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38화 (238/244)
  • 238- 청문회 자리의 톱스타(1)

    인천공항에 도착한 재환은 오랜만에 기자들이 벌떼처럼 모인 것에 대해 미소를 지었다.

    이미 저들이 무슨 질문을 할 지도 알았고, 재환은 정면으로 돌파했다.

    “회장님! 이번 국정농단 청문회에 참여하시는 겁니까?”

    “혜성그룹과 최순혜 재단하고의 관계가 있습니까?”

    “이번 청문회에 어떤 말씀을 하실 겁니까?”

    수많은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와 마이크를 들이대는 모습에 재환은 손가락을 들고 딱 한 마디만 했다.

    “진실은 밝혀집니다!”

    백번 천번 말하는 것보다도 딱 한마디로 임팩트를 준 재환이었고, 이후 기전실실과 경호팀이 그를 모시고 차에 태웠다.

    재환은 차로 가는 길에 준호에게 물었다.

    “아버니는 어떠십니까?”

    “집중치료실에 계시면서, 인지능력에 대한 조사를 하시고 계신다 합니다.”

    “뇌수술 이후에 오락가락 하신다는건가.”

    어찌됐건 빨리 치료를 하셔서 그렇게 원하시던 산좋고 물맑은 대규모 농지 선물 받으실 준비를 하라며 기다리는 재환이었다.

    혜성 산하의 경한대 강릉병원과 판교병원에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들도 광주로 파견보내서 아버지 치료에 모든 힘을 쏟게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재환은 아직 미국에서 지내고 있는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고, 화상통화를 한 다음에 손을 흔들어줬다.

    태풍 피하라고 미국에 남긴 뒤로 30개가 넘는 아파트와 별장 등을 사뒀으니 마음껏 돌아보라면서 아예 키까지 전부 넘겼다.

    재환은 그 뒤로 여러 사람을 불렀다.

    먼저 청문회를 준비하기 위해 혜성백화점 본점의 스타일리스트를 불렀다.

    그리고는 기환도 불러서 필요한 소품이 몇 개 있으니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재환이 돌아온뒤로 여기저기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그래서 이틀 뒤에 참여하는게, 나랑, 현규랑··· 음음, 대현형님이랑, 정목균 회장님, 대화의 김승열 회장님··· 그렇구만.”

    이미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 청문회’라는 이름으로 국감에 들어갔고, 그동안 최순혜 재단 임원들, 청와대의 간부들, 그리고 이번에는 재벌 기업 총수들에 대한 부름이었다.

    재환은 내일 모레를 위해 자료를 준비했고, 거기에서 폭탄을 터트릴 준비가 되었다.

    ***

    그리고 모두가 기다리던 바로 그 재벌총수 청문회.

    다함께민주당은 이번 게이트로 인해 국감증인으로 온 재벌 총수들 모두 털어버리고 ‘청문회 스타’를 준비하는 중진급 의원들이 한가득이었다.

    이런 국가적인 스캔들에서 자신들이 나서서 정권을 잡으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재계의 총수들이 모인순간 기다리던 기자들은 미친 듯이 플래시 세례를 했다.

    아마 톱스타들이 모이는 영화제의 레드카펫에서도 이 정도의 기자들은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각자의 세단, 그리고 자동차 뒷좌석에서 나오는 굳은 얼굴의 재계 총수들이었다.

    그리고 흰색과 검은색의 세단 속에서 웬 아메리칸 머슬카가 하나 나타났다.

    이런 무거운 자리에서 웬 할리우드 스타일의 스포츠카가 등장하는지 모두가 어리둥절하면서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때, 직접 운전을 한 재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

    굉장히 충격적인 비주얼이었다.

    다른 재벌 총수와 다르게, 단정한 가르마가 아닌 며칠전에 한 웨이브 펌.

    거기에 명품 선글라스를 끼고, 옷차임은 순백색의 정장에 코발트블루의 와이셔츠, 다이아가 박힌 넥타이 핀. 거기에 앞주머니에는 흰색 정장에 대비되는 무지개색이 행거치프가 있었다.

    재환이 조용히 선글라스를 벗자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그리고 재환은 손을 흔들면서 거기에 반응해줬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국가적인 스캔들로 이것을 스마트기기로 보고 있던 국민들 역시도 저게 뭐냐면서 아연실색했다.

    그 속에서 다른 재벌 총수들은 유독 튀게 입은 재환을 향해 굳었던 얼굴이 풀렸다.

    “할리우드 레드카펫 왔니?”

    “승부용 정장이라고 말해다오.”

    “원래 정신나간 놈인건 알았는데, 제대로 미쳤구나.”

    “그래요? 막상 생방송 들어가면 다를 겁니다.”

    재환은 미소를 지으면서 청문회 스타를 노리는 그 당의 정치인들과 한 바탕 뒤짚어 엎을 계획을 마쳤다.

    ***

    청문회를 준비하는 국회의원들도 웅성거릴 정도의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재환.

    그리고 차례대로 한 명씩 청문회를 하고, 처음부터 쩔쩔매는 최대현, 그리고 뒤이어서 그동안의 삼신전자의 정치권 의혹에 대해 무섭도록 추궁받는 현규.

    그리고 재환은 느긋한 얼굴로 바라봤다.

    특히 첫 포문을 연 구로갑 지역구의 다함께당 국회의원 박현성이었다.

    앵커 출신으로 국회에서 이름난 여성의원이었고, 과거부터 삼신저격수, 재벌저격수라는 이름으로 유명했다.

    [흠, 흠. 다음은 혜성그룹 신재환 회장님에게 질문하겠습니다.]

    “네, 하세요.”

    이제 재환의 차례가 되었을 때, 모두가 주목했던 그 옷차림부터 지적했다.

    [단군 이래 최악의 국정농단으로 여겨지는 본 청문회에서 신 회장님께서는 옷차림부터가 굉장히 특이합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일부러 그러신 겁니까?]

    재환은 그 질문에 그녀의 옷차림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는 의원님께서도 평소처럼 검은 정장이 아닌 파란색 정장을 입으셨네요? 당의 색깔과 맞추신 겁니까?”

    [···질문을 한 것은 저입니다.]

    정치인들의 말대로 이건 어그로였다.

    아마도 지금 실시간으로 인터넷에서는 혜성그룹 회장의 패션만 언급될 것이다.

    언제나 ‘드레스 코드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는 강조를 했지만, 이미 이 자리에 온 이상 상호 비존중으로 나가려고 했으니 말이다.

    [다시 신재환 회장님께 묻겠습니다. 현재 자산이 얼마나 되십니까?]

    “일일이 확인은 안 했지만, 22조 정도 될 겁니다.”

    [처음 혜성그룹을 물려받으셨을 때, 상속세를 얼마나 내셨습니까?]

    “그 당시 기록 세웠을겁니다. KS그룹의 720억을 넘은 천억대 상속세가 나왔습니다.”

    [그 이후 회장님의 재산과 혜성그룹이 성장하기 까지 수많은 인수합병과 사업규제 해지가 있었는데 이걸 누가 해주신 겁니까?]

    노골적으로 이상명-박근희 정권 시절 탑5에 올라간 혜성그룹을 저격한 말이었다.

    하지만 재환은 그런 얄팍한 수에 속지 않는다며 대답했다.

    “일일이 기억한다면, 역시 김대준-노현우 대통령때 발을 묶는 규제안이 많이 풀렸었죠.”

    [진심으로 하시는 말입니까? 그 동안 10조원대의 혜성그룹이 320조의 대재벌이 될 때까지는 특정 정권때 성장이 있었는데요? 이 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저는 이 자리에서 기업의 성장을 정권따라 규제해야된다는 말 같아서 다음 정권때는 적당히 성장해야겠습니다.”

    순간적으로 다함께당 의원들 말고 다른 당의 의원들의 웃음소리가 퍼졌다.

    거기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박현성의 얼굴이 화끈거렸고, 그 속에서 정숙을 요청하는 위원장의 외침이 있었다.

    결국 처음부터 혜성의 성장세와 전~현직 정권과의 유착에 대해 논하려던 첫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뒤로 다시 차례대로 이야기 하는 와중에 이번에는 경기도 오산시 지역구의 석안민 의원이 싱글거리며 재환에게 질문했다.

    역시 국감의 스타라는 칭호로 유명했고, 상대방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토론에서 승기를 잡는 스타일의 정치인이었다.

    [먼저 옷차림이 굉장히 멋지다는 이야기를 드리겠고요. 제가 질문하겠습니다.]

    “네.”

    재환은 그러면서 슬쩍 소품을 꺼냈다.

    남들이 다 손목시계를 찰 때, 기환이한테 얻어오고 혜성시계의 역작중 하나인 ‘강철의 연금술사’ 회중시계.

    그것을 찰칵 열면서 시간을 보는 장면은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최순혜에 대해 아십니까?]

    “잘은 모르는데 나라에 큰 죄를 지었다는 건 압니다.”

    [아~ 지금 모르신다고 하셨습니다?]

    “앞에 잘은 이라는 단어도 붙이세요.”

    말꼬투리 하나도 안 잡히겠다는 재환의 반응에 석 의원 역시도 ‘만만찮은 놈이다’라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증거는 다 다함께당 쪽에서 잡고 있었다.

    [자, 제가 아주 재미난 사진을 최근 공익제보로 받았습니다. 이 사진을 촬영하여 진실이 국민 앞에 나오게 해주신것에 감사드리며, 자료 올리겠습니다.]

    석 의원이 스크린에 비춘 상황에서 보인 것은 신사동 최순혜 자택에서 나오는 재환이었다.

    하지만 재환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어디서든지 도촬이 있을거라고 예상은 했고, 그 또한 준비하고 있었다.

    [자~ 여기서 나오시면서 의전을 받고 가시는게 신재환 회장님 맞으시죠?]

    “네, 그렇네요.”

    [국정농단의 주범의 집에 들어가시고, 거기서 많은 대화를 하고 나오셨네요? 여기에 대해 한마디 해 주시죠.]

    꼬리를 제대로 잡았다고 여긴 다함께당 의원들이 미소를 지었고, 석 의원 역시 ‘내가 혜성을 거꾸러트렸다!’라는 싱글거리는 웃음이었다.

    [국민 여러분이 이 방송을 보시겠지만, 혜성그룹 회장님은 최순혜를 모르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재환은 거리낄게 없었다.

    “자, 자꾸 다함께당 의원들이 잘은 이라는 말을 빼고 왜곡하는데, 그 또한 국민여러분들이 보실겁니다.”

    재환은 확실하게 정정하면서 그 상황에 대해 별거 아니란 투로 말했다.

    “저때 딱 한 번 봤어죠. 역시나 돈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서 나랏일을 위해 세계에 한국을 알릴 마케팅 비용하고, 재단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더군요.”

    [아, 거기에 대해 돈을 주시면 대가를 받고요?]

    “돈을 안 줬는데, 무슨 대가 이야기가 나옵니까?”

    [아~ 만나기는 했지만, 돈은 안 줬으니 문제 될게 없다? 국정농단 주범의 집에 가서 말이죠.]

    “의원님도 뇌물수수 받아서 잘린 국회의원들 수시로 만났으니 조사하면 문제될게 생기나요?”

    재환의 말에 불쾌한 얼굴을 가진 석 의원이 다시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주어진 시간이 끝났다.

    그리고 야당은 곧바로 타겟을 바꿨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다른 재벌 총수들은 어떻게 몰아붙인다 해도 계속 재환의 페이스에 말리고 있어서 오히려 자신들이 역공을 당하고 있었다.

    이쯤 돼서 정치짬밥이 높은 인물이라면 차라리 재환을 배재하고 다른 총수들에게서 국정농단에 대한 비리를 잡아내면 되겠지만, 생방송중에 옷차림부터 저렇게 튀는 인물이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일부로 피하는 것도 못했다.

    게다가 재환은 슬쩍 옆에 있는 현규나 대현에게 힌트까지 주고 있어서 더욱더 이 청문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결국 그 상황에서 나선 것은 당대표이면서 전 국무총리였던 이현찬이었다.

    이번 게이트를 어떻게든 전국민의 관심사로 끌어올려서 선악의 구도를 완벽히 만들려고 했는데, 계속 초를 치는 재환을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다함께당의 세종 지역구 이현찬입니다. 혜성그룹 회장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네.”

    [그동안 한국 경제는 수많은 대기업들 위주의 성장을 해 왔고, 혜성그룹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네~”

    [그 와중에 정치권과의 유착을 위해서 만든 조직이 경제인연합회. 약칭 경제련입니다. 그리고 혜성을 포함한 여기에 있는 모든 경제련 소속된 총수들께서는 우익단체 등에 지원을 하셨지요?]

    “그런 기사를 보긴했습니다.”

    [그 돈이 전부 경제련의 총수들 주머니에서 나온게 아닙니까? 이 또한 뇌물로 여론조작을 한 것 아닙니까?]

    이현찬은 경제련으로 묶어서 재환을 공격했다.

    그리고 이건 육공회 내부에서도 들은 이야기고 재환은 기권표 던지고 나갔지만, 확실히 드러난 일이다.

    그 상화에서 재환은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뇌물 여론조작을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혜성은 경제련 탈퇴할까 합니다.”

    [꼬리 자르기를 하시겠다고요? 국민들이 그걸 넘어갈 것 같습니다.]

    “판단은 하시겠죠.”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닐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정치권 인사들과 최순혜 일당의 로비스트들이 경제련 출신의 회장님들을 포섭하기 위해 접근한 증거자료들이 여기 있습니다.]

    이현찬이 자료를 보이자 재환 외에도 참으로 많이도 만난 자료들이 보였다.

    하지만 거기서 아주 재미난 자료가 있었다.

    [양평 L골프장 기억납니까?]

    “라운딩 몇 번 했습니다.”

    [그럼 춘천 R골프장은 어떻습니까?]

    재환은 여기서 바로 카운터를 날렸다.

    “네, 아주 잘 아는 곳이고, 거기서 정치권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특히 대선 전에 문 후보 잘 부탁드린다면서, 전 총리 출신이 오셔서 주스까지 주셨죠?”

    춘천 두성그룹 산하의 골프장에서 이현찬을 만난 이야기를 불자 순간적으로 그 역시 눈이 흔들렸다.

    [그 이야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지금 이 날짜에 경제련 총수들이 모여 그곳에서 최순혜 일당을 만났냐고 물은 겁니다.]

    “기억이 없네요. 의원님 만난 기억은 있는데, 그럼 의원님이 최순혜 일당이세요?”

    [저, 저런!]

    다시 한번 엄숙해야 할 청문회장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번에는 기자들까지도 일부 빵터져서 실시간 국민들 반응이 궁금할 정도였다.

    더 이상 다함께당이 못 건드리자 새나라당은 쾌재를 부르면서 재환을 감쌌다.

    정말 이번 청문회 최고의 복덩이라고 할 수 있고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스무스하게 이 일을 넘기려 했다.

    [새나라당의 김천 지역구 최성환 의원입니다. 먼저 지나치게 희화된 청문회 자리를 정치인으로써 사과드립니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국정농단 청문회에 대해 말했다.

    그는 전형적인 대통령의 사람이었고, 적당한 질문 하나로 시간을 끌어 이번 국감을 끝낼 셈이었다.

    [신 회장님께서는 최순혜에 대한 금전 요구를 들었지만, 거절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방금 말한대로 한 푼도 준 적 업습니다.”

    [그렇다면 참고인으로 오셔도 할 말은 없겠군요. 단군이래 최고의 게이트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무고한 사람도 많은 자리겠네요. 그렇죠?]

    “네.”

    [이번 일에 게이트라는 이름까지 붙였는데,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경제련에 소속된 신 회장님께 묻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재환이 완전히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한 새나라당.

    하지만 재환은 그 자리에서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할 말이 뭐 있습니까? 노골적으로 최순혜가 재단에 돈 달라고 했고, 거기에 알선해준다는 여당 출신 의원들하고, 청와대 인사진 리스트가 저한테 있는데요.”

    [!!!!!!]

    이 순간 국감장은 물론이고, 이걸 보고 있던 국민 모두가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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