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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뜨고 레벨업-160화 (160/326)
  • < 엠페러 타워 1 >

    새까만 브레스가 달려드는 현석을 그대로 덮쳤다. 하지만 현석은 그걸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더욱 속도를 높였다.

    콰우우우우!

    놀랍게도 브레스가 현석을 중심으로 둘로 갈라져 뒤로 모조리 빠져나가고 있었다.

    꽈과과과과광!

    뒤쪽 벽이 브레스에 직격 당해 그대로 무너졌다. 무너지기만 한 게 아니라 무너지면서 녹아들어가기 시작했다.

    본드래곤의 브레스에는 돌까지 녹일 정도로 지독한 산성독이 섞여 있었다.

    현석은 단순히 마력의 흐름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본드래곤의 브레스를 뒤로 흘려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을 수는 없었다.

    브레스에서 떨어져 나온 잔여 독이 바닥을 비롯해 모든 공간에 꽉 차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본드래곤과 싸우면서 중독되는 건 필연적인 일이었다.

    현석은 중독되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본드래곤의 가슴까지 파고들어 온 힘을 다하고 모든 집중력을 동원해 검을 휘둘렀을 뿐이었다.

    꽈득!

    현석의 검이 본드래곤의 갈비뼈 하나를 박살 냈다.

    크워어어!

    본드래곤이 몸부림치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현석은 검을 휘두르며 옆으로 비스듬하게 이동했다. 본드래곤의 돌진을 흘려버린 것이다.

    그 순간 본드래곤의 몸에서 뼈로 된 창이 마구 쏟아져 나갔다.

    현석은 높이 점프해 창을 모조리 피했다.

    슈슈슈슉!

    발밑으로 섬뜩한 소리와 함께 본스피어들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걸로 위기가 끝난 건 아니었다. 꼬리가 날아들고 있었다.

    쩌엉!

    현석은 허공에 뜬 채 검을 들어 본드래곤의 꼬리 공격을 막았다.

    당연히 그대로 튕겨나갔다. 하지만 방향이 문제였다.

    현석은 꼬리 공격을 비스듬하게 받아냈다. 현석의 몸이 위로 튕겨나갔다. 그리고 위에는 천장이 있었다.

    꽈드드드득!

    현석은 거꾸로 몸을 뒤집어 천장을 발로 디뎠다. 천장에 쫙쫙 금이 갔다.

    그 모든 힘을 응축한 현석은 단번에 그 모든 걸 폭발시키며 아래로 쏘아져 나갔다.

    꽈드드드드득!

    본드래곤의 척추뼈들이 그대로 박살 났다. 현석은 그렇게 본드래곤의 등을 부수며 몸속으로 쏙 들어갔다.

    이런 종류의 뼈로 된 언데드와 싸울 때는 아무리 겉을 부숴봐야 의미가 없었다.

    어떤 식으로 박살 나도 결국은 다시 다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러니 존재를 결정하는 핵을 부숴야 한다.

    본드래곤에는 그런 마력의 핵심이 되는 어둠의 응집체가 다섯 군데나 있었다.

    그 다섯 군데를 동시에 박살 내지 않으면 아무리 부수고 타격을 입혀도 끊임없이 회복하기 때문에 끝없는 싸움을 이어가야만 한다.

    지치지 않는 언데드를 상대로 끝없는 싸움을 이어가게 되면 결과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뻔하다.

    현석이 등뼈를 부수고 내부로 들어간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니, 애초부터 계획한 일이었다.

    현석은 본드래곤의 몸 속에 갇힌 모양이 되었다. 마치 뼈로 된 감옥에 갇힌 것처럼 보였다.

    어느새 부서진 척추들이 원상복구되면서 정말로 갇혀 버렸다.

    하지만 현석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이 안에 있으면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뻔했으니까.

    슈슈슈슈슈슉!

    사방에서 본스피어가 날아왔다.

    뼈에서 솟아난 뼈로 이루어진 창이 엄청난 속도로 현석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렇게 수백 개의 창이 현석에게 쏟아졌다.

    현석은 사방으로 움직이며 눈부신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전후좌우, 위아래 할 것 없이 마구 쏘아져 나오는 본스피어를 피하고 막으려면 한 자리에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꽈드드드드득!

    사방으로 박살 난 본스피어의 잔해가 흩어졌다. 마치 뼛조각으로 만든 안개가 생겨나는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현석도 끝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현석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현석은 그저 본스피어를 막기만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러면서 어둠의 응집체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찾고 있었다.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더구나 몸속으로 들어오니 더욱더 확연히 어둠의 마력이 뭉쳐 있는 장소가 느껴졌다.

    밖에 있을 때는 본드래곤의 몸체 자체가 워낙 어둠의 마력으로 뒤덮여 있어서 정확한 위치를 확정짓기가 좀 애매했다.

    어쨌든 위치를 정확히 찾아낸 다음에는 더 이상 어려울 게 없었다.

    현석은 다섯 자루의 비수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허공에 휙휙 던졌다. 놀랍게도 비수들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현석이 마력의 힘을 이용해 비수를 허공에서 움켜쥔 것이다.

    비수 자체에 마력이 깃들어 있고, 이 공간 자체가 마력으로 꽉 채워져 있기에 가능한 묘기였다.

    현석은 목표까지 이어지는 마력의 선을 그었다.

    그리고 그대로 마력을 폭발시켰다.

    꽈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다섯 자루 비수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쏘아져 나갔다.

    마수의 손톱으로 만들어진 다섯 자루의 비수는 그대로 어둠의 응집체를 꿰뚫고 지나갔다.

    비수에 현석이 미리 담아둔 마력이 그 순간 폭발하며 어둠의 응집체를 단숨에 날려 버렸다.

    꽈과과광!

    핵이 사라진 본드래곤은 더 이상 형체를 유지할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본드래곤이 와르르 무너졌다.

    꽈르르릉!

    마치 건물 하나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현석은 그 중심에 있었지만 전혀 다치지 않았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뼈의 잔해를 마력을 이용해 다 튕겨내 버린 것이다.

    강렬한 마력의 파동이 온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레벨업의 느낌이 왔다.

    현석은 본드래곤이 남긴 거대한 다섯 개의 마정석을 챙겼다. 그 마정석에 어둠의 마력이 응집되어 본드래곤의 핵을 이룬 것이다.

    마력을 폭발시켜 어둠의 마력을 흩어 버렸지만 마정석은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애초에 여기까지 계산해서 비수를 던졌으니까.

    다섯 개의 마정석을 챙긴 현석은 유유히 걸어 화이트홀로 들어갔다.

    * * *

    ‘여전하군.’

    묘지의 화이트홀은 지하감옥으로 이어져 있었다. 현석은 지하감옥 밖에 서 있었다.

    그리고 하늘을 멍하니 보고 있는 101명의 죄인들을 확인했다.

    저들이 바로 아르포르 기사단이었다.

    현석이 나타나자, 기사단장, 케틀러가 고개를 내려 현석을 바라봤다.

    “폐하의 사면령은?”

    “곧 가져오지.”

    케틀러의 눈이 한순간 번득였다. 하지만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시선을 하늘로 돌렸다.

    “기대하지.”

    그걸로 케틀러와의 대화는 끝이었다.

    현석은 투명 던전의 출구로 향했다. 이제 여길 넘어가면 뉴욕 한가운데에 있는 고가도로로 나가게 된다.

    현석은 잠시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는 심호흡을 통해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시계는 미리 뉴욕에 맞춰놨다. 지금 시각은 새벽 2시.

    “딱 적당하군.”

    출구로 나가면 바로 고가도로다. 그러니 차가 잘 안 다닐 시간에 나가는 게 좋다. 또한 어두울수록 좋다.

    물론 그 외에도 최대한 준비를 했다. 검은 옷과 검은 신발을 신었다. 아마 어둠에 가려져 혹시라도 누군가 발견하더라도 잘못 봤다고 여길 것이다.

    “그럼, 가볼까?”

    모든 점검을 마친 현석이 던전의 출구로 들어섰다.

    * * *

    새벽의 고가도로를 질주하는 차 한 대가 있었다. 그 차에는 남녀가 타고 있었는데,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광란의 질주 중이었다.

    부아아아앙!

    우렁찬 엔진음이 도로를 뒤흔들며 차가 질주했다.

    운전자는 남자였는데, 그는 가속페달을 힘껏 밟다가 뭔가를 발견한듯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이이익!

    “꺄아아악!”

    조수석에 앉은 여자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과속인데다가 완만한 커브를 틀고 있는 중이었기에 차가 미끄러지며 빙글 돌았다.

    다행히 사고가 나진 않았다. 새벽이었는지라 지나다니는 차가 거의 없었고, 운전하던 남자의 실력도 나쁘지 않았다.

    “갑자기 왜 그래? 깜짝 놀랐잖아!”

    여자는 고리치려다가 남자의 얼굴도 창백하게 질린 걸 보고는 목소리를 좀 낮춰 말했다.

    남자는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마이크? 왜 그래? 몸이 안 좋은 거야?”

    마이크라 불린 남자는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내가…….”

    마이크가 입을 열자 여자가 귀를 기울였다. 목소리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내가 유령을 봤어.”

    “뭐어?”

    여자가 황당한 눈으로 마이크를 바라봤다. 뜬금없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앞에 나타났단 말이야. 피하려고 했지만 피할 수가 없었어. 너무 갑자기 나타났으니까!”

    여자는 그제야 왜 마이크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 때문이었다. 물론 자신은 미처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꺾었지만 이미 늦었어. 치고 지나갔단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아무 느낌도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 사람을 쳤다고? 그럼 이러고 있으면 안 되잖아!”

    여자가 다급히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주위를 확인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제야 왜 마이크가 유령을 봤다고 얘기한 건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차로 뭔가를 치면 소리도 나고 충격이 안으로 전달된다. 분명히 운전석에 앉아 인지할 수 있다.

    한데 아무 느낌도 없다는 건, 아무도 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여자는 황급히 차로 돌아가 마이크를 바라봤다.

    마이크는 슬슬 마음이 진정되는 모양이었다.

    “타. 이제 가자.”

    “사람 쳤다며. 괜찮겠어?”

    마이크가 고개를 저었다.

    “안 쳤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유령이었어.”

    “유령이라고?”

    “치는 순간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으니까. 게다가 날 보고 있었다고. 눈이 마주쳤단 말이야.”

    마이크가 살짝 몸을 떨었다.

    “그 유령…… 차에 치는 순간인데도 놀라지도 않고 날 쳐다봤어.”

    그 순간이 떠오르는지 마이크는 다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여자는 그걸 보고는 차에 올라타 마이크를 달래주기 시작했다.

    마이크의 차는 한동안 고가도로 한쪽에 멈춰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차가 다시 출발한 건 30분쯤 지난 후였다.

    그리고 그렇게 출발하는 차의 지붕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누워 있었다.

    차는 그렇게 고가도로를 타고 맨하탄으로 들어갔다.

    * * *

    현석은 새벽의 맨하탄 거리를 유유히 걸어갔다.

    아까는 상황이 참으로 절묘했다.

    던전에서 떨어진 순간 엄청난 속도로 차가 달려들었으니까. 타이밍을 억지로 꿰맞추려고 해도 그렇게 하긴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현석에게 그 엄청난 속도의 차는 그리 빠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현석은 운전하는 사내의 표정과 그의 팔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하고 차가 어떤 경로로 움직일지 순식간에 예측해냈다.

    그 뒤의 일은 아주 간단했다. 현석은 빠르게 몸을 피했다. 아마 사내의 눈에는 현석이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 다음, 현석은 빙글돌며 멈춘 차의 지붕에 올라가 누웠다.

    그 차가 맨하탄 쪽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본드래곤과 싸우느라 정신적으로 좀 피로해졌으니 약간의 휴식이 필요했다.

    그렇게 편안히 맨하탄으로 들어온 현석은 엠페러타워로 가는 중이었다.

    엠페러타워는 맨하탄에 있는 S호텔의 지하에 연결되어 있었다.

    물론 그건 15개나 되는 엠페러타워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엠페러타워의 중심인 건 확실했다.

    S호텔을 중심으로 14개의 엠페러타워가 방사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아마 한창 공사가 마무리되는 중일 것이다.

    엠페러타워에 가려면 호텔 지하주차장에 있는 비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그렇게 쭉 내려간 다음에 내리면 엠페러타워가 자랑하는 암시장이 펼쳐진다.

    엄청나게 깊은 지하에 마련된 암시장이었다.

    하지만 아직 엠페러타워가 열리지 않았으니 아무도 갈 수 없었다. 관계자를 빼면 말이다.

    현석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 J호텔 지하의 엠페러타워였다.

    기본적으로 모든 엠페러타워가 연결되어 있는데, 어디를 가고 싶건 지하에서 움직이려면 중앙에 있는 J호텔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몇 군데는 아예 J호텔을 통하지 않으면 아예 갈 수 없었다. 마치 지하에 섬이라도 만든 것처럼 독립된 공간으로 존재했다.

    그곳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J호텔 엠페러타워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니 중앙에 있는 엠페러타워가 가장 중요했다.

    현석은 어느새 J호텔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현석은 근처까지만 가고 호텔에 다가가진 않았다.

    호텔 주변에 무수히 깔려 있는 감시자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마 누구든 이 시간에 호텔로 다가간다면 타겟이 되어 감시당하게 될 것이다.

    현석은 잠시 계획을 점검했다. 처음 입었던 검은 옷 위에 평범한 옷을 덧입은 상태였다.

    계획을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그려본 현석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사방에서 감시의 눈길이 느껴졌다. 자신이 타겟이 된 느낌이 분명히 들었다.

    현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호텔로 들어갔다.

    어차피 예약은 되어 있었다. 체크인 시간도 미리 새벽으로 맞춰 놨다.

    의심을 받을 만한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감시자들이 일단 조사는 시작할 것이다.

    그들의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현석은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호텔에서 빠져나갈 계획이었다.

    ‘어쩌면…… 정말 큰 타격을 입힐 수도 있을지 모르겠군.’

    렉스턴 에너지에서 작정하고 준비하는 암시장이다. 이 안에 어떤 물건들이 얼마나 있을까?

    현석은 왠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 엠페러 타워 1 > 끝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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