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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뜨고 레벨업-242화 (242/326)

< 마요트 2 >

엠페러타워의 창고 중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창고는 출구가 없는 공간에 있는 창고였다.

그 공간에서 나오려면 일단 다시 중앙으로 나와야만 했다. 그리고 중앙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보안이 가장 강력했다. 그러니 중요한 물건들을 보관하는 것이고 말이다.

이 창고에 보관된 물건은 악세사리형 아티팩트였다.

사실 악세사리형 아티팩트는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그리고 만들기도 어려웠다.

이곳 창고에 보관된 악세사리형 아티팩트의 10%정도는 렉스턴 에너지의 아티팩트 연구소에서 제작한 물건이었다.

아티팩트 제작이라는 것이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내듯 만들 수는 없기에 성공률 자체가 상당히 낮았다. 더구나 악세사리는 크기 때문에 성공률이 거의 바닥이었다.

그러니 이곳에 모인 제작 아티팩트 정도면 못해도 그 수백 배는 시도한 끝에 나온 것들이리라.

그렇게 구하기 힘들고 만들기 힘들기 때문에 가격도 엄청났다.

모르긴 해도 이 창고 하나만 털어도 엠페러타워의 오픈을 최소 몇 달은 늦출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금전적 타격도 있긴 하겠지만 렉스턴 에너지라는 돈줄을 쥐고 있는 이상, 그건 타격이라고 말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미약할 것이다.

‘나중에는 얘기가 좀 달라질 거다.’

현석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창고에 다가갔다. 이젠 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엠페러타워를 샅샅이 훑었지만 그 미지의 플레이어는 발견하지 못했다.

상당히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다수 있었지만 그들을 미지의 플레이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모자랐다.

솔직히 그 정도 플레이어는 아르포르 기사단의 기사 한 명도 당해내지 못할 테니까.

현석은 아공간 창고 앞에 서서 이걸 어떻게 뜯어낼지 잠시 고민했다. 그러면서 마력을 천천히 움직였다.

* * *

마요트는 계속해서 온몸을 쿡쿡 찌르는 불길한 예감에 안정을 찾을 수 없었다.

“분명히 뭔가 일이 터질 거야. 이 정도로 불길한 적은 처음이야.”

그동안도 여러 번에 걸쳐서 불길한 예감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미리 대처하고 준비해서 위기를 잘 넘겨왔다.

한데 이번에 느껴지는 그 불길함은 그동안 마요트가 겪었던 그 어떤 것보다도 엄청났다.

어쩌면 이번에 터질 일은 막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요트는 그 불안한 감각에 집중했다. 눈까지 감고서 집중한 결과 불안감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저쪽인가?”

사방에 뚫린 구멍 중 하나를 바라본 마요트는 잠시 고민했다.

만일 저쪽에 누군가가 침입했다면, 입구만 틀어막으면 된다. 입구만 단단히 막으면 저 안에서 밖으로 나갈 방법은 아예 없다.

여차하면 굴을 무너뜨려도 된다. 이 거대한 불안감을 야기시키는 놈만 잡을 수 있다면 그 정도 피해는 감수할 만했다.

적어도 마요트의 기준에서는 그랬다.

‘칼슨은 반대하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쩌겠어?’

마요트는 무전기를 들었다.

“다들 중앙으로 모여. 알아낸 거 같다.”

마요트는 일단 동료들부터 모았다. 그들이 모두 모인다면 적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미카엘만 아니면 누구도 뚫을 수 없을 거야.’

마요트가 보기에 미카엘은 인간이 아니다. 신의 사자다. 그러니 못 막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저쪽에 있는 놈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250레벨이 넘는 강자가 무려 15명이나 있다. 그것도 몇몇은 250을 훌쩍 넘는다. 거의 280에 육박할 정도의 강자들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적이 강하다고 해도 무조건 이쪽이 이길 자신이 있었다.

‘한 놈이라면 말이야.’

어쩌면 적이 여러 명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요트는 한 명 쪽에 무게감을 뒀다.

여러 명이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걸리지 않았을 리 없다. 아무리 은신과 잠입이 뛰어나다고 해도 수가 많으면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이내 동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한 놈은 목표인 굴에서 나왔다.

“그쪽에서 뭔가 이상한 거 못 봤어?”

마요트의 물음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최근 레벨 테스트에서 283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칼슨은 미카엘을 제외하면 그가 세계에서 제일 레벨이 높을 거라고 했다.

그런 그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건 상대의 실력이 정말 대단하는 뜻이었다.

“왜 그러는데? 설마 그 감이 저쪽에 적이 있다고 알려줬어?”

마요트의 감을 대부분 믿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지금 말한 놈은 안 믿는 쪽이었다.

그러니 지금 한 말은 당연히 비아냥이었다.

“엄청난 느낌이야. 아마…… 보통 놈이 아닐 거야. 어쩌면 그냥 사람이 침입한 게 아니라 다른 것일 수도 있어.”

“다른 거? 뭐?”

그의 입가에 떠오른 비웃음에도 마요트는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했다.

어떤 상황에서건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 또한 마요트의 강점 중 하나였다.

“누군가 핵폭탄을 설치했을지도 모르지.”

“뭐? 푸하하하하!”

그가 어이없다는 듯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동굴 입구를 노려봤다.

“저기 아무도 없는 게 확실하지만, 만일 누가 있다 하더라도 내가 없애버릴 테니 쓸데없는 걱정은 안 해도 돼.”

그리고 그 말이 끝난 순간 거짓말처럼 경보가 요란하게 울렸다.

우우우우우웅!

묵직한 저음이 엠페러타워를 꽉 채웠다. 설사 귀를 막고 있다 하더라도 온몸으로 그 저음의 진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한 경보음이기도 했다.

“정말 경보가 울렸네?”

경보음을 통해 이것이 어떤 상황에서 울린 건지 알 수 있었다.

다들 방금 마요트가 말했던 굴을 바라봤다. 그곳에 있는 아공간 창고에 문제가 생겼을 때 울리는 경보였다.

“다들 입구로 가서 준비해.”

마요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 명, 레벨 283의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나 혼자 상대할 테니까 다들 거기서 구경이나 하고 있어.”

마요트가 굳은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다.

“내 말을 어길 셈이야? 내 말을 어긴다는 건 미카엘의 말을 어기는 것과 똑같다는 거 몰라?”

그 말에 사내가 피식 웃었다.

“착각하나본데, 넌 미카엘이 아니야. 그리고 난 세계 제일의 플레이어고. 적이 누구든 지지 않아.”

얼마 전에 들은 칼슨의 말 때문에 이러는 모양이었다. 마요트는 굳이 그와 말싸움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저렇게 나오면 거기에 걸맞은 무대를 만들어 이용하면 그만이었다.

“알았어. 그럼 너 혼자 상대해. 대신 안으로 들어가.”

“뭐? 안으로 들어가라고?”

“여긴 도망칠 길이 너무 많아. 그러니 길이 없는 곳에서 싸워야지.”

“하긴.”

그 말에는 사내도 수긍했다. 자신이 아무리 잘 싸우면 뭐 하는가. 상대가 도망가 버리면 그만인데.

물론 도망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몰래 여기까지 들어온 자가 빠져나가지 못할 리 없지 않은가.

미리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좋아. 내가 들어가서 자근자근 밟아놓지.”

사내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굴에 들어갔다. 그리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아마 굴 중간에서 만나거나 아니면 저쪽 공간에 들어가자마자 만날 것 같았다.

마요트는 나머지 동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일단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게 좋겠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최대한 모아. 그리고 총을 가진 경비병도 데려오고, 저격수도 배치해.”

마요트는 여기서 나오는 자가 누구든 무조건 저격부터 하고 총기를 난사할 계획을 세웠다.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는 동료는 독이나 다름없었다. 적에게 당하지 않아도 이번 기회에 처리해 두는 것이 낫다.

“서둘러!”

마요트는 갑자기 증폭되는 불안감에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 불안감은 강한 바람처럼 굴에서 마요트를 향해 훅하고 다가왔다.

플레이어들이 서둘러 움직였다. 그리고 각자 가진 가장 강력한 스킬을 준비했다.

경비병들은 동굴 입구를 향해 총을 겨눴다. 그리고 멀리서 저격수 다섯 명이 저격 준비를 마쳤다.

콰우우!

그 순간 굉음과 함께 동굴에서 뭔가가 훅 튀어나왔다.

다들 그걸 향해 총을 쏘고 스킬을 난사했다.

투두두두두!

화르르륵!

꽈르릉! 번쩍!

쉬쉬쉬쉭!

스킬이 펼쳐지며 화려한 장면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정작 굴에서 나온 무언가에 명중한 건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 너무 빨라서 저격도 하지 못했다.

“아니야!”

마요트가 다급히 외쳤다. 그는 처음 굴에서 뭔가가 날아올 때부터 이상함을 느꼈다. 그건 전혀 불안하지 않았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동료의 시체였다. 안에서 죽은 시체가 날아온 건지 아니면 방금 공격으로 시체가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놈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불안감이 마요트를 덮쳤다.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다.

퍽!

마요트는 어깨에 뚫린 구멍을 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만일 자신의 그 특별한 예감이 아니었다면 이 구멍은 머리에 뚫렸을 것이다.

“크윽! 굴을 무너뜨려!”

마요트의 말에 몰래 대기 중이던 경비병 하나가 손에 들고 있던 붉은 버튼을 꾹 눌렀다.

꽈과과과과광!

동굴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동굴이 단숨에 무너졌고, 자욱한 흙먼지가 광장을 뒤덮었다.

마요트는 그걸 보며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불안감이 사라진 것이다.

“끝났다.”

그의 말에 다들 긴장을 풀었다. 마요트는 몸이 축 늘어질 것만 같았다.

한데 그 순간 또 한 번 강렬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막 소리 지르려는 찰나, 누군가가 그의 목을 꽉 움켜쥐었다. 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았다.

마요트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굉장히 귀찮은 스킬이네.”

마요트는 자신의 끝을 직감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 * *

흙먼지가 가라앉은 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사방을 둘러보며 혹시 다친 사람은 없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무너진 굴도 확인했다.

이제 저 굴은 다시 뚫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아마 다시 뚫으려면 대공사를 거쳐야 할 것이다.

아직 저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제법 많았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일한 인부들을 제대로 살려서 돌려보낼 생각 따위는 없었으니까.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흙먼지를 뒤집어 써서 더러워진 사람들만 있을 뿐이었다.

한데 사라진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마요트?”

마요트가 없어졌다. 이 모든 상황을 지휘해야 할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으니 다들 당황했다.

“저, 저기야!”

마요트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 눈을 감고 조용히 누운 채로.

동료 하나가 다가가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죽었어.”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하지만 그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걸 믿을 사람은 이곳에 단 한 명도 없었다.

“설마 그놈이 빠져나온 건가?”

“그랬다면 어딘가에서 또 아공간 창고를 털고 있겠지.”

다들 이를 악물었다. 이건 굴욕이었다. 미카엘도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농락당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엔 꼭 잡고 말겠어.”

다들 이를 갈았다. 어디로 갔던 엘리베이터만 확실히 감시하면 된다. 아니, 엘리베이터를 당분간 폐쇄하면 된다. 아무도 못 올라가도록 말이다.

그들이 그렇게 사라진 현석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때, 현석은 엠페러타워의 가장 깊숙한 장소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사람이 없으니 다니기는 참 좋네.”

방금 그런 소란을 피운 덕분에 이곳을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일꾼만 간간이 보였는데, 그마저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이곳은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된 모양이었다.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간 현석은 투명던전을 발견했다.

[황궁으로 가는 길]

황궁으로 가는 입구가 있는 곳이었다.

진짜 황제인지 아니면 사념만 남은 황제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황궁의 황제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이번에 이곳 엠페러타워에 온 이유는 둘이었다. 그 중 하나가 끝났으니 이제 남은 하나를 수행할 차례였다.

두 번째 목표는 황제를 만나 바벨의 증표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아무 변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번에 황궁에 가면 예전엔 보지 못했던 것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선물이나 하나 해줄까?”

현석의 입가에 씨익 미소가 맺혔다.

< 마요트 2 > 끝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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