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37화 (237/244)
  • 237- 게이트가 열렸다.

    재환은 열흘 만에 깨어난 아버지를 찾아왔다.

    “제가 누군지 아시겠어요?”

    “···재환이.”

    “여기가 어딘 줄은 아시고요?”

    “광주에서 쓰러졌는데··· 여긴 어디 병원이야? 김 박사··· 찾았는데···.”

    힘겹게 말하지만 인지능력은 90% 이상 정상에 가까운 희경을 향해 재환은 손을 꼭 붙잡았다.

    “여기 전남대병원이에요. 앞으로 재활까지 집중치료 하실 거고요.”

    재환의 말에 희경은 힘겹게 미소를 짓고는 아들을 가까이 다가오라고 했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잘··· 해보거라.”

    재환은 말없이 아버지께 인사를 하면서 의사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 광주에서의 짧은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갔다.

    재환은 오늘의 육공회 모임을 가족들 다 보낸 집으로 초대해서 말했다.

    술은 최소한, 그리고 안주 역시도 대충 만든 상태에서 먹으면서 들으라고 말했다.

    “조만간 나라 뒤집힌다.”

    “뭐?”

    “저 놈이 어디서 또 이상한 이야기를 듣고서···.”

    이미 혜성의 집안이야기는 다 아느라 위로하러 왔더니만 뜬금없는 말을 하는 재환을 보고 다른 멤버들이 의문을 가졌다.

    재환은 그 상황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최순혜, 창조문화재단, 정은규, 지금 대통령.”

    “!”

    “억!?”

    “흐음···.”

    모두가 그 이름을 듣고서 흠칫했고, 일부는 찔리는게 많아서 바로 휴대폰을 꺼내는 이들도 있었다.

    재환은 잔에 담긴 위스키를 벌컥벌컥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다.

    “수조원 짜리사업을 위해 넘어가자고 했지? 그거 성공하기 전에 치고 올라갈 것 같다.”

    “야, 진짜야? 어디서 들은 소스냐?”

    “젠장할! 어디서 보도가 되는거죠?”

    특히 가장 신경쓰는 것은 대현과 선길, 그리고 내색은 안하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초조해하고 있는 현규였다.

    재환은 거기에 대해서 어깨를 으쓱거리고, 모아놓은 관련자료들을 돌렸다.

    “거기에 있는거 박 대통령하고, 최순혜 재단하고 10년 족보야. 댁들의 정치자금 규모에 대해서는 안 말할게.”

    재환은 그것을 모두 돌리고서 여기 있는 대재벌들 육공회에 대해 말했다.

    “실시간으로 신경써야 할거야. 빠르면 오늘 밤이라도 각각 법무팀들 소집하고 알아서 살 곳 만들어라.”

    재환이 그렇게 말하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육공회였다.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발밑의 폭탄인데, 적어도 존재 자체는 알려졌으니 각자도생을 하자는 재환의 제안에 눈치 빠른 오너들은 확실히 움직일 준비도 했다.

    “그나저나 어째야 되는거냐? 막말로 여기의 존재가 밝혀지는 순간 우리 다 끝나는거 아니냐?”

    대현의 말에 확실히 저 게이트때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바친 KS가 위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환은 이미 미리 대비했고, 중간에 끼어든 ‘야당의 아킬레스건’까지 잡아뒀기 때문에 그 카드를 어떻게 쓸지 생각하다가 말했다.

    “일단 먼저 하나를 잡긴 해야지. 이름은 있지만, 없어도 아쉬울게 없는 존재를.”

    “그게 뭔데?”

    “뭘 희생양으로 잡자는 거지?”

    다른 오너들의 물음에 재환은 그것에 대해 말했고, 모두가 움찔하면서도 심각한 얼굴로 ‘그것’이 정말로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지 향후 논의를 했다.

    그리고 오늘만큼은 정말 즐거운 술자리가 아니라 서로가 살기 위해서 빠져나갈 자리를 잡는다.

    그렇게 자정까지 서로 토론을 하다가 이제 각자의 증거자료를 가지고 각 법무팀과 비서실로 향하는 오너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현규였다.

    삼신전자는 압도적인 규모에서, 거기에 바친 ‘헌금’문제도 상당했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보다도 압도적으로 준비할게 많았다.

    재환은 그 상황에서 조용히 힌트를 줬다.

    “보도하는 방송국은 아마도···”

    “음?”

    “STBC가 유력하지.”

    “···진심이냐?”

    거긴 다름아닌 삼우일보의 산하이고, 삼신가의 사돈 기업이었다.

    현규에게 있어 그 회사의 회장이 바로 외삼촌이고, 이것만 알아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었다.

    “자, 한 번 각자 피할수 있는 길을 만들어보자고.”

    “고맙다. 내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

    “그건 돌아올 때 이야기지.”

    두 친구는 악수를 마쳤고, 재환은 그 외에 남은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역사는 흐르겠지. 근데 몇몇은 좀 고꾸라질거야.”

    ***

    [네 이번 보도는 국민 여러분께서 조금 충격적으로 느끼실 수 있는 소식입니다. 정부에 아무런 직책이 없는 인물이 청와대를 오가면서 정부 인사에 개입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

    [STBC의 단독 보도입니다. 오늘은 수수께끼의 청와대 비선실세의 태블릿PC를 입수하여 그곳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인사채용과 정치자금에 대한 비리에 대해 보도합니다.]

    현규에게 미리 귀뜸을 해줬는데도 도저히 사돈댁을 막아내지 못했는지, 단독 보도의 이름으로 기사가 터져나왔다.

    순식간에 포털 사이트에서는 실시간 검색어로 ‘태블릿’과 ‘비선실세’에 대한 이야기가 마구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전화통은 불이 났는데, 그 중에서도 올라온 것은 현규였다.

    [다들 미안합니다. 어떻게든 보도 지연을 하려 했으나 그랬다간 삼우일보 언론사 자체가 날아가게 생긴 상황이었어요.]

    그동안 국내 1.2위를 차지했던 언론재벌인데, 이런 이슈를 사돈이 강제로 막으면 언론의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고 생각한 결단.

    덕분에 외삼촌 회사의 보도로 조카가 곧 피를 볼 상황이 될 것이다.

    재환은 거기에서 일단 카톡방부터 폐쇄하자고 한 다음 일일이 그때의 기록들을 캡처해서 따로 비밀 폴더에 담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기전실장을 불렀다.

    “회장님, 이게 대체···.”

    이미 소수만 알고 있는 최순혜의 존재가 드러났으니, 이제는 거기에 대비할 내용이었다.

    “미국 출장좀 안내해주세요.”

    “네?”

    어차피 이제 보도 시작하고, 국정감사 갈때까지는 한 달여 기간동안의 시간이 있다.

    시간은 재환의 편이었고, 때마침 노스캐롤라이나의 자동차 공장에서 큰 산업이 있으니 마침 갈 일도 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의 초청장입니다. 메일로 한 장 보냈으니 이걸로 보도하면 뭐라고 할 여론도 없겠죠.”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럼 그 동안의 저희는···.”

    “신경쓸게 있나요?”

    “네?”

    회장이 떠나는데, 거기에서 최순혜 관련 문제에 대해서 재환은 신경 쓸게 없다는 듯이 말했다.

    “자! 우리는 돈을 낸 적 없습니다. 한번 만난적은 있으나 명예회장님이 쓰러지고 투자계획은 미뤄졌고, 거기에 대해서 장부? 아무것도 없어요. 증거라면 구두논의인데, 그걸 증언할 사람? 여기 뉴스에 나오네.”

    확실히 이런 말 하면 안되지만, 절묘한 상황에 병환에 든 명예회장님 덕에 혜성과 최순혜 일가가 금전거래를 하는 일은 0도 없게 되었다.

    “일하러 가는거예요. 특히 주지사가 보는 앞에서 사인할게 많으니 말이죠.”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 정도면 대외적으로 보도는 그렇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재환은 말 나온 김에 가족들에게도 연락을 했다.

    ***

    얼마후 특등석에서 재환 일가가 모두 비행기에 타서 미국으로 향했다.

    “학교 안가고 미국이라니! 가서 뭐 보는건데요?”

    아들의 물음에 재환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요새 학교 생활은 재밌어?”

    “그냥 뭐, 우리 집안 알고서 뭐 사달라는 애들만 잔뜩 있죠.”

    “허어, 그래서?”

    “아빠 말대로 했죠. 말은 줄이고 지갑은 열라고.”

    애를 너무 조숙하게 키웠나 싶었다.

    이제 11살인 애 입에서 나오기엔 조금 그렇지만, 재환은 피식 웃으면서 딸도 바라봤다.

    학교 입학 전에 이미 아무것도 모르고 좋다고 방방 뛰는 아이.

    그리고 재환은 미연에게만 했던 말을 다시금 상기시켜줬다.

    “할 수 있겠어?”

    “후우, 제가 어떻게 이야기는 해 보겠지만···.”

    그동안 들은게 있어서, 부모님 대화할때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아들딸들.

    재환은 그 상황에서 미연에게 속삭이면서 그렇게 길지는 않을 거라고 이야기 해줬다.

    ***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더글라스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수많은 주재원들과 임원들이 재환을 맞이했다.

    “아빠 일하고 온다!”

    “잘 다녀오세요.”

    “이따가 뵈요!”

    자식들 앞에서는 웃으면서 나간 뒤로 재환은 일을 시작했다.

    임원들의 안내를 받고 공장까지 향하던 재환은 혜성자동차 미국법인의 백만규 사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원표 부회장이 어제 메일을 보낸 것 확인했습니다.”

    “내가 비행기 안에 있을 때, 미국 법인 임원들도 다 알게 하라고 했으니까요.”

    “공장에 도착하면 신형 생산설비에 대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백만규 사장은 그 이후의 이야기도 말했다.

    “애쉬빌의 그곳 역시도 준비했습니다.”

    “빨라서 좋군요.”

    재환은 한국 내에서 난리가 나고 있는 게이트의 상황 속에서도 태연하게 일을 했다.

    어차피 외신에서 찔끔 등장해 지금은 모든 기사가 다 묻히겠지만, 기자들과 사진도 같이 찍히고 신임 주지사인 윌슨 모랄레스는 혜성자동차와의 관계를 매우 중요시여겼다.

    재환은 이번에 노스캐롤라이나에 공급하기로 한 버스의 생산라인을 보고 흡족했다.

    미국 내에서 노란색의 스쿨버스는 어린이들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엄청난 내구성에 안전을 중시한 제품이었다.

    그런데 그런 장갑차와 같은 스쿨버스를 전기 동력으로 움직이는 친환경 버스, 그것도 기존의 디젤 스쿨버스에 버금가는 안전성 테스트를 마쳐서 저소득층 공립학교에 혜성자동차가 무료 기증을 했다.

    이로 인해서 주지사의 초대를 받은 재환이고, 미국에서 정치권 인사들의 초대를 받아서 강연까지도 몇 개 잡히게 되었다.

    그동안 와이프와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그냥 학교와 유치원 빼고서 미국여행에 빠져 있고, 재환은 그 상황에서 발로 뛰고 있었다.

    ***

    그리고 얼마 후 더욱 국내에서 불이 붙어 올라 최순혜가 귀국 이후 긴급 구속되었다.

    재환은 그 상황에서도 여전히 미국에 있었다.

    이후로 국정감사 청문회가 열리고, 경제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수많은 기업 총수들이 청와대 관계자들과 같이 줄줄이 소환 요청을 받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미국에 있는 회장님에 대한 보도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음, 네. 저도 보고 있어요.”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서 국내 기사들은 다 꿰고 있는 재환.

    그리고 현재 육공회 중에서 삼신전자 이현규가 소환되고, 이후 아성차그룹, 샤를로트 그룹, KS그룹, GH그룹이 줄소환된다는 말을 들은 재환.

    그는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했고 반응에 대해서도 알았다.

    “미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모습 보도하는데도 그렇다 이거죠?”

    [그렇습니다. 저희가 계속 시간을 끌겠지만···]

    “아, 됐어요. 어차피 정리할 건 다 했으니 슬슬 한국 돌아가야죠.”

    [회, 회장님.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떠나기 전에 말했죠? 우린 그쪽에 0도 낸거 없습니다.”

    재환은 전혀 피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미국으로 출장 간 것을 두고서 ‘미리 알고 일 문제로 도피한 것 아니냐?’라는 기사가 몇몇개 나왔지만, 역으로 ‘어려운 시국에 해외에서 사업하는 기업인을 건드리지 마라!’ 라는 분위기가 팽팽했다.

    “역시 평소에 착하고 살게 볼 일이야.”

    다른 대기업들 보다도 유독 쉴더들이 많은 혜성그룹을 보고서 재환은 통화를 마친 뒤 같이 식사를 하던 인물에게 사과했다.

    “식사 중에 전화라니, 굉장한 실례를 범했습니다. 미스터 트럼프!”

    “으하하하! 우리 사이에 무슨!”

    재환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미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도널드 트럼프의 초대를 받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메리칸 스타일로 두툼한 스테이크를 제로 콜라와 같이 먹으면서 기분좋게 사진을 찍은 재환.

    그리고 한국에 일이 있으니 정리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인데, 정치 스캔들에 기업인을 부르는거지? 비선이 뭐요?”

    “뭐, 쉽게 말하면 미국에서 네오콘 같은 존재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비리 스캔들이 벌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허어~”

    “근데 문제는 무자격자가 그 사이에 낀거죠. 로비스트란 이름으로.”

    “으흠~”

    재환은 그럴 일이 있다면서 대략적으로 설명해주고 트럼프와 약속했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신다면 꼭 한 번 더 이 스테이크를 대접해주시기 바랍니다.”

    “하하핫, 그때는 내가 백악관에 초대해서 진정한 비즈니스 이야기를 해야 되지 않겠소? 시애틀과 노스캐롤라이나 말고 공장 두세개는 더 미국에 지어줘야 할거야?”

    “물론이죠.”

    재환은 차기 아메리칸 황제와 악수를 나누고, 사진도 같이 찍으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탔다.

    아이들과 와이프는 남겨두고, 미국 내에서 홈스쿨링을 알아보라고 했는데 다행히 설득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단신으로 가서 이제 국정감사고 여당이고 야당이고 다 찢어버릴 준비를 완벽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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