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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뜨고 레벨업-165화 (165/326)
  • < 황궁으로 가는 길 1 >

    첫 발을 내딛자마자 마수 한 마리가 등장했다.

    단순한 스켈레톤이었다. 넝마가 된 옷을 걸치고 손에 쇠스랑을 들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그냥 농사꾼 같았다. 하지만 그거야 살아있을 때의 얘기고, 지금은 그저 한 마리 마수에 불과했다.

    현석은 가볍게 스켈레톤을 처리했다. 간단한 찌르기 한 방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많긴 한데…….”

    사방에서 마수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풍기는 분위기가 딱 스켈레톤이었다.

    현석은 일단 지도를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사방에서 스켈레톤이 몰려왔다. 굳이 싸우지 않고 뚫고 돌진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현석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나중에 강력한 마수가 나타났을 때, 스켈레톤들이 모여 있으면 싸움에 방해가 되거나 위험한 실수를 유발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모여드는 마수는 그 자리에서 모두 처리하고 가는 편이 나았다.

    이내 스켈레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석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속도로 걸어가며 다가오는 스켈레톤들을 처리했다.

    콰직! 콰직! 콰직! 콰자작!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두세 마리의 스켈레톤이 힘을 잃고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렇게 무너진 뼛조각들을 다른 스켈레톤이 짓밟으며 다가와 손에 든 무기를 휘둘렀다.

    ‘뭔가…… 꼭 농민 반란을 보는 것 같네.’

    스켈레톤들이 든 무기나 입고 있는 넝마를 보면 딱 전형적인 농민 같았다.

    콰직! 콰직! 콰직!

    뼈 부서지는 소리만 기계적으로 울렸다.

    현석은 그렇게 검을 휘두르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전진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몰려드는 스켈레톤이 점점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제 듬성듬성 빈 공간이 보였다.

    그만큼 많은 스켈레톤을 없앤 것이기도 했다.

    현석은 지도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긴 거리를 이동했다. 여전히 스켈레톤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게 다인 듯했다.

    일단 멈춰선 현석은 몸을 빙글 돌리며 검을 크게 휘둘렀다.

    슈아아악!

    현석의 검에서 뿜어져 나간 마력이 날카롭게 변형되며 사방을 휩쓸고 지나갔다.

    스켈레톤의 핵을 자르건 아니면 그냥 몸만 훑고 지나가건 상관없었다.

    현석의 마력에 당한 모든 스켈레톤이 바닥에 무너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마력에 담긴 힘 때문이었다.

    현석은 마력에 스켈레톤의 핵을 찾아 부술 수 있도록 몇 차례 변형을 가했다.

    스켈레톤의 수가 너무 많으면 마력 소모만 늘어나기에 효율이 떨어지지만, 이 정도 수면 한 번 해볼 만하다 싶어서 시도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도는 아주 멋지게 먹혀들어갔다.

    남은 모든 스켈레톤들이 단숨에 무너졌다.

    방금 쓴 것은 최근 현석이 수련하고 연구하던 마력패턴에 대한 응용 같은 것이었다.

    마력패턴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담겨 있었다.

    현석은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 중 극히 일부만이라도 쓸 수 있다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힘을 얻게 될 거라 자신했다.

    그 정도로 마력패턴에 대한 효율이나 효과는 탁월했다.

    어쨌든 마력패턴을 응용한 일격을 통해 남은 스켈레톤을 모두 정리한 현석은 잠시 숨을 돌리며 줄어든 체력과 마력, 정신력을 다시 채웠다.

    뭔가 큰 것이 다가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미리 준비를 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서 거대한 것이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거대한 스켈레톤이었다.

    그 스켈레톤을 이룬 재료는 지금까지 현석이 쓰러뜨리고 부숴버린 농민 스켈레톤의 잔해였다.

    거대 스켈레톤의 눈에서 푸른 불길이 일렁였다. 아니, 스켈레톤의 온몸이 은은한 푸른 불로 타오르고 있었다.

    현석은 그 푸른 불이 마력의 불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칠게 흔들리는 마력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마력의 불길은 아주 차가운 성질을 갖고 있었다.

    겉모습은 불이지만 내용물은 얼음이나 다름없었다.

    쿠웅!

    거대 스켈레톤이 현석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둔중한 소리와 함께 땅이 울렸다.

    현석은 그 와중에도 거대 스켈레톤이 넝마를 걸치고 쇠스랑을 들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거대 스켈레톤이 걸친 넝마는 다른 스켈레톤이 입고 있던 넝마들이 조각조각 모여 붙은 것 같았고, 그가 들고 있는 쇠스랑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진 듯했다.

    당연히 그것들을 이어붙이고 있는 건 마력의 힘이었다.

    저들을 모두 뒤덮고 있는 푸른 불길 모양의 차가운 마력 말이다.

    현석은 주변을 둘러봤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뼛조각들이 어느새 하나도 남지 않았다.

    “계속 이런 식이면 곤란한데…….”

    이곳 던전의 어떤 특이한 힘이 부순 스켈레톤들을 하나로 뭉쳐 거대화 시키는 모양이었다.

    일단 지금 당장은 어떤 방식으로 그런 힘이 작용하는지 확인이 불가능했다.

    그걸 확인하려면 저 거대 스켈레톤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지켜봐야 한다.

    거대 스켈레톤이 가진 마력은 엄청났다. 또한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상당히 빠르고 힘도 강했다.

    게다가 몸을 뒤덮은 마력은 스켈레톤의 핵이 어디에 있는지 감추는 역할까지 한다.

    제법 까다로운 마수였지만 현석에게는 별 위협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저런 마력의 불로 몸을 둘둘 감고 있어봤자, 마력의 주인인 현석의 마력 감지 능력이 뚫지 못할 리 없었다.

    그리고 거대 스켈레톤이 빠르고 강하긴 하지만 현석보다는 아니었다.

    현석은 곧장 거대 스켈레톤을 향해 돌진했다.

    오래 끌 싸움이 아니었다.

    탁탁탁탁!

    현석은 거대 스켈레톤의 몸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현석이 워낙 빠른데다가 몸집의 차이가 확연하니 이런 식의 행동을 거대 스켈레톤이 막거나 방비할 수 없었다.

    그워어!

    거대 스켈레톤이 괴성과 함께 손으로 현석을 내리쳤다.

    꽈득!

    당연히 현석을 잡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애꿎은 자신의 몸만 박살을 냈다.

    하지만 박살 났던 몸은 즉시 복구되었다.

    거대 스켈레톤은 빠르게 자신의 몸을 타고 오르는 현석을 마구 내리쳤다.

    꽈득! 꽈득! 꽈득!

    몸 곳곳이 부서져 나갔다가 다시 회복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 간격이 점점 빨라졌다. 거대 스켈레톤도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현석은 어느새 거대 스켈레톤의 가슴 근처에 도달했다.

    보통 사람으로 치면 심장이 위치한 곳, 거기에 거대 스켈레톤의 핵이 있었다.

    현석은 자신을 노리고 날아오는 거대 스켈레톤의 손을 한 번 더 피했다.

    꽈득!

    가슴 부분이 우수수 부서져 나갔다.

    현석은 그 순간 검을 내리 꽂았다. 거대 스켈레톤의 손까지 한꺼번에 현석의 검에 꿰었다.

    그워어어어어어!

    거대 스켈레톤이 울부짖었다. 현석의 검에서 마구 쏟아져 나오는 마력이 그의 몸을 단단히 얽고 있는 마력의 결합을 낱낱이 분해했기 때문이다.

    꽈르르릉!

    손을 비롯해 가슴 부위가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러자 어른 주먹만 한 검은 구슬이 드러났다.

    그것이 바로 거대 스켈레톤의 핵이었다.

    현석은 그것을 그대로 잡아 뽑았다.

    콰직! 빠지지지지직!

    핵이 뽑혀나간 자리를 중심으로 강렬한 전격이 사방을 휩쓸었다.

    현석은 자신의 몸을 덮치는 전격의 파도를 보며 가볍게 몸을 띄웠다.

    꽈르르릉!

    무수한 벼락의 비가 현석이 있던 자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리고 현석은 어느새 바닥에 가볍게 착지했다.

    꽈르르르릉!

    거대 스켈레톤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마치 큰 빌딩을 폭발로 무너뜨리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현석은 사방으로 자욱하게 퍼지는 뼛가루들을 피해 뒤로 쭈욱 물러났다.

    현석은 손에 든 검은 구슬을 확인했다.

    [어둠의 결정]

    [거대 스켈레톤의 핵으로 쓰였던 마력 응집체. 어둠의 마력이 고도로 압축되어 있다. 특별한 아티팩트의 재료로 쓸 수 있다.]

    재료 아이템인 모양이었다. 특별한 아티팩트가 무엇인지 모르면 전혀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현석은 일단 그것을 아공간에 넣은 다음 잠시 쉬었다.

    이번 던전은 서둘러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거대 스켈레톤을 잡고서 확실히 느꼈다.

    차근차근 덤벼드는 모든 마수를 확실하게 처리하고 지나가지 않으면 나중에 독이 되어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될 확률이 높았다.

    방금 나타난 거대 스켈레톤 정도야 떼로 몰려와봐야 아무 위협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그냥 거대 스켈레톤이 아니라 본드래곤이라면? 또한 그보다 더한 무언가라면?

    그때는 전혀 얘기가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지금 나타난 거대 스켈레톤은 농민 스켈레톤이 모여 만들어졌다.

    그러니 힘의 기준도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아마 예상대로라면 병사 스켈레톤도 나올 것이고 기사 스켈레톤도 나올 것이다.

    그리고 아주 특수한 스켈레톤들도 나올 것 같았다.

    그런 놈들이 거대화 한다면 아마 골치깨나 썩을 것이다.

    현석은 충분히 쉬어 체력과 마력, 그리고 정신력을 꽉 채운 다음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 * *

    현석은 저 멀리 서 있는 세 마리의 스켈레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도상으로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저 세 마리 스켈레톤을 처리하고 두 번 정도의 관문을 지나면 바로 황궁이었다.

    한데 저 세 마리 스켈레톤이 문제였다.

    저 스켈레톤은 각각 본드래곤을 타고 있었다.

    말 그대로 용기사였다.

    하나하나 뿜어내는 마력의 힘이 엄청났다.

    이 황궁으로 가는 길이라는 던전은 현석에게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성장의 발판이 되어주고 있었다.

    처음에 겪은 농민 이후에 등장한 병사 스켈레톤들은 그냥 단순히 힘과 마력만 강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제대로 싸울 줄 알았다. 또한 병진을 이용해 적을 압박할 줄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지휘관도 있었다. 그들은 체계가 존재하는 스켈레톤 군대였다.

    그래도 본질은 스켈레톤, 현석은 그들의 약점과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해 그들을 모두 물리쳤다.

    그리고 나타난 거대 스켈레톤은 역시나 병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 역시 그리 어렵지 않게 처리했다.

    그 뒤로는 당연히 기사 스켈레톤들이 나타났다. 기사들은 각각 수많은 병사를 이끌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싸움이 까다로워졌다.

    기사 스켈레톤은 싸움도 잘했고, 마력도 쓸 줄 알았다.

    마력이 담긴 그들의 검은 굉장한 위력을 담고 있었다. 현석은 그들과 싸우며 레벨도 레벨이지만 싸우는 방법 자체가 진화하기 시작했다.

    강한 마족과 싸울 때 이런 발전을 겪곤 하는데, 그것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강해지고 있었다.

    어쨌든 상당히 힘든 싸움의 연속이었다. 한 번 싸우고 반드시 쉬어서 체력과 마력, 정신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다음 싸움에서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걸 알기에 충분히 쉬면서 이동했다.

    그래서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현석 입장에서는 좋은 시간이었다.

    레벨도 올렸고, 실질적으로 강해졌으며, 또 그들을 처리하며 얻은 전리품도 만만치 않았으니까.

    어쨌든 그 난관을 뚫고 여기까지 왔다.

    한데 저 세 마리 스켈레톤은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문제는 저 셋을 처리한 다음 무조건 저들이 모여 만들어진 거대 스켈레톤 하고도 싸워야 할 거라는 사실이었다.

    체력과 마력은 다 회복했다. 정신력은 이제 100% 회복이 불가능했다. 워낙 많이 싸웠으니까.

    정신력이 모자라면 싸우다가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을 수도 있었다.

    현석은 이를 악물었다.

    싸움이 길어지지만 않으면 된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건 싸움이 길어져 관성적인 영역에 발을 들이기 때문이다.

    그것만 조심하면 된다.

    현석은 숨을 훅 내쉬고는 세 마리 용기사를 향해 빠르게 달려 나갔다.

    그워어어어!

    현석이 일정 거리에 들어온 순간, 본드래곤들이 일제히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동시에 브레스를 뿜었다.

    그것도 피하기 어렵게 동선을 막는 방식으로 말이다.

    콰아아아아아!

    시커먼 브레스가 세상을 온통 뒤덮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 황궁으로 가는 길 1 > 끝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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