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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뜨고 레벨업-42화 (42/326)

< 낚시 3 >

현석을 감시하던 세 사내는 잠시 염탐 스킬에 노이즈가 끼는 것 같아 당황했지만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저놈을 감시하면서 뭔가 순조롭게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아.”

“동감하지 않을 수 없군. 무슨 노이즈가 이렇게 자주 끼는지…….”

그동안도 노이즈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연달아 노이즈를 겪은 일은 거의 없던 일이었다.

물론 아예 없었던 건 아니기에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그저 운이 없다고 여겼을 뿐이었다.

“다른 쪽은 상황이 어때?”

“방금 보고 받았는데…… 그냥 다 전형적인 쓰레기들이라더군.”

“전부 가짜란 말이야?”

“모르지. 어쩌면 감시를 눈치챘을 수도 있고.”

“시간이 필요한 일이로군.”

거기에는 다들 동의했다. 그들이 보기에 현석은 생각보다 용의주도했다. 그리고 조심성이 많았다.

“어쨌든 잘 잡아봐. 어쩌면 지금 제작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

그 말에 나머지 두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킬에 집중했다.

고도의 집중력이 통한 걸까? 노이즈가 끼어서 안개처럼 희미했던 시야가 확 밝아졌다.

“헉! 없어졌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목표가 사라졌다. 어찌 이런 공교로운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설마…… 그놈이 우릴 알아차리고 일부러 이렇게 한 건가?”

“염탐 스킬을 방어한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거야 모르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이제 어쩌지?”

“후우.”

사내 중 하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쩌긴 어쩌겠어. 사실대로 보고해야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지?”

그들은 결국 전화기를 들었다. 떨어질 불호령을 각오하고서.

전화를 건 사내를 나머지 두 사내가 긴장한 눈으로 바라봤다. 신호음이 갔고 이내 전화를 받았다. 진대호였다.

사내는 지금 벌어진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한데 의외로 진대호는 별다른 화를 내지 않고 다음 지시를 내렸다.

“예? 그 재개발지역으로요? 아, 예. 아, 알겠습니다. 즉시 달려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사내가 두 동료를 둘러봤다.

“재개발지역으로 가라는데?”

“거긴 왜? 아, 설마 우리 말고 다른 감시자를 붙였던 건가?”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닌 것 같아. 뭔가…… 다른 정보를 얻으신 모양이야. 다른 플레이어들도 지원해 주겠다고 하니…… 일단 그쪽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사내는 그렇게 말한 다음 자신의 의견을 슬쩍 덧붙였다.

“그리고 이건 그냥 내 느낌인데…… 그냥 몇 명 움직이는 그런 작전이 아닌 것 같아.”

“그럼?”

“정말 대대적으로 우르르 움직이는 느낌이야. 어쩌면…… 진짜 시작이 머지않았는지도 몰라.”

그 말에 다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럼…… 가볼까?”

세 사람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그리고 서둘러 재개발지역으로 향했다.

* * *

현석은 재개발지역 중심부에 있는 빈집 마루에 걸터앉아 있었다.

오늘 오명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재개발지역에 대한 얘기를 슬쩍 흘렸다고.

기대 이상이었다.

원래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하려던 계획이었는데, 덕분에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

현석은 오명국에게 미리 받아둔 대포폰을 꺼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그때 그 장소로 지금 즉시. 대가는 천만 원.”

그때 와서 천만 원이라는 돈맛을 본 쓰레기들은 뒷말은 더 듣지도 않았다.

현석은 그들도 나름대로 그날 이후 몇몇이 연락망을 구축하는 등, 안전 대책을 조금이나마 세워 뒀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벌어질 일들은 그들이 상상하는 그런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일이 아닐 테니까.

굳이 세상에 있으면 해만 끼칠 인간쓰레기들만 고르라고 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고 말이다.

“자, 이제 누가 먼저 올 것인가가 관건이로군.”

쓰레기들이 먼저 오면 일이 좀 편해지고, 진대호 쪽이 먼저 오면 일이 좀 복잡해진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같은 결론을 향해 달려가게 될 것이다.

현석은 그렇게 느긋하게 마루에 앉아 기다리다가 눈을 빛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 재개발지역은 산동네였다. 하지만 작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그런 곳은 아니었다.

중심부에 학교가 있었다. 물론 교실이 고작 4개 밖에 없는 아주 작은 학교였다.

현석은 그 학교로 향했다. 이런 일을 할 때는 이런 폐교가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었다.

아마 잠시 후면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 전에 준비를 마쳐야 한다.

현석은 일단 아공간에서 컨테이너박스 하나를 꺼냈다.

아직 황노인에게 주문한 컨테이너박스가 모두 완성된 건 아니었다.

아무리 황노인이라도 그런 큰 규모의 컨테이터박스를 순식간에 만들어낼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평범한 컨테이너박스를 구할 수는 있었다. 현석이 내놓은 건 그렇게 구한 몇 개의 컨테이너박스 중 하나였다.

아마 누가 봐도 폐교 운동장에 이런 게 있으면 수상하게 여길 것이다.

현석은 그 앞에 서서 잠시 기다렸다.

이내 인기척이 느껴졌다. 폐교 정문을 통해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쓰레기들이었다.

그들은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한 손에 손전등을 들고 이리저리 휘두르며 현석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오늘은 조용히 안 해도 되는 거지? 아우, 저번에는 아주 답답해서 그냥 죽는 줄 알았네.”

건들거리며 걸어오는 양아치 뒤로 비슷한 행색의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현석은 그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부른 적 없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형씨가 이해하쇼. 이 깜깜한 밤중에 혼자 올라니까, 영…… 불안해서 말이지.”

“돈을 노리고 온 거라면 잘못 짚은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한 게 너 혼자는 아닌 모양이니까.”

현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학교 정문으로 또 한 떼의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 이후로도 연락을 받았던 놈들이 각자 패거리를 몰고 와 이내 학교 운동장이 꽉 찰 정도가 되었다.

“아따, 뭐 처먹을 게 있다고 이리들 몰려 오셨는감. 좋게 말할 때 그냥 집에 가서 발딲고 잠이나 쳐 자는 게 나을 것 같은디?”

제법 덩치 큰 사내가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시퍼런 칼 한 자루를 꺼내 팔뚝에 쓱쓱 문질렀다.

현석은 그들을 슥 둘러보며 빙긋 웃었다.

“슬슬 시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군. 자, 다들 여기 주목!”

현석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모였다. 현석이 목소리에 마력을 담았기에 다들 순간적으로 항거불능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현석은 주먹 하나를 들어 올리고 있었는데, 그 주먹에서 마력으로 이루어진 불빛이 빠르게 깜빡였다.

“자, 여기까지!”

현석은 그렇게 외치고는 손뼉을 쳤다.

짜악!

거대한 마력의 파동이 좌중을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그러자 다들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현석의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눈앞에서 현석이 마술처럼 사라진 걸로 보였다.

“이 새끼! 돈 안 주고 튄 거 아냐!”

그 말에 다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야밤에 여기까지 패거리를 잔뜩 이끌고 왔는데 빈털터리로 돌아가면 무슨 지저분한 꼴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런 그들의 눈에 운동장 한가운에 떡하니 놓여 있는 거대한 컨테이너박스가 보였다.

“저 안에 있는 거 아냐?”

“일단 뒤져봐!”

“문이 잠겨 있는데?”

“비켜봐! 박살 내면 되지!”

몇몇이 어디서 가져온 건지 커다란 해머를 들고 왔다. 보아하니 싸울 때 쓰려고 준비한 건데 이렇게 써먹는 듯했다.

해머의 등장에 다들 옆으로 비켜났다. 커다란 자물쇠 위로 해머가 툭툭 떨어져 내렸다.

쾅! 쾅! 콰득!

몇 번 치지도 않았는데 자물쇠가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들이 문을 활짝 열었다.

“이게 뭐야?”

안에는 실험기구가 가득했다. 뭔가를 실험하고 연구한다기보다는 뭔가를 만들다가 만 것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뭐해? 비켜봐! 좀 찾아보게!”

안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밀려들었다. 그러자 여기저기 부딪히며 실험기구들이 바닥에 떨어지고 부딪쳐 박살 나기 시작했다.

컨테이너박스 안은 난장판이 되어갔다. 하지만 누구도 원하던 것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진대호가 보낸 플레이어들이 학교에 도착했다.

그들은 순식간에 운동장에 쌓인 사람들과 컨테이너박스 안에 있는 사람들을 정리해 버렸다.

* * *

진대호는 짜증이 났지만 웃는 얼굴로 한중현을 맞이했다. 하필 이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서 몸을 빼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방금 전화로 받은 보고에 의하면 힐링포션 제조공장을 찾았다고 했다.

한데 내부가 너무 부서져서 제조법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아보인다고 했다.

그 일에 연루된 쓰레기들을 몽땅 잡아 가둬놨다고 하니 그놈들을 족치다보면 뭐든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왠지…… 내가 꼭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진대호는 그런 예감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그걸 내색할 수는 없었다.

한중현에게 그 사실을 들킨 순간 일이 아주 지저분하게 꼬일 테니까 말이다.

“진 실장, 표정이 왜 그래?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나?”

한중현이 의아한 눈으로 묻자 진대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별 일 없습니다. 길드 재정 파악 중이었는데 일을 미처 다 못 끝내서 그게 표정에 드러났던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한중현이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그게 무슨 죄송할 일인가. 항상 길드 일을 진 실장한테만 다 맡긴 내가 오히려 미안하지.”

“별 말씀을. 그보다 오늘 사냥은 이제 다 끝나신 겁니까?”

한중현이 번득이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 손가락으로 집고는 유심히 살폈다.

현석이 주고 간 힐링포션이었다.

“이거…… 아주 물건이야. 이것 덕분에 조만간 레벨을 하나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그 정도입니까?”

“여벌의 목숨이나 마찬가지야. 뭐…… 성능을 좀 더 향상시키면 훨씬 좋긴 하겠지만 말이야.”

현재 힐링포션은 중상을 입어야 할 상황을 경상으로 마무리 하게 되거나, 죽을 위기를 큰 상처 정도로 넘어갈 수 있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쿨타임이 좀 긴 편이라서 살짝 불안하긴 해도, 그거야 사냥 시간이나 방식을 조절하면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했다.

어쨌든 이 힐링포션은 던전 사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런 걸 독점으로 공급받게 되다니, 그놈 생각할수록 복덩이야. 그놈이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제공해주게.”

“명심하겠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영혼은 별로 담겨있지 않았다. 생각이 온통 딴 데 가 있었으니까.

어차피 이제 그 힐링포션의 레시피가 자신의 손에 들어오는데 현석이나 한중현에게 신경이나 쓰이겠는가.

“진 실장, 오늘 좀 이상하군? 어디 안 좋은 데라도 있나?”

한중현의 말에 진대호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닙니다. 그보다 이제 어쩌시겠습니까? 이만 들어가 쉬시겠습니까?”

한중현의 눈빛이 별처럼 반짝였다.

“이런 기회가 왔는데 이대로 쉴 수는 없지. 몇 번 더 돌아야겠어. 이런 식이면 하루에 던전을 열 번 넘게 돌 수 있을 것 같아.”

“예. 준비하겠습니다.”

정중히 대답하는 진대호의 눈빛이 번득였다. 이제 그곳을 직접 확인할 시간이 되었다.

< 낚시 3 > 끝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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