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32화 (232/244)
  • 232- 별 옛날물건을 파는 회사.

    재환은 이사회를 소집해 신임 혜성전자 대표이사에 대해서 누가 좋을지 논의했다.

    그리고 많은 지지를 받은 이는 이기남 연구실에서 같이 일했던 인물이었던 김상규 음향사업부 사장, 그리고 서은욱 모바일사업부 사장 등이 후보에 올랐다.

    재환은 전임자를 보좌한 개발자와 신사업의 전문가라는 커리어를 가진 둘 중 어느 쪽이 좋을지 회의 속에서 과감하게 서은욱으로 결정했다.

    혜성전자 부회장 자리에 임명된 서은욱은 재환과의 면담 속에서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말했다.

    “열심히 해 주세요.”

    “네, 회장님.”

    “일단 기존의 파운드리 경쟁을 위해서 공장 설립건부터 움직이신다고 하셨고, 그 뒤로 바로 유럽 법인 출장까지 좀 바쁘겠네요.”

    “회장님과 전임 부회장이 준비한 기획에 대해 제가 잘 이끌어보겠습니다.”

    “네, 그래요.”

    재환은 가벼운 격려를 해 주면서 그를 돌려보냈다.

    그 이후 하반기 인사개편에 대해서도 준비했고, 액면분할된 혜성전자의 주가 관리 역시도 틈틈이 신경썼다.

    그렇게 재환이 이것저것 다 하는 자리에서 그는 다른 쪽의 업무들도 확인했다.

    그러던 중 뭔가 재미난 것을 하나 발견했다.

    “흐으음?”

    재환은 그 기획안을 보고서 뭔가 재미난걸 발견했다.

    그리고는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그것을 보고서 미소를 지었다.

    ***

    얼마 후 재환은 홀로 동대문 풍물시장에 왔다.

    후줄근한 차림의 노인들이 동묘 잎대에 길바닥에 자리를 깔고 옛날 물건등의 잡동사니를 팔고 있었다.

    재환은 20년 전에나 쓰일법한 흑백폴더폰이나, 전화기, 구제 의류 등의 물건이 있었다.

    “흐으음. 이건 얼마죠?”

    “2만원만 주슈.”

    재환은 지갑을 열어 바로 구매했고, 그 외에도 추억의 물품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둘러보며 아이 쇼핑을 했다.

    준호는 ‘갑자기 왜 저러시나?’하는 얼굴이었지만, 일단은 묵묵히 뒤따르면서 그 쇼핑을 바라봤다.

    동묘앞 일대를 돌면서 재환이 건져낸 것은 작동이나 될지 모르겠는 옛날 타자기, 그리고 80년대 쓰이던 다이얼 전화기, 그리고 한때는 10만원대 육박했던 16비트 게임기 등이었다.

    그것들을 챙기고서 트렁크에 담은 재환은 차에 타며 말했다.

    “여자들이 앤틱 가구 모으는 이유를 알 것 같네. 은근히 옛날 디자인이 괜찮은게 많다니까.”

    “회장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이런 물건들을 좀 더 찾아보려고 하는데, 신설동 풍물시장 한 번 가 봅시다.”

    “알겠습니다.”

    동묘앞에서 바로 신설동으로 향한 재환은 3층으로 이뤄진 풍물시장에서 추억의 물건들을 보고 충동적인 구매를 계속했다.

    1층 일대에서 클래식 물건들을 구매하고, 올라가다가 옛날 공중전화기, 그리고 고서점의 책들을 보면서 그걸 기전실장에게 챙기게 했다.

    재환은 그러면서 시장 내부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재미난 제안이 혜성유통에서 있었어요.”

    “네? 어떤 재미난···”

    “코멧닷컴에 특별전으로 레트로 스타일로 된 전자기기들을 판다는 이야기였죠.”

    “아···.”

    ‘응답하라 시리즈’라는 엄청난 히트 프로그램으로 인해, 97년, 94년, 그리고 곧 방영할 1988년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덕분에 스마트폰 이후의 정보화 시대에, 아날로그 방송의 종료로 인해서 첨단을 달리는 기술력에 복고풍의 옛 물건들이 유행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전자가 아니라 유통에서 나온 말이라길래 시큰둥 했는데 말이죠. 특별전시전이라는 말에 뭔가 흥미가 느껴졌네요.”

    “아, 그래서 오늘 풍물시장을 둘러보시는 겁니까?”

    “네, 가격대는 대충 알아야 될것 말이죠.”

    재환은 그 제안에 대해서 한 번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기로 했다.

    그동안 전자회사를 운영하면서 디스플레이 쪽은 대부분 삼신제를 썼고, TV에 대해서도 그쪽 분야는 아예 진출을 안했었다.

    하지만, 이번 이벤트의 당락에 따라서 한 번 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육공회 쪽에서의 반응도 겸사겸사 확인하고 말이다.

    ***

    재환은 육공회 모임에서 중대 발표를 했다.

    “우리 TV 팔려고 한다.”

    “···.”

    육공회 멤버들은 혜성의 추가 사업에 대해서 말이 없었고, 현규는 안경을 고쳐 쓰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재환은 그러면서 자신이 준비하는 그 TV 모델을 멤버들에게 보여줬다.

    “원가를 절감해서 OEM 방식으로 만드는건데, 이거 준비하느라 디자인 팀이 꽤나 고생했다.”

    “혜성이 TV사업이라. 흐으음.”

    다른 멤버들은 어쨌건 디자인 한 TV를 한 번씩 바라봤고, 그들은 염려하다가도 눈이 커졌다.

    “···뭐야 이거?”

    “우리 회사 차기작 TV”

    “···60년대에서 왔냐?”

    진용의 말에 다른 오너들도 한번씩 돌려봤고, 마지막으로 현규가 그것을 보자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다가 미소를 지었다.

    “이걸 만들어 판다고?”

    “엉.”

    재환이 선보인 것은 그 옛날 브라운관 TV의 디자인이었다.

    게다가 때가 어느때인데 얇은 디스플레이 경쟁속에서 육중한 불륨을 자랑했다.

    말 그대로 ‘60년대에나 먹힐’ 다이얼 돌리는 방식의 구형 TV였고, 순간적으로 삼신과의 또다른 사업 충돌을 염려했던 멤버들은 오히려 웃으면서 분위기를 올렸다.

    “이벤트인가 보구나.”

    “그런거지.”

    “하긴 뭐 레트로 스타일이 요새 여기저기 보이긴 하더라.”

    추후 엄청난 경쟁상대가 될 줄 알았지만, 사실은 레트로 붐에 편승해서 특별전 식으로 파는 이벤트라고 하니 그거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오너는 없었다.

    게다가 현규 역시도 괜찮은 OEM 협력사들 알려주겠다면서 정보를 제공했다.

    그리고 재환은 내친김에 여기 있는 멤버들을 향해 설문 조사를 했다.

    “이번에 내가 풍물시장에서 산 것들이거든? 아예 레트로 가전제품 전시전을 하려고 하는데 뭐뭐 좋을지 한 마디씩 해 줘봐.”

    하나의 이벤트가 되어서 움직이자 각각 아이디어가 나왔다.

    “선풍기 어때? 딱 그 옛날 파란날개에 은색 테 말이야.”

    “그거 괜찮네.”

    “요새는 전기오븐 쓰는데 없지? 에어프라이어 때문에.”

    “오케이 오븐 채택.”

    “옛날 물건 하면 게임기가 제일이지. 요새 것들은 너무 복잡해서···.”

    하나하나 말해주는게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파운드리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다른 계열사 일을 둘러보다가 나온 쾌거였다.

    ***

    “이 아이디어 올린 분이라고요?”

    “그, 그렇습니다. 회장님.”

    재환은 이번 레트로 특별전에 아이디어를 기획한 김민욱 부장을 직접 불렀다.

    올해 나이 50에 임원 승진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던, 그냥 만년 부장으로 명퇴를 준비하려던 인물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기획하시게 됐나요?”

    “그, 그게 저··· 집사람과 자식놈들 유학보낸 뒤로 혼자 살고 있는데, 요새 나오던 드라마에서 옛날 물건들이 유행하고, 그러다보니까 이걸 특별 기획전으로 올리면 어떨까 해서···”

    “그렇군요.”

    기러기 아빠 출신에 혼자 살던 만년 부장이 컵라면 먹고 TV를 보다가 느낀 아이디어.

    다만 재환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재미나 보이는 사업이었고, 어찌보면 회장의 기행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이걸 한 번 진행해 보기로 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전적으로 지원을 해 드리죠. 타 계열사하고도 협조를 해서 좋은 사업으로 이끌어가 주세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회장의 OK사인이 떨어지자 김 부장은 넙죽 인사하면서 기획안을 가지고 돌아갔다.

    ***

    “지난번에 그 잡동사니들이요. 깨끗하게 닦는 데 얼마나 시간 걸렸는지 몰라요.”

    “그래도 저렇게 보니까 장식품으로는 좋네.”

    재환은 서재에 놓인 클래식 라디오와 다이얼 전화기를 보고, 꽤 맘에 들어서 사진을 찍었다.

    처음에는 와이프가 ‘어디서 잡동사니를 그렇게 가져왔냐?’ 라고 말했지만, 막상 하나하나 가구 장식용으로 사용됐고, 내친김에 부부가 이태원 가구거리에 가서 거기에 맞는 앤틱 가구들까지 구매했다.

    “이게 확실히 고물과 레트로, 앤틱은 종이 한 장 차이라니까?”

    재환은 이 사업은 자신의 흥미로 시작했지만, 꽤 먹힐거라는 것을 확신했다.

    물론 오래 갈 사업은 아니지만, 단기간에 한 번 임팩트를 주기에는 충분했다.

    “코멧닷컴 키우는데도 중요하겠고 말이야.”

    그동안 전자와 자동차에만 신경쓰느라 유통 쪽에 대해 너무 소홀했고, 오픈마켓의 성장세에 비해서 아직까지는 국내 1위라는 타이틀 외에는 해외에 잘 어필이 안 됐다.

    재환은 그것을 위해서 한 번 움직이기로 했다.

    ***

    “흐으으음.”

    각종 중소기업 공단을 찾아서 수출용 가전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들에게 OEM으로 만든 제품들을 살펴봤다.

    혜성전자의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레트로 스타일’로 최대한 만들어낸 물건들은 최종적으로 재환이 가동해보면서 테스트를 했다.

    그중에서도 재환이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선언한 TV는 18인치로 지금의 제품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작았다.

    딸깍-

    재환이 스위치를 올리자 6080년대의 디자인에서 UHD의 화질로 방영되는 TV였다.

    “크~ 이거지.”

    재환은 내친김에 기환에게 부탁해서 만든 ITD의 명작 게임기 16비트 패미컴을 라이선스 생산해서 한번 돌려봤다.

    순식간에 80년대 후반의 감성을 느낀 재환은 그 외에도 냉장고, 전자렌지, 선풍기, 블루투스 라디오, 스피커 등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SNS와 유튜브로 마케팅좀 합시다.”

    “네, 회장님.”

    “그리고 각 백화점 지점에 ‘레트로 특별전’이라고 전시를 하고요. 오픈 마켓 시장에서도 팔아봅시다.”

    “알겠습니다.”

    적절한 가격대에 기능은 첨단이지만, 디자인은 옛날티가 팍팍 나는 제품들.

    ‘과연 이게 먹힐까?’ 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듯 단순 전시전만 하더라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된 혜성의 제품들이었다.

    OEM으로 만들어지고 혜성의 브랜드가 붙어있는 제품을 두고 재환은 A/S를 철저하게 대비하라고 한 다음 시판을 준비했다.

    ***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한 방송국의 시대극으로 인해 복고풍의 열기가 치솟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 특수를 누리는 기업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9시 뉴스에서 나오는 혜성전자의 ‘레트로 클래식 가전’이 나오고 있었다.

    일부는 추억으로 같은 값이면 레트로 가전제품을 산다고 하고, 젊은 층에서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왔다는 디자인 제품을 보고서 흥미를 느끼며 산다고 한다.

    미디어 특수에 노려진 단기간의 이벤트였지만, 그 효과는 굉장했다.

    “완판이라고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오픈 마켓 물량이 그 정도면··· 추가 생산을 생각해야겠네요.”

    오픈마켓 코멧닷컴에서는 원클릭 구매로 1차분이 모두 매진됐다고 한다.

    뒤이어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전시된 제품들 역시 날개돋힌 듯 팔려갔으며, 이번 프로젝트는 아주 대성공으로 끝이났다.

    그리고 재환의 단순 기행이라 생각했던 이 사업이 대박이 터지자 슬슬 혜성을 참조해서 다른 가전제품 기업들도 슬그머니 ‘레트로 전시전’을 준비하면서 해당 물건을 준비했다.

    [GH전자는 과거 금화전자 시절의 클래식 제품을 복각판 판매를 검토하고 있으며, 동원전자는 과거 자신들의 모델인 냉장고의 생산설비는···]

    “부질 없는 짓이지.”

    재환은 TV를 보면서 지금부터 개발하는 순간 이미 레트로 붐은 사라질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하여 적당히 물량을 조절해서 물 들어올 때 필사적으로 노를 저은 혜성그룹이었고, 이후 재환이 예상한 대로 다른 기업들이 레트로 제품을 만들때는 그 인기가 이미 시들해진 상태였다.

    단기간에 한 사람의 제안으로 나온 이번 이벤트는 이후 혜성유통의 주가 상승과 코멧닷컴의 상장화에 충분한 밑거름이 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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