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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뜨고 레벨업-304화 (304/326)
  • < 전설의 대륙 1 >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양동욱이 의아한 표정으로 라이언을 바라보며 물었다. 갑자기 라이언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

    라이언은 별 거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리고 눈을 빛내며 사방을 둘러봤다.

    양동욱은 벌떡 일어나 어딘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허공에 손을 불쑥 내밀었다.

    꽈득!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이 나타났다. 라이언의 손에 목을 잡힌 채로.

    온몸에 짝 달라붙는 옷이었는데, 척 보기에도 그 옷에 뭔가 특별한 기능이 담긴 듯했다.

    검은 옷 위로 광택이 짜르르 흘렀는데, 광택이 훑고 지나간 자리가 투명해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라이언이 마력을 뿜어내 옷의 기능을 망가뜨린 것이다.

    “우리가 아주 우습게 보였나본데? 여기까지 기어들어오고 말이야.”

    라이언이 씨익 웃으며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끄르르.”

    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복면인이 정신을 잃었다.

    죽이진 않았다. 그에게서 알아내야 할 것들이 제법 많을 테니까.

    라이언은 정신을 잃은 복면인을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휙 던졌다.

    털썩!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일행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뭐해? 그냥 구경만 할 거야?”

    라이언의 말에 양동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그대로 얼굴이 굳어졌다.

    방금 라이언이 한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숨어 들어온 놈이 또 있어!’

    그 순간, 양동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뭐, 뭐야?”

    양동욱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일행을 찾았다. 하지만 정말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고민하려는 순간 여기저기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뻐버버벅!

    그리고 사라졌던 일행들이 나타났다. 각자 손에 복면인의 목을 하나씩 쥐고서.

    심지어 전투력이라고는 아예 없을 것 같던 류혜연마저 손에 복면인을 쥐고 있었으니 양동욱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끄, 끝난 겁니까?”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이며 복면인을 휙 던졌다.

    털썩!

    처음 널브러졌던 복면인 위에 라이언이 던진 복면인이 겹쳤다.

    그리고 라이언이 그대로 양동욱을 향해 몸을 날렸다.

    후웅!

    라이언의 손이 양동욱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양동욱은 너무 놀라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뒤에서 들려온 소리를 들었다.

    꽈득!

    양동욱은 뻣뻣하게 굳은 몸과 목으로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코앞에 복면인 하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의 몸을 투명한 광채가 한 차례 훑고 지나갔다.

    양동욱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민 라이언이 씨익 웃었다.

    “이제 끝났어.”

    양동욱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하지만 초인적인 인내로 꾹 참아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뭐, 이런 것까지 다 염두에 두고 대장이 지시한 일인데 우리도 밥값은 해야지.”

    양동욱은 내심 감탄했다.

    ‘정말로 괴물들이 되었구나!’

    이제 누가 와도 두렵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들이라면 현석이 없어도 현석의 몫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양동욱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내가 무슨 턱없는 생각을.’

    한 차례 피식 웃은 양동욱이 라이언 일행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자자, 아직 쉬는 시간 남았습니다. 최대한 푹 쉬세요.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시고요.”

    라이언이 손을 번쩍 들었다.

    “초콜릿!”

    그 말에 모든 일행이 크게 공감하는 표정으로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양동욱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크게 웃었다.

    “하하하! 좋습니다! 초콜릿 얼마든지 갖다 드리죠. 하하하하!”

    잠시 후, 최고급 초콜릿이 가득 담긴 박스가 방안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였다.

    그걸 행복한 눈으로 바라보는 라이언 일행을 보며 양동욱은 또 한 번 빙긋 웃었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새 레인보우 엘릭서들이 빼곡하게 담긴 상자가 들려 있었다.

    휴식은 끝났다. 이제 다시 성장의 시간이다.

    아직 미처 초콜릿을 먹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살짝 불행한 일이지만.

    * * *

    대서양, 사라진 대륙이 있던 곳에 도착한 현석은 하늘 위에서 바다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과연 예전에 여기 뭔가 있긴 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였다.

    하지만 분명히 여기 뭔가가 있었다.

    ‘아마…… 그 꿈이 아니었다면 와도 소용이 없었을 거야.’

    굉장히 은밀하고 미약한 마력이 바다 위를 흐르고 있었다.

    물결에 맞춰 흐르고 있었기에 마력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지 않으면 아예 마력 자체를 파악할 수도 없었다.

    현석은 바다에 흐르는 마력을 찬찬히 파악하며 정말 감탄했다.

    이 거대한 바다에 거대한 마력패턴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마력패턴은 형태가 고정된 게 아니었다. 크게 흔들리는 흐름을 이용해 패턴을 만들었기에 형태가 끊임없이 바뀌었다.

    아마 폭풍이라도 불면 더 크게 바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력패턴이 가지는 기능 자체는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애초에 이곳에 깔린 마력 패턴 자체가 무언가를 감추는 역할과 무언가의 위치를 기록한 것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단순한 역할이기에 가변적 패턴을 통해 그 비밀을 풀어내기 더욱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발상이야 할 수 있다고 쳐도 이걸 이렇게 구현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역시 파편은 파편이군.”

    신의 파편은 어느 하나 대단치 않은 게 없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위대함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어쨌든 그것도 일종의 마력패턴이었다.

    즉, 누군가 그걸 제대로 파악하고 어마어마한 능력을 얻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구현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현석은 고개를 휘휘 저어 상념을 털어냈다. 지금은 그것보다 마지막 파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동안 무수한 마력패턴을 풀어내고, 또 마력에 대한 엄청난 성장을 했는데도 바다에 넓게 펼쳐진 거대한 마력 패턴을 분석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일단 규모도 문제였고, 계속해서 변하는 것도 문제였다.

    이쪽을 분석하고 있으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패턴이 변하고 있으니 분석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었다.

    게다가 저쪽이 변하면 자동으로 이쪽의 패턴이 미묘한 변화를 일으켜 조화를 맞추기 때문에 한 곳만 분석하는 것도 상당히 까다로웠다.

    현석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모든 패턴을 한눈에 담았다. 아무래도 이걸 제대로 분석하려면 모든 패턴을 순간적으로 눈에 담아야 할 듯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마력의 느낌이 희미해졌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하지만 현석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력 패턴에 온 신경을 내리 꽂았다.

    이내 사방 모든 것이 새까맣게 죽어 버렸다. 아예 신경에서 배재된 것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집중력이었다.

    현석의 시야와 뇌리에는 오직 대서양에 펼쳐진 거대한 마력패턴만 남았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변하는 마력패턴이.

    그 흔들림에 규칙이 있다는 걸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일단 제대로 집중하기 시작한 현석의 분석 능력과 마력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렇게 현석은 또 한 걸음 성장했다.

    그리고 대서양에 펼쳐진 거대한 마력 패턴을 분석해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분석만으로 모든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 저걸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저기에 새겨진 기록을 읽어야 한다.

    현석은 분석한 마력 패턴을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깊숙한 곳에 숨겨진 기록을 읽어낼 수 있었다.

    “자물쇠?”

    명확한 형태가 기록된 게 아니었다. 자물쇠 같은 이미지가 기록되어 있었다.

    그나마도 현석이 자물쇠로 인식을 해서 자물쇠처럼 보이는 거지, 만일 다른 걸 상상했다면 다른 형태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떤 형태를 갖췄건 잠긴 문이나 자물쇠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러니 저걸 열기 위해선 열쇠가 필요했다.

    현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열쇠가 무엇인지 지금 알아차렸다.

    “내가 열쇠라고?”

    더 정확히 말하면 저 거대한 마력패턴을 풀어내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읽어낸 존재가 바로 열쇠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걸 인지한 순간, 거대한 마력패턴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것이 지금까지 감춰두고 있던 것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바다 위에 펼쳐져 있던 거대한 마력 패턴이 뿜어내는 빛이 점점 강해졌다. 그러더니 중심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중심부가 아니었다. 거기에서 좀 벗어난 곳, 그러니까 현석이 떠 있는 하늘 바로 아래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인 빛의 밝기는 작은 태양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밝고 강렬했다.

    그렇게 한 점에 모여든 빛이 그대로 위로 솟구쳐 올랐다.

    지잉!

    그 빛이 현석을 직격했다.

    현석은 그걸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하지 않았다.

    모든 빛이 현석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그것은 거대한 마력이었다. 거대한 힘이었다. 그리고 거대한 권능이었다.

    마지막 신의 파편이 현석의 몸으로 온전히 스며들었다.

    현석은 꿈에서 봤던 그 신의 전사들이 왜 그렇게 강했는지 이제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현석은 힘과 빛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스며들었던 힘이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힘이 쭉 빠져나가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현석은 경지에 이른 마력 컨트롤 능력을 이용해 빠져나가는 힘을 막았다.

    하지만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만일 현석의 마력 컨트롤 능력이 진짜 벽을 깨고 위로 올라갔다면 모든 힘을 갈무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모든 힘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굉장한 수준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현석은 예전 신의 전사들도 이와 똑같은 과정을 겪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꿈을 떠올리며 그들의 수준을 냉정하게 판단했다.

    그들은 받아들인 힘의 절반도 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나머지는 다 흘려버렸고 말이다.

    현석은 그에 비하면 월등했다. 90% 이상의 힘을 받아들였으니까.

    “후우우.”

    현석은 숨을 길게 내쉬며 갈무리한 힘을 온몸 구석구석에 퍼트렸다.

    그게 끝은 아니었다. 힘을 받아들인 것과 힘을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으니까.

    아마 신의 전사들도 받아들인 힘의 극히 일부만 소화했을 것이다.

    현석은 그렇게 대부분의 힘을 몸 구석구석에 저장했다.

    그러자 새 타이틀을 얻었다.

    [신의 전사-파편의 힘을 받아들인 자에게 주어지는 호칭. 파편의 권능, 빛의 열쇠를 쓸 수 있다.]

    [빛의 열쇠-빛의 성을 열 수 있는 열쇠.]

    현석은 빛의 성이라는 말에 주목했다. 직감적으로 그것이 향후 아주 중요한 열쇠가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어쨌든 이렇게 마지막 파편을 깨웠다. 그리고 그 힘을 몸으로 받아들였다.

    현석은 차분한 눈으로 허공에 떠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용이 사라졌다. 막대한 힘을 이기지 못하고 자동으로 소환 해제된 것이다.

    현석은 용의 도움도 없이 자연스럽게 허공에 떠 있었다.

    이 또한 신의 파편을 얻은 덕에 갖게 된 능력 중 하나였다. 앞으로 자연스럽게 하늘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아래에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구구구구구!

    나직한 진동이 울렸다. 바다가 우는 게 아니라 대기가 울고 있었다.

    현석은 저 아래에 무언가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바다 위에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푸르른 숲이었다, 새하얀 사막이었다. 그리고 들판과 산, 성과 대지였다.

    거대한 땅 덩어리가 환상처럼 나타났다.

    처음에는 반투명했다. 마치 홀로그램으로 만든 것처럼. 하지만 이내 색이 짙어지더니 형체를 완벽하게 갖춰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새 대륙이 나타났다.

    사라졌던 전설의 대륙이.

    < 전설의 대륙 1 > 끝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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