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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뜨고 레벨업-166화 (166/326)

< 황궁으로 가는 길 2 >

콰우우우우!

세 마리 본드래곤의 브레스가 중첩되니, 예전에 만났던 본드래곤의 브레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각각의 본드래곤도 예전의 그 본드래곤보다 훨씬 강했다. 품은 마력의 양 자체가 달랐고, 골격 구조도 달랐다.

어쨌든 현석은 빠르게 움직여 가장 브레스가 약한 쪽을 찾아 달렸다.

마력을 절묘하게 컨트롤해서 브레스를 뒤로 흘리면서 달렸는데, 중첩된 브레스는 너무 흐름이 거세고 마력이 짙어서 흘려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신없이 움직이며 브레스가 가장 약한 부분만 찾아 움직여야 했다.

마치 미로 찾기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브레스 공격을 무사히 피해 그들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진짜 싸움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용기사들은 본드래곤을 절묘하게 다루며 현석을 공격했다. 그들은 긴 창을 들고 있었는데, 본드래곤 위에서 긴 창으로 찌르고 휘두르는 공격은 정말로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살아 있을 때 원래부터 셋이 함께 훈련을 하고 협공을 자주 했는지 공방이 아주 딱딱 맞아 떨어졌다.

현석은 이를 악물고 그들의 공격을 막고 흘리고 피해냈다. 그러면서 간간히 반격을 했는데, 용기사들은 허무할 정도로 현석의 반격을 무력화시켰다.

누군가를 공격하면 옆에서 현석을 공격해 방해하고, 또 다른 하나가 방어를 도와주는 식이었다.

현석은 제대로 된 공격도 못하고 계속 밀리기만 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체력과 마력에 한계가 있는 현석이 당하게 될 것이다.

뭔가 새로운 흐름이 필요했다.

무엇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드느냐는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현석은 이를 악물고 마력을 일으켰다.

현석의 검을 타고 마력이 강물처럼 도도하게 흘렀다. 하지만 그건 용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용기사들의 창에는 어둠의 마력이 짙게 뭉쳐 있었다. 그냥 흐르는 게 아니라 마력의 흐름이 뭉쳐 창에서 회오리치고 있었다.

당연히 위력도 강하고 상대하기도 까다로웠다.

현석은 용기사들의 창과 부딪힐 때마다 온몸이 뒤흔들리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공격을 막으면서 그 충격까지 해소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현석은 그냥 당하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이 와중에도 마력의 흐름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용기사들이 어떤 식으로 마력을 회전시키는지 그 방식도 계속해서 훔쳐내고 있었다.

만일 용기사가 살아있는 존재였다면 이렇게 쉽게 마력의 흐름을 훔쳐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죽은 존재. 자신의 힘을 감추거나 하지 않았다. 오직 적을 말살하는 데에만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현석의 검에 흐르는 마력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마력 회전 기법을 훔쳐낸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현석은 그것을 자신에게 맞게 개량했다.

싸우는 와중에, 그 찰나의 순간에 적의 기술을 훔쳐낸 것도 모자라 개량까지 한다는 건 사실 엄청난 일이었다.

하지만 현석은 그걸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일단 급한 불 하나를 끈 것에 불과했다.

지금 현석이 얻은 건, 적의 공격을 막을 때 몸에 오는 충격을 확연히 줄인 것 하나뿐이었으니까.

물론 가끔 하는 반격이 좀 더 날카로워지긴 했지만, 사실상 그건 거의 의미가 없었다.

이제 불 하나를 껐으니 진짜 반격의 실마리를 잡을 때가 되었다.

현석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몸은 격렬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마음은 점차 고요해져 이내 명경지수처럼 착 가라앉았다.

용기사들을 만나기 전까지도 무수한 싸움을 겪었다. 그리고 그 실전을 통해 검술도 다듬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현석은 실전을 통해 마력패턴을 쓰는 법을 연습할 수 있었다.

특히 이런 언데드를 상대할 때 효과적인 마력패턴을 새로 고안해낼 수 있었다.

물론 그걸 쓰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해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죽을 테니까.

용기사들은 점점 더 거칠게 현석을 몰아붙였다. 그렇게 거칠어지는데도 딱딱 맞아 떨어지는 협공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살아 있을 때, 정말 대단한 기사였던 모양이다.

현석의 검에서 소용돌이치는 마력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안개처럼 가루가 되어 주변에 흩날렸다.

마력과 마력이 부딪칠 때마다 현석이 조금씩 일부러 흘린 마력의 가루였다.

현석은 그렇게 주변에 흩어 놓은 마력의 가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석의 머리에서 갑자기 김이 무럭무럭 피어났다. 그리고 코피가 주륵 흘렀다.

눈에 핏발이 섰고, 실핏줄이 터지면서 피눈물이 줄줄 흘렀다.

시야에 큰 지장이 있었지만 사실 현석은 눈을 감고도 싸울 수 있기에 별 상관이 없었다.

현석은 그냥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쩌저저저저저저정!

검과 창, 아니, 마력과 마력이 충돌하는 소리가 사방을 뒤흔들었다.

강력한 마력의 파동이 끊임없이 주변을 훑고 지나갔다. 흙먼지가 계속 일어나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근처에 있던 나무의 잎이 우수수 떨어졌고, 줄기에 거미줄 같은 생채기가 그어졌다.

현석과 용기사들을 둘러싼 공간에 흩어진 마력들이 서서히 움직이며 특정한 패턴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용기사의 창은 사정없이 현석을 공격했다. 그들의 공격은 점점 더 거칠고 강해졌다. 그리고 빨라졌다.

하지만 현석은 그들과 싸우면서 또 한 단계 강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격렬히 싸우면서 주변에 마력패턴을 만들어 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현석의 온몸에서 김이 무럭무럭 솟아났다. 눈과 코에서 흐르는 피가 온몸을 적실 정도로 많아졌다.

이대로는 위험했다.

쩌저저정!

현석은 용기사들의 공격을 쳐내며 모든 마력을 쥐어짜 쏟아냈다.

갑자기 가해진 충격에 용기사들이 본드래곤에 탄 채, 뒤로 쭉 밀려났다.

본드래곤까지 밀렸으니 그 충격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모든 마력을 다 짜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용기사들이 큰 타격을 입은 건 아니었다. 쓴 마력에 비해 얻은 건 거의 없을 정도로 쓸모없는 짓이었다. 만일 이게 전부라면 말이다.

하지만 현석이 진짜 하려는 건 그게 아니었다. 용기사들을 밀어낸 건, 열심히 짜 놓은 마력패턴을 제대로 활성화 시키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석은 용기사들을 밀어내자마자 전력으로 마력을 움직였다. 현석은 손가락을 들어 가장 가까이에 만든 마력패턴에 갖다 댔다.

그곳을 기점으로 사방에 깔아둔 마력패턴이 순차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내 모든 마력패턴이 활성화 되었다.

거대한 마력장이 생겨났다. 당연히 세 용기사는 그 범위 안에 있었다.

파파파파파팟!

강렬한 섬광이 연이어 터졌다. 섬광이 터진 위치는 용기사와 본드래곤 근처였다.

마력패턴의 작용에 의한 섬광이었다.

그워어어어어어!

용기사와 본드래곤들이 일제히 괴성을 질러댔다. 다들 고통스러운 듯 온몸을 비틀었다.

퍼버버버벅!

그들의 몸 곳곳이 터져 나갔다. 뼛가루들이 퍽퍽 터지며 사방으로 쏟아졌다.

그렇게 폭발한 부분에 또 섬광이 터졌다.

퍼벅!

그워어어어!

본드래곤들이 더 괴로워했다. 아무래도 덩치가 크다보니 훨씬 더 많은 섬광을 몸으로 받아야 했고, 섬광을 많이 받을수록 피해가 더 컸다.

쿠웅!

결국 본드래곤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 와중에도 온몸에 섬광이 터지며 몸 곳곳이 폭발하고 있었다.

퍼버버버버벅!

용기사들도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황이었다. 온몸을 뒤덮은 섬광에 그들의 몸은 너덜너덜해졌다.

그들이 내린 선택은 일단 본드래곤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용기사들이 뛰어내리자, 떨어지면서 더 많은 섬광에 휩싸였다.

퍼버버버벅!

용기사들은 바닥에 제대로 착지하지도 못하고 뒹굴었다.

현석은 가만히 서서 그 광경을 지켜봤다. 지금은 현석도 모든 마력을 소진한 상태인지라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마력뿐 아니라 체력도 바닥이었다. 그리고 정신력도 간당간당했다.

사실 기절하지 않은 게 기적 같은 일이었다.

용기사들의 강인함은 질릴 정도였다. 온몸이 섬광으로 가득 찬 와중에도 몸을 일으켜 목표인 현석에게 다가오려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제대로 균형을 잡고 현석에게 달려들었다.

현석은 용기사들이 지척에 다가올 때까지 회복에 전념했다.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검집에서 검을 뽑으며 크게 휘둘렀다.

꽈드드득!

현석의 검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용기사 셋의 허리를 동강냈다. 허리만 동강낸 게 아니라 그들이 들고 있던 창과 팔까지 한꺼번에 잘라 버렸다.

용기사들이 꼴사납게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제 싸움이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현석은 용기사들의 몸 어디에 핵이 있는지부터 파악했다. 사실 단번에 알아차려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용기사들은 마력의 흐름을 비틀어 자신의 핵을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망가지고 나니, 더 이상 핵의 위치를 숨길 수 없었다.

현석은 천천히 걸으며 정확히 세 번 바닥을 검으로 찍었다.

그때마다 용기사의 핵이 산산이 조각났다.

핵이 부서짐과 동시에 용기사의 몸체도 가루가 되어 박살 났다.

퍽! 퍽! 퍽!

사방으로 뼛가루가 휘날렸다.

현석은 용기사를 처리한 다음 본드래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퍼버버버버벅!

온몸에서 여전히 섬광이 터지고 있었다.

현석은 서둘러 그들에게 다가갔다. 다 없애고 나면 저놈들이 모두 합쳐진 거대한 놈이 나타날 것이다.

그때 이 마력패턴이 유지되고 있어야 그나마 승산이 있었다.

현석은 즉시 본드래곤으로 달려들어 그들의 핵까지 박살 냈다.

핵을 뽑아낼까도 생각했지만, 그것보다는 박살 내서 뼈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사방에 뼛가루가 휘몰아쳤다. 그리고 그것들이 한 곳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뼛가루가 한데 모여 형체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퍼버버버벅!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섬광이 터졌다. 새로 만들어지는 몸체에 계속 섬광이 터지는 바람에 제대로 모양이 형성되지 않았다.

뼛가루가 만드는 것은 거대한 용기사와 본드래곤이었다.

방금 상대한 셋이 합쳐진 거라 그런지, 크기도 딱 세 배였다.

하지만 온전한 모습이 아니었다.

여전히 깔려 있는 마력패턴에 의해 몸 곳곳이 크게 파여 있었다. 아예 그 부분은 만들어지지도 않은 것이다.

퍼버버버벅!

몸체가 다 만들어진 후에도 섬광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다만, 이제 마력패턴이 군데군데 끊어지기 시작했다.

효능이 다해가는 것이다.

만일 이 마력패턴을 좀 더 단단한 곳에 정밀하게 새겼다면 이렇게 쉽게 효력이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허공에 새긴 마력패턴의 한계가 바로 이런 점이었다.

현석은 다 만들어진 거대 용기사를 보며 검을 꽉 쥐었다.

이제 선택할 시간이 되었다. 지금 당장 달려들어 승부를 보느냐, 아니면 좀 더 시간을 끌어 몸을 회복시키고 싸우느냐.

현석의 선택은 아주 빨랐다. 즉시 거대 용기사를 향해 달려든 것이다.

마력패턴의 효력이 다해가고 있었다. 이럴 때는 차라리 함께 격렬하게 움직이는 편이 나았다.

현석이 다가갈 때까지 본드래곤은 브레스 한 번 내뿜지 못했다.

워낙 많은 섬광에 뒤덮여 끊임없이 타격을 받는지라, 현석이 달려든다는 걸 인지할 틈도 없었다.

꽈드드드드득!

현석의 검이 본드래곤의 가슴 부위에서 눈부신 속도로 움직이며 뼈를 모조리 잘라냈다.

퍼버버버벅!

뼈가 잘린 자리에 섬광이 마구 튀었다. 그 부분은 재생하지 못했다.

현석의 검이 신들린 듯 움직였다. 그리고 그런 현석을 향해 거대 용기사의 창이 날아갔다.

쩌저저저정!

검과 창이 격돌하며 마력의 충격파가 일어나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허공에 쫙 깔렸다가 군데군데 끊어져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마력패턴들이 일제히 용기사를 향해 날아갔다.

마치 자석에 쇳가루가 끌리듯 훅 날아와 착 달라붙었다.

퍼버버버버버벅!

어마어마한 섬광이 튀었다.

그리고 그걸 본 현석이 사납게 웃으며 용기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무시무시한 검격의 폭풍이 몰아쳤다.

그리고 그 폭풍을 뚫고 섬광 같은 창격이 쏟아져 나왔다.

세상이 섬광으로 인해 새하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새하얀 빛은 점차 옅어졌다.

결국 마력패턴의 힘이 사라졌다. 더 이상의 섬광은 없었다.

그러자 본드래곤과 용기사의 몸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물론 원래 가진 회복력에 비하면 없는 거나 다름없을 정도로 느렸지만 말이다.

현석은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 현석은 부서져 아직 재생하지 않은 본드래곤의 가슴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핵을 잡아 뜯었다.

꽈르릉!

본드래곤이 그대로 무너졌다. 그리고 무너지는 뼛조각들 사이로 용기사가 함께 떨어졌다.

용기사의 창이 현석의 정수리를 향해 벼락처럼 내리 꽂혔다.

< 황궁으로 가는 길 2 > 끝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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