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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뜨고 레벨업-68화 (68/326)
  • < 새로운 가능성 1 >

    [이름-채현석]

    [타이틀-마음의 눈을 뜬, 과거로 되돌아 온, 마력의 주인, 마족 처단자,]

    [레벨-92]

    [마력-1200]

    [힘-105, 민첩-129, 체력-91, 지능-35, 정신력-94]

    현석은 자신의 정보를 확인하며 살짝 놀랐다. 레벨이 92까지 올랐다. 레벨업을 한 것 같은 느낌은 있었지만 이렇게 훅 치고 올라갔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각 스탯도 상승치가 살짝 높았다.

    이대로라면 마계 13지역을 완벽하게 정복하고 돌아가면 정말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어쩌면 스탯뿐만이 아닌 레벨까지도 추광열을 넘어설지 모른다.

    현석은 자신의 정보를 찬찬히 더 훑었다. 아이템과 스킬까지 모두 확인한 다음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히 이거 말고도 뭔가가 있는데, 그에 대한 정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심안만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아니면…… 심안의 수준이 아직 낮아서 볼 수 없거나.’

    생각의 무게추가 후자로 이동했다.

    ‘심안의 수준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보통 플레이어들이 자신이 가진 스킬을 성장시킬 때 쓰는 방법은 아주 단순했다.

    끝없이 반복해서 스킬을 쓰는 것이다.

    스킬이라는 것 역시 게임 시스템과 비슷했다. 계속 쓰다보면 수준이 올라갔다.

    마치 숙련도를 쌓아 스킬레벨을 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현석은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단순반복에 의한 숙련도 상승으로 스킬레벨을 올릴 수 있는 건 맞지만, 그렇게 하면 한계도 뚜렷하고, 스킬의 수준을 높이는 속도도 더디다.

    역시 플레이어는 성장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일단 목숨 걸고 스킬 수련을 하면 성장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수준을 높여 놔야 위력도 좋아진다.

    단순히 숙련도만 쌓아서 수준을 높인 스킬과는 어떤 면으로든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차이가 심했다.

    ‘그나저나 심안 같은 스킬은 어떻게 성장시키지?’

    이거야말로 그저 많이 써서 숙련도 노가다를 통해 성장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 않을까?

    현석은 잠시 궁리해봤지만 뾰족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눈을 바늘로 찔러 단련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혹사시키면 좀 다를까?’

    현석은 심안을 발동시킨 채로 주위를 슥 훑었다.

    이곳은 마계, 존재하는 모든 것에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심지어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에도 마력이 스며있다.

    심안을 발동시키는 열쇠는 마력이었다. 마력을 눈에 담으면 심안이 작동하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심안을 통해 정보를 얻으려면 집중이 필요했다.

    마력을 많이 품은 존재의 경우는 살짝만 주목해도 이름이 떠오르지만, 품은 마력이 적을수록 더 큰 집중력이 필요했다.

    그러니 아무리 마계라 해도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의 정보를 확인하려면 얼마나 큰 집중력이 필요하겠는가.

    금방 눈이 피로해지고 두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현석에게는 자연회복이라는 패시브 스킬이 있다.

    잠깐만 쉬어도, 아니 굳이 쉬지 않아도 조금씩 피로가 사라지고 고통이 해소되었다.

    현석은 그 상태로 마력을 사방에 깔아두는 작업까지 했다. 뇌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돌멩이, 바위, 나무, 땅까지

    무수한 이름이 사방을 도배하듯 떠올랐다.

    ‘이거…… 이러고 다니기엔 좀…….’

    글자 자체가 투명했기에 시야가 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당히 거슬렸다.

    아무래도 익숙해지지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 글자가 좀 더 많이 투명해지면 좋을 것 같은데…….’

    현석은 그런 바람을 담아 글자들을 노려봤다. 한데 그 순간 글자들의 투명도가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긴 했지만, 현석은 집중력을 유지했다. 글자는 점점 더 투명해지더니 이내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거슬리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머리에서 김이 날 정도로 뇌가 혹사당하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현석은 천천히 움직여 죽은 마족의 시체를 확인했다.

    몸의 대부분이 날아가버렸기에 남은 사체도 얼마 없었다. 하지만 마족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특별한 마정석은 남아 있었다.

    그건 사라지지 않는다. 설사 마족이 가루가 되어 증발하더라도 이 마정석은 남는다.

    현석은 새까만 구슬 모양의 마정석을 마족의 몸에서 뽑아냈다.

    파스스스.

    마정석을 뽑아내자마자 마족의 시체가 가루로 변해 흩어졌다.

    투두둑.

    마족이 쓰던 장비가 바닥에 떨어졌다.

    대부분은 아예 못쓰게 망가져 버렸다. 폭발의 여파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쓸 만한 것도 남아 있었다.

    현석은 반짝이는 은반지를 집었다. 아티팩트가 품은 마력이 그대로 남아있는 장비는 이것이 유일했다.

    심안을 계속 유지되고 있었기에 반지의 이름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워낙 투명한 글씨라서 그걸 보기 위해 또 집중해야 했지만 말이다.

    ‘이러다가 집중력만 높아지겠네.’

    [공간의 반지]

    이름만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이건 아공간이 깃든 아티팩트였다.

    마족이 가진 아공간 아티팩트의 장점은 현석이 가진 아공간에 흡수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현석은 원래 100칸이던 아공간을 130칸까지 늘릴 수 있었다.

    현석은 일단 반지의 자세한 설명을 확인했다. 혹시 예상과 달리 다른 아티팩트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공간의 반지]

    [다차원 공간을 이용해 물건을 보관할 수 있다. 10칸의 공간을 제공한다. 5/10]

    역시 예상대로였다. 한데 공간이 비어있지 않고 5칸이나 차 있었다. 마족이 쓸모없는 물건을 아공간에 보관할 리 없으니 아마 제법 괜찮은 물건들이리라.

    현석의 아공간에 반지를 흡수시키면 다차원 공간에 있던 물건은 공간의 미아가 되어 사라지기 때문이 미리 꺼내 놓을 필요가 있었다.

    현석은 목을 이리저리 꺾었다.

    “잘 될지 모르겠네.”

    아공간 아이템은 보통 사용자에게 귀속되기 마련이다. 애초에 만들 때 그렇게 만든다. 그래야 분실의 위험이 줄어드니까.

    그렇기에 지금처럼 주인이 죽으면 아공간에 보관된 물건은 찾을 길이 없었다.

    현석이 지금 하려는 일은 아공간을 강제로 열어 그 물건을 빼내는 것이었다.

    사실 부담은 없었다. 실패하면 그냥 물건을 포기하고 아공간만 늘리면 되니까.

    무려 10칸이나 늘어나니 그것만으로도 효용가치는 충분했다.

    아공간이건 뭐건 어쨌든 기반은 마력이다. 그러니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파악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도 아무나 아공간을 건드리지 못하는 건 그것이 암호화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본인의 마력에 맞는 패턴으로 복잡하게 암호화되기 때문에 아무도 못 건드리는 것이 바로 귀속이었다.

    현석은 집중해서 반지에 깃든 마력패턴을 읽었다.

    안 그래도 김이 날 정도로 뜨거운 머리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후우. 힘들군.”

    현석은 반지에서 시선을 떼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차분히 심호흡을 했다.

    쉽게 되지 않았다. 하긴, 그렇게 쉬우면 귀속 아티팩트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

    현석은 어렴풋이 던전들이 어쩌면 다른 세상의 단면이 아닐까 가정하고 있었다.

    만일 그렇다면 이런 아티팩트를 제작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마력을 제대로 쓰는 마법사나 연금술사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과연 현석보다 마력을 못 다룰까?

    그건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굉장히 마력에 대한 능력이 뛰어나다는 건 확실했다.

    그런 자들로부터 지켜야 하니 얼마나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어 놨겠는가.

    현석은 사실 그걸 분석하고 있는 자신의 두뇌가 더 신기했다.

    이런 걸 공부한 적도 없고 알려고 노력한 적도 없다. 아티팩트를 들고 꼼꼼히 들여다보며 연구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마력 패턴을 감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그냥’되는 것이다.

    마치 무수한 마력패턴을 접해보고 그것을 분석해보고 해체해본 경험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도 아공간의 암호화 패턴을 푸는 것은 어려웠다.

    투명던전의 패턴을 푸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데다가 심지어 상황이나 마력 흐름에 따라 변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뭔가 될 것 같았다.

    현석은 일단 반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아공간 아티팩트이기 때문에 아공간에 보관하면 공간이 겹쳐질 수도 있었다.

    현석은 이것을 마력 컨트롤 수련에 이용하기로 했다. 이 아공간을 풀어버리는 날, 어쩌면 마력의 주인이라는 타이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좀 서둘러서 마족들을 처리해 볼까?”

    당장 강해지는 것이 급해서 여기 오긴 했지만 밖에도 일이 많았다.

    현석은 사방으로 마력을 흩뿌렸다.

    그리고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투명해진 무수한 이름들을 뚫고 두 번째 마족을 찾아 나섰다.

    * * *

    현석이 두 번째 마계 원정을 떠난 사이 세상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드디어 길드를 지원하는 법안들이 나온 것이다.

    기업들이 어떤 로비를 펼쳤는지 순식간에 법안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그때를 기다리기라도 한듯 미리 준비된 기업들이 앞 다퉈 개별던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던전생성지역은 던전관리센터가 계속 관리하지만 개별던전의 경우 합법적으로 소유가 가능해졌다.

    각 길드들은 쓸 만한 개별던전을 소유하기 위해 눈부신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또한 미리 발견해서 감춰두었던 개별 던전들을 길드의 자산으로 등록해 나갔다.

    플레이어들의 세상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그리고 그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누구보다 조용히 움직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일단 땅 매입은 끝났고…….”

    양동욱은 현석이 미리 전해준 위치를 파악하고 근방의 땅을 몽땅 사들였다.

    그것이 개별 던전의 위치라는 걸 알게 된 건 땅을 모두 매입한 뒤였다.

    “젠장. 일단 땅을 소유했으니 우선권은 가져왔는데…… 등록을 시키려면 길드를 창설해야 할 것 같은데?”

    길드를 창설해야 하는데 길드 마스터가 될 사람이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냥 내가 길드를 만들어 버려?”

    그랬다가 나중에 현석이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또 어쩌면 현석이 별로 신경을 안 쓸지도 모른다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이름은 뭐로 하지?”

    양동욱은 딱 하루만 기다렸다가 전화를 세 번 더 해보고, 그래도 연락이 안 되면 자신이 알아서 진행하겠다고 결심했다.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벌써 양동욱이 매입한 땅 근처에 플레이어들이 나타나 서성이고 있었다.

    양동욱은 자신이 끌어올 수 있는 사람은 몽땅 끌어와 일을 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다들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말이다.

    또한 종로 암시장과의 연계를 공고히 다졌다.

    이는 종로 암시장을 위한 일이기도 했지만, 또 현석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종로 암시장의 정보력은 한국 제일이다. 그걸 굳이 버리고 갈 이유는 없었다.

    ‘뭐…… 그러다가 나중에 슬그머니 합쳐도 되고.’

    양동욱의 야망은 아주 컸다. 그는 종로 암시장을 현석의 팀으로 흡수할 계획을 세웠다.

    물론 금세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된다.

    양동욱은 현석에게 소속되며 그 부분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잠시 이름을 고민하던 양동욱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머리 위로 드리운 그림자가 보였다. 누군가 뒤에 온 것이다.

    그게 누군지는 너무나 뻔했다. 지금 집에서 같이 사는 사람은 양세희뿐이었으니까.

    “어디 갔다가 이제……!”

    양동욱은 한 마디 해주려고 고개를 돌려 양세희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으아악!”

    쿠당탕!

    의자와 뒤엉켜 바닥에 넘어진 양동욱은 온몸에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며 다시 한 번 양세희를 바라봤다.

    “귀, 귀신인 줄 알았잖아!”

    귀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몰골이었다. 일단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귀신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너…… 괜찮아?”

    “괜찮아 보여?”

    반문하는 양세희의 목소리는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니 더 귀신같은 분위기가 흘렀다.

    양동욱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저걸 보고 있으니 자신도 안 괜찮았다.

    “그런데 오빠는 좋아 보이네…….”

    양동욱은 아니라고 말하려 했다. 한데 그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왠지 그랬다간 더 큰 파도가 밀려올 것 같아서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양동욱은 반사적으로 폰을 확인했다.

    채현석.

    전화기에 떠오른 이름을 확인한 양동욱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는 전화를 받으려다가 양세희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얼른 전화기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전화기에 뜬 이름을 확인한 양세희의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

    < 새로운 가능성 1 > 끝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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