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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뜨고 레벨업-187화 (187/326)
  • < 화이트홀 1 >

    현석은 양동욱과의 통화를 마치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지?”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는데 갑자게 제동이 걸렸다.

    예전에 추광열과 내기를 위해 만나기로 한 약속이 계속 어그러지고 있었다.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그저 연락이 닿지 않을 뿐이었다.

    그래서 따로 양동욱에게 추광열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더불어 라이언의 위치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한데 그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사라졌다는 것만 확인했다. 그것도 제법 오래 전에 말이다.

    “그게 꼭 필요한데…….”

    현석은 내기를 통해 그들이 가진 마지막 증표를 얻고자 했다.

    증표에 대한 비밀은 이제 모두 풀었다.

    이번에 신과의 소통 퀘스트를 통해 한 단계 격이 상승한 심안을 통해 증표에 있던 그 물음표를 드디어 없앨 수 있었다.

    그리고 좀 더 자세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데 추광열과 라이언을 찾을 수 없으니 마지막 하나 남은 세 번째 증표를 얻을 길이 없지 않은가.

    현석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문밖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들어와라.”

    노크도 하지 않았는데 들어오라 하니 밖에 있던 사람, 자레드가 살짝 놀랐다.

    하지만 그는 이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어제 잠입을 시도하던 놈들을 잡았습니다.”

    자레드는 현석을 바라보며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흑철간수라는 인간형 아티팩트, 정말 대단합니다! 대체 어디서 그런 걸 구하셨습니까? 이건 아트팩트 계의 혁명입니다!”

    그 다섯 플레이어는 흑철간수 하나를 당해내지 못하고 모두 붙잡혔다. 팔다리가 부러진 채로 말이다.

    자레드의 호들갑에 현석은 그를 빤히 쳐다봤다.

    양동욱이 뽑아서 저 자리에 앉혔으면 능력은 있다는 뜻이다. 그럼 그 능력을 잘 써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가진 정보조직이 따로 있나?”

    “예? 정보조직 말입니까? 있긴 있습니다만…….”

    양동욱이 운영하는 정보조직이 있고, 또 미래산업을 만들면서 따로 운영하는 정보조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정보조직을 총괄하는 사람이 바로 자레드였다.

    현석은 일단 머릿속을 정리했다. 자레드에게 시킬 일이 몇 가지 있었다.

    “일단 오늘 잡은 놈들, 뒤야 뻔하니까 딱히 캘 만한 게 없으면 그냥 놔줘.”

    “그냥…… 놔줍니까? 하지만 그놈들 흑철간수를 봤는데요? 그런 아티팩트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아마 제법 시끄러워질 겁니다.”

    “좀 시끄럽게 만들어 보려고.”

    자레드는 현석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흑철간수라는 존재를 통해 렉스턴 에너지를 비롯해 뉴욕 쪽 플레이어 세계를 좀 흔들어 놓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힘 있는 사람들 귀에 흑철간수에 대한 얘기가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 흑철간수를 경호 용으로 원하는 자들이 엄청나게 생겨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다.

    흑철간수를 적절히 이용하면 그들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흑철간수가 과연 몇 기나 있느냐였다.

    “현재 다섯 기가 있고, 차후 계속 추가할 것이다. 얼마나 더 나올지는…… 가봐야 안다.”

    다섯 기라는 말에 자레드의 안색이 밝아졌다.

    일단 두 기는 미래산업에서 쓰고 있으니 세 기가 남는데, 그거라면 영향력 있는 인물들에게 써먹기 충분했다.

    차후 추가되는 물량이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흘리면 다른 사람들을 흔들어 놓기에도 좋고 말이다.

    어쩌면 페레인 엑기스의 FDA승인도 금방 떨어질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렉스턴 에너지와도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제가 한 번 시나리오를 잘 써보겠습니다. 이거…… 아주 재미있겠군요.”

    자레드는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났다.

    현석은 그런 자레드에게 두 번째 지시를 내렸다.

    “찾을 사람이 있다.”

    “누구 말입니까? 뉴욕에 사는 사람이라면 웬만하면 다 찾을 수 있으니 말씀만 하십시오.”

    자레드는 자신만만했다. 그가 가진 정보망도 제법 잘 짜여 있었다. 사람 하나 찾는 건 별로 어렵지도 않았다.

    그 사람이 오지에 있거나 하지만 않으면 말이다.

    “라이언과 추광열.”

    “라이언이라면…… 그 세계 제일의 플레이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현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자레드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추광열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레벨이 높은 바로 그 사람이겠군요.”

    “맞다. 찾을 수 있겠나?”

    “그 두 사람이 뉴욕에 있기만 하다면야…… 찾을 수 있습니다. 제법 유명한 사람들이니 오히려 쉽죠.”

    “양동욱이 찾다 실패했다.”

    “예?”

    자레드가 황당한 표정으로 현석을 바라봤다. 양동욱이 찾다 실패한 걸 자신이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하지만 이내 이를 악물었다.

    자신은 엄연히 양동욱과 다른 정보조직을 갖고 있다. 양동욱이 못 찾는다고 해서 자신까지 못 찾으란 법은 없었다.

    “찾아보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현석이 서류 한 장을 넘겼다.

    “양동욱이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이다. 참고하도록.”

    서류를 받은 자레드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 정도면 어찌어찌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시간 없으니 얼른 가보겠습니다.”

    자레드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후다닥 물러갔다. 그만큼 마음이 급한 것이다.

    현석은 그런 자레드의 뒷모습을 힐끗 쳐다본 다음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아마 조만간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뭐? 로봇에게 당해? 아티팩트로 로봇을 만들었다고?”

    칼슨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래리를 바라봤다.

    래리도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가 들은 바가 그러한데.

    “새까만 갑옷을 입은 건지 아니면 통짜 검은 철로 만든 건지는 모르지만, 엄청나게 강한 놈이랍니다.”

    “그 다섯 놈 레벨이 어느 정도였지?”

    “다들 90레벨 언저리였습니다.”

    칼슨이 눈살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낮은 놈들이로군.”

    “잠입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일인지라 레벨보다는 다른 능력을 위주로 뽑아서 보냈습니다.”

    “그랬겠지. 그래도…… 90레벨 다섯 놈을 단숨에 박살 낼 정도라면…… 엄청난 거 아닌가?”

    “그렇습니다.”

    “출처 한 번 알아봐. 우리도 구할 수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예. 안 그래도 작업 중입니다. 한데…….”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 로봇 아티팩트에 대한 소문이 좀 돌고 있습니다.”

    “그래?”

    칼슨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세 기정도 판매가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얘기가 영향력 있는 가문의 수장들에게 전해진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그걸 구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배신의 염려가 없는 로봇 쪽이 더 매력적이니까요.”

    확실히 그건 그렇다. 하지만 칼슨 입장에서는 그게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

    “역공작이라도 해! 그 로봇 아티팩트가 불안정하다는 정보를 흘려.”

    “예. 일단 애는 써보겠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건 칼슨도 알고 있었다.

    “젠장. 향후 어떤 식으로 일이 흘러갈지 예상해 봤나?”

    “예. 아무래도…… 조만간 페레인 엑기스의 FDA승인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칼슨이 빠드득 이를 갈았다.

    “아무래도…… 힘으로 한 번 밀어붙여야겠어. 그놈들이 연다던 암시장은 어떻게 됐지?”

    “열렸습니다.”

    래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새로운 암시장은 어마어마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암시장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무수한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학자들까지 나섰다.

    하지만 아무도 거기에 대해 알아내지 못했다.

    “공간이동을 통해 암시장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뭐? 그게 말이 돼?”

    칼슨이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간이동을 통해 암시장에 들어간다니.

    “처음에는 다들 던전이라고 여겼습니다만…….”

    “던전?”

    칼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찌 던전을 암시장으로 이용할 생각을 한단 말인가.

    ‘하긴, 화이트홀이라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암시장이니 플레이어만 입장해도 되고…….’

    그런 생각을 하던 칼슨은 이어지는 래리의 말에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플레이어가 아닌 일반인들도 아무 제약없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서 공간이동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반인도 들어갈 수 있다고?”

    그렇다면 던전이 아니라 공간이동일 것이다.

    “전자기기가 잘 작동하지 않아서 필름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성?”

    “예. 성에 암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다들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래리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이제 엠페러타워 프로젝트를 폐기하자는 거였다.

    이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는 암시장이 뉴욕 한복판에 떡하니 생겼는데, 누가 엠페러타워를 이용하겠는가.

    게다가 이곳에 가면 페레인 엑기스도 구할 수 있는데 말이다.

    엠페러타워는 아직도 준비 중이었다. 준비가 끝나 문을 열 때쯤이면 아마 승부를 시작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찾아.”

    “예?”

    “여기 찾으라고. 위성이건 비행기건 드론이건 뭐든 이용해서 찾아.”

    래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예. 일단…… 찾아보겠습니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지형이야 아주 확실하니 말이다.

    ‘아니, 일단 들어간 다음, 길을 표기하면서 다른 데로 가면 되잖아?’

    물론 그 계획은 시작도 해보기 전에 실패했다. 그곳은 단단한 벽으로 막혀 사방이 막혀 있는 장소였으니까.

    마치 던전처럼 말이다.

    * * *

    현석은 뉴욕의 번화가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지금 현석이 가는 곳은 자레드가 얻어낸 정보를 통해 확정한 장소였다.

    라이언과 추광열이 마지막으로 갔을 거라고 추정되는 곳이었다.

    사실 거기까지 알아낸 자레드의 능력도 보통이 아니었다.

    어쨌든 현석은 좋은 인재가 들어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걸음을 조금 더 빨리했다.

    이내 골목으로 들어간 현석은 거침없이 걸어 허름한 건물 앞에 섰다.

    그 건물은 라이언의 소유였고, 험악한 인상의 플레이어들이 사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근처에도 험악한 인상을 가진 자들이 어슬렁거렸다. 마치 건물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현석은 묘한 눈으로 건물을 쳐다봤다. 물론 좀 떨어진 곳에 있었기에 건물 근처에 있는 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않았다.

    ‘저 안에…… 던전이 있는데?’

    건물 안에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던전에서 나오는 마력이었다.

    그것도 블랙홀 특유의 정제된 흐름이 아니라 화이트홀의 거친 느낌이었다.

    던전 생성지역이 아니니 저건 개별 화이트홀이었다.

    ‘이런 데 개별 화이트홀이 있을 줄이야…….’

    개별 화이트홀은 정말 여러 종류가 있다. 한데 풍기는 느낌을 보면 이곳의 화이트홀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동안 현석이 회귀 후 겪었던 화이트홀들과는 많이 달랐다.

    ‘엄밀히 따지자면…… 퀸급 생성지역의 화이트홀이랑 비슷한 느낌이군.’

    현석의 눈에 기대감이 어렸다.

    아마 라이언과 추광열은 저 화이트홀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뭔가 일이 생겨서 못 나오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동안 현석이 받은 그 증표들도 아마 다 저 안에서 얻었을 것이다.

    그렇다는 얘기는 그 증표과 관계된 무언가가 저 안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일…… 만났으면 정말 위험하겠는데?’

    현석은 예전에 만났던 추광열의 수준을 떠올려봤다. 아마 라이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증표의 주인을 만났을 때, 상당히 곤란해질 확률이 높았다.

    물론 증표의 주인을 현석도 아직 만나보지 못했으니 그가 정확히 어느 정도로 강한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름이 주는 느낌이라는 게 있으니까.’

    현석은 저 건물 안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저 안에 있는 화이트홀에 들어가 직접 라이언과 추광열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당당하게 세 번째 증표를 받아낼 것이다. 그 두 사람을 구해주고 말이다.

    ‘증표의 주인도 한 번 만나보고.’

    현석의 몸이 빠르게 건물을 향해 이동했다.

    근처에 어슬렁거리는 자들의 사각을 통해 순식간에 이동했기에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건물에 들어갈 수 있었다.

    건물에 들어간 현석은 화이트홀이 있는 곳을 향해 더욱 빠르게 이동했다.

    건물 안에는 오히려 사람이 거의 없어서 움직이기가 편했다.

    현석은 순식간에 화이트홀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보아하니 이 건물은 화이트홀을 먼저 발견하고 나중에 그 위에 지은 것이 분명했다.

    현석은 유유히 화이트홀에 들어갔다.

    < 화이트홀 1 > 끝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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