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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뜨고 레벨업-212화 (212/326)

< 영생의 구슬 1 >

카이로스를 중심으로 시커먼 불길이 넘실거리며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그가 가진 어둠과 죽음의 마력은 어마어마했다.

안 그래도 막대한 양의 마력을 갖고 있을 텐데, 어둠의 숲에 있으면서 무수한 생명을 죽이고 그 죽음을 통해 마력을 갈취했으니 얼마나 많은 마력을 갖고 있겠는가.

하지만 현석은 조금도 주눅 들거나 위축되지 않았다.

현석이 가진 마력의 양은 카이로스에 비해 1%도 채 되지 않는다. 100배가 넘는 마력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싸움의 승패는 꼭 마력의 양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마력이 많으면 유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마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마력 컨트롤 능력이다.

현석은 심안을 통해 카이로스의 현재 상태를 좀 더 명확히 확인했다.

그의 레벨은 무려 372였다. 하지만 그가 쌓은 마력은 레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100만이 넘는군.’

현석이 가진 마력이 1만에서 조금 모자란 정도였다. 레벨에 비하면 그것도 굉장한 양이었다.

하지만 카이로스는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마력을 모았다.

현석이 주목한 건 카이로스가 가진 마력에 관한 타이틀이었다.

[마력의 친구-마력과의 친화도가 경지에 이르렀을 때 얻을 수 있는 호칭. 마력의 수발이 자유로워진다. 마력+300]

마력의 친구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대충 알고 있었다. 현석은 이제 그 타이틀에 대한 정보를 얻은 상태였으니까.

물론 언제 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마법에 대한 여러 지식을 얻고, 퀘스트를 수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지식이었다.

마력의 친구에서 더 발전하면 마력과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 더 발전하면 마력을 넘어설 수 있고, 그 다음에야 비로소 마력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즉, 현석과는 마력 컨트롤 능력 자체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물론 그 차이로 저 막대한 마력의 차이를 메울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히 해볼 만할 것이다.

‘그나저나 레벨이 372라니. 생각보다 높지 않은데?’

물론 위로 올라갈수록 레벨 올리기가 힘들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무려 수백 년이 넘게 살아온 괴물의 레벨치고는 너무 낮았다.

현석이 생각하기에 그 정도 세월을 살아왔으면, 최소 500레벨은 넘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뭐, 아무렴 어떠랴. 레벨이 낮으면 좋은 거 아닌가. 현석은 이제 250레벨을 넘어 300레벨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중이었다.

레벨 차이가 좀 나긴 하지만, 스텟의 차이는 그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다.

현석은 레벨업을 할 때도 스탯들이 잘 오르도록 최선을 다한다.

동일 레벨의 스탯과 비교하면 현석은 그야말로 월등하다.

어쨌든 그러니 현석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여기는 것이고 말이다.

‘문제는 저 뒤에 있는 놈들인데…….’

숫자는 얼마 안 되지만 하나하나가 정말로 강하고 위험해 보였다.

현석은 일행을 힐끗 돌아봤다. 과연 저들을 일행들이 제대로 막아줄 수 있을까?

자신이 카이로스를 상대하는 동안만이라도 막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말이다.

“흐으으. 그걸 어찌 알았느냐고 물었을 텐데?”

카이로스의 목소리가 살짝 차분해졌다. 방금 전 폭발적으로 터져 나갔던 감정이 어느 정도 정리된 모양이었다.

지금은 분노 보다는 호기심이 더 강하게 깃들어 있었다.

“유명하잖아. 제국 5대 악인.”

“흐으으. 그것까지 알고 있느냐?”

현석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 중에서 제일 약한 미친 흑마법사 카이로스를 왜 모르겠어?”

“감히! 누가 날 그리 평가하느냐!”

카이로스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검은 불길이 뻗어 나갔다. 그 검은 불길은 모두 죽음의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순수한 죽음의 마력이 불의 형체를 이뤄 주변을 살라먹는 것이다.

무지막지한 마력을 갖고 있지 않다면 생각도 할 수 없는 방식의 마력 운용법이었다.

‘물론 제대로 마력을 다 컨트롤하지 못해서 저러는 것일 테지만.’

현석은 저 검은 불길의 정체를 제대로 꿰뚫어봤다. 그래서 슬쩍 도발해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감정에 따라 마력이 급격히 흔들리는 게 눈에 확연히 보였다.

마력을 온전히 자신의 손아귀에 넣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현석이 고개를 돌려 일행을 쳐다봤다.

“내가 저놈을 맡을 테니 나머지를 부탁한다.”

그 말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현석과 카이로스 뒤에서 당장에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 기이한 스켈레톤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환하게 웃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 둬! 내가 싹 쓸어버릴 테니까.”

라이언의 호언장담에 현석은 더 대답을 듣지도 않고 그대로 몸을 날려 카이로스에게 달려들었다.

카이로스는 코웃음을 치며 양손을 들어올렸다.

화르륵!

거대한 검은 불길이 현석을 향해 와락 쏟아져나갔다.

하지만 현석은 그것을 거침없이 거슬러 올라갔다. 검은 불길은 현석의 몸에 닿지도 못하고 길을 터줬다.

현석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돌진하면서 꺼낸 신검 켈루안을 무지막지한 속도로 마구 휘둘렀다.

검의 움직임에 따라 검은 불길이 춤을 추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튕겨 나간 검은 불덩이들이 카이로스 뒤에서 막 달려 나가던 스켈레톤들을 덮쳤다.

꽈과과과과과광!

스켈레톤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막대한 타격을 입은 것도 모자라 진형이 헝클어진 것이다.

그게 현석이 동료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이었다.

그렇게 진형이 흐트러진 스켈레톤들 사이로 팀 메인퀘스트와 라이언, 추광열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격렬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현석은 일행의 싸움을 확인할 틈이 없었다. 어느새 카이로스 앞에 도착했으니까.

쩡! 쩡! 쩡! 쩡!

현석의 검이 카이로스의 로브에 걸린 강화 마법에 연이어 격돌했다.

카이로스의 강화 마법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강력했다.

그가 가진 마력을 무한정 공급해 로브에 덧씌우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마력이 바닥나기 전까지는 강화가 유지되는 마법이었다.

단점은 들어가는 마력이 비효율적으로 많다는 것이었고, 장점은 마력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방어력이 무지막지하게 높아진다는 점이었다.

현석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카이로스의 마력이 뭉텅 뭉텅 사라졌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카이로스가 보유한 마력을 퍼낼 수는 없었다.

100만이 넘는 마력 수치는 정말 기가 질릴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흐으으. 재미난 쥐새끼로구나.”

카이로스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을 마구 휘저었다. 손의 움직임에 따라 죽음의 마력이 움직여 특정한 문양을 그렸다.

그의 마력은 넘실거리는 불과 같았다. 그러니 정교한 마법을 이렇게 갑작스럽게 쓸 수는 없었다. 당연히 아주 단순하면서도 대충 쓸 수 있는 마법이 펼쳐졌다.

강력한 충격파를 터트리는 마법이었다.

만일 보통 마법사가 이런 마법을 쓴다면 다들 코웃음을 칠 것이다.

하지만 카이로스가 쓰면 얘기가 달라진다. 거기에 어느 정도의 마력을 집어넣느냐에 따라 위력이 엄청나게 달라질 테니까.

카이로스는 보통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마력을 거기에 쏟았다.

이대로 충격파가 터지면 이 근방이 싹 날아가 버릴 정도로 강력한 충격파가 준비되었다.

그의 부하들이 지금 열심히 싸우고 있었지만 이 충격파가 터지면 아마 다들 가루가 되어버릴 것이다.

전혀 상관없었다. 어차피 다시 만들면 그만이니까.

그가 이 어둠의 숲에 들어온 목적인 영생의 구슬도 이제 슬슬 마지막 단계로 접어들었다.

장소를 옮겨 도시 한두 개만 박살 내도 아마 충분히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터트리는 충격파였다. 그러니 얼마나 막대한 마력이 거기에 들어갔겠는가.

카이로스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얼굴이 해골이기에 표정을 지을 수는 없지만 아마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면 그게 미소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흐으으. 터져라!”

카이로스가 충격파를 터트렸다. 아니, 터트리려 했다.

현석이 그 마력패턴 중간에 검을 불쑥 찔러 넣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아니, 터졌다. 다만 카이로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터진 게 문제였다.

꽈아아아아아아앙!

“크워어어어어어!”

카이로스가 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몸이 아파서 나오는 고통의 비명이 아니었다. 마력이 사라지는 바람에 오는 정신적 고통의 비명이었다.

충격파가 터지긴 터졌는데, 그 범위가 카이로스의 몸에 정확히 맞출 정도로 축소되었다.

그리고 원래라면 자신에게는 전혀 영향이 없어야 하는데,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내야만 했다.

당연히 그 충격을 받아낸 건 그의 강화마법이었다.

충격파에 들어간 마력과 그걸 받아내느라 소모된 마력까지 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마력이 한 순간에 뭉텅 사라져 버렸다.

“흐으으으! 가만 두지 않겠다!”

충격파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카이로스가 노성을 지르며 현석에게 달려들었다.

카이로스의 팔이 무지막지한 힘을 담고 엄청난 속도로 움직여 현석을 공격했다.

현석은 눈을 빛내며 그것을 검으로 툭툭 흘려냈다.

이런 식의 싸움은 당연히 현석이 위에 있다. 카이로스가 아무리 빠르고 강해도 그동안 쌓아온 현석의 실전 감각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현석은 그냥 공격을 흘려내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그 순간 아주 적절하게 마력을 운용했다.

현석은 검과 카이로스의 손이 닿을 때마다 마력을 흘려보냈다. 그냥 마력을 보낸 게 아니라 세 번을 연달아 보냈다.

아주 특별한 패턴을 만들어 보냈는데, 세 번의 패턴이 다 달랐다.

첫 번째는 강한 충격을 줘서 강화에 사용된 마력을 흔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렇게 흔들린 마력에 빈틈을 만들어냈다.

마지막 세 번째 마력패턴이 그 빈틈으로 스며들어가 아주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했다.

아무리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해도 카이로스의 몸에 꽉 채워진 죽음의 마력 때문에 사실상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석이 보낸 마력패턴은 그런 단순한 게 아니었다. 오직 카이로스의 마력을 갉아먹기 위해 만들어낸 패턴이었다.

그러니 그 파괴력이 고스란히 카이로스의 마력을 소멸시키는 데 사용되었다.

당연히 카이로스의 입장에선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이니 아무리 카이로스의 마력이 많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가면 위험해질 수밖에 없었다.

카이로스도 바보가 아니니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결국 수십 차례의 공격 끝에 이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뒤로 물러났다.

“흐으으으. 보통 놈이 아니로구나.”

처음 충격파로 인해 소모된 마력의 양이 너무 많았다. 거기에 방금 격돌로 몸에서 소멸된 마력의 양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두 가지가 어우러지니 카이로스도 심각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이렇게 많은 마력을 소모했는데, 현석을 보니 거의 처음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카이로스가 가진 가장 큰 약점은 지나치게 많은 마력을 보유하는 바람에 본래 능력보다 더 마력 컨트롤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조금 전 싸움은 그 약점이 여실하게 드러난 전투였다.

“흐으으. 할 수 없지.”

카이로스의 몸을 새까만 광택이 뒤덮었다. 그리고 그 광택 속에 복잡한 마력패턴이 떠올랐다.

현석은 그걸 보고 그게 어떤 역할을 하는 패턴인지 대번에 파악해냈다.

‘죽음의 안개!’

이것이 바로 카이로스가 이 어둠의 숲을 죽음의 숲으로 바꿔버린 바로 그 흑마법이었다.

죽음의 안개를 뿌려 일대를 죽음의 영역으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마법 말이다.

현석은 다급한 표정으로 카이로스를 향해 돌진했다.

죽음의 안개가 퍼진다고 해도 현석 자신은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동료들은 아니다. 그들은 아마 안개를 받아들인 순간 그대로 끝장날 것이다.

현석의 생각보다 카이로스가 죽음의 안개를 펼치는 속도가 빨랐다.

이대로는 절대 저걸 막을 수 없었다.

현석은 즉시 선택을 했다.

“신력!”

신검 켈루안에 깃든 스킬 신력을 사용했다. 신력은 30분간 모든 스탯과 속성력을 두 배로 올려주는 엄청난 스킬이었다.

하지만 그 후 극심한 탈력에 의해 무기력 상태에 빠지는 양날의 검 같은 스킬이었다.

신력을 쓴 현석의 속도가 두 배 이상으로 빨라졌다.

꽈르릉!

속성력이 두 배가 되는 바람에 현석의 온몸이 뇌전에 휩싸였다.

전격 계열 속성이 워낙 높기에 그것이 두 배로 뻥튀기 되니 벼락 그 자체가 된 것 같은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다.

현석의 몸이 순식간에 카이로스 앞에 나타났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 같았다.

카이로스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던 핏빛 광망이 거칠게 흔들렸다.

현석은 그의 몸에 세겨진 마력패턴에 손을 갖다 댔다.

빠지지직!

뇌기가 그의 마력을 흔들었다.

현석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몸에 새겨진 마력 패턴에 간섭해 패턴의 일부를 변화시켰다.

선 몇 개 바뀌는 정도의 미미한 변화였지만 그것이 불러온 결과는 결코 작지 않았다.

꽈르르르릉!

죽음의 안개에 들어가는 모든 마력이 뇌전력으로 치환되어 카이로스의 몸 내부로 파고들었다.

“끄아아아아아아!”

언데드가 된 카이로스가 고통을 느낄 리 없다. 하지만 그는 진정으로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가 갖고 있던 그 막대한 마력이 모조리 뇌격에 타들어가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사라지는 죽음의 마력이 카이로스에게 절망감을 선사해 주었다.

하지만 고작 그런 걸로 카이로스가 죽지는 않는다. 그는 영생을 이룬 특별한 언데드였다.

그를 진짜 죽이려면 특별한 방법을 써야 한다.

현석의 두 주먹이 눈부신 속도로 움직였다.

꽈드드드드드드득!

카이로스의 몸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가 입고 있던 로브가 펄럭이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에게 남은 건 두개골 윗부분뿐이었다. 입도 반 밖에 남지 않았다.

현석은 그것밖에 남지 않은 카이로스의 두개골을 손에 움켜쥐고 그대로 돌아서서 다시 한 번 돌진했다.

현석의 시야에 아직 남은 스켈레톤들과 치열하게 싸우는 동료들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 영생의 구슬 1 > 끝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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