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43화 (마지막 화) (243/244)
  • 243- 황제의 칩거(마지막 화)

    [삼신전자 회장 이현규. 뇌물수수 혐의 구속.]

    [KS그룹 회장, 최대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경영참여 금지 10년.]

    [혜성그룹 회장 신재환 사임. 전문경영인 체제로.]

    육공회의 주축인 3인방이 그렇게 한 시대의 끝을 알렸다.

    그 외에 다른 멤버들은 육공회의 존재를 애석하지만 묻어두기로 하고, 그 존재는 환상으로만 남게 되었다.

    먼 훗날 정권이 몇 차례 바뀌고 누군가가 그때의 일을 자서전으로 쓴다면 그제야 드러날 것이다.

    이후 조용하던 재환은 미국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백악관의 초청을 받아 미 대통령 트럼프와 함께 스테이크를 굽고, 혜성그룹 회장이 아닌 ‘코멧 코퍼레이션’이라는 작은 재단을 만들어 미국 전역의 이민자 출신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료로 공부를 가르치는 사회적 재단을 운용했다.

    빌 거위츠, 요한슨, 애런 머스크등의 세계적인 조만장자들은 그런 활동을 미국에서 하는 재환을 진심으로 존중하며, 수많은 기금을 기부했다.

    그리고 근근이 이어가던 박근희가 임기를 마친채 사임했고, 원래라면 평창올림픽 개막사도 하려고 한 것을, 차기 대통령 당선자 문준영에게 밀려나 뒷방 늙은이로 조용히 퇴임식을 마쳤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재환의 모습은 한국에서 찾을 수 없었다.

    물론 당선된 대통령 문준영 역시도 선거는 이겼지만, 자신과 함께했던 참모들이 혜성그룹 건드렸다가 친문 세력이 공천 컷오프와 지역구 외면으로 우수수 떨어져, 팔다리 없이 시작하는 대통령 꼴이 되었지만 말이다.

    “휘유~”

    캘리포니아 포도농장에서 가위를 들고 과실을 따는 희경.

    그리고 그 옆에서 명숙이 하나하나 남편이 키운 작물을 어루만지며 바구니에 담았다.

    “기계를 쓰라니까, 노친네가 기어이 나와서···.”

    그리고 반대편에서 농군패션으로 다가오는 재환이 투덜거리며 아버지에게 한 마디했다.

    “임마! 이게 다 정성이야!”

    “정성은~ 사람 몇 명 고용한줄이나 알아요? 그냥 농기계 쓰자니까!”

    한국에서 공수한 밀짚모자에 아이스 수건을 목에 걸친채 장화를 쓴 모습은 한때, 수백조원을 떡주무르듯이 만졌다는 위대한 기업인이었다는 과거를 잊게 만들었다. “젊은 놈이 포도 조금 따는 걸 가지고 투덜거려?”

    “나도, 이제 오십이에요. 젊기는!”

    투닥대는 부자를 보고서 명숙은 웃으면서 갓 딴 포도를 보여줬다.

    “그래도 가족끼리 이렇게 오붓하게 이러는게 얼마나 좋아?”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된 명숙은 지금 이 상황이 제일 행복하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재환은 부모님을 챙기고, 저녁이 되어서 집으로 향했다.

    캘리포니아에 구매한 200평짜리 저택 두 채.

    왼쪽 집은 부모님 거였고, 오른쪽은 재환 가족이 사는 곳이었다.

    “자~ 이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딴 포도다!”

    “와!”

    당분간 과일은 배터지게 먹을수 있겠다며 좋아하는 승아, 그리고 방에 있다가 슬그머니 나온 아들 승윤이.

    이제는 큰아들놈이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할때였다.

    그리고 뒤늦게 나온 재환의 와이프 미연이 아이를 안고 왔다.

    “아이고~ 오늘 하루종일 얼마나 칭얼거리던지.”

    “어이구~ 우리 막내손주가 그랬어?”

    미국에 온 뒤로 늦둥이라는 선물이 생긴 재환이었다.

    본인 나이 오십에 와이프 서른여덟에 낳은 공주님이었다.

    “아이구, 승미 한번 할아버지가 안아보자.”

    이제 돌이 지난 막내 손녀를 아주 귀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재환은 위스키를 마시다 피식 웃으며 말했다.

    “딸로 태어나서 다행이지, 아들로 태어났으면 출생신고 이중국적으로 뭐라 할 놈들 많았겠지.”

    “후훗. 그걸 신경쓸 삶도 아니잖아요.”

    재환은 피식 웃으면서 그날 바비큐 파티를 하며 신나게 보냈다.

    ***

    가족들과 같이 농사를 짓고, 가끔 다른 동네에 홀로 떠나서 그 지역구의 주지사나 상원의원등을 만나기도 했다.

    미국인들도 처음에는 ‘가끔씩 정치인들이랑 사진찍는 저 동양인 누구냐?’라고 하면서도 이제는 모두가 다 알만한 셀러브리티가 되어 있는 재환이었다.

    “자유롭다. 자유로워.”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해서도 순조롭게 이뤄졌습니다.”

    매튜 리와 케빈 장의 말에 재환은 플로리다 오션뷰의 저택 속에서 말했다.

    “딱 10년 있다 투자한 금액 받겠다는데 이게 몇 루타야?”

    “하하하, 각각 10배는 넘죠.”

    미시시피, 페이스북, 마이크로 컴퍼니, A-컴퍼니, T슬레이 모터스, N플릭스··· 수많은 미국의 초거대 IT기업을 오너끼리 만나서 수백-수천억씩 투자했던 재환의 농사가 지금은 연쇄다발적으로 터졌다.

    어쩌다보니 개인재산이 300억 달러를 넘었고, 또 넘어가니 400억 달러가 넘었다.

    포브스지 세계 10대 거부가 된 재환.

    그는 지금의 삶을 아주 행복하게 만끽하고 있었다.

    “리엔이 노력해줘서 미국 50개 주에 특급 저택과 아파트를 마음껏 구입했고, 어느 주를 가서라도 내 발 뻗을 집이 있으니 자유롭게 돌아다닐수 있지.”

    그러면서 각 주에서도 수백억 달러를 소유한 거부가 로드무비처럼 떠돌아다니며, 그 지역의 빈민층들을 구제하는 모습은 미국인들이 딱 좋아할만한 스토리텔링이었다.

    대통령 트럼프 역시도 실언이었지만, ‘자기 지갑만 생각하는 이민자출신 부자들은 좀 배워라!’라고 한 마디 해 줄 정도였다.

    “회장님. 또 한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까는 소리 말라니까, 그것들도 진짜···.”

    기전실도, 비서실도 없이 지금은 재단 운영을 하면서 리엔의 임원들이 한국의 소식통을 모아 재환에게 전달해줬다.

    한국 정부는 몇 번이고, 사임한 신재환에게 ‘한국 경제를 부탁한다.’라는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재환은 당분간 돌아갈 생각이 없었고 굳이 간다면 지금 정권 말기 쯤에서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면 고려해볼 생각이었다.

    “아쉬운 쪽에서 계속 뻐꾸기를 날리겠죠.”

    그때 재환의 학창시절 친구인 케빈 장이 말했다.

    “현재 한국 경제 자체가 굉장히 위기이긴 해요. 일단 삼신, KS, 아성 모두 실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혜성은··· 현상유지에 급급한 상황이랍니다.”

    “오! 그래도 전문경영인들이 유지는 잘 하나본데?”

    자신의 회사인데도 강건너 불구경 투로 말하는 재환.

    이사회와 전문경영인 위주의 경영을 맡기고서 지금 혜성그룹은 그래도 어느정도 돌아갔다.

    희경과 재환이 떠난 이후로, 일단 이사회 의장은 필요하니 임시로 회장을 맡게 된 것은 숙부인 희지였다.

    국회에서 수시로 청문회에 불려갔지만, 나름대로 탱커 역할은 확실히 해 주셨고, 현재 혜성 내에서 경영을 맡은 신씨 가문은 희지숙부와 기환이 정도였다.

    “뭐, 아직은 정부에서 여유가 넘친다는거죠. 그런 이야기는 그만 하고, 위스키 준비한거나 먹읍시다.”

    플로리다의 바다를 보면서 신선놀음을 하던 재환은 그 뒤로 남부 투어를 다닌 다음 곧바로 올라갔다.

    ***

    [한국 경제비사.]

    “뭐여? 난 저런거 찍은 적 없는데?”

    한국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인데, 역대 대기업을 일군 기업인들에 대한 일화를 다큐멘터리로 보여주는 시리즈였다.

    거기에서는 삼신의 창업주, 그리고 아성그룹의 창업주 등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혜성은 뜬금없이 재환과 희경을 같이 편성했고, 젊은 시절의 자신의 모습이 드러났다.

    [혜성이 왜 망합니까? 제가 있는데요.]

    지금 봐도 정말 자신이 저 말을 한 것이 뿌듯했다.

    [속칭 ‘대구 선언’이라 불리는 그때의 결정 이후로, 혜성그룹은 외환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움직였다. 당시 유명한 일화가 있었는데, 모두가 합심하자면서 신재환 회장이 전 직원을 모아 허리띠를 졸라매자며 결단을 한 것은···]

    “지랄! 그런적 없어!”

    인건비 건드려서 예산 줄이는 것 만큼 일의 능률이 비효율적이 없다는게 재환의 지론인데, 어디서 말도 안되는 개구라를 공영방송에서 하고 있으니 기가 찰 일이었다.

    [우리는 언젠가 다시 돌아올 그를 기다린다.]

    마지막 나레이션을 보고서 재환은 TV에 대고 가운뎃손가락을 올렸다.

    그리고 그런 용비어천가 수준의 낮간지러운 다큐멘터리 속에서 재환이 응답할 일은 없었다.

    ***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의 한 축구경기.

    [WOW!! WOW!!!!WOW!!!!]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맷 버스비와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이후로 통산 4번째 빅이어를 들어올렸습니다.]

    VIP석에서 이 모든 것을 보고 기뻐 날뛰는 구단주 신재환의 모습.

    그리고 트로피 세레머니때 참여하여 함께 했던 선수들을 얼싸안고서 최고의 시즌을 가졌다.

    ***

    [아부다비의 경제부 장관 알 만수르 2세는 최근 동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석유화학 기술이 발달한 투자처를 고려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연하 국무총리가 포함된 정부 사절단이 갔으나, 안타깝게도 200억 달러 규모의 석유화학단지는 상하이로 결정되었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번 UAE의 석유화학단지 사업 이후, 이번에는 카타르 투자청에서 300억 달러의 석유화학 연구단지 선정을 발표했습니다. 대한민국 여수시에 정해졌는데, 카타르 국왕 하마드 3세와 혜성그룹의 신재환 전 회장과의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카타르, 요르단 등에서 그 나라의 국왕들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이후에 생기는 해외 입찰 사업에서 정부의 초 엘리트들이 모인 사절단을 넘어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던 재환.

    물론 거기에 있어서 생색을 내거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었다.

    본인의 SNS로도 ‘그저 지나가던 길에 생긴 우연’ 이라면서 역으로 정부와 외교부의 무능함을 꼬집을 뿐이었다.

    그런식으로 문 정부는 본인들의 참모들이 못하는 행동을 신재환 하나에게 잔잔바리 펀치 맞으면서 계속 죽을 쒔다.

    그럴수록 지지율은 떨어지고, 전 참모진들을 부르려 했으나 그들 역시도 갖은 구설수로 ‘적폐청산 슬로건’을 걸고 청문회에 나와서 ‘다운계약서, 전세계약, 다세대 주택 소유, 자녀 취업청탁, 로스쿨,의전원 낙하산’등의 구설수로 줄줄이 사탕이 되었다.

    재환은 그 상황에서 여전히 개점 휴업 상태였다.

    ***

    그날 밤.

    세 아이들을 재우고, 오랜만에 오붓한 부부의 자리가 생겼다.

    와인잔을 부딪치고 한 잔 마실 때, 미연은 웃으면서 말했다.

    “옛날 생각나네요.”

    “옛날 중에서도 언제?”

    “처음 우리 남편 만났을 때?”

    미연은 발그레해진 얼굴로 말했다.

    “교육방송에서 아동프로그램 더빙하는데, 별안간에 혜성그룹에서 게임 캐릭터 더빙 맡기지 뭐에요? 난 대기업이 그런것도 하나 싶었지.”

    “크~”

    재환 역시도 그때가 첫 만남이어서 감회가 남달랐다.

    “생각해보면 그 뒤로 별거별거 다 했었지.”

    “소규모로 연예 기획사 해보고 싶다니 도와줬죠. 게다가 성우와 아나운서 등의 인재들 양성하고 싶다고 하니 전문 아카데미 만들어줬고.”

    “음~ 음~ 그랬지.”

    미연은 내친김에 재환이 한국에 있으면서 만든 것을 모두 말했다.

    “애 둘 데리고 요새 빵값 뭐 이리 비싸냐니까, 20년전 물가로 돌린다면서 전부 내렸죠?”

    “그랬지.”

    “MSG 이야기 나와서 나도 밥하는 거 신경쓰였는데, 그걸 아예 대중화 시켰고요.”

    “기억난다. 그때 그 화학조미료 유해론 한 놈 잘 사나?”

    “천연조미료 재료가 될 농산물 DB는 전부 다 가지고도 화학조미료도 키워줬다며요?”

    재환은 일대기를 말하는 아내를 보고 피식 웃었다.

    “같은 제품 만들어서 경쟁하는데, 싸우기는커녕 그사람들 다 집에 데려와서 술상 차려주고 그랬죠.”

    “그러게 말이야. 왜 그렇게 혼자 다처먹으려고 싸우는지··· 윗세대 회장님들은 뭔가 여유가 없었어.”

    “한국에 계신 엄마가 이번에 차 사셨대요. 코멧 카에서.”

    재환은 그 말도 모두 듣고 고개를 끄덕였고, 미연은 그런 남편을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남편, 진짜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력이 엄청나네?”

    “음~ 그렇지. 생각해보니 나 존나 이거저거 다 했네?”

    ‘역사를 바꿀 순 있어도, 문화를 바꾸기는 힘들다.’

    재환이 한 말이었는데, 역으로 재환은 그 상황에서 소비와 생활의 문화를 바꾸고 역사는 흘러가는대로 놔뒀다.

    “이제 어떻게 할 거에요?”

    결국 물어보려는 건 그거라고 생각하고, 오늘 아침에 있었던 청와대 비서실의 전화를 떠올린 재환은 피식 웃었다.

    ‘모든걸 원래대로 돌려놓지요. 그러니 이제는 제발 돌아와 주십시오.’

    ‘언제는 적폐 비리 기업인이라고 매도하지 않으셨수? 그래서 육공회의 정체는 조사 결과 뭘로 나왔고?’

    ‘네! 그 모든 것을 돌려놓겠다는 VIP의 의사가 있었습니다. 당장에 이번 광복절에 특별사면으로 육공회 의혹을 받았던 기업인 분들도 모두 경영 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입니다.’

    “···.”

    “어떻게 하시게요?”

    “아들놈 고등학교는 한국으로 보낼까?”

    “!”

    “일단 가족회의는 해 봐야지. 걔들이 좋다면 그러고.”

    수 년간 해외에서 한국 경제계와 거리를 벌렸던 재환은 이제 쉴만큼 쉬었으니 일어나기로 했다.

    얼마 후 모든 언론사가 앞다투어 헤드라인을 같은 내용으로 올렸다.

    [칩거가 끝난 황제가 돌아온다.]

    [개인재산만 47조였던, 한국 역사상 최고의 거부이자 스타 경영자. 이제 돌아온다.]

    [‘휴식은 끝났다.’ 한국 복귀를 선언한 신재환 전 회장.]

    방송국 뉴스로도 속보가 나올 정도.

    그리고 여/야당 할 것 없이 정치권은 환영했고, 국민들 역시도 그가 돌아온 사실에 환호했다.

    떠날때는 혼자 털레털레 인천공항을 떠났는데, 재환이 돌아왔을 때는 인천공항을 가득 메울 인파가 모이고, 황제의 귀환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언터처블의 존재로 군림한 재환은 먼저 서울 집으로 향했다.

    기존의 타워팰리스 아파트는 팔았지만, 그 대신 재환의 몫으로 남겨놓았던 양재동의 대저택.

    재환과 미연, 그리고 세 아이들은 과거 ‘할아버지 집’으로 여겼던 그 추억의 저택 앞에서 활짝 웃었다.

    그리고 재환이 먼저 막내딸을 안고서 그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전날 청소를 깨끗이 해놨고, 분위기 좀 내고 싶다고 그당시 내부 그대로 의뢰했던 재환.

    그리고 안에 들어와 불을 키자 화려했던 90년대 당시의 혜성그룹 회장 자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돌아왔다.”

    재환의 한마디 이후 혜성가 사람들이 짐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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