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41화 (241/244)
  • 241- 결국 미끼를 또 물었네요!

    중고차 사업 진출 발표.

    혹자는 ‘대기업이 그런 것도 하냐?’라고 느끼는 이도 있었지만, 물밑에서는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재환은 이 사업을 준비하면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회장님, 촬영 준비 됐습니다.”

    “아, 그래요?”

    사내 방송팀 전부를 모아서 만든 특별 영상.

    재환은 혜성자동차의 작업복 차림으로 나와서 장갑을 끼고 준비된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혜성자동차의 엔지니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준비된 차량들을 바라봤다.

    “흐으음. 다양하게 준비했네요?”

    현재 제일 잘나가는 세단 모델부터, 중고가 평균이라는 준중형, 그리고 SUV와, 혜성의 주력인 경차와 픽업트럭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이걸 기획하기 전에 미리 삼신, 아성, 기어, 쌍윤 등의 타 자동차 업체에도 양해를 구했고, 그래서 더욱 더 노빠꾸로 할 생각이었다.

    혜성 사내방송의 김 아나운서는 회장 앞에서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며 진행을 시작했다.

    [네,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혜성자동차의 인천사업소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중고차를 구매하고, 거기에 따른 실제 상태를 전문가들 앞에서 체험해보는 자리를 가지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중고차 사업 기획중인 신재환이라고 합니다.”

    마치 예능 방송에 나온 게스트 같이 인사를 하면서 스펙이 좌르르 나오게 편집될 것이다.

    그리고 재환은 사온 중고차 모델들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실제 중고차 매장 단지로 유명한 동네에서 각자 예산을 배정해 직원들이 사온 차량을 두고 실제 상태를 알아보려 합니다.”

    같은 모델이라도 어떤건 1200만원, 어떤건 1325만원, 어떤건 1000만원 이하까지 가는 세단들.

    몇몇은 내부 튜닝이 되어있고, 흔히 흡배기라 하는 개조도 한 모델이 있었다.

    “자, 이 자리에 자동차 전문가도 한 분 모셨습니다. 현재 혜성자동차의 대표이사. 이원표 부회장님!”

    이 자리에서 CEO가 아니라 여기 있는 제품들을 엔지니어들과 같이 검증하는 자리를 가지게 된다.

    자신이 승낙한 프로젝트의 경차, 픽업트럭 모델들이 있는 가운데, 그는 커리어를 걸고서 차량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아, 이 모델은 엔진 결함이 있네요?”

    “데시벨 마이크 보여주세요. 소리가 다르지 않습니까?”

    “으음, 사고 이력은 이런데서 보입니다. 범퍼를 뜯으니 내부에서 드러나죠? 물론 이걸 일반 소비자가 알아볼 수가 없죠.”

    “시가보다 200만원 싸게 사셨다고 하는 차량. 하지만, 내부를 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네요.”

    “부품결함으로 리콜 대상인데, 이걸 숨겼어요. 구형 부품인데 빨리 사고 나기전에 교체해야됩니다.”

    진짜 양파 이상으로 까대는 내용들.

    그나마 A급으로 잘 샀다고 한 차량은 30대 중에서 4-5대 정도였다.

    재환은 그 상황을 조작없이 그대로 생방송으로 올렸다.

    유튜브건 아프리카건 N닷컴이건, SNS건 일단 사람들 많이 보는데는 다 올린다.

    그리고 [이건 프로토타입입니다. 이후 편집해서 올리겠습니다.] 라는 글을 잊지 않았다.

    그 뒤에 올릴 편집본은 아예 ‘캡처해서 마음껏 온라인에 뿌려라!’라는 의도였다.

    ***

    당연히 난리가 났다.

    그동안 ‘중고차는 눈탱이도 좀 맞는다’, ‘지인 통해 가야 안 속는다’, ‘소비자가 알아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재환은 그 상황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로운 개념을 소비자에게 제안했다.

    ‘왜 내가 사는데, 일일이 알아서 양품을 고르는 번거로움을 느껴야 하지?’

    ‘신품처럼 중고물품도 사전에 전부 손질해서 팔면 편하지 않나?’

    ‘향후 민원은 한 회사로 몰아서 처리하면 그쪽도 처리하기 쉽잖아?’

    별것 아니지만, 큰돈이 오갈때마다 신경 쓰이는 부동산, 자동차, 가전제품.

    재환이 건드린 그 심리는 주요했다.

    처음에는 언론에 이런것좀 올려보라고 했지만, 지금은 역으로 소비자들이 요구하고 있다.

    재환은 그 요청에 응답하기로 하고, 중고차 사업 법인을 준비했다.

    “코멧닷컴 출자금액도 추가해서 여기에 대해서 좀 더 투자를 하겠습니다.”

    “네, 회장님.”

    “이건 굉장히 큰 사업이 될거예요. 이후로 타 자동차 회사들 역시도 결국은 모두 여기에 의존하게 될 겁니다. 새차 몇 대 파는거에서 끝나지 않을거니까요.”

    다른 임원들 역시도 공감했다.

    사실 경제 문제로 본다면, 중고차라는 단어 때문에 생소하겠지만, 유통업에 있어서는 굉장히 큰 돈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역시나··· 기존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고 나서는게 문제겠죠.”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원표나 김준호 모두가 이 사업에 문제될 것은 여론의 움직임이었다.

    언론이야 지금까지는 기존의 중고차 시장 폐단에 대해 말했지만, 정작 이걸 대기업이 진출한다고 하면, ‘소상공인 다 죽인다!’ ‘대기업이 계속해서 골목을 침범한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시민단체에 각종 모임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재환 역시도 그 상황을 알았다.

    “네, 이제까지 다 그랬죠. 처음 컴퓨터 부품 도매상때부터 빵, 치킨, 게임기, 농산물··· 뭐만 하려고 하면 사람 다 죽는다면서 드러눕는 사람들.”

    물론 지금 대세를 보면 강행을 하더라도 통과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 표심의 각을 잡는 정치인들은 어떨까?

    그것을 생각하면 임원진들이 우려를 표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재환은 그것을 두고서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것 역시도 제가 해결할 겁니다. 현장 복귀했다는게 결국은 내가 다 책임을 지는 거니까요.”

    재환은 임원들을 다독이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

    얼마 후 전국적으로 중고차 딜러 일을 하는 사람들이 수천 명이 모여서 혜성그룹 일대에서 시위를 벌였다.

    [대기업이 일자리를 박살낸다!]

    [신차나 만들어라! 우리 생계를 박살내지 마라!]

    [혜성차는 각성하라! 중고차까지 다 한다고?]

    여기저기서 올라온 중고차 딜러들은 신재환 나오라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앰프를 틀어놓으며 시위에 들어갔다.

    강남 최고의 부촌 중 한 곳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자 주변인들이 모두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생존 문제이니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을 거다.

    재환은 최상층에서 그들 시위 행렬을 보면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회장님, 강남경찰서와 수서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는데, 사전 연락한 집회라고해서 강제 해산은 안될 것 같습니다.”

    “그게 나아요. 괜히 경찰이 진압하고 드러누워서 눈물 짜는 모습 보이면 더 기세등등해지거든요.”

    누구보다도 시민단체 시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재환은 느긋하게 기다렸다.

    “근데 말이죠.”

    “네?”

    “중고차도 결국은 판매상품이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인데, 왜 저리 양팔에 그림이 많을까요.”

    “아···.”

    반팔에 이레즈미 문신을 잔뜩 드러낸 덩치 큰 딜러들이 여기저기 보이는 것을 보고서 재환이 넌지시 물어본 말.

    그 이상 말했다간 특정 직업군 비하라고 언론에 ‘논란, 파문’이 나올 수도 있을 말이었다.

    재환은 그 상황에서 그냥 느긋하게 기다렸다.

    몇날 며칠이 지나도 시위는 사그라들 생각이 없지만, 혜성그룹 역시도 피해가 슬슬 생겼다.

    다만, 직원들을 둘러싸서 과격한 시위로 위협하는 존재들을 경찰들의 보호 요청을 받으면서 상황에 대해 안전을 표했다.

    결국 팽팽히 대치하던 상황 속에서 주변에 있는 혜성백화점 본점의 매출도 떨어지고, 각 지역에 있는 공장들까지도 충돌이 생긴다는 말에 재환은 피해 입은 직원들에게 특별 상여금을 제공하고, 돈으로 자기 사람들을 달랬다.

    재환은 그 상황에 뭔가를 기다리듯이 계속해서 실시간 상황을 지켜봤다.

    끝끝내 1주일이 지나고, 2주가 되 갈 때 중고차 사업인 혜성의 ‘코멧-카’의 법인 등록이 시작될 때 아예 예고제로 총동원 시위를 준비하는 전국 수십만의 중고차 업장들이었다.

    “코멧카에서 필요한 중고차 물량들은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오세요.”

    “회장님. 현재 업자들이 전부 담합을 해서 금액이 치솟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냥 사들여요. 어차피 초반에 비싼돈 주고 산건 마케팅 값이라 치고 넘기렵니다.”

    “!”

    다른 임원들은 싼 값에 사서, 적정가에 팔아야 되는 장사의 기본 속에서 재환의 의지로 필요 이상의 오버슈팅 구매에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재환은 예전부터 그런걸 신경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몇몇 대형 중고차 유통업체들은 혜성이 인수해서 지점으로 삼으면 됩니다. 그리고 내부에서도 슬슬 버티기 힘들다는거 아는 사람들도 나올거고요.”

    결국 버티기로 들어가면 애초에 질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회장이 강한 의지를 가지자 임직원들은 거기에 따른다.

    ***

    [장욱(서울대 경제학 교수): 대기업의 이런 시장 진출에 대해서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합니다. 현 정부가 이런 재벌의 폭주를 막지 못한다는 반례가 아닐까요?]

    [윤진하(노동당 의원): 어려운 중고차 딜러와 함께 하겠습니다. 대기업의 횡포! 더 이상은 안됩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다함께민주당은 이번 혜성그룹의 코멧-카! 사업에 대해서 전력으로 막겠다는 당의 논조를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여당은 오늘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 뜻에 맡겨야 하지 않느냐?’하는 한 발짝 물러난 상황을 보였습니다.]

    [한편, 중고차 매매에 몸담은 업자들은 시민단체들과 연합해서 다음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습니다.]

    처음엔 군소정당이나, 원외정당의 잔잔바리가 언급.

    하지만 이후 야당과 밀접한 관계의 정치적, 사회적 발언을 많이 하는 폴리페서 교수들.

    그리고 저 분위기에서 결국 주류 정치권이 떡밥을 물어버렸고, 월척이 좀 늦게 잡혔다면서 피식 웃는 재환이다.

    “그럼 그렇지. 이런 자리에서 줄 잘못타면 큰일나는데 말이야.”

    국민의 눈치를 보고, 표심을 신경써야 하는 국회의원들.

    하지만 국민이라는 포괄적인 단어 말고서 어느 쪽이 더 다수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혜성자동차, 더 이상의 소상공인 피를 빠는 경우 못 보겠다!]

    [과한 것은 사실이다. 국민들이 판단할 것.]

    여당이고 야당이고, 일단 보류~혹은 격렬 반대의 반응이었고, 재환은 거기에서 자신이 직접 나섰다.

    언론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재환은 카메라 플래시 속에서 자신의 상황을 말했다.

    과연 이 상황에서 ‘전면 취소’. ‘혹은 판단유보’, ‘강행돌파’ 어떤 말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재환이 입을 열었다.

    [우리 혜성자동차는 이번 사업에 대해서 국민의 뜻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국민의 뜻에 맡긴다는 말에 무슨 말인지 모르는 기자들.

    [이건 여론조사 기관들이 참여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혜성은 국민들께서 투표하시는 가운데, 투명한 유통거래의 중고차시장 진출에 대해 찬성하시는 분들이 많다면 강행하겠습니다, 만약 반대가 더 많은 조사가 나온다면··· 깔끔히 접겠습니다. 그 또한 국민이며, 소비자 분들의 뜻이니까요.]

    그동안 리서치 여론조사들이 많은 것을 해왔지만, 정치권 투표도 아니고, 기업의 특정 시장 진출에 대해서 맡기겠다는 상황.

    하지만, 그 떡밥이 의외로 유효했다.

    ‘미디어리서치’, ‘STBC 여론조사’, ‘한국방송 ARS 찬반투표.’등의 그동안 찬밥신세였던 전화 여론 조사가 전국으로 퍼지는 계기가 되었고, 그로 인해 운명의 1주일이 지났다.

    그 결과는?

    ‘대기업의 중고차 유통시장 진출 찬성- 67.8%’

    ‘대기업의 중고차 유통시장 진출 반대- 21.1%’

    [이후 잘 모르겠다면서 유보한 것을 합치면 과반수 이상이 찬성을 표했습니다. 이 투표는 모든 여론조사지들을 합쳐서 백분위로 만든 것이며···]

    시기 적절하게 두 개의 폭탄이 연달아 터졌다.

    [다음 소식입니다. 인천,부천,안산 일대의 시의원, 구의원들이 이번 혜성의 중고차시장 진출 반대를 놓고 판매업자조합에 뇌물수수를 받았다는 의혹이 돌고 있습니다.]

    [다함께당은 전력으로 막겠다는 발표 이후로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고 추후 논평을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여당은 국회 내에서 관련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선언했으나, 과반수가 없는당에서 상대 표를 얻는 것에 대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거하게 똥볼을 차고, 아무것도 안한자가 승리하는 구도에 기존 유통구조까지 바뀌게 되는 1타 쌍피의 상황이 되었다.

    유력 대선후보들로 유명했던 인물들도 이 당시 말 한 번 잘못해서, SNS 시대에 평생 캡처될 감을 남겨서 흑역사로 치부하는 경향이 생겨난건 훗날의 일이었다.

    재환은 그렇게 또 한 번 시장을 뒤흔들어버린다음 유유히 신 사업을 진행시켰다.

    미래 먹거리 중 아주 수익이 높은 사업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재환이 혜성그룹을 이끌며 일대를 뒤흔든 마지막 한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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