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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뜨고 레벨업-213화 (213/326)
  • < 영생의 구슬 2 >

    신력의 사용 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 그 30분 중 10분을 카이로스에게 썼다. 그러니 이제 남은 시간은 20분뿐이었다.

    카이로스의 부하들은 정말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강했다. 대충 비교하면 추광열이나 라이언에 살짝 못 미칠 정도였다.

    그런 놈들이 무려 열둘이나 있었다. 그러니 얼마나 상대하기 어렵겠는가.

    하지만 이들은 정말로 선전하는 중이었다.

    라이언과 추광열은 둘이 힘을 합쳐 그야말로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몸에 생기는 상처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날뛰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들을 상대하는 놈들이 팀 메인퀘스트 쪽으로 갈 테니까.

    팀 메인퀘스트 역시 대단히 잘 싸우고 있었다.

    그들이 열둘 중 절반을 맡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다들 마력을 바닥까지 짜내서 싸우고 있었다. 이대로 몇 초만 더 지나가도 아마 다 죽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거짓말처럼 현석이 싸움터에 난입했다.

    현석의 힘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이 사람이 원래 이렇게 강했나? 할 정도로 엄청난 신위를 보여주었다.

    현석이 몸을 회전하면서 그 회전력을 고스란히 검에 담아 휘둘렀다.

    뻐어어억!

    스켈레톤 하나가 말 그대로 박살이 나 버렸다. 그 박살 난 틈으로 스켈레톤의 핵이 떠올랐다.

    회전하던 현석의 나머지 한 손이 그 핵을 꽉 움켜쥐었다.

    꽈득!

    파스스스!

    핵이 부서지고 스켈레톤의 몸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팀 메인퀘스트는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봤다. 자신들이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상대하던 놈을 저렇게 쉽게 처리하다니.

    하지만 그들은 금세 정신을 차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다들 저쪽으로!”

    류지혜가 외쳤다. 그녀의 지시에 팀 메인퀘스트는 진형을 유지한 채 라이언과 추광열이 싸우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합류하자 라이언과 추광열이 훨씬 날뛰기 편해졌다.

    어쨌든 다들 죽을힘을 다해 싸워 나갔다.

    팀 메인퀘스트가 빠져나가자 남은 다섯 스켈레톤이 현석에게 일제히 달려들었다.

    원하던 바였다.

    현석은 그들에게 마주 돌진했다. 시간이 없으니 몸에 상처 한두 개쯤 나는 건 무시하고 싸워야 했다.

    촤촤촤촥!

    현석의 몸에 스켈레톤의 검이 스치고 지나가며 피가 퍼버벅 튀었다.

    현석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몸을 슬쩍슬쩍 비틀며 상처를 최소화 한 다음 검을 드릴처럼 회전시키며 온 힘을 다해 찌르기 다섯 번을 넣었다.

    꽈드득! 꽈드득! 꽈드득! 꽈드득! 꽈드득!

    다섯 번의 찌르기는 정확히 다섯 개의 핵을 파괴했다.

    다섯 스켈레톤이 일제히 가루로 흩어졌다.

    현석은 앞으로 몇 걸음 움직이며 힘을 흩어냈다. 검을 회전시키며 찌르는 데에 상당한 마력이 들어갔고, 몸에도 무리가 왔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현석은 다시 몸을 돌려 싸우는 일행을 쳐다봤다. 정말 잘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위태위태했다.

    현석이 다리에 힘을 주었다.

    꽈득!

    바닥이 움푹 파이며 현석의 몸이 화살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지만,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뻐어어억!

    현석의 검이 스켈레톤 한 마리를 박살 냈다. 그러자 핵이 드러났는데, 그 핵을 박승희의 화살이 정확히 부쉈다.

    현석은 그걸 확인하며 다시 몸을 회전시켰다.

    빠아아악! 빠아아악! 빠아아악!

    연이어 세 구의 스켈레톤이 박살 났다.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핵을 라이언과 추광열, 그리고 권혁찬이 각각 부숴 버렸다.

    남은 스켈레톤은 한 마리, 그 정도는 남은 인원들이 싸워도 충분했다.

    현석은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끼며 이를 악물고 스켈레톤을 향해 검을 던졌다.

    빠아악!

    스켈레톤의 머리가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검이 허공을 회전하더니 팔찌로 변해 현석의 팔에 착 감겼다.

    머리가 사라진 스켈레톤을 일행들이 달려들어 잘근잘근 부숴 버렸다. 당연히 핵도 부서졌다.

    그렇게 전투가 끝났다.

    현석은 바닥에 누워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남은 카이로스의 두개골이 쥐어져 있었다.

    * * *

    “죽은 건 아니겠죠?”

    “죽은 사람은 저렇게 숨을 쉬지 않아.”

    “깨워야 하지 않을까요?”

    “필요한 사람이 해야지. 네가 해봐.”

    “에이, 그런 위험한 건 남자가 해야죠.”

    “와아! 이 여자 봐라.”

    일행은 류지혜와 라이언의 대화를 들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이내 불안한 시선으로 바닥에 누워 있는 현석을 내려다봤다.

    이렇게 누워 잠든 지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 처음에는 죽은 줄 알았다. 아마 숨 쉬는 걸 확인하지 않았으면 그렇게 믿었을 것이다.

    “들쳐 업고라도 여기서 나가고 싶은데 접근할 수가 없으니…….”

    잠든 현석 주위로 푸른 안개가 펼쳐져 있었다. 짙지 않았기에 시야를 가리진 않았지만 문제는 안개에 속성이 걸려 있다는 점이었다.

    처음 멋모르고 다가가 안개에 손을 댔던 라이언은 갑자기 쏟아진 벼락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그 뒤로 아무도 현석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소리라도 질러서 깨우는 건데, 그조차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무서워서다.

    잠에서 깨웠는데, 그 때문에 현석이 기분 나빠하면 어쩌겠는가. 아마 함께 다니는 내내 마음이 괴로울 것이다.

    현석이 굳이 괴롭히지 않아도 그 일을 벌인 당사자는 끝까지 위축되어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제대로 일을 못하면 더 눈총을 받을 것이다. 그럼 더 위축될 것이고, 또 실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야말로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될 확률이 그리 높지는 않겠지만, 가능성 있는 일에 괜히 나서서 돌 맞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지 말고 아저씨가 다시 한 번 시도를……!”

    류지혜가 말하다 말고 눈을 크게 떴다.

    아저씨라는 말에 발끈하려던 라이언이 류지혜의 표정을 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현석을 확인했다.

    현석이 누운 채 눈을 뜨고 이쪽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깨 있었던 거야?”

    “방금.”

    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현석 주변에 깔려 있던 푸른 안개가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실제로는 그냥 사라진 게 아니라 현석의 몸으로 흡수된 거지만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현석은 손에 든 카이로스의 두개골을 확인했다.

    여전히 거기에서는 마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사방에서 죽음의 마력이 두개골로 모여들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현석의 몸 주변을 감싼 안개 때문에 죽음의 마력이 거의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는데, 그게 사라지니 급격히 모여드는 것이다.

    “이럴 때가 아니군.”

    현석은 빠르게 움직였다.

    일행은 그 모습을 잠시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풋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현석을 따라갔다.

    현석이 가는 곳은 어둠의 숲 중앙이었다. 그곳에 진짜 카이로스의 본체가 있었으니까.

    지금 두개골로 모여드는 죽음의 마력도 모두 그곳에서 오고 있었다.

    현석은 금세 숲 중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카이로스와 싸운 장소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았다.

    숲 중앙 공터 한가운데에 검은 수정구슬이 있었다.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검은 수정구슬이.

    [영생의 구슬]

    심안을 펼치고 있는 현석의 눈에 보인 글귀였다.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구슬이었지만, 어쨌든 그게 구슬의 이름이었다.

    다들 놀란 눈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수정구슬이 뿜어내는 분위기가 정말 심상치 않았으니까.

    그것은 끊임없이 죽음의 마력을 흘리고 있었는데, 그 마력이 고스란히 카이로스의 두개골로 스며들고 있었다.

    현석은 여전히 그것을 든 채 수정구슬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심안을 통해 그것의 정보를 확인했다.

    [카이로스의 영혼을 빚어 만든 구슬. 절반 밖에 남지 않았다. 나머지 절반은 다른 세상에 있다. 이것이 완벽해지면 다른 세상의 절반이 이쪽으로 이동한다. 카이로스의 몸을 복구하는 상태. 몸이 완전히 사라지면 구슬을 몸으로 대체한다.]

    설명을 모두 읽은 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지도 몰라서 굳이 두개골을 부수지 않은 거였다.

    만일 저 구슬이 카이로스의 본체로 변한다면 아까 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해질 것이다.

    ‘아마…… 저걸 완벽하게 만들 생각이었던 모양이군.’

    완벽해지면 다른 세상의 절반이 이쪽으로 이동한다는 문구가 왠지 심상치 않았다.

    만일 그렇게 되면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카이로스가 그걸 원했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영생의 구슬을 완벽하게 만들어 자신의 나머지 영혼 반쪽을 찾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는 건 확실했다.

    현석은 영생의 구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두개골로 흘러들어가는 마력의 양이 훨씬 많아졌다.

    재생 속도도 당연히 훨씬 빨라졌다. 하지만 현석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적당히 재생했을 때, 적당히 부숴주면 되니까.

    지금은 이 영생의 구슬을 어떻게 하느냐를 결정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이걸 부숴 버려야 하나?’

    영생의 구슬은 이름만 영생의 구슬이지 실상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응축된 구슬이었다. 그것도 죽음의 마력이 말이다.

    ‘일단…… 아공간에 넣어야 하나?’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된다. 아마 아공간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저걸 들고 마수왕의 탑에 가봐야 하나?’

    현석의 원래 계획은 어둠의 숲이 아니라 마수왕의 탑이었다. 물론 어둠의 숲이 마수왕의 탑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을 것 같아서 확인차 들어오긴 했다.

    한데 들어온 순간 이 영생의 구슬이 내뿜는 존재감을 감지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카이로스라는 미친 흑마법사와 싸울 마음을 먹은 것이다.

    좀 즉흥적인 선택이긴 했다. 또 그것이 현석이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좋게 끝나긴 했다. 죽음을 넘나드는 전투를 한 덕에 레벨이 제법 많이 올랐으니까.

    현석이야 원체 레벨이 높으니 그저 오른 정도였지만 팀 메인퀘스트 같은 경우는 대폭 상승했다. 다들 200의 벽을 넘어 버렸으니 말이다.

    죽음의 마력에 저항하면서 전투를 벌인 효과가 크게 적용되어 스탯 상승치도 상당히 높았다.

    어쨌든 성장 면에서는 굉장한 성과를 얻었다.

    문제는 저 영생의 구슬이었다.

    현석은 영생의 구슬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그것을 덥석 잡았다.

    콰우우우우우우!

    영생의 구슬이 맹렬히 회전하며 현석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 순간, 현석은 자신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현석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리고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영생의 구슬과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받아서 크기 유지해!”

    현석은 그렇게 외치며 카이로스의 두개골을 뒤로 던졌다.

    그것을 받은 사람은 류혜연이었다. 그녀는 치유의 힘을 두개골에 덧씌웠다.

    그러자 놀랍게도 두개골로 유입되는 마력이 딱 끊어졌다.

    치유의 힘은 죽음의 마력과 대척점에 있다. 그래서 한 번 해본 건 데 보기 좋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류혜연은 현석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환하게 웃으며 현석을 바라봤다.

    현석은 영생의 구슬을 이제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온몸에서 새하얀 김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그리고 영생의 구슬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 연기는 흩어지지 않고 구슬과 현석의 손 주변을 맴돌았다.

    현석은 땀을 뻘뻘 흘리며 집중했다.

    영생의 구슬은 현석에게 끝까지 대항했다. 하지만 결국 현석의 마력 컨트롤 능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구슬 주변에 있던 검은 연기가 다시 구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매끈한 진짜 구슬이 되었다.

    현석은 숨을 헐떡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것 봐요!”

    류혜연이 그 순간 외쳤다. 다들 그녀의 손에 있는 카이로스의 두개골을 바라봤다.

    파스스스.

    두개골이 서서히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영생의 구슬과 미약하게나마 이어져 있던 끈이 끊어져 소멸해버린 것이다.

    다들 멍하니 현석을 바라봤다. 그리고 현석의 손에 있는 검은 구슬을 바라봤다.

    현석은 그 구슬의 정보를 심안으로 확인했다.

    [영생의 구슬]

    [죽음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구슬. 카이로스의 영혼 반쪽이 봉인되어 있다.]

    현석은 왠지 이것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재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석은 그것을 아공간에 넣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다들 질린 눈으로 현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다들 우르르 따라갔다.

    이제 마수왕의 탑을 찾아갈 차례였다.

    죽음의 마력이 모두 사라진 어둠의 숲에 서서히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현석 일행이 숲을 빠져나왔을 때는 숲 전체가 빛에 휩싸여 눈부신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 영생의 구슬 2 > 끝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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