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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뜨고 레벨업-58화 (58/326)

< 확장 3 >

현석의 집은 마무리 공사 중이었다. 물론 현석은 거기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차피 외형적인 건 중요치 않았으니까.

사실 집 위치가 달랐으면 투명 던전을 끌어올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나마 위치가 던전과 가까웠기에 시도해봤고, 좀 힘들긴 했지만 성공적으로 원하던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현석은 투명 던전을 끌어와 지하에 안착시키면서 마력 컨트롤 능력이 상당히 향상되었다.

마력의 주인 타이틀을 얻는 걸로 마력 컨트롤 능력의 끝을 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건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힘든 일을 할 때마다 컨트롤 능력이 늘어나는 것이 스스로 느껴질 정도로 성장했다.

어쨌든 집을 둘러본 현석은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다.

원래는 지하에 있는 류지혜와 류혜연에게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러 왔는데, 갑자기 받은 연락 때문에 그걸 뒤로 미룬 상태였다.

약속한 커피숍에 도착한 현석은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의 눈은 흥미로 빛나고 있었다.

‘그 영감님이 사람을 소개할 줄은 몰랐는데?’

안 그래도 황노인에게 변종천둥잠자리를 사냥할 팀을 물색해 달라고 부탁한 상황이었다.

물론 정확히 무엇을 사냥할지는 말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부탁했다.

황노인은 그 부탁을 들어주면서 덤처럼 사람 하나를 고용하는 게 어떠냐고 슬쩍 물었다.

안 그래도 최근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라 덥석 그 제안을 수락했는데, 뭐가 그리 급한지 오늘 당장 만나보라는 것이다.

황노인은 보통 이렇게 급히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좀 이상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황노인이 이제 와서 현석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을 시킬 리 없었다. 도움이 되면 모를까.

‘그렇게 생각하면 분명히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일 게 분명한데…….’

그런 사람을 마치 떠넘기듯 던졌다는 점이 좀 이상했다. 그렇다면 뭔가 문제가 있을 확률도 충분히 생각해 둬야 한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으니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현석이 그런 기척을 느꼈다는 건 마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고개를 들어 유리벽 밖을 확인해 보니 저 멀리서 마력의 소유자로 보이는 여자 한 명과 그 여자를 따라온 것처럼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열심히 걸어오고 있었다.

상당히 육감적인 몸매를 소유한 여자였는데,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마력의 소유자이니 이름과 정보를 확인하기도 편했다.

[양세희]

[레벨-61]

[마력-610]

[힘-52 ,민첩-21 ,체력-31 ,지능-22 ,정신력-29]

[스킬-철벽]

레벨 61의 플레이어였다. 스탯은 특별할 게 없었는데 특이한 스킬을 하나 갖고 있었다.

[철벽-몸의 마력을 회전시켜 강력한 방어력을 얻는다. 방어력은 마력의 최대치에 정확히 비례한다. 체력이 50을 넘을 때마다 방어력이 두 배로 향상된다. 10초당 1의 마력을 소모하며, 스킬을 취소하거나 종료했을 때, 30분간 스킬을 다시 쓸 수 없다.]

현석은 눈을 빛냈다. 그리고 양세희를 새삼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생긴 것과 달리 탱커였다. 하지만 저대로는 반쪽 짜리 탱커일 수밖에 없었다.

‘자기 스킬에 대한 이해는 제대로 하고 있을까?’

보통 스킬을 얻으면 그걸 쓰는 법까지는 알아도 그게 정확히 어떤 효능을 가지며 어떤 매리트와 페널티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그걸 확인한다고 해서 스킬에 대해 모든 걸 파악할 수는 없었다.

아마 양세희는 자신의 스킬이 낼 수 있는 방어력에 대한 매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스킬을 쓰면 방어력이 올라가니 단순히 탱커 역할에 집중하며 사냥을 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선 성장이 비틀린다.

‘체력 위주의 성장을 해야지. 좀…… 힘들긴 하겠지만.’

만일 스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든 체력을 높이려 했을 것이다.

레벨업을 이용해 성장 방향을 정하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동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미친 듯이 달려서라도 체력을 키우려 노력하지 않았겠는가.

현석은 두 사람이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런 현석을 발견한 남자, 양동욱이 인상을 찡그렸다.

‘저 사람 같은데…… 너무 어린 거 아냐?’

현석은 그런 양동욱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온통 양세희에게 가 있었다.

‘체력이 31이라…… 너무 낮은데?’

반면 힘은 52나 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성장 방향이었다. 탱커일 테니 적의 공격을 힘으로 막아내는 역할을 주로 했을 것이다.

그러니 체력이나 민첩보다는 힘 위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현석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61레벨이면 지금 시대에는 몰라도 나중에 가면 중저렙에 해당한다. 나중에는 100레벨은 넘어야 제대로 된 사냥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얼마든지 성장 방향을 조절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현석이 그녀를 받아들여 제대로 훈련시킨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

어쨌든 마력을 키워주고, 체력 위주로 성장시키면 양세희가 가진 가능성은 정말로 무궁무진하다.

만일 체력이 100을 넘긴다면 정말 무시무시한 탱커 한 명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가진 마력의 네 배에 해당하는 방어력을 갖게 될 테니까.

‘일단…… 마력당 방어력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확인을 해야겠군.’

현석은 양세희를 보며 그렇게 속으로 착착 계산하며 계획을 세워나갔다.

하지만 현석이 속으로 뭘 하고 있는지 앞에 있는 두 사람은 전혀 알 수 없으니, 겉보기에는 그저 양세희만 빤히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저기…… 우리 아직 인사도 안 한 거 같은데.”

보다 못한 양세희가 그렇게 말했다. 당연히 함께 따라온 양동욱은 있는 대로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현석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너무 생각에 몰두해 있었군요. 두 분 얘기는 영감님한테 전해 들었습니다.”

양세희가 어색하게 웃으며 앞에 있는 의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앉아도 되죠?”

현석도 어색하게 웃었다.

* * *

세 사람은 둥그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둘러 앉아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현석은 머릿속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리 중이었다. 이런 상황 자체를 거의 겪어본 적이 없어서 할말이 술술 떠오르지 않았다.

양동욱은 현석이 과연 뭐라고 말할지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보다가 수틀리면 당장 나서서 판을 엎어 버릴 계획이었다.

아니, 무조건 엎어 버릴 것이다. 정말로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형은 대체 뭘 믿고 저런 어린 녀석한테 세희를 맡긴다는 거지?’

굳이 말하진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양진욱이 현석에게 자신도 맡기려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일단 만나기 전부터 현석에 대해 조사할 수 있을 만큼 조사했다.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깨끗한 정보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황노인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만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적어도 황노인이 입김이라도 불어준다는 건 절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만나서 보니 예상보다 실망스러웠다. 조사할 때부터 어린 점이 마음에 걸렸는데, 막상 보니 그 걱정이 기우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만난 지 얼마나 되었는데 아직 한 마디도 안 하고 저렇게 앉아 있기만 한단 말인가.

‘게다가 처음에 세희를 보는 눈빛도 마음에 안 들고.’

만일 양세희가 현석과 함께 일을 하게 되면 분명히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았다.

‘하긴, 세희 같은 미인을 보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지. 남자라면 말이야.’

양세희는 아주 육감적인 미인이었다. 그렇기에 남자의 시선을 한눈에 잡아 끄는 뭔가가 있었다.

‘아마 저놈이 계속 치근대면 세희가 거절하고 짜증내는 상황이 반복되겠지. 그러다가 펑!’

양세희가 한 번 폭발하면 아무도 못 말린다. 게다가 힘은 어찌나 센지 웬만한 플레이어들도 양세희가 한 번 화나 날뛰기 시작하면 일단 피하고 본다.

양세희가 가진 스킬 때문에 어느 정도 레벨 차가 있어도 그녀를 상대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불쌍한 건가?’

양동욱이 그렇게 혼자서 이리저리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이내 현석이 입을 열었다.

“저랑 같이 일을 하고 싶은 이유가 뭡니까?”

현석의 물음에 양세희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능력 있는 분이랑 친해지고 싶어서요.”

그 말에 현석의 고개가 살짝 삐딱하게 기울었다.

“거짓말 하는 분과는 함께 일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마치자마자 현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찌나 단호하게 말하고 행동했는지, 양세희가 미처 대응도 못할 정도였다.

“자, 잠깐만요!”

양세희가 그 말을 외친 건 현석이 커피숍 문을 열고 막 나가려고 할 때였다.

양동욱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의 머릿속도 살짝 헝클어진 상태였다. 설마 저렇게 단호하게 거절하고 일어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으니까.

‘뭐야? 이거 설마 수작 부리는 건가?’

저렇게 한 번 튕기면서 관심을 끌려는 수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현석이 다시 문을 닫고 돌아서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니 그냥 갈 생각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주 거짓말은 아니에요. 다른 의도가 있긴 하지만 그건 이쪽과는 상관없으니 꼭 얘기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요?”

양세희가 변명하듯 말하자 현석이 다시 돌아서서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헐!”

양세희는 어이없는 눈으로 멀어져가는 현석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양동욱도 양세희와 똑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신나게 웃었다.

“으하하하핫! 아주 대차게 까였는데?”

“시끄러!”

“인생 최초로 까인 기분이 어떻습니까? 양세희양?”

“우이씨! 내가 이대로 포기할 줄 알아?”

양동욱이 자리에서 일어나 양세희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내가 보기엔 애초에 같이할 마음 자체가 없는 사람이야. 이쯤에서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걸?”

양세희가 번득이는 눈으로 양동욱을 노려봤다. 양동욱은 그걸 보고 움찔 놀라 입을 다물었다.

“오빠가 책임져.”

“뭐?”

“오빠가 계속 그렇게 못마땅한 얼굴로 앉아 있으니까 일이 이렇게 된 거 아냐! 그러니까 책임져!”

“헐!”

양동욱은 어이없는 눈으로 양세희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의 독 오른 눈을 보고는 슬며시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뭐…… 가서 얘기는 좀 해볼게.”

“오빠를 팔아서라도 책임져!”

“팔긴 뭘 팔아! 알았으니까 기다려 봐!”

양동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양세희의 모습을 외면하며 후다닥 밖으로 달려 나갔다.

양세희는 양동욱이 밖으로 나가자 다시 자리에 앉아 차분히 기다렸다.

방금 전까지 독이 오를 대로 올라 폭발 일보 직전이었던 사람치고는 너무나 평온하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재미있는 사람이네.”

그렇게 중얼거린 양세희가 갑자기 인상을 쓰며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아우! 약 올라! 어떻게 그런 어이없는 이유로 날 깔 수가 있어!”

그렇게 머리를 마구 쥐어뜯고 있을 때, 한심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냐?”

양세희는 흠칫 놀라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양동욱이 한심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는 현석이 보였다.

‘뭐야! 대체 언제 온 거야! 방금 나갔는데!’

그녀는 황급히 허리를 펴고 앉아 후다닥 머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까딱 숙였다.

“헤헤. 다시 오셨네요?”

현석은 그녀가 한 일이나 말투, 표정에는 전혀 관심도 없다는 듯 사무적으로 다시 물었다.

“목숨 걸 자신 있습니까?”

“예?”

양세희는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또 멍청한 표정으로 멍하니 현석을 바라봐야만 했다.

< 확장 3 > 끝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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