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31화 (231/244)
  • 231- 그것이 ‘의리’이니까.

    엄청난 제안이 나왔다.

    T슬레이 모터스에서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를 혜성전자에 몰아주겠다는 애런 머스크의 제안.

    그리고 그 대가는 지금 먹고 있는 소갈비찜을 좀 더 가져다 달라는 것이다.

    미연이 후다닥 달려가서 갈비찜을 더 가져왔고, 머스크는 그걸 큐브스테이크처럼 썰어서 한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 머스크.

    재환은 그를 향해 다시 물었다.

    “그렇게 쉽게 계약을 할 수 있는건가? 댁도 돌아가면 이사회와 이야기를 해야하잖아요?”

    “이사회요? 걔들은 그냥 거수기죠.”

    제왕적 CEO는 A-컴퍼니와 미시시피 inc에만 있는게 아니었다.

    “사실 휴가 즐기면서도 계속 반도체를 계산해 봤거든요?”

    “흐음.”

    “앞으로 TMC와 계속해서 안전하게 가느냐, 아니면 우리도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하나 만들어서 자급자족을 선언하거나 여러 가지 생각했는데, 그 돈이면 차라리 혜성에게 맡기는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하, 하하! 뭐가 됐든 간에 우리에겐 아주 고마운 일이지!”

    “그것이 ‘의리’이니까요.”

    “그, 그래! 역시 와튼스쿨의 의리는 영원하겠지!”

    재환은 그동안 투자 이후에는 적당히 거리를 벌리던 애런 머스크에 대한 시선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번 파운드리 시장에서 혜성전자에 대해 굉장한 선물을 줬고, 거기에 대한 보답으로 추가 투자를 해 줘야겠다.

    ‘개 그림 코인 나한테 사라는거만 안하면 계속 친구로 남아주지.’

    재환은 그 약속을 하면서 애런과 악수했다.

    그리고 그날 SNS에서는 타워팰리스 안에서 세계적인 CEO가 혜성그룹 회장 집 안에서 한식을 먹는 모습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

    다음날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혜성전자와 T슬레이 모터스의 주가였다.

    ‘머스크가 내한하고, 혜성전자 신재환 회장의 집에 초대받아 식사를 했다.’ 그게 단순히 밥 한번 먹는건 아닐테고, 사업 논의가 나올테니 큰거 한 방 터진다는 기대심리였다.

    그리고 그 큰 기대에서 재환과 머스크는 혜성그룹 본사에서 중대발표를 했다.

    “혜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T슬레이 모터스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리면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그리고 머스크 역시 웃으면서 계약 내용에 대해 말했다.

    “이번에 T슬레이는 혜성에게 ASIC(주문형반도체) 계약을 맺었습니다. 올해 4분기부터 ‘자율주행기능’을 위한 칩을 개발할 것이며, 거기에 대한 생산은 모두 혜성이 도맡을 것입니다.”

    경제지 기자들은 물론이고, 세계 주식쟁이들 입이 떡 벌어질 일이었다.

    지난번 반도체 파운드리 제국 TMC의 모리스 회장이 ‘기존 고객들과의 계약을 굳건히 하겠다.’ 면서 400억 달러 설비 투자를 약속했는데, 기존 고객인 T슬레이가 이탈하고 혜성하고 계약을 맺은 것이다.

    재환은 이번 사업에 대해 전기차 사업부에서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개발을 선언했으며, 그 덕분에 두 회사의 주가가 미친 듯이 치고 올라갔다.

    그리고 연일 치솟는 주가 속에서 한 번 더 기름을 붓는 일이 생겼으니, T슬레이와 혜성그룹이 추가 지분거래를 해서 5억 달러 규모의 딜을 만든 것이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삼신전자는 이번 A-컴퍼니와의 SOC 반도체 계약에서 50대 50의 계약의 구도를 깨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호오~”

    그 뉴스를 보고 있던 재환은 자신들이 치고 나가자 삼신도 움직인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A-컴퍼니의 ‘애플폰’은 모델에 따라 TMC에서 수급받은 반도체와 삼신전자에서 수급받은 반도체를 50:50으로 운영했는데, 내년 신규계약에서 더 나은 쪽의 기업에게 100% 몰아주기를 해주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삼신은 이번 싸움에서 질 수 없다면서 배수의 진을 쳤다.

    이것은 굳건한 파운드리 제국 TMC에게 날리는 혜성과 삼신의 원투펀치였다.

    ***

    얼마 후 재환은 혜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가져온 제안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동남아 각 나라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날밤을 새면서 필사적으로 준비한 기획안이었다.

    반도체사업부 부사장 김만욱은 긴장한 얼굴로 재환의 반응을 살펴봤다.

    재환은 조용히 보더니만 즉석에서 인터넷 검색을 해서 ‘그 나라’에 대해 살펴봤다.

    그리고는 조용히 김만욱 부사장에게 말했다.

    “그래서 최적의 공장 입지가 캄보디아라고요?”

    “그, 그렇습니다. 회장님!”

    “··· 거기는 의류공장 외에는 뭐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대다수의 동남아 국가가 그렇지만, 해외 유명 브랜드의 OEM 방식으로 돌아가는 경공업 위주의 경제로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혜성그룹에서는 의류사업부가 혜성패션으로 독립해서 혜성유통사업그룹부 내에서 많은 부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재환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회장님.]

    “김 실장, 지금 당장 곽 대표하고 회장실로 들어와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재환은 기전실장과 유통사업부 부회장 둘을 부른 다음 자리에 일어나며 피식 웃었다.

    “긴장 푸세요. 차나 한잔 마시면서 천천히 이야기 해봅시다.”

    “네, 넷! 회장님.”

    재환은 다즐링 홍차 네 잔을 시키고 티 타임을 즐기면서 새 반도체 공장 건립에 대해 뒤늦게 온 두 사람에게도 이야기 했다.

    “캄보디아에 반도체 공장을 말입니까?”

    “그렇다고 하는군요.”

    “흐으으음.”

    곽정빈 부회장은 그쪽 일대에 혜성의류 공장을 대규모로 지었던 지라 그곳을 잘 알고 있었다.

    “현재 우리 혜성그룹의 캄보디아 공장들은 이곳 시아누크빌에 있습니다.”

    캄보디아의 항구도시로 태국과 베트남 사이의 이점을 노려 무역업이 발달한 곳이었다.

    그리고 혜성과는 아주 옛~날에 인연이 있었는데, 재환이 경영을 맡기 전 그룹의 사업 중 하나였던 ‘해운업’ 맡던 시절에 항만터미널을 운용했었다.

    ‘지금은 KS해운이지. 이건 대현형님에게 이야기 해둬야겠어.’

    일단 그 일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반도체사업부에서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올라온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곽정빈의 말에 김만욱은 팜플렛을 돌리며 하나하나 설명했다.

    “먼저 동남아 공장을 두고서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둘 중 한 곳을 선택했습니다. 그 이유는 일단 혜성유통사업부에서 그룹의 인지도를 올렸기에 입주가 상대적으로 쉬운 곳입니다.”

    “그리고요?”

    “캄보디아의 주 경제 수입원은 봉제산업이 주력이고, 의류와 신발 수출이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전자산업은 전체 경제의 7% 정도입니다.”

    “네, 그런 곳이죠.”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이곳이 좋은 선택지인 것 같습니다. 현재 캄보디아는 국내 유수의 공학대학에서 매년 300명 규모의 교육봉사를 보내서 많은 학교를 설립하고, 공학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단계란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업이 있습니다.”

    “음.”

    그다음 장에서 나온 것은 재환도 흥미가 있는 것이었다.

    “KS 인터내셔널에서 얻어온 정보인데, 이번에 캄보디아 정부에서 베트남이나 태국의 경제 모델을 참조해서 SEZ: (Special Economic Zone: 특별경제구역)을 만든다고 합니다. 덕분에 다른 동남아 국가들보다도 압도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와 50년 토지 임대료, 수도, 전기 역시 거저에 가깝습니다.”

    “확실히··· 수도세가 m2당 0.3불도 안 된다니.”

    처음에는 긴장했어도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김만욱의 말에 다른 두 임원도 수긍했다.

    “게다가 동남아는 현재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로 인해 연료보다는 친환경에너지 쪽의 사업으로 나가는데, 그로 인해서 태양광전지에 필요한 감광성 반도체의 수요가 오르고 있습니다. 향후 2020년 정도가 되면 동남아에서 산유국인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정도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친환경쪽으로 돌아갈 듯 합니다.”

    감광성 반도체 산업이 각광받고 있으면서, 아무도 도전해보지 않은 시장에, 이제 막 교육열이 오르고 있다는 나라.

    재환은 하나하나 들어보니 납득이 가는 제안이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회 소집해서 임원회의에서 통과되면 곧바로 캄보디아 반도체 공장 산업에 대해서 승낙하지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사회야 당연히 만장일치로 이 사업을 통과시켰다.

    그로 인해 혜성전자는 평택공장 이후로 그 4배가 넘는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사절단을 보냈고, 중간에 외교부까지 숟가락을 슬쩍 올려서 한-캄보디아 경제 협력에 대한 실적을 올렸다.

    ***

    “새 유럽법인··· 크로아티아로 오케이, 제 2반도체 공장··· 캄보디아로 오케이, 파운드리 산업 새 고객··· T슬레이의 자율반도체 위탁생산으로 오케이.”

    오랜만에 경영 복귀해서 마음껏 날뛰어 줬더니 그것이 모두 그룹의 실적으로 돌아왔다.

    큰 구설수도 없고, 그저 인맥찬스와 사업 배팅을 적절히 운용한 것만으로도 말이다.

    재환은 그러면서 점점 치솟는 주가에 혜성전자가 주당 250만원을 돌파하자 한 가지를 또 결심했다.

    “이제 슬슬 우리도 ‘그거’ 할때가 됐어.”

    ***

    재환은 이것을 실행에 앞두고서 미리 미국에도 연락을 해뒀다.

    “조만간 코스피 한 번 크게 요동칠거야.”

    [정말입니까? 혹시 한국에 경제쇼크라도 생기는건··· 아니겠죠?]

    “그런 건 아니고, 혜성에 대한 이야기인데 주식관련에 대한거라고 알아둬요.”

    [아···]

    “그래서 투자자문 전문인원들이 필요하니, 리엔 코퍼레이션 임원들 전부 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정리 되는대로 곧바로 한국으로 가겠습니다.]

    통화는 그것으로 끝났고, 재환은 피식 웃었다.

    앞으로 재환은 많이 바빠질 거다.

    이사회 결의 및 공시 신고도 하고, 소액주주들에 대한 주주총회 소집도 해야 되고, 매매거래 정지권고까지 할게 많았다.

    “투자은행 마련됐고, 내부고발 이미지의 리엔은 한국에서 내가 이번에 불러서 다시 큰 건을 맡게 됐고···”

    재환은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그래도 하긴 해야지. 나도 삼신이나 KS처럼 주당 300만원 넘으면 그때나 하려고 했지만.”

    재환은 서랍 위에 놓인 [혜성전자 주가 액면분할 기획서] 서류를 어루만졌다.

    ***

    얼마 후 혜성전자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 통과로 ‘액면분할’이 진행되었다.

    기존에 주당 250만원 하던 주가는 1/20로 분할되어 주당 12만 5천원으로 변경되며, 주주총회 내에서도 ‘아직 시기상조다.’라는 말이 있긴 했지만, 그 외에는 딱히 큰 잡음이 없었다.

    이렇게 해서 혜성전자는 KS텔레콤과 삼신전자에 이어 주당 수백만원대에서 ‘국민주’의 시대로 바뀌었으며, 그것을 위해 투자자문에 자문료도 톡톡히 제공했다.

    ***

    “퇴원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재환은 판교병원에서 퇴원해, 고향의 요양병원으로 내려간다는 이기남 부회장에게 꽃다발을 건네줬다.

    “이제는 저도 떠나는군요.”

    “97년부터 인연이었는데, 세월이 참 빠릅니다.”

    이기남은 코끝이 찡해져 있었고, 재환의 배려로 인해서 마지막 퇴임식까지 아주 성대하게 대접받고 정든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몸 나아지시면, 고문으로 위촉해드릴테니 지금은 건강에만 신경쓰세요.”

    “하하하, 아닙니다. 그동안 사놓은 땅이 좀 있는데 고향에서 과수원이나 하면서 지내렵니다.”

    “요새 시골텃세 만만치 않다던데 괜찮으시겠어요?”

    “아이고~ 아직도 제가 내려가면 이장부터 그 일대 지역구 의원까지 달려와서 술친구 해줍니다. 뭐, 술은 더 이상 못 마시겠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재환은 또 한 명의 원로 경영인을 보내고, 새 인물을 찾았다.

    “엘리사 수는 고사했고, 그 밑에 있는 임원들도 전부 혜성 아메리카에 있고···.”

    재환은 외부 영입이라도 할까 생각했지만, 그건 차차 고민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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