세력까지.

어쨌든 그들이 현재 가진 공통점은 던전에 생각보다 깊이 발이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던전이 싹 사라진 사태는 그들에게 있어서 정말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관심은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던전을 찾는 쪽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그건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들의 관심은 이제 모두 아틀란티스로 향했다.

아틀란티스의 원주민들은 마력을 쓴다. 그에 관계된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그건 렉스턴 에너지의 첫 번째 시도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었다.

어쨌든 그렇다는 얘기는 어쩌면 예전 던전에서나 얻을 수 있던 물건들을 아틀란티스에서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뜻이었다.

물론 확실치는 않지만 확률은 제법 높았다.

그리고 경제를 주무르는 자들은 그 정도 확률이면 얼마든지 승부수를 던질 수 있었다.

하지만 섣불리 아틀란티스로 접근하기에는 렉스턴 에너지가 당한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다.

그래서 슬슬 간을 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사건 하나가 터졌다.

“던전? 확실해?”

“예. 확실합니다. 게다가 생성지역입니다. 20개 정도 모여 있습니다.”

직접 확인했다는 뜻이다.

칼슨은 눈살을 찌푸리며 래리를 바라봤다.

“위치는?”

“멕시코 국경 부근입니다.”

“양쪽에서 아귀처럼 달려들겠군.”

“예. 지금 다들 난리가 났습니다.”

칼슨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십니까?”

래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칼슨이 눈을 번득이며 대답했다.

“냄새가 나.”

“예?”

“수상하지 않아? 아틀란티스로 향하는 관심이 모조리 던전으로 돌려졌잖아. 타이밍이 너무 예술적이니 오히려 의심스러워. 안 그래?”

“확실히 그런 면이 있긴 합니다.”

래리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는 던전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일단 던전은 확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대로 세 달만 지나면 마정석 재고가 바닥납니다.”

칼슨이 피식 웃었다.

“세 달? 시간은 제법 있군.”

래리가 그런 칼슨을 답답한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칼슨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예전 미카엘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찾아왔다. 그때 단 한 번의 승부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이제 다시 한 번 승부를 펼칠 때가 되었다.

“우린 아틀란티스로 간다.”

“예?”

래리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하지만 거긴……!”

칼슨은 래리의 말을 끊었다.

“이번엔 아주 조용히. 그리고 은밀하게. 알겠지?”

래리는 결국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예. 준비하겠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래리의 뒷모습을 칼슨이 날카롭게 번득이는 눈으로 바라봤다.

그의 눈에 야망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 아틀란티스 1 > 끝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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