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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뜨고 레벨업-300화 (300/326)
  • < 경계의 마왕 1 >

    꽈과과과광!

    거대한 폭발이 연이어 터졌다. 사방의 마력이 폭풍처럼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 마력은 그 와중에도 현석을 끊임없이 공격하고 괴롭혔다.

    현석은 솔직히 마왕과의 싸움은 그렇게 난감할 정도로 힘들지 않았다.

    이 공간을 장악한 마력이 더 대처하기 힘들고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계속 마력의 공격을 버티다 보니, 그동안 한계에 부딪힌 줄 알았던 마력 컨트롤 능력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그건 지독한 절박함 속에서 얻은 성장이었다. 그렇게 급격히 성장하지 않으면 진짜 죽을 것 같았으니까.

    어쨌든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나니, 자신이 그동안 얻었던 것이 얼마나 보잘 것 없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역시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이 성장에는 최고의 효율을 발휘하게 만드는 법이다.

    꽈과과과광!

    마왕과 현석이 연이어 격돌했다. 하지만 이젠 처음 격돌할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현석은 마왕의 공격을 살짝살짝 흘려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충격이 누적되었는지 모른다.

    회복할 틈이 없으니 몸이 계속 망가져가고 있었는데, 이제야 조금씩 회복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막상 그렇게 여유를 찾고 보니, 마왕이 예상보다 대단치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왕은 그저 힘과 속도로만 밀어붙이고 있었다. 물론 마왕의 힘은 어마어마했고, 속도는 반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싸움은 꼭 힘세고 빠른 사람이 이기지만은 않는다. 힘이 좀 약하고 속도가 느려도 얼마든지 대응할 방법이 있었다.

    더구나 이렇게 마력까지 동원하는 경우에는 그보다 변수가 훨씬 많았다.

    ‘뭐…… 이보다 더 압도적인 마력으로 밀어붙이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석은 그런 생각을 하며 마왕의 공격을 슬쩍 흘리며 거기에 자신의 힘을 살짝 보탰다.

    꽈아앙!

    마왕의 공격이 공간 한 부분을 그대로 직격했다. 그 충격으로 공간이 뒤흔들렸다.

    작정하고 내지른 일격이었던 모양이다.

    물론 이젠 더 이상 현석에게 그런 뻔한 공격은 소용이 없었다. 그 사실을 미리 간파하지 못한 마왕의 명백한 실책이었다.

    그리고 현석은 그런 실책으로 인해 드러난 빈틈을 가만히 내버려 둘 정도로 어설프지 않았다.

    마왕에게서 쏟아지는 마력을 타고 올라가 가슴 안쪽으로 순식간에 파고든 현석이 그대로 검을 찔렀다.

    푸슉!

    현석의 검이 마왕의 명치에 정확히 꽂혔다. 물론 마왕의 반응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서 치명상을 입힐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제법 깊이 파고든 현석의 검이 마왕의 몸으로부터 상당량의 피와 마력을 뽑아냈다.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는 마왕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는 점이었다.

    그 어떤 도발보다 효과가 탁월했다.

    “감히!”

    마왕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맹렬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검격 하나하나에 담긴 힘과 마력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당연히 속도도 빨랐다. 반응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현석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그것을 피해냈다.

    흘려내면 더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마왕이 검에 담은 힘과 마력이 너무 컸다.

    어설프게 흘리다가는 오히려 충격을 받아 날아가 버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몇 번 피하다 보니, 슬슬 마왕의 힘과 속도에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쩡! 쩡! 쩡! 쩡!

    현석의 검과 마왕의 검이 격렬하게 부딪혔다. 물론 현석은 대부분의 충격을 뒤로 흘렸다.

    현석이 흘려낸 마왕의 과도한 힘이 공간 이곳저곳에 막대한 충격을 주었다.

    마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반면 현석의 표정은 물처럼 잔잔하기만 했다.

    더 이상 이 싸움이 힘들지 않았다. 현석은 싸우는 동안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모든 면에서.

    “다른 마왕이랑 다를 것도 없는데? 원래 이렇게 싸움을 못 하나?”

    현석이 정말로 궁금해서 그렇게 물었다.

    수천 년, 아니 수만 년을 살아왔을지도 모르는 존재가 바로 마왕이었다.

    게다가 마왕은 무수한 전투 끝에 만들어지는 존재라고 알고 있었다.

    한데 그런 존재 치고는 전투 경험이 너무 없어 보였다.

    정말 힘과 속도에만 의존하는 싸움으로 수만 년을 살아왔다고 해도 그 정도 경험이면 웬만한 무술가 쯤이야 힘이 없어도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정상 아닐까?

    “닥쳐라!”

    마왕이 그렇게 외치며 더욱 큰 힘을 끌어냈다.

    현석은 그걸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리 큰 힘을 내보이면 뭐하나, 방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결과는 이제 똑같을 텐데.

    쿠오오오오!

    막대한 마력이 담긴 마왕의 검이 현석을 향해 어마어마한 속도로 쏘아졌다.

    물론 현석은 마왕이 채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궤적과 타이밍을 예측해서 미리 움직였다.

    쩌어어어엉!

    현석의 검이 마왕의 공격을 살짝 흘려냈다. 그렇게 궤적이 비틀린 마왕의 공격이 공간의 균열 중 가장 취약한 곳에 그대로 직격했다.

    꾸와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공간의 균열이 뒤틀리더니 그대로 구멍이 뻥 뚫려 버렸다.

    “헉!”

    당황한 마왕의 입에서 헛바람 소리가 나왔다.

    뚫린 구멍으로 공간을 꽉 채우고 있던 마왕의 마력이 쑤우욱 빠져나갔다.

    현석의 눈이 순간 날카롭게 빛났다.

    몸이 갑자기 엄청나게 가벼워졌다. 온몸을 압박하던 마력이 옅어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현석이 눈부신 속도로 마왕에게 접근해 검을 휘둘렀다.

    슈가가각!

    마왕은 현석의 검격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처음 세 번의 검격을 피한 것이 전부였다.

    마왕의 몸 곳곳에 상처가 났다. 피와 마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물론 즉시 상처가 회복되며 출혈이 멎었지만 문제는 현석의 공격이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쩌저저저정!

    마왕의 검과 현석의 검이 연달아 부딪혔다. 마왕이 정신을 차리고 현석의 검에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왕이 현석의 검격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순간, 현석의 검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해졌다.

    촤아악!

    마왕의 팔뚝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어둠의 권역이 펼쳐지고, 숲이 소환되었다. 현석이 이번 일격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크아아아!”

    마왕이 비명인지 괴성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현석에게 달려들었다. 잘린 팔을 재생할 생각도 하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현석은 즉시 두 번째 스킬을 발동했다.

    스킬 신력, 모든 스탯과 능력치를 두 배로 올려주고, 스킬의 위력을 세 배로 올려주는 사기 스킬이 발동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아껴두었던 스킬이다. 아니, 뒤를 생각하지 않은 스킬 시전이었다.

    현석의 몸이 그대로 훅 꺼지더니 마왕의 뒤에 나타났다.

    지금 이 순간, 현석의 힘과 속도는 마왕을 살짝 능가하고 있었다.

    촤촤촤촤촤촥!

    마왕의 몸이 현석의 검격에 의해 난자당하기 시작했다.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살점과 뼈가 사방에 비산했다. 그리고 종국에는 목이 잘려 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당했음에도 마왕은 죽지 않았다.

    현석은 마왕의 심장을 그대로 찔렀다.

    꽈득!

    심장이 박살 났다. 하지만 그래도 마왕은 살아 있었다.

    그 와중에도 마왕의 마력이 몸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진짜 기절할 정도로 놀랄 만한 회복력이자 생명력이었다.

    현석은 이를 악물었다.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스킬 신력은 30분의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지고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

    최소한 그 이전에 싸움을 마무리 해야만 했다.

    꽈득! 꽈득! 꽈득! 꽈득!

    현석의 검격에 더 큰 힘이 담겼다. 이제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그저 마왕을 소멸시키는 데에 집중해야만 한다.

    마왕의 몸은 이미 조각났고 만신창이였다. 그러니 움직일 수 있을 리 없고, 그 몸으로 현석을 공격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다만 현석의 힘이 다하고 마왕의 회복력이 남아 있다면 결국 승리는 마왕에게 돌아갈 것이다.

    현석이 지금 할 것은 최선을 다해 마왕을 가루로 만드는 일이었다.

    이내 정말로 마왕이 가루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왕에게 남은 회복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가루가 된 걸 태워버렸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슈우우우우우!

    마왕의 몸은 연기가 되어서도 다시 모여들어 회복했다. 현석은 이를 악물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뇌리를 마구 때렸다.

    ‘이제 더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현석은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아직 시간은 있었다. 그 안에 대처법을 생각해 내기만 하면 된다.

    자신을 지금까지 지탱해 주고, 성장을 도왔으며 위기 때마다 그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것은 당연히 마력이었다.

    현석의 몸에서 마력이 뭉클 뿜어져 나갔다. 그리고 마왕의 마력이 사라진 공간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공간에 뚫린 균열의 구멍도 마력을 이용해 메워버렸다.

    이제 이 공간은 오롯이 현석의 것이 되었다.

    그 순간 마왕의 회복력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현석은 가루가 되어 흩어진 마왕의 몸을 한데 모아 자신의 마력을 투영했다.

    마왕의 회복력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었다. 다만 작동하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만일 현석의 마력이 이 공간에서 사라지면 마왕은 다시 부활할 것이다.

    그 부활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마왕을 이길 수 없다.

    현석은 더욱 깊이 마력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마왕의 몸에 남은 회복력을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현석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마왕의 몸에 남은 회복력이 사라지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그리고 이내 마왕의 몸이 완벽하게 소멸되었다.

    털썩!

    현석은 그대로 탈력감에 빠져 바닥에 널브러졌다.

    “크윽!”

    레벨이 마구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급격한 몸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었다.

    현석은 이제야 레벨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건 자신이 죽인 존재의 힘과 영혼을 흡수해 정제하는 과정이었다.

    그저 마력 파동의 영향으로 마력이 성장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플레이어는 정말로 선택받은 존재였다.

    어쩌면 신의 의지가 깃든 존재가 바로 플레이어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적인 존재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이런 식의 성장이 이뤄질 수는 없을 테니까.

    어쨌든 현석은 그렇게 마왕과의 싸움을 통해 또 한 차례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다.

    신력을 통해 무력감에 빠졌던 몸이 폭발적인 레벨업을 통해 순식간에 원래대로 회복되었다. 아니, 원래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성장했다.

    현석의 마력이 장악한 공간이 점점 더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아공간과도 다른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정말 아무것도 안 남겼군.”

    다른 마왕들은 심장을 남겼는데, 경계의 마왕은 그 마왕들의 본체이면서 아무것도 안 남겼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

    현석은 공간에 남은 마력을 거둬들였다.

    그러자 공간이 급격히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대로 있으면 공간에 눌려 죽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석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이 공간이 자신을 해칠 거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공간이 그대로 압축되었고, 현석의 몸은 어느새 처음 마왕의 길로 들어선 입구, 암초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압축된 공간이 새까만 구슬이 되어 현석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마왕의 심장]

    진짜 마왕의 심장을 얻었다.

    < 경계의 마왕 1 > 끝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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