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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뜨고 레벨업-86화 (86/326)

< 지하감옥 3 >

현석은 그 단순무식한 방법을 쓰기로 결정했다.

다만 곡괭이 같은 도구를 이용해 박살 내고 뜯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플레이어만 쓸 수 있는, 아니, 현석만이 쓸 수 있는 좀 더 세련된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건 마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현석은 이 지하감옥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먼저 파악했다.

벽과 바닥, 그리고 계단과 천장까지 모조리 암흑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면 그 암흑석이 어마어마하게 거대해서 그 안을 파내고 감옥을 만들었을까? 그건 절대 불가능하다.

암흑석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다. 그걸 깎고 가공해 차곡차곡 쌓고 붙여서 지하감옥을 만들어낸 것이다.

사실 암흑석은 이렇게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현석도 암흑석을 이용해 집 지하실에 빛이 들어오지 않게 만들었지만, 거기에 들어간 암흑석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데 그런 암흑석으로 이 감옥 전체를 만들었다. 아마 현석이 마음먹고 나서서 암흑석을 구한다 하더라도 이 정도 양을 얻으려면 1,2년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10년 정도 잠을 줄이면서 사냥하면 모을 수 있으려나?’

현석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만일 지하감옥에서 공기가 닿는 곳, 그러니까 밖으로 드러난 부분만 암흑석으로 만들었다면 그렇게까지 많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한데 이곳은 훨씬 더 깊은 곳까지 암흑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암흑석이 어둠의 힘을 증폭하는 마력 패턴을 통해 단단히 결합되어 있었다.

그러니 이 안에서는 어떤 조명도 힘을 쓰지 못하는 게 너무나 당연했다.

“진짜 어둠에 가둬버리려고 만든 감옥이군.”

정말 독하게 마음먹고 만든 감옥이었다. 아마 이 안에 갇히면 보통 사람은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미쳐 버릴 것이다.

그저 어두운 것과는 달랐다. 눈이 안 보이는 것과도 달랐다.

어둠의 힘은 사실 좀 더 근본적인 곳을 툭툭 건드린다. 이 정도로 강력하면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공포심을 끊임없이 자극하게 된다.

‘그리고 그걸 극복하는 건 정신력이고.’

현석의 정신력은 제법 높은 편이었다. 또한 어둠에 친숙했다. 어둠 속성이 높기 때문에 어둠의 힘이 주는 영향에서 조금이나마 더 자유로웠다.

어쨌든 그렇기에 저 암흑석을 힘으로 다 떼어버리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그러니 다른 방법, 좀 더 근본적으로 저것들을 제거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마력이었다.

통짜 암흑석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저 암흑석들을 단단히 결합하고 있는 마력패턴을 파악해 풀어버리면 된다.

다만 그렇게 하려면 하나하나 뜯어내선 안 된다. 그렇게 하면 힘으로 파내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한꺼번에 결합을 끊어 버려야 한다.

현석은 계단을 내려갔다. 이런 건 가장 중심이 되는 장소에서 해야 한다. 그래야 마력 컨트롤이 조금이라도 더 쉬우니 말이다.

안으로 들어가며 차단의 기둥을 확인한 현석은 과연 암흑석이 모두 사라져도 저 차단의 기둥을 확인하는 일이 여전히 어려울지 생각해봤다.

어쩌면 암흑석의 힘 때문에 더 보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어둠의 힘 때문에 심안에 제약이 생겼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어쨌든 뭐든 확실한 건 하나도 없었다.

지금 현석이 할 수 있는 일은 하고자 마음 먹은 걸 해내는 것뿐이었다.

현석은 눈을 감고 편안히 주저앉았다. 그리고 바닥에 손을 대고 차분히 마력을 흘려 넣었다.

이 감옥을 지키는 흑철간수가 하나뿐이라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다행이었다. 만일 그놈이 둘이었다면 결코 쉽지 않았을 테니까.

물론 현석이 아닌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아마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흑철간수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하나로 충분했겠지.

현석은 그런 상념을 털어내려 애쓰며 마력 컨트롤에 집중했다.

‘깊어.’

현석의 마력이 계속해서 바닥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내려가도 암흑석이 없는 맨바닥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암흑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빛이 맥을 못 추는 것이다.

이내 진짜 바닥에 닿았다. 깊이가 거의 30미터는 되는 듯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현석은 마력을 넓게 퍼트렸다.

일단 이 지하 감옥 전체를 자신의 마력으로 속속들이 장악해 버리는 것이 첫 번째 단계였다.

지하감옥을 구성하고 있는 암흑석은 정말로 많았다. 실제로 암흑석까지 포함하니, 지하감옥의 규모가 정말 대단히 컸다.

그러다보니 그 모든 곳을 장악하는데 들어가는 마력의 양이 정말 만만치 않았다.

아마 이번에 레벨 100을 넘으며 타이틀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았다면 장악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다.

암흑석을 마력으로 감싸 장악하는 데에 들어가는 마력의 양이 상당했다. 다른 보통의 물질이나 아이템과는 많이 달랐다.

어쨌든 그렇게 모든 암흑석을 마력으로 감싸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현석은 그걸로 만족하지 않고, 바로 그 다음 단계를 진행했다.

암흑석을 장악하는 건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이제부터 암흑석을 결합하고 있는 마력패턴을 분석해 그걸 끊어 놓아야 한다.

마력패턴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그래서 분석은 순식간에 끝났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마치 사슬처럼 서로 유기적으로 이어진 구조였다. 그렇게 하니 단순한 마력패턴이 거대하고 복잡한 마력패턴으로 탈바꿈해 버렸다.

하나는 단순하지만 그게 두 개로 연결되면 연결방식까지 파악해야 하기에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복잡해졌다.

이런 게 진짜 골치 아프다. 만들 때는 그저 쌓기만 하면 되지만, 끊어놓을 때는 모든 사항을 다 고려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현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왔으면 뭐라도 결과를 내야하지 않겠는가.

현석의 머리에서 김이 나기 시작했다. 모든 마력패턴을 동시에 분석하기 위해 혹사당하는 두뇌가 열을 발산하는 것이다.

현석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하지만 현석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현석이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꽈르릉!

현석은 천장이 무너지는 순간, 아니, 감옥이 무너지는 순간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 그대로 그 안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쓴웃음을 지으며 지반이 푹 꺼진 광경을 쳐다봤다.

“이거…… 무너지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 했네.”

지하감옥이 암흑석으로 덮여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뭉친 암흑석에서 어둠의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와 주변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마력패턴에 의해 한데 갇혀 있던 어둠의 힘이 자유롭게 흐르게 되며 발생한 현상이었다.

이대로 있으면 이 투명던전 안이 온통 어둠으로 꽉 차게 될 것이다.

현석은 서둘러 빈 컨테이너 박스를 꺼냈다.

암흑석은 구하기도 쉽지 않은 재료였다. 일단 갖고 있으면 나중에 어디든 써먹을 수 있지 않겠는가.

컨테이너 박스의 문을 연 현석은 그 안에 암흑석을 정신없이 쓸어 담았다.

크기를 개조해서 어마어마하게 큰 컨테이너 박스였는데도 무려 다섯 개나 필요했다.

그렇게 대부분의 암흑석을 아공간으로 넣어 버렸다.

“나중에 나도 감옥이나 만들까?”

마력패턴은 이번에 질리도록 분석했기에 그걸 암흑석에 깃들게 하는 건 충분히 자신 있었다.

그리고 분해하는 게 어렵지 막상 쌓는 건 정말 간단했다. 그저 패턴에 맞춰 붙이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어쨌든 현석은 다시 지하감옥 입구를 내려다봤다.

형태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더 이상 어둡지 않았다. 그저 지하이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어두움만 남아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살펴볼까?”

암흑석을 치우면서 안을 대충 확인하긴 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쇠창살 안쪽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그곳은 여전히 어두웠다. 보이지가 않았다. 아직 그 안에 있는 암흑석은 그대로였으니까.

마치 감옥 안쪽만 암흑석으로 코팅하듯 남아 있었다.

차단의 기둥 때문이었다.

차단의 기둥이 현석의 마력을 차단해 안쪽으로는 마력컨트롤이 닿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 마찬가지로 지하감옥에 있던 암흑석의 마력패턴이 감옥 안쪽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애초부터 각각의 감옥은 모두 독립된 공간이었다.

현석은 첫 번째 감옥 입구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마력을 흘려 패턴을 풀었다.

철컹!

닫힌 문이 열렸다.

현석은 안쪽 바닥에 손바닥을 댔다. 그리고 마력을 흘려 패턴을 풀었다.

지하감옥 전체와 비교하면 태양과 반딧불을 비교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쿠르릉!

단숨에 암흑석들이 조각조각 분해되어 쏟아졌다.

감옥 안이 어둠과 빛이 혼재된 공간으로 변했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감옥 안에는 온몸을 검은 천으로 둘둘 감싸고 있는 사람이 서 있었다.

“흐으으으.”

그의 입에서 기괴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석은 컨테이너 박스를 아공간에서 꺼냈다. 일단 이 안에 있는 암흑석들을 치워야 할 듯했다.

물론 그 전에 저 검은 붕대 인간의 정체부터 밝혀야겠지만 말이다.

* * *

양동욱이 시뻘겋게 충혈 된 눈으로 노트북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거…… 진짜 팔아도 되는 거야?”

현석에게 들은 말이 있기에 고민이 되긴 했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 이걸 파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DM케미칼이 폭락한다고? 대체 왜?”

마정석 에너지 사업은 이제 막 시작했다. 그러니 이대로 내버려두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격이 될 것이다.

한데 현석은 혹시라도 그쪽에 투자한 게 있으면 다 빼라고 했다.

그래서 고민이었다. 양동욱은 DM케미칼의 주식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현석이 맡긴 자금을 손댄 건 아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 자금일 뿐이었다.

문제는 그 개인자금이 자신의 전 재산을 넘어선다는 점이었다. 자기 돈뿐 아니라 양세희의 돈에 양진욱의 돈까지 끌어들였다.

비교적 가격이 낮을 때 살 수 있었기에 지금 팔아도 상당한 이득이긴 했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어디 그걸로 만족할 수 있겠는가.

“에이, 팔아!”

양동욱은 모든 주식을 매도에 걸어 버렸다. 여기에 더 신경을 쓰다가는 정작 중요한 일을 못하게 될 것 같아서였다.

매도는 순식간에 이뤄졌다.

여전히 DM케미칼은 사려는 사람만 많고 팔려는 사람은 없었다.

양동욱은 후련함과 아쉬움이 뒤섞인 묘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달라질 건 없었다. 이제 자기 손을 떠난 일이었다.

양동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아무래도 일이 손에 안 잡힐 듯했다.

“치맥이나 먹자.”

신경질적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양동욱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그나저나 이 양반은 대체 언제 돌아오는 거야? 며칠 안 걸릴 거라고 하더니…….”

가서 할 일 자체는 간단해서 하루면 끝난다고 했다. 한데 나흘이 지났는데 아직 연락도 없었다.

“이거…… 설마 가서 잘못된 건 아니겠지?”

양동욱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었다.

“내가 누굴 걱정해?”

양동욱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치킨집으로 향했다.

이틀 후, 양동욱은 멍하니 수십 개의 뉴스 기사를 차례차례 읽고 있었다.

하나같이 렉스턴 에너지와 DM케미칼에 대한 기사였다.

“이게…… 뭐야!”

양동욱은 소름이 쫙 끼쳤다.

세상에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걸 예측할 수 있겠는가.

이제 DM케미칼은 망했다. 그리고 대신 렉스턴 에너지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아마 DM케미칼에 발을 걸친 모든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손해를 떠안았을 것이다.

팔기를 잘했다.

양동욱은 현석의 무표정한 얼굴을 떠올리며 또 한 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절대 현석의 손을 놓치면 안 되겠다고 다시 한 번 결심했다.

< 지하감옥 3 > 끝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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