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42화 (242/244)
  • 242- 까발려진 순간.

    “젠장할! 신재환이 그 새끼, 진짜 요리조리 빠져나가면서 엿을 먹이네?”

    정치권에서는 몇 번씩 표심을 들었다놨다 하는 신재환 때문에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덕분에 인터넷부터 언론사까지 박제된 ‘중고차 사업 진출 반대 의원’명단으로 아예 역적화가 되어 다음 대선과 총선을 장담 못할 지경이었다.

    몇몇은 총대를 메고 아예 일선에서 물러났고, 신인 인재풀로 모은 의원들은 초선부터 거하게 똥볼을 찬 대가로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였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서든지 신재환을 제압하기 위해 그들은 또 다른 공작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떡밥이 다 식어버린 최순혜 게이트에서 뭔가 큰 건이 들어왔다.

    ‘확실한가?’

    ‘맞는 것 같습니다. 비밀조직의 존재를 드러낸 것만 해도 그들은 타격을 입을 겁니다.’

    ‘흐흐흐, 어쩐지 경제련 해체와 탈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더니··· 지들끼리 숨기는 조직이 있었단 말이지?’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최순혜와 엮였던 재벌들과 신재환까지 한 번에 붙잡을 수 있다고 다짐했다.

    이번 건으로 확실하게 정권 교체를 획득할 수 있다는 수뇌부의 강한 의지로 말이다.

    ***

    [다음 소식입니다. 비선실세에 이어, 이번에는 재계 사이에서 비밀조직의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딸그락-

    속보로 나오는 상황에서 재환은 혼자 밥을 먹다가 젓가락을 떨어트렸다.

    [육공회라 불리는 이 조직은 재계의 주요 인물들이 핵심 인원으로 엮여 있으며, 경제련 위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육공회라는 이름은 과거 경제련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유니콘 기술과학재단’에서 드러난 이름이며, 그 실체로는 삼신, 혜성, 아성, KS등의 대기업 오너들이 소속되어 있다고 합니다.]

    “···.”

    입이 떡 벌어진 재환, 그리고 때맞춰서 미친 듯이 울리는 전화벨들.

    이 놈들이 기어이 육공회의 존재까지 끌어올린 순간이었다.

    ***

    “회장님, 육공회는 실체하는 조직입니까?”

    “귀족동맹이라고 불리는 육공회의 진실은 무엇입니까?”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회장님!”

    혜성그룹 본사까지 와서 달라붙은 기자들 속에서 재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본사로 출근했다.

    평소와는 달리 상당히 멘탈이 흔들린 상태로 이사회 회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업무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고, 회장실 안에서 통화만 계속 하고 있었다.

    [전혀 예상 못 했어. 아무래도··· 우린 정치꾼들에 의해 경제련을 조종하는 비밀단체가 된 것 같다.]

    “정부냐, 아니면 야당이냐?”

    [그걸 따질 이유가 없어졌지. 여당이고, 야당이고 전부 이번 게이트의 꼬리자르기로 최순혜와 육공회를 제물로 삼은 것 같다.]

    결국 누구 하나 매달아야 하는데, 여당은 정권을 유지하기위한 희생양으로, 야당은 자신들이 일으킨 게이트가 틀리지 않았고, 정의를 세웠다는 치적용으로 재벌을 노린다.

    게다가 몇몇은 벌써 검찰청 조사까지 받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못 막겠어. 아무래도 나 역시 서울지검 출두할 것 같다.]

    현규의 말에 재환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 통화를 마치고 이번에는 대현과 통화를 한 재환.

    [어떻게, 방법이 없다. 내가 그냥 총대를 메야지.]

    “형님, 기존에 경제련 이용한것도 경제련 부회장 자리로 가시기로 하셨다면서요?”

    [후우, 90억을 주나, 190억을 주나 그게 그거지.]

    대현은 모든 것을 달관한 듯 말했다.

    [그동안 우리 모여가지고 세상 참 재밌게도 놀았고, 서로간의 의리도 쌓았지. 각자의 발전을 위해서 협업도 많이 하고 말이야.]

    “···.”

    [그래도 내가 만들자고 한 써클이었는데, 동생들 다치는 거 보기 싫다. 그냥 형이 해결할 테니까 다들 아무 소리 하지 마.]

    그때 재환의 손은 스마트폰을 꾹 쥔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형님, 두 개 한 번에 뒤집어쓰면, 형량만 늘어나요.”

    [괜찮아. 까짓거 집행유예 5년 뜨겠지.]

    “기업 경영참여 금지 10년은 왜 빼시고요?”

    재환은 결심했다.

    “어차피 나에게 있어서는 구설수나 탈도 많았어도 형제들입니다. 이번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재환아!]

    “형님, 제가 지금 다른 애들에게도 모두 말합니다. 이번 일 제가 들이 받을테니 모두 각자의 사법거래나 준비하세요.”

    [야! 신 회장, 너 지금 나서면···]

    재환은 통화를 끊어버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담배 한 대를 태운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회장님, 어디 가십니까? 동행하겠습니다.”

    준호가 다가오자 재환은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는 반차 쓴다며 홀로 나간 재환은 그 뒤로 갑자기 이틀간 혜성그룹에 출근하지 않았다.

    중요한 상황을 세 부회장에게 전권을 위임했고, 기전실장을 통해 ‘최근 언론에서 일어나는 일로 인해 정리할게 있다.’라는 연락을 하고 휴가를 냈다.

    ***

    [한때는 산업화로 인해 성장 동력이 되었을지 몰라도, 지금의 재벌은 사회의 적폐가 된 지 오래입니다!]

    당대표 문준영은 자신이 직접 ‘최순혜 게이트와 경제련 내의 숨겨진 사조직에 대한 조사 특검’법안을 발의하며 국회의사당 단상에서 크게 외쳤다.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 이제는 정-관계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 이번 특검에 대해서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의회에서 130석의 야당대표의 외침.

    그리고 여당은 은근슬쩍 동의를 해 줘서, 과반수 이상으로 특검이 발의됐다.

    그 상황에서 이제 남은 것은 칼자루를 잡은 문 대표와 지난번의 중고차 시장 진출 똥볼을 막기 위해 모든 정치인이 달라붙었다.

    그 와중에 국내에서는 시끌시끌했지만, 현재 세계에서는 차기 미 대통령 대선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지라 전혀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

    민주당의 힐러리와 공화당의 트럼프가 붙는데, 한국 주류 정치권이나, 전문가들.

    그리고 미국 언론에서도 사실상 힐러리의 대선 승리가 되어 최초의 미국 여성 대통령이 된다는 여론이었다.

    딱 한명 빼고 말이다.

    ***

    [다음 소식입니다. 검찰은 육공회라는 재계 사조직에 대한 조사로 그들의 존재를 찾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박경수 특검은 경제와 국정을 농단한 육공회를 드러내겠다고 선언했으며, 금주 삼신전자 이현규 회장에 이어, 다음주 내로 혜성그룹 신재환 회장에 의한 소환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편 혜성그룹 신재환 회장은 휴가를 낸 뒤로 두문불출의 상태로 알려져 있으며···.]

    특검이 움직이고 있을 때, 재환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수가 없었다.

    광주에 있는 전대병원에서 신희경 회장을 찾는 이들이 있었으나, 접근금지 경고에 병실 내 일반인 출입이 불가능한 VIP병동에 있는지라 누구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재환에 대한 도피를 찾고 있을 때, 혜성그룹의 이름으로 공식 발표를 했다.

    [이틀 뒤. 오후 12시에 신재환 회장님의 육공회에 대한 특별간담이 있을 예정입니다.]

    아예 대놓고서 발표를 하겠다고 선언한 기전실장의 말.

    그리고 이틀 동안 모두가 들썩거리는 가운데, 종편은 밤샘 토론을 하고 지상파 역시도 최우선순위로 혜성그룹에 대한 보도를 했으며, 외신에서는 짤막하게 한국 재계에 대한 국제적인 스캔들이 있을거라고 보도했다.

    ***

    강남구 대치동의 혜성그룹 사옥.

    과장 조금 보태서 국내에 있는 모든 언론사의 기자가 도착했다고 할 수 있고, 외신들까지도 이번 일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12시가 되자 재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촐한 차림, 차분한 얼굴.

    재환은 그들 앞에서 먼저 인사를 한다음 마이크를 들었다.

    [아, 아. 마이크 잘 들리는 군요. 그러니···]

    재환은 단상 위의 마이크를 뽑아서 그것만 가지고 조용히 기자들 앞으로 다가갔다.

    수많은 플래시 속에서 재환은 그 자리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무대에 앉아 양반다리로 조용히 말했다.

    [이 자리에 있으신 분들은 분명 정치권에서 말한 육공회라는 사조직에 대해 알고 싶은 거겠죠?]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재환은 모든 것을 이 자리에서 밝혔다.

    [말 하죠. 그런 식으로 모이긴 했습니다. 여기 계신 기자 분들 중 연차가 있는 사람이라면, 제가 결혼하던 시절 함진아비를 하던 KS의 최 회장, 떡을 돌리던 삼신의 이 회장, 오징어 가면 쓰던 신누리의 정 부회장, 그 외 다른 오너들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재환은 담담하게 그 말을 했고, 드디어 육공회 존재를 드러낸 순간 모든 기자들이 흥분하며, 실시간으로 속보를 올리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재환은 계속 이어나갔다.

    [친목 모임을 정치권에서는 악의 축으로 매도하고, 거기에 대해서 상당히 불쾌하군요. 하지만, 더 화가 나는 건 뭔지 아십니까?]

    재환은 마이크를 대고 말했다.

    [거기에 대해서 아무도 의혹이라고만 하고,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요.]

    재환은 작정하고서 속내를 드러냈다.

    [어떻게 된게, 사적인 모임을 가지고도 이런 식으로 가짜 뉴스를 뿌릴 수 있을까요? 대체 정치권은 뭐 때문에 우리를 타겟으로 삼고요?]

    재환은 그러면서 품 안에 있는 것을 펼쳐서 보였다.

    [이건 국민연금이 육공회라 불리는 기업들에 대해 투자하고, 거기에 대해서 모든 것을 확인하고, 체크하고 추가로 투자하는데 말이죠. 왜 그런 팩트체크도 안하는거지?]

    재환의 청산유수에 점심을 맞이해서 실시간으로 TV를 보던 국민들은 그 모습을 하나도 빠짐없이 확인했다.

    [결국, 이 모든 건 쇼에요. 다들 알고 있잖아? 대통령을 탄핵시킬수 없었고, 뇌물 수수 이야기 나오자 여당이고, 야당이고 전부 장부가 나왔던 것. 그래서 흐지부지 되니 못 먹는 감 계속 찔러보는 거라고요.]

    재환의 말이 이어질수록 기자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그래서 육공회의 유력 멤버로 지목된 최대현 KS회장과 삼신전자 이현규 회장이 조사를 받는다고 하죠? 아마 그들은 구속이 되겠죠. 적폐청산이니, 여당과의 커넥션이니 해서 정권교체 할 때 매달 인물로 삼기 위해서 말이죠.]

    재환은 그 말을 하고서 자신도 준비했던 것에 대해 말했다.

    [더이상은 나도 지쳤어요. 더러워서 못 하겠네요. 딱 한마디만 하고 끝내겠습니다.]

    재환은 손가락을 들고 마이크를 통해 ‘그 폭탄발언’을 터트렸다.

    [I Quit!]

    그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

    혜성그룹 회장이 전격 사임을 표했다.

    이후 회장직이 공석이 되었고, 거기에 맞춰 신희경 명예회장 역시도 일신상의 이유로 인해 사임을 선언했다.

    이로써 대한민국 내에서 재계서열 1.2.4위의 그룹의 수뇌부가 멈춰버리는 사태가 되었다.

    육공회의 멤버에 대해 공개해달라는 여론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신재환 회장의 사임으로 인해 혜성의 주가도 떨어지고, 코스피는··· 추락했다.

    그 뒤로 재환은 퇴직금 수령도 거부한채 자취를 감췄다.

    육공회를 꺼내고서 특검을 추진했던 인물은··· 기획한 참모들을 모두 날리게 되어 차기 대선을 팔다리 없이 맨몸으로 부딪치게 되었고 말이다.

    ***

    “뒷방 늙은이를 찾아와서 어쩌잔거요?”

    “말씀 편하게 하시죠. 이제는 회장대 회장이 아닌 친구 아버님이자 웃어른 뵈러 온 겁니다.”

    승지관에서 차를 마시는 재환과, 전 삼신그룹 회장 이건호.

    아들이 구속되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쉽게 회장 직을 던져도 되는 거였나?”

    “어차피 무위지치(無爲之治)로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혜성입니다. 계속 태풍을 만나느니 차라리 자리 좀 비우고 말죠. 나중에 수리하면 되니까.”

    재환은 차를 마시면서 느긋한 얼굴로 말했다.

    “자네하고··· 인연도 참으로 오래됐군.”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재환은 차를 마시고서 더 이상 말이 없었다.

    “한가지 궁금한게 있네.”

    “네, 말씀하시죠. 회장님.”

    “자네가 회사를 위해 말했던 것. 첫 번째는 전자고, 두 번째는 자동차라 했던 것··· 20년이 지나도 끝끝내 세 번째는 말해주지 않더군.”

    재환은 그 말을 듣고는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꼬으면서 생각하다가 말했다.

    “원래는 오픈마켓이었으나, 시대가 지나니··· 재단으로 바꿨습니다.”

    “육공회란 그 존재를 드러낸 그 유니콘 말하는 건가?”

    “그건 한국에만 한정됐죠. 진짜는 미국에 있습니다.”

    “?”

    재환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 잘마셨습니다. 내일이 오면, 제가 말한 그 세 번째 사업인 재단에 대해서 드러나겠군요.”

    재환은 공손히 인사하며, 승지관을 나왔고, 이건호 회장은 조용히 빈 자리에서 중얼거렸다.

    “역시 저 녀석이 내 아들이었다면 더할나위 없었을텐데···.”

    ***

    [네, 충격적인 대선 결과가 아닐수 없습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인해 미국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끝이 났고, 이후 45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됩니다.]

    전 세계가 놀란 미국 대선의 반전.

    그 누구도 트럼프에 대해서 신경을 안 썼고, 무난하게 힐러리의 승리를 생각했지만, 전문가들과 후원인들은 전부 손등을 찍게 되었다.

    몇날 며칠 동안 대선의 승리를 만끽하는 트럼프는 외신에 대해서도 한 마디를 했다.

    [벌써 몇 번째 승리 소감을 말하는지 모르겠군요. 오늘은 외신중에서도 특히 아시아 기자들이 많군요? 하하핫!]

    호탕하게 웃으면서 육중한 덩치로 쇼맨쉽을 보이는 트럼프는 그중 한국인 기자들을 향해 말했다.

    [내가 이 자리에 올라갈 때 가장 큰 도움을 줬던 나의 와튼스쿨 친구를 보고 싶군요!]

    “!”

    [나를 도와준 그 친구가 최근에 CEO직을 그만뒀다고 하더군요. 미스터 신! 이참에 미국으로 오시죠. 백악관에 초대해서 예전같이 스테이크와 다이어트 콜라를 잔뜩 준비하겠소. 그대와 비즈니스 이야기는 밤새도 부족하지 않으니! 하하핫!!!]

    외교부가 땅을 치고, 정재계의 사람들이 모두 곡할 일이었다.

    한미관계 증진을 위해 미국 대통령과 다이렉트로 닿는 인선이 있었는데, 그런 사람이 모든 것을 그만두고 자연인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당사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에 타기 전 마지막으로 한국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아디오스!”

    혜성그룹 회장이 아닌 백수 신재환이 미국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떼었다.

    직함은 던졌지만, 수십조의 재산은 두둑히 챙기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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