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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뜨고 레벨업-237화 (237/326)

< 돌아가는 길 2 >

쥬크를 지키던 기사는 무려 열 명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일단 작정하고 움직이는 라이언의 공격을 제대로 막아낼 만한 기사가 한 명도 없었다.

한데 공격하는 사람은 라이언뿐이 아니었다. 추광열과 권혁찬도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활로 보조하는 박승희까지 더해 엄청난 공격력을 자랑했다.

류지혜나 류혜연, 그리고 양세희는 나설 필요조차 없었다.

열 명이나 되는 기사가 제대로 칼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 한가운데 있던 쥬크는 놀라고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병사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와 크게 포위망을 형성했다. 하지만 섣불리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기사들도 뒤늦게 안으로 들어왔지만 이미 쥬크는 현석 일행에게 사로잡힌 뒤였다.

현석은 쥬크에게 다가가 손목에 채워진 인페르노를 뺐다.

“이리 내! 그건 내 거야!”

쥬크가 몸부림치며 소리쳤다. 하지만 현석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건 내 거다.”

“웃기지 마!”

쥬크의 발악에 현석이 피식 웃었다.

“왜 네가 이걸 못 썼다고 생각하지?”

“뭐?”

“네가 가진 그 조악한 금속상자에 문제가 있었을 것 같나? 아니면 네가 먹은 그 어설픈 약에 문제가 있었을까?”

쥬크는 입을 다물고 현석을 노려봤다.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분명히 자신이 이걸 썼다. 이걸로 가문의 그 강력한 기사들을 모조리 날려버리지 않았던가.

“전부 제대로 작동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어.”

현석은 인페르노를 손가락에 끼워 한 바퀴 빙글 돌리며 말했다.

“내가 네게서 작동 권한을 빼앗았거든.”

“뭐? 그게 무슨 소리지?”

“해제 되어 있던 보안을 다시 설정했다는 뜻이다.”

현석의 말에 쥬크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건 크란시스 가문의 보물이다. 한데 그 보안 설정을 왜 외부인인 현석이 한단 말인가.

현석은 굳이 그 궁금증까지 풀어줄 생각은 없었다. 사실 이건 아주 간단한 문제였다.

인페르노는 바벨이 만든 일곱 아티팩트 중 하나였다.

바벨이 만든 아티팩트 중 여섯 개를 확인했는데 마지막 아티팩트가 바로 여기 있었다.

현석은 인페르노를 바벨의 증표에 갖다 댔다.

우우웅!

은은한 진동과 함께 두 개의 아티팩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내 빛이 사그라들자, 현석은 인페르노를 아공간에 던져 넣었다.

이로써 바벨이 남긴 일곱 개의 아티팩트를 모두 얻었다.

사실 이건 바벨이 남긴 보물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시험이기도 했다.

일곱 개의 아티팩트를 모두 찾아내고, 아티팩트에 담긴 비밀을 알아내는 것까지가 시험이었다.

그리고 현석은 그 시험을 멋지게 통과했다.

기본적으로 바벨의 시험은 모두 마력의 컨트롤과 감각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얼마나 마력을 예민하고 세밀하게 감지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걸 얼마나 잘 컨트롤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험이었다.

어쨌든 현석은 시험이 끝나 다시 태어나게 된 바벨의 증표를 확인했다.

[바벨의 증표]

[바벨이 세상에 남긴 힘이 담긴 보물. 원래 일곱 개의 조각으로 흩어져 있던 걸 하나로 모았다. 바벨의 병사를 모두 부릴 수 있는 권한이 담겨 있다. 모든 능력치+100, 스킬 마력검, 사령관의 무예, 인페르노 스톰, 인페르노 애로우, 인페르노 레인 사용가능.]

마치 일곱 개의 아티팩트를 하나로 모은 듯한 능력이었다. 이것 하나만 착용하고 있어도 당해낼 자가 없을 듯한 사기에 가까운 아티팩트였다.

스킬 사령관의 무예는 여섯 사령관이 익히는 무예 스킬을 모두 합한 듯한 스킬이었다.

몸과 뇌리에 자동으로 새겨지기 때문에 따로 수련을 할 필요도 없었다.

물론 현석은 그 스킬에 의존해 싸울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어쨌든 앞으로의 수련에 제법 도움은 될 것이다.

다만 모든 능력치를 올려주는 수치가 300이 아니라 100인 점이 좀 아쉽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기나 다름없는 효과였다.

게다가 인페르노 스톰와 인페르노 애로우는 물론이고 거기에 더해 인페르노 레인이라는 스킬이 새로 생겼다.

아마 모든 조각을 모았을 때 결합 효과로 만들어진 스킬인 모양이었다.

보아하니 인페르노 스톰과 애로우를 합쳐 놓은 듯한 스킬일 듯했다.

[인페르노 레인-일정 지역에 강력한 화염의 비를 내리게 한다. 화염의 비는 30분간 계속되며, 화염 하나하나의 위력은 인페르노 애로우의 절반에 해당한다. 한 달에 한 번 쓸 수 있다.]

이로써 현석은 한 달에 한 번 신벌과도 같은 위력을 가진 화염의 비를 뿌릴 수 있게 되었다.

아티팩트 확인이 끝난 현석은 주위를 둘러봤다.

적의를 가득 담은 병사와 기사들의 시선이 현석 일행에게 꽂혀 있었다.

시선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아마 현석 일행은 백 번도 더 죽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살기가 가득했다.

현석은 그들을 담담히 둘러본 다음 말했다.

“책임자도 없이 잔챙이만 온 건가?”

잔챙이란 말에 기사들이 발끈했다. 하지만 아예 틀린 말도 아니기에 입을 꾹 다문 채 현석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현석이 옆에 있는 켄드릭에게 물었다.

“저 중에 크락실리아 소속 병사나 기사가 몇이나 있지?”

“한 명도 없습니다.”

켄드릭의 단호한 말에 현석이 피식 웃었다.

“아예 도시를 넘겨줬군.”

“웃기지 마라! 그런 게 아니다!”

쥬크가 발악하듯 외쳤다. 하지만 그 말에 수긍하거나 귀 기울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지금 이 상황만 보면 현석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물론 현석 일행을 포위한 기사나 병사들도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했다.

애초에 그걸 목적으로 여기까지 와서 크락실리아의 최고 권력자라 할 수 있는 크란시스 후작을 죽인 것이다.

그의 후계자 1순위인 제논 백작까지 잡아 죽였어야 목적을 달성하는 것인데, 그걸 목전에 두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게 양측이 잠시 대치하고 있을 때, 누군가 안으로 들어오며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뭣들 하는 거냐! 설마 저 비리비리한 놈의 목숨을 걱정해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니겠지?”

병사들을 헤치고 나타난 자는 거구의 기사였다.

온몸에서 풍기는 절제되지 않은 야수 같은 거친 마력이 주변에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그를 본 라이언이 눈을 빛냈다.

‘강자다!’

한 번 꼭 싸워보고 싶을 정도로 강한 기사였다. 라이언이 안절부절 못하고 현석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라이언이 보기에 현석은 정말 괴물이었다. 만일 현석이 나서서 저자를 상대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자신은 정말 나설 기회도 없을 것이다.

아니, 싸우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나 걱정이었다. 아마 한 방에 끝날 테니까.

마탑에서 3일간의 성장을 통해 정말 많이 성장했지만, 그래서 더 현석의 강함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한 방이면 끝나.’

현석의 일격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물론 어찌어찌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가. 어차피 그 다음 일격에 죽을 텐데.

아무튼 그런 심정을 담아 새로 나타난 기사와 현석을 번갈아 바라봤다.

한데 그와 똑같은 심정을 가지고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추광열이었다.

라이언은 갑자기 자신의 시야를 가득 채운 추광열의 등을 보고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뭐야?”

“이번엔 나한테 양보해라. 넌 저번에도 충분히 싸웠잖아.”

“저번에? 저번 언제?”

물론 추광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던진 말에 불과하니까. 어차피 라이언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라 현석에게 한 말이나 다름없었다.

결정에 참고하라고 말이다.

라이언과 추광열이 잠시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앞으로 나선 거대한 덩치의 기사는 현석을 향해 몇 걸음 더 다가갔다.

“얌전히 인질만 넘기면 안 잡고 보내주마. 내 명예를 걸고 약속하지.”

현석이 피식 웃었다.

“걸 명예가 남아있긴 하고?”

기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아무래도 살아서 나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구나.”

현석은 그 말을 들으며 슬쩍 뒤로 고개를 돌렸다. 일행에게 사람을 상대로 하는 실전을 경험시켜줄 기회였다.

현석의 눈에 추광열의 모습이 보였다. 방금 그가 한 말도 들었다. 그의 간절함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추광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그리고 즉시 몸을 날렸다.

꽈앙!

추광열과 거대한 기사가 격돌하며 강렬한 마력의 충격파를 사방에 뿌려댔다.

라이언이 아쉬운 눈으로 그걸 지켜봤다.

“죽이지 말고 제압해봐.”

현석의 말에 류지혜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나머지 일행이 순식간에 진형을 갖추고 전투 준비를 했다.

라이언이 히죽 웃으며 검을 뽑으려했다. 한데 그 순간 현석이 검을 쥐고 있는 라이언의 손을 툭 쳐서 그걸 막았다.

라이언이 멍하니 현석을 바라보자 현석이 턱짓으로 켄드릭을 가리켰다.

“나보고 얘나 지키라고?”

물론 그럴 수밖에 없었다. 라이언은 다른 사람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내내 구시렁대며 툭하면 켄드릭을 구박하곤 했다.

싸우는 걸 보고만 있으니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반면 켄드릭은 일행의 싸움을 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강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압도적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켄드릭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현석을 바라봤다.

‘그럼 저 사람은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싸움은 그리 오래지 않아 끝났다. 현석 일행의 일방적이고도 압도적인 승리였다.

* * *

“이게 누구야? 이야! 대체 얼마만이지?”

켄드릭은 자신을 크게 반겨주는 크랑을 보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크랑이 자신을 안을 듯 양팔을 벌리고 다가오자 웃으며 주먹을 날려 주었다.

뻐억!

“크어억!”

쿠당탕!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가 벌떡 일어난 크랑이 냅다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켄드릭이 빙긋 웃었다.

“계산이지, 계산. 친구를 팔아넘겼으니 당연히 지불해야 할 계산.”

크랑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켄드릭을 바라봤다.

“팔아넘기긴 누가 누굴 팔아넘겼다는 거야?”

켄드릭이 크랑에게 다가가 멱살을 꽉 움켜쥐고 얼굴을 바짝 끌어당겼다.

“이 자식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야 할 거 아냐!”

“그런 범주를 넘어선 사람이라는 건 척 보면 알아야지. 네가 내 입장이면 그럴 수 있었겠어?”

켄드릭은 그 말에 멱살을 슬그머니 놓았다.

“그래도 넌 충분히 보상을 받았잖아. 난 하마터면 기반이고 뭐고 다 날릴 뻔했다고.”

그런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 있던 현석이 물었다.

“연극 끝났으면 일 해야지. 제논 백작이랑 크락실리아의 기사와 병사들, 어디 있는지 알지?”

그 말에 두 사람이 입을 떡 벌리고 현석을 바라봤다. 방금 그 실감나는 연기를 보고서 어찌 저렇게 단번에 연극이라고 알아차렸단 말인가.

그건 두 사람이 나름의 보상을 좀 더 챙겨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한데 현석이 그걸 바로 꿰뚫어본 것이다.

“그 기반 딴 사람한테 넘겨. 어차피 넌 밖으로 나가야 하니까.”

“밖?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크랑이 목뼈가 부러지도록 고개를 돌려 켄드릭을 바라보며 물었다.

켄드릭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할뿐더러 함부로 말해도 되는 내용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석은 그런 두 사람에게 다가가 둘 사이에 금괴를 쏟아냈다.

후두두두두둑!

어른의 허리춤 정도 높이로 금괴가 산처럼 쌓였다. 그걸 본 두 사람의 입이 떡 벌어지고 눈이 풀렸다.

“제논 백작을 찾아라.”

현석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크랑이 벌떡 일어나 차렷자세로 대답했다.

“즉시 찾아내겠습니다!”

크랑이 그렇게 대답하고는 금괴들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그러자 켄드릭도 질세라 금괴를 마구 쓸어담았다.

“너 뭐하냐? 이건 내 의뢰에 대한 대금이야!”

크랑의 말에 켄드릭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소개비.”

크랑이 어이없는 눈으로 켄드릭을 쳐다봤다. 하지만 점점 빨라지는 켄드릭의 손을 보고는 황급히 나머지 금괴를 자루에 마구 쓸어담았다.

잠시 경쟁적으로 금괴를 쓸어 담으니 어느새 금괴가 모두 자루 속으로 사라졌다.

두 사람이 가져간 금괴는 아주 정확하게 절반씩이었다.

잠시 서로를 노려보던 두 사람은 이내 서둘러 움직였다. 어쨌든 돈을 받았으니 그 값을 해야 한다.

그리고 크랑 혼자 움직이는 것보다는 당연히 켄드릭이 함께 하는 게 훨씬 빨랐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간 모습을 본 일행이 질린 눈으로 현석을 바라봤다.

“대체 금을 얼마나 갖고 계신 거예요?”

류지혜의 물음에 현석은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다들 경악한 눈으로 현석을 바라봤다.

“1톤?”

그 말에 현석이 손가락 하나를 더 들며 말했다.

“20톤.”

소리 없는 경악이 일행을 꽉 내리 눌렀다.

< 돌아가는 길 2 > 끝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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