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39화 (239/244)
  • 239- 청문회의 톱스타(2)

    재환의 모터는 멈출 생각을 안 했다.

    새나라당은 자기 편인 줄 알았던, 재환의 뒤통수에 들썩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군소야당이었던, 다른 의원들은 이 참에 꼬투리를 잡았다고 준비했다.

    [정의진보당의 윤상수입니다. 혜성그룹 신재환 회장님에 대해 질문하겠습니다.]

    “네, 말하세요.”

    [어디까지나 이 자리는 국정농단에 대해서 뇌물수수 논란에 대한 재벌 총수들을 부른 자리입니다.]

    재환은 계속 하란 식으로 손을 내밀었다.

    [지금 회장님께서 하시는 말은 모두 국민들이 보고 계시고, 거기에서 진실이라 믿겠습니다. 최순혜 일당이 한 일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재환은 뺨을 긁적이다가 현규를 슬쩍 바라봤다.

    불안감이 있는 얼굴이었지만, 재환은 그냥 말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무인기로 택배 사업을 하는 것과, OTT 서비스, 즉 실시간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스트리밍 하는 사업에 대해 투자했죠. 그러니 그것을 정부의 창조경제와 연관주고 싶다길래 숟가락 올리려면 그러라 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진상이 드러났다.

    “그 답례로 조만간 규제가 풀리니까 수도권 공장 부지에 대한 총량제를 풀겠다고 해서, 거기에 대한 부지를 저희만 쓰는게 아니라 타 기업에도 제안했습니다. 저는 상생을 중시로 하니까요.”

    결국 그 말을 하자 표정이 안 좋아지는 현규와 대현.

    혜성이 무고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그 중간에 삼신과 KS도 끼어들어서 그 부지를 갈라먹은 이야기가 드러난 거였다.

    “하지만, 그 모두가 공수표였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고 최순혜 재단에서 올림픽 재단과 국제마케팅 투자에 대한 기금을 안줘서 말이죠.”

    [거기에 따른 정치 보복이라고 생각하시는겁니까?]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뭐라 할게 없죠. 구두계약 법적으로 효력있다고 말해도 대중적으로 그게 와닿습니까?”

    [그 외에도 혹시 다른 상황이 있으십니까?]

    “세무조사가 두 번 왔는데, 그거야 뭐 사람들 판단하기에 따라 다르겠죠.”

    재환은 거리낄 게 없으니 그냥 스무스하게 넘어갔다.

    그 말에 웅성거리는 정치권이었고, 일부는 실시간으로 혜성그룹 세무조사가 언제 있었나를 찾아보다가 그때 아이들하고 제주도에서 사진 찍힌 모습이 포토뉴스에 드러났다.

    이로써 모두가 보는 실시간 청문회에서는 엄청난 것들이 드러났다.

    그동안 국정농단으로 서슬퍼런 칼날을 겨누던 다함께당은 재벌총수를 불러놓고 윽박지르며 자신들을 알리려 했지만, 신재환 하나에 개털렸다.

    물론 그러면서 여당은 잘 넘어갈 줄 알고, 이야기하다가 최순혜의 존재와 그 뒤에 있었던 정치보복만 인증해버렸다.

    결국 무소속과 군소정당의 일부 의원들만 팩트를 물어서 겨우 넘겼고, 그로 인해서 여론이 엄청나게 뒤집혔다.

    청문회가 끝난 뒤로 서로 악수를 할 때 재환은 주변인들과 악수를 한다음 넥타이를 고쳐매고 카메라 앞에 슬쩍 다가갔다.

    그때 모든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재환을 촬영했고, 그 자리에서 손가락을 까딱이는 여유를 보였다.

    ***

    집에 돌아왔을 때, 그야말로 여론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할 것 없이 폭발 상태였다.

    [네, 오늘 청문회는 정말 유래없는 폭로들이 나와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삑-

    [국정농단 사건에 의한 청문회에서 혜성그룹 신재환 회장의 폭로들이 엄청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삑-

    [네, 고성윤 위원님. 이번 청문회, 어떻게 보시는 지 궁금합니다.]

    [기존의 국정농단에서 이번 폭로로 인해 다함께 당 내에서도 이런 정치자금과 재벌 총수간의 관계가 드러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최순혜재단의 회의장소로 쓰였다는 춘천 골프장에서 야당의 이현찬 의원도 재계 총수들을 만났다는 사실은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오는데요.]

    어디를 돌려도 종편이고, 지상파고 할 것 없이 국정농단 이야기.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오늘까지 광화문을 메운 엄청난 촛불시위가 빠르게 해산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말 나온김에 포털사이트로 한 번 보니 내용들이 굉장했다.

    “1위가 신재환, 2위가 신재환 시계, 3위가 신재환 패션, 4위가 혜성그룹, 5위가 최순혜, 6위가 혜성 청문회, 7위가 신재환 재산···.”

    여론조작도 이렇게는 못 할거다.

    덕분에 모든 포털 사이트들이 전부 신재환에 관련된 일로 도배되어 있었고, 유튜브는 한술 더 떴다.

    [충격! 국정농단이라 말한 이들의 내로남불!]

    [혜성그룹 진실을 밝히다! 사기청문회 OUT!]

    [최순혜 재단은 진실! 하지만 그 속에 다른 이야기?]

    정신 빠지게 죄다 볼드체에 알고리즘이 다 똑같은지 그런 쪽으로만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쏟아져 나오는 문자와 전화 속에서 재환은 딱 받을 사람에 대한 전화만 받았다.

    “어, 그래. 오늘 수고 했다고? 내가 뭘.”

    [덕분에 시간은 벌었어. 원래였다면, 청문회 이후로 바로 국회에서 특검법 발의한다는데, 여당이 기를 쓰고 막으려고 한다더라.]

    원래였으면 친 대통령세력, 약칭 친박이라 불리는 여당 빼고는 전부 특검 찬성을 했지만, 신재환이 쏘아올린 ‘작은 핵폭탄’이 국감을 뒤집어 엎었다.

    덕분에 특검으로 구속 위기에 놓인 재벌 총수들은 시간을 벌게 되었고, 다급히 에이스 로펌과 법무팀 인원들을 모을 수 있었다.

    [진짜 큰 일 해줬다. 고맙다. 재환아.]

    “난 진실만 이야기 했을뿐이야. 너희들 일은 알아서 정리해야지.”

    [그래, 그 시간 벌어준 것만 해도 고맙지. 이 빚은 나중에 꼭 갚을게.]

    그 뒤로 다른 회장들의 전화도 마구 왔다.

    [아이구, 신 회장! 오늘 아주 종횡무진 하더구만! 야당 놈들 한 방 먹인거 멋졌어! 으하하하!]

    [후, 야! 너 때문에 특검 미뤄졌다고 하더라.]

    재환은 그러면서 컴퓨터로 커뮤 반응을 보다가 컴퓨터를 확인했다.

    그렇게 새벽까지 전화 이야기가 나오고, 오늘도 시차 계산해서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고 잠에 들었다.

    ***

    “아버지 좀 어떠세요?”

    [후우, 아직도 똑같아. 대낮인데, 왜 이리 깜깜하냐면서 시간 인지를 못하셔.]

    “···병원에서는 뭐래요?”

    [이건 차차 나아질 거라고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집중치료가 오래 갈 거라고 하더라.]

    광주에 계신 어머니의 말을 듣자 착잡해지는 재환.

    생각해보면 자신이 이런 정치 스캔들에 엮일게 아니라, 해외 사업에 대해 일을 하고, 아버지 모셔서 재활하는 거를 도와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아침에 출근하니 국정감사에서 또 나와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는 ‘국정농단 청문회에 이은 정치자금’ 이야기로 2차 증인이 되어달라는 거다.

    재환은 몸을 풀면서 준비했고,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는 여, 야당의 국회의원들이었다.

    ***

    그리고 국정감사 청문회가 왔을 때, 이번에도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해줄 신재환 회장의 행차를 기다리는 기자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까 하는 상황에서 재환이 오늘의 스타일을 준비했다.

    지난 번 청문회와 다르게 회사의 세단을 타고 왔고, 뒷좌석에서 내리면서 머리를 포마드로 단정하게 올렸고, 거기에 검은색에 클래식 정장으로 핏을 맞춘 뒤 평소에 쓰지 않던 안경을 착용해 보수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클락 켄트인가?’ ‘또 달라진 신재환 회장의 패션.’ 등으로 벌써부터 기사를 쓰는 인터넷 신문 기자들.

    그리고 재환은 정치자금 문제로 청문회에 초대된 민정수석, 비서실장, 정무수석 등과 최순혜 재단의 임원들이 같이 참여했다.

    우습게도 민정수석, 비서실장, 정무수석등이 불참 선언을 하고, 사실상 재환의 독무대가 되었지만 말이다.

    [신재환 증인에게 묻겠습니다.]

    “네.”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했고, 거기에서 이번엔 다함께당에서 제대로 재벌 저격수를 준비해서 재환을 때릴 준비를 했다.

    [증인의 아버님께서는 괜찮으십니까?]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집중 치료 중이시고, 모두의 성원으로 곧 완쾌되실 겁니다.”

    [증인과 아버님이자 선대 혜성 회장인 신희경 회장 사이에서는 새나라당, 당시 새한국당 시절에도 사돈을 맺어 국회에 정치권 인맥을 가졌죠. 맞습니까?]

    “네, 공교롭게도 제 와이프가 그분의 따님이었습니다.”

    [그 뒤로 새한국당의 의원님에게서 많은 정치자금을 보냈고요?]

    지난 번의 굴욕을 씻기 위해 석 의원은 많은 것을 준비하며 흰 이를 드러냈다.

    “많지는 않지만, 그런 일이 있었고, 법적으로 기부 이후 30일 이내에 정치자금영수증을 받아 신고했습니다.”

    [거기 있는 돈이 온전히 혜성가에서 나온겁니까? 아니면 회사의 자금입니까? 대다수의 재산은 주식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 알아서 마련했고, 개인 사재입니다. 현금도 아니고 대다수는 평소에 모아뒀던 그림이나 도자기 등이었습니다.”

    [아~ 재벌이 정치인에게 값비싼 도자기와 그림등을 후원하셨다고 하신 말이군요? 맞습니까?]

    “다르게 말하면 예쁜 따님을 주신 장인어른에게 잘 보이려고 당신과 그 친구분들에게 어르신들 취향에 맞춰 선물한거죠.”

    이번에도 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석 의원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네, 1차는 그렇게 웃음으로 넘기려 하셨지만, 지금은 아닐겁니다. 증거자료가 여기 있으니까요. 이게 뭔지 아십니까?]

    석 의원은 한 장한장 정성껏 코팅해온 파일철을 꺼냈다.

    [여러분, 이게 그동안 여당과 재벌간에 있었던 후원 리스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전 국민이 판단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바로 자료로 올린 파일 내용이 빔프로젝터로 쏘아져 크게 드러났다.

    [새한국당 한수호의원: 도자기 XX월 xX일]

    [새한국당 한수호의원: 산수화. xx월 XX일.]

    ············

    ······

    쭉 나열하는 상황에 대해서 재환은 그걸 조용히 바라봤다.

    그리고는 바로 손사래를 쳤다.

    “이것에 대해서는 절대 뇌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도 그렇게 판단할까요? 여기에는 최순혜가 요청한 금전요구 자료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것에 대해서 반박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위원장님! 이 상황에 대해 자료 제출을 요청합니다.”

    [사전에 신재환 증인에 대한 정치자금 납부에 대한 자료 요청을 했었고, 대질 심문을 하겠습니다.]

    김 의원의 말에 바로 자료가 올라왔다.

    동영상 자료였는데, 그것을 연 순간 차 안에서 벌어지는 대화가 나왔다.

    [이것들이 장난하나! 망할 녀석들이 그동안 달란대로 다 돈을 주니 나를 무슨 금고로 알아?]

    차 안에서 블랙박스로 기록된 대화들.

    그리고 금전 논의에 대한 증거들이 드러났다.

    [박시현이고, 이현찬이고, 김영수고! 그동안 지역구 챙겨준다고 하는데, 어디 게이트를 만들테니 합류하라니. 내가 무슨 꾼이냐?]

    “!!!”

    정치인들이 금전 요청을 하고, 거기에 대해 직접적인 이야기가 논해지는 내용이 실시간으로 방송된다.

    문제는 그건 재환이 아니라 희경이었고, 새나라당이 아닌 다함께당에서 ‘게이트를 만들테니 합류해달라.’라는 폭탄이 담긴 내용이었다.

    [위원장님! 본 증거와 전혀 상관없는 자료입니다! 당장 삭제를 요청합니다.]

    [맞습니다! 저건 정치자금 후원 장부와는 전혀 다른 증거물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이게 아니라 다음 내용인데, 저걸 먼저 틀었군요.”

    곧바로 삭제 요청을 하고, 일단 지금 올린 동영상은 ‘무효’다.

    본 사람이 있어도 저건 무효다.

    그 다음으로 나온건 똑같이 블랙박스로 나온 이야기들.

    [최순혜 재단에서 요청한 금액 청구서입니다.]

    [흐음, 이 돈을 내면 거기에 따른 규제 논의 혜택이 있다고 한 거죠?]

    [그렇습니다. 정치자금후원영수증을 어느쪽으로 하겠냐는 논의도 있었습니다.]

    [일단 보류, 이런 일에 엮여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요. 실장님은 일단 제 이름 대시고서 최대한 시간을 끄세요. 저런 뇌물 안주고 해결하는게 가장 베스트입니다.]

    두 번째 영상에서는 재환이 최순혜 재단의 의뢰에 대해 확실히 ‘돈 안준다’라고 문서는 있지만, 그것을 보류한다는 내용이었다.

    첫 번째는 수소폭탄, 두 번째도 원자폭탄 급은 되지만, 일단 증거는 한 개만 채택됐다.

    게임은 끝났다.

    재환은 두 개의 증거자료 이후 감히 의원들이 청문회에서 재환을 몰아붙일 생각을 못하고, 다른 증인들만 공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청문회가 끝났을 때 재환은 기자들 앞에서 두 팔을 벌리며 포토존에 섰다.

    수십, 수백 발의 플래시가 터지는 상황에서 거대 여/야당을 모두 뒤집어 엎어버린 재환을 향해 기자들은 경외심 까지 느꼈다.

    탄핵까지 가겠다는 정국도, 특검을 바로 준비하자는 말도 순간적으로 이 빅 이슈에 모두 묻혀버렸다.

    그날밤 재환은 돌아와서 홀로 캔맥주를 까면서 담배 한 대를 물고 불을 붙였다.

    “휴우~”

    오랜만에 집안에서 한 대 피니 각별한 맛.

    그리고는 달력을 보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당분간 정치권과 안 엮일테니 일이나 계속 해야지.”

    그 말대로 더 이상 재환이 국감 청문회에 오는 일은 없어졌고, 검찰청 소환 등의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재환은 계속되는 ‘국정농단 최순혜 게이트’속에서 뉴스가 그런가 보다 식으로 강건너 불구경에 들어갔다.

    때마침 떠나기 전 ‘내 자료를 써라’라고 했던 아버지가 다시 깨어나신 다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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