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30화 (230/244)
  • 230- 반도체팔이 중년.

    파운드리 전쟁이 점점 불씨가 당겨졌다.

    재환은 그것을 위해서 평택공장 확장을 둘러본 뒤로, 동남아에 지을 혜성전자 반도체 공장부지에 대해 조사했다.

    “태국은 이미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하드디스크로 그 일대에 뿌리를 내렸죠.”

    “네, 그렇습니다.”

    “회장님. 그로 인해서 기후 변화에 민감한 경향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1년 태국 홍수 사태로 인해 그 일대 공장들이 침수되어 전세계 시장이 무너진 적이 있지 않습니까?”

    재환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이 있긴 했죠.”

    과거 태국의 저임금 저세율에 의해 수많은 IT기업들이 하드디스크와 SSD의 공장들을 짓고서 전진기지로 썼으나, 동남아 특유의 기후로 홍수 사태에 싸그리 물에 잠겨서 천정부지로 부품값이 솟구친 일이었다.

    재환 역시도 그것을 잘 알았지만, 그렇다고 동남아 공장에 대해서 등한시 할 수는 없었다.

    “그런 자연재해야 진짜 몇십년에 한 번이라고 치고, 그러지 않기 위해 치수산업이 괜찮은 나라를 골라야겠죠.”

    재환은 그러면서 앞서 예시로 든 삼신전자 베트남 반도체 공장에 대해서 말했다.

    “베트남도 이미 삼신을 포함해서 다른 전자기업들이 많이, 손을 뻗었고요.”

    확실히 중국-베트남-한국 라인은 수출하기도 편한, 해양 인접국이고, 그쪽으로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했다.

    “회장님. 혜성전자 베트남 공장은 주로 에어컨과 엔진등을 만드는 주력입니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을 그 옆에 증설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거 같습니다.”

    그 순간 재환이 고개를 돌렸다.

    “아니, 나쁜 선택이에요.”

    “!”

    재환은 그 일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했다.

    “삼신이 하노이로 갔을 때, 우리가 다른 지역에서 10년 세액 공제를 조건으로 후에 시에 들어갔죠. 하지만 그 일대는 대규모 공장을 증설하기엔 힘든 곳이었어요.”

    이유는 공산당 정권에서 높으신 분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는 지라 그 일대를 대규모 관광단지로 만든다고 공업용지 확장을 막은 것이었다.

    “그 일대 확장한다니 대놓고 뇌물 요구했다죠? 드러워서 안하고 말지.”

    “···.”

    안 사장이나 강석찬 전무 등은 ‘차라리 동남아 관료들에게 돈 몇 푼 찔러주면 일사천리.’라고 생각했지만, 회장이 그걸 막았으니 플랜B를 찾아야 했다.

    “동남아에 새 공장을 찾아보는 것에 대해서 기획안을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각 사업부 별로 만들어서 한 번 검토해보겠습니다.”

    그 외에 재환은 유럽 사업부 역시도 준비했다.

    “크로아티아라.”

    “회장님. 나쁘지 않은 선택 같습니다. 회장님이 말씀하신대로 EU국가이면서, 치안이 안정되있고, 기반시설 역시 나쁘지 않은 공업단지가 많습니다.”

    “그리고 바로 인접국이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독일이라··· 괜찮네요.”

    재환은 런던 법인에 이어 두 번째로 크로아티아 법인을 혜성전자로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파운드리 전쟁을 위해서 공장을 계속 짓고 있을 때, 재환은 자금 조달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였다.

    ***

    [다음 소식입니다. 혜성전자는 총 20조원을 투입하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움직인다고 선언했습니다.]

    [오늘 강남 혜성그룹 본사에서는 신재환 회장이 직접 혜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진출 계획안을 프레젠테이션으로 발표했습니다.]

    재환이 오랜만에 현장 돌아와서 그동안 입찰 문제나 정치적으로 엮이는 것 외에 제대로 투자설비와 경영 활동을 하는 것에 맞춰 주가가 연일 치솟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재환 입장에서는 뭔가 시큰둥했다.

    “그렇게 창조경제 노래를 부르면 뭘 하나, 막상 이런 투자 준비한다고 하면 나라가 뭐 도와주는거라도 있던가.”

    재환은 미시시피와의 드론 공장과 부품 개발에 대한 거로 숟가락을 얹은 뒤로 아무 말 없는 정부에 대해 기대를 접었다.

    ***

    한편 TMC쪽에서는 이런 움직임 속에서 반격을 시작했다.

    중대발표를 선언하며, 전 인터넷 방송과 대만에 있는 국제 언론사들을 모두 모아놓고 선언한 이야기.

    재환은 실시간으로 혜성전자 임원들과 함께 그 방송을 빔프로젝터의 유튜브 방송으로 시청했다.

    클래식 음악이 나오면서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그리고 회색 정장을 갖춰 입은 노신사가 나왔다.

    “모리스 천 회장.”

    대만 이름은 전진모로 여든이 넘은 나이에 세계적인 IT기업의 현역 CEO다.

    개발자 출신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간 입지전적인 인물로, 수백조의 반도체 공룡 TMC를 87년부터 이끈 이였다.

    TMC는 원래 대만의 산업기술연구회에서 전액 출자한 국가기업이었으나, 1992년 민영화되었다.

    모리스 천은 그 이전부터 활동한 인물이고, 아직까지도 대만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국가가 밀어주는 구도였다.

    “저 노인네가 무슨 말을 할지 기대해 봐야겠지.”

    재환은 그것을 집중해서 봤다.

    [전 세계가 스마트화 되는 가운데, 이 자리에서도 그 기술의 발전을 누리는 분들이 찾아와주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리스는 먼저 그 말부터 한 다음에 TMC의 이력을 설명했다.

    아주 고전적인, 고전 CEO의 발표.

    하지만 그 이후로 나온 것은 이제껏 아메리칸 스타일의 빵빵 터지는 프레젠테이션, 혹은 콘서트와 디자인이 가미된 예술무대도 아니었다.

    그들은 숫자로 설명했다.

    [최근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파운드리의 1인자에 오른 우리 TMC는 계속되는 경쟁으로 인해 위기인 상황입니다.]

    “엄살이 심하네~”

    재환의 말에 임원 몇몇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도 그럴것이 50% 가까이 차지하는 물량을 가지면서 후발주자들 때문에 위기라고 하는건 그 삼신의 이건호 회장도 안 하던 말이었다.

    압도적인 강자.

    그런 인간들이 엄살을 부리면서 하는 말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 TMC는 이번 반도체 설비를 위해서 총 400억 달러를 설비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저, 미친···.”

    혜성그룹의 20조원 투자, 그리고 삼신전자 역시 공장증설로 12조원을 투자한 다는 보도를 두고서 세계적으로도 제대로 불이 붙는다고 생각했는데, 거기다 대고 TMC가 통 크게 한화 42조를 질렀다.

    저렇게 되니 언론에서는 오히려 삼신과 혜성을 합쳐도 ‘TMC의 투자금액보다 못하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TMC는 기존의 28나노미터 반도체를 넘어 내년에 20나노미터의 칩셋을 발표할 것을 선언합니다.]

    이건 재환도 뒷통수가 시큰거릴 발표였다.

    그동안 나노미터 공정으로 2007년에 55nm, 2008년에는 전반기 45nm에서 그해 말 바로 40nm가 발표되고 2011년이 되어서야 28nm가 나왔다.

    그런데 3년 단위로 나노 공정을 점점 줄여나가며 기술력에 우위까지 드러내니 재환은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과거의 삶에서 삼신 은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나노 공정이 3나노였지. 그것도··· 수십조원 투자해서···.’

    분명 자신이 과거에도, 또 현재에도 전자 반도체 기업을 운영해왔지만, 다시 싸우려니 정말로 거대해 보였다.

    그때도 지금도 TMC 파운더리는 정말 넘기 힘든 벽이었으니 말이다.

    [또한 A-컴퍼니, Q컴, VIC, N베다 등의 수많은 업체들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여러분께 굳건한 TMC를 보일 것을 선언합니다.]

    그것으로 모리스 천 회장의 말은 끝났다.

    그리고 영상이 끝날때까지 재환은 말이 없다가 조용히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기전실장 준호가 재빨리 종이컵으로 재떨이를 만들어 바치자 재환은 재를 털고 말했다.

    “그러니까 저 놈들이 기존 IT 공룡기업들 전부 잡고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하고··· 42조를 추가로 투입하면서 나노공정을 한 단계 더 올린다는 말이죠?”

    “···.”

    딱 할 말만 했는데도 엄청난 임팩트였다.

    “하, 그럼 우리도 맞춰 움직여 드려야겠네.”

    이미 IT를 선두하는 A-컴퍼니는 필요 반도체를 삼신과 TMC에 50%씩 주문해서 설계한다.

    또한 4G LTE 시장을 만들었던 Q컴, 지금 조립식 컴퓨터 시장에서 제일 잘나가는 대만 컴퓨터 기업 VIC, 그래픽카드 업체 N베다.

    정말 거를 타선이 없었다.

    결국 저들과 무한 경쟁을 해서 TMC가 수급할 밥그릇을 뺏으면서도 혜성전자 반도체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

    “자~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지금 자체 설계할 수 있는 것은 컴퓨터 CPU, 그리고 스마트폰의 SOC입니다.”

    일단 그것만 하더라도 혜성 자체적으로는 엄청난 반도체기업의 위상이지만, 2010년대 들어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해서 더 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쟤네들이 저렇게 견고하게 잡았는데, 방법은 딱 둘이에요. 더 앞선 기술을 개발한다, 그리고 더 많은 판매처를 찾는다.”

    “저희가 곧바로 기획안을 준비하겠습니다!”

    재환은 임원들의 그 말을 믿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더 늘려드리죠. 좀 더 기술력과 영업력을 올리면 그만큼 지갑도 두둑해집니다.”

    재환은 단순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내년부터 연봉제와 인센티브를 수정하기 위해 재무팀과 기전실을 부를 것이다.

    ***

    그러던 중 재환은 다른 쪽에 대해서도 연락을 받았다.

    [미스터 신! 오랜만입니다.]

    이 왁자지껄한 목소리는 분명 애런 머스크였다.

    그것도 영상통화까지 틀어서 선글라스 끼고, 금발의 미녀들을 끼고 있는 모습은 헛웃음이 다 나왔다.

    가뜩이나 바쁜 상황에서 뭐하러 이딴걸 보냈나 싶어 재환이 말했다.

    “애런, 내가 좀 바쁘거든요?”

    [이런~ 이런~ 우리 사이에 이런 안부 인사도 못합니까? 나 조만간 한국 오는데요?]

    “!”

    재환은 담배를 꺼내 물면서 말했다.

    “어디서 뭘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연락을 건 거죠?”

    [괌입니다~ 여기 정말 선상 파티 하기 좋군요. 휴가로 왔는데, 그 다음 차례는 한국입니다.]

    “수, 순서를 좀 말해봐요. 그러니까 지금은 휴가차 괌에 온거고, 파티 중인데, 그게 끝나는대로 일하러 한국에 온다. 뭐 그런 거요?”

    [이그젝틀리!]

    언제봐도 상대하기 힘든 친구였다.

    저 기행 때문에 자주 만나기는 힘든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사업 파트너다.

    “한국에는 무슨 일로 오십니까? 스케줄 맞춰서 뵙죠.”

    [한국 음식이 흥미가 생겼는데, 혹시 초대 가능하십니까? 될수 있다면 미스터 신의 집에서 말입니다.]

    “아, 네. 한 번 시간을 맞춰봐야겠네.”

    [고마워요. 나의 친구!]

    재환은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것 같아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천장을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개 그림 가상화폐 이야기 꺼낼 때 투자 손절 할까?”

    ***

    일주일 뒤.

    미국 유수의 CEO가 한국에 왔지만, 이 당시에는 그다지 널리 퍼지지 않아 간편한 옷차림으로 한국에 도착한 애런 머스크였다.

    그는 T슬레이의 전기차 홍보와 우주공학에 대한 강의를 미래창조과학부의 초대를 받아 진행하며, 이후 서울대와 안암대 등의 유수 공대에서도 강연을 한다.

    재환은 기전실 임원들을 시켜서 수행 잘 하라고 붙여줬고, 자신 역시도 일이 끝날 때마다 만나 그의 화성 침공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어줬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약속대로 재환은 머스크를 집으로 초대했다.

    그렇게 한식이 먹어보고 싶다니, 힘껏 준비한 한우갈비에, 새우장, 불고기, 신선로에 김치는 아주 팔도 명물로 KS호텔에서 직접 공수해왔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렸다는 속담에 맞춰 애런은 좌식이지만, 개의치 않고서 입이 떡 벌어졌다.

    “와우~ 이거 정말 엄청나네요!”

    “그렇게 한국 요리를 먹고 싶다니 특별히 준비했어요.”

    애런은 음식을 두고 먼저 합장을 하고 먹으려고 하자, 재환의 표정이 다시 한번 움찔했다.

    “어··· 이거 아닌가요?”

    “···한국에서는.”

    그래도 잘못된 건 빠르게 고치면서 사과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마침 오늘은 애들이 양재동 집에가서 아버지가 광주 할아버지 선산 가는데 데려가셨으니 가정부들과 미연 밖에 없었다.

    “부인께서 매우 미인이십니다.”

    “어머, 감사합니다.”

    “하하하, 오늘 선배이자 친구인 미스터 신에게 좋은 대접을 받아 한국에서의 추억이 오랫동안 남을 것 같군요.”

    재환은 그렇게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오늘 자리는 이 친구를 어디에 묵게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때 머스크는 식사이야기, 가족 이야기, 일상 이야기등 생각나는대로 속사포로 쏘아내다가 재환을 보고서 한 마디 했다.

    “아, 그러고보니···.”

    “음?”

    투 머치 토크 스타일에 슬슬 사람들이 지쳐갈 때 머스크는 뒤늦게서야 본론을 말했다.

    “이번에 TMC 발표 보셨습니까? 400억 달러랍니다. 400억!”

    “하하, 우리도 그만큼은 준비하고 있죠.”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역시도 반도체가 아주 많이 필요한 시장이고, 전기차와 반도체는 뗄레야 뗄수 없는데 말이죠.”

    “기존에 T슬레이가 파운드리를 TMC에 맡겼었죠?”

    생각해보니 이쪽도 대만 파운드리 시장에 큰 손이었다.

    머스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재환을 보고는 말했다.

    “근데··· 요새 좀 흔들리긴 하네요. 저는 친구를 돕는 일을 매우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

    머스크는 서투른 젓가락질로 갈비를 집어 전부 뜯어먹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T슬레이 모터스의 전기차 모델들은 혜성에게 맡겨도 될까. 해서요.”

    “!”

    좀 더 자세히 말해보라고 재환이 재촉할 때, 머스크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 짭짜름한 폭립 더 줄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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