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28화 (228/244)
  • 228- 갑작스러운 현장 복귀

    광주, 전주, 청주 등에서 각각 삽 푸는 기공식에 참여하고, 각 지자체장과 지역구 의원들을 만들면서 혜성그룹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시간을 보낼때였다.

    재환은 전화를 통해 갑작스럽고도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청주에서 정리를 한 뒤로 곧바로 올라갔다.

    차 안에서는 적막감이 돌았다.

    준호 역시도 ‘그 일’에 대해 수시로 보고를 들었지만, 워낙에 충격적이어서 말을 잇지 못했다.

    “후우-”

    재환은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꺼냈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면서 다시 품 안에 집어넣었다.

    그런 모습에 준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회장님, 그래도 응급처치가 빨랐고, 수술도 잘 됐다고 합니다.”

    “아니, 그렇게 건강하던 사람이 왜··· 에휴- 당장에 다음 신제품 발표회가 멀지 않았는데.”

    자기 사람이 지금 사경을 헤맨다는 말에 영 마음이 좋지 않은 재환이었다.

    그래서 재환은 좀 더 기사를 재촉해 판교로 향했다.

    경한대 판교병원에 도착한 재환은 입구에 놓인 손 세정제를 치덕치덕 바르고는 곧바로 병실로 향했다.

    중환자실 면회시간이 아니어서 직접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장 차림의 수많은 혜성전자 임원들이 재환을 반겼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재환은 그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한 명씩 둘러봤다.

    혜성전자 부회장 이기남이 갑작스럽게 쓰러진 이후로 헤드를 잃은 전자 임원들은 모두가 초조한 상태였다.

    재환은 그 중에서 한 명, 자신의 친구를 발견하고 그를 불렀다.

    “강 전무!”

    “네, 회장님!”

    “가장 먼저 119 신고하고, 병원까지 이송하는데 같이 갔다죠?”

    “아, 네.”

    “나갑시다. 내가 이야기 좀 들어보게.”

    재환은 다른 임원들 속에서 친구를 불러서 밖으로 나갔다.

    흡연실에서 한 대씩 문 재환은 한 모금 뱉으면서 입을 열었다.

    “지금은 회장님 존칭 빼고 말하자.”

    “아, 네.”

    “그러니까 존대 말고 편하게 이야기 하라고.”

    강석찬 반도체관리팀 전무. 그리고 이제는 친구로써 하는 이야기.

    재환은 그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후우우- 이 부회장이 원래부터 혈압이 좀 높았대. 회사 건강검진 이후로 그래서 평소에도 하던 등산을 좀 더 많이 했는데··· 거기서 탈이 났나봐.”

    “대강 이야기는 들었어. 산 속에서 쓰러져서 헬기 왔다며?”

    “각 사업부 임원들 중에서 단체 등산가자고 용문산 등반한건데··· 정상 앞두고 갑자기 가슴이 땅긴다면서 쓰러졌어.”

    부정맥으로 인한 급성 심근경색.

    순간적으로 숨이 멎었다고 하나 판교병원에서 날아온 닥터헬기로 인해서 초스피드로 이송됐다고 한다.

    그래서 심장이 한 번 멎은 상태에서도 가까스로 숨이 돌아와 병원에서 진행한 긴급 수술.

    “깨어날때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병원장 만나봐서 상태좀 체크 해야겠네.”

    재환은 그동안 이기남 부회장의 치료와 가족들의 케어를 모두 그룹 내에서 지원해주라는 오더를 잊지 않았다.

    “그래도 닥터헬기 빨리 도입한게 다행이지.”

    재환은 판교병원 옥상에 위치한 헬기를 보고서 저게 부회장을 살렸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일이 퍼지게 되어 경기도 외곽에서 판교까지 헬기로 즉시 이송하여 환자를 치료한다는 경한대병원의 이미지로 인해 수많은 중증 환자들이 몰리는 결과를 낳았다.

    ***

    재환은 혜성 아메리카에 화상전화를 걸어서 현제 본사의 상황에 대해 말했다.

    “후우, 그런 일이 생겼단 말이죠.”

    [유감입니다. 리 부회장이 빨리 깨어나기를 기원합니다.]

    미국에 있는 혜성 아메리카 대표 엘리사 수에게 이야기를 하자 그녀와 주변인들 역시도 모두 안쓰러워했다.

    “병원에 의하면, 심장 혈관 두 개가 막혀서 스텐트로 뚫었다고 하는데, 회복을 장담할 수가 없더군요. 당장 모바일 사업부 문제가 큽니다.”

    [그렇다면···]

    “지금 하시는 일 잠시 정리하시고, 승진시켜드릴테니 한국으로 오시겠어요?”

    아무래도 현장 복귀는 힘들어 보이는 이기남 부회장을 대신해서, 엘리사 수가 혜성전자를 총괄해서 맡는게 좋을 것 같아서 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엘리사는 난처한 얼굴이었다.

    [회장님, 죄송한 말이지만 아직 PC용 CPU와 SOC 개발에 대해서 아직 연구가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레이니온과 같이 하는 그래픽카드 공동 개발에 대해서도···]

    “아, 예. 무슨 말인지 나도 알죠.”

    최전방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기술임원을 갑자기 본사 경영자의 공백으로 메꾸려고 하니 서로가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게다가 한국에 당장 돌아온다고 해도, 자신이 스마트폰에 개입한 것은 SOC 기판 개발 밖에 없으니 다른 마케팅과 디자인에 대해서는 또 인수인계 없이 일하는 적응기간도 필요했다.

    게다가 인사이동해서 부사장과 사장 승진 시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당장에 올리는것도 애매했다.

    “하아, 별수 없지.”

    재환은 부회장 3인 체제에 대해서 잠시 접어두고서 자신이 직접 혜성전자를 운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사회를 연 다음 회의를 진행하고, 현 판매상품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재환이 부른 인물은 현재 이기남 밑에서 스마트폰 공정에 가장 큰 연구개발을 담당한 안승철 모바일사업부 사장이었다.

    “이게 코멧폰 3란 말이죠?”

    “네, 그렇습니다.”

    확실히 스마트폰 레퍼런스 이후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3파전으로 이뤄졌다.

    잠깐이었지만, A-컴퍼니와 삼신전자를 꺾고 왕좌를 차지한 기록도 있었으니 그 이후로 경쟁에 밀리는 경우가 있어도 위상은 여전했다.

    “디자인의 애플폰, 스펙의 갤럭시아에 비해 우리가 나설 수 있는 건 주변기기란 말이죠?”

    “네, 그렇습니다.”

    재환은 코멧폰3와 더불어서 같이 끼워진 보조기기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기존의 USB충전 케이블보다 5배는 빠르다는 초고속 충전 케이블.

    유명 음향기기 제조사와 콜라보를 맺어 만든 번들 이어폰까지 말이다.

    “흐으음.”

    재환은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다른 모델에 대해서 손을 내밀었다.

    “자매품도 한 번 봅시다.”

    “네, 회장님.”

    코멧폰을 베이스로 개발한 또 다른 모델인 프로젝트 ‘핼리’의 등장이었다.

    “핼리혜성을 모티브로 해서 핼리라.”

    네이밍 센스는 영 아니었지만, 일단 가동해보고 한 번 사용해 봤다.

    기존의 코멧폰 시리즈와의 차이라면 일단 슬림해진 디자인이 특징이다.

    그리고 그 슬림해진 디자인의 원인은 다름이 아니라···

    “배터리 일체형이다 이거죠?”

    “그렇습니다. 이번에 특허를 제출한 신형 배터리인데, 도저히 분리형으로는 내놓을 수 없어서 일체형을 선택했습니다.”

    “이유가 뭐죠?”

    “일단 디자인 문제입니다. 외부적으로나, 그리고···.”

    안 사장은 백번 말하는거보다 한 번 눈으로 보는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품 안에서 얇은 드라이버를 꺼내 뒷부분의 나사를 빼내고 내부를 열어봤다.

    그리고 재환이 보자 그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 하하하하!”

    내부를 본 회장님이 빵 터진 모습을 보고 안 사장 역시도 머쓱한 얼굴로 물었다.

    “역시 배터리 디자인이 이런 것을 분리형으로 만들기는 힘들겠죠?”

    보통 스마트폰, 그 이전의 피처폰때 배터리를 떠올려 보자.

    정사각형, 혹은 직사각형의 작은 모양으로 기업의 브랜드가 찍혀있고, 화기엄금의 경고문이 붙어있다.

    하지만 이 배터리는 참으로 웃긴 모양이었다.

    정사각형도, 직사각형도 아니고 L자 모양으로 된 모양이었다.

    덕분에 기존 스마트폰과 다르게 좀 더 큰 모양의 배터리로 높은 용량을 자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원래였다면 분리형에 쓸 Usim칩과 SD카드를 바깥쪽에서 삽입할 수 있게 디자인 전체를 바꿨다.

    “일단은 코멧과 핼리 둘다 주력 모델로 한 번 가 봅시다. 예상 판매 실적 기획안 보내주시고요. 필요한건 전부 다 승낙해줄 테니 마음껏 개발해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회장님.”

    안 사장은 뭐든지 쿨하게 허락해주는 재환의 승낙에 싱글벙글한 모습이었다.

    그동안 전자를 떠받아준 이기남 부회장 외에도 저렇게 기술자들에게 모든 걸 믿고 맡겨주는 타입의 회장님이 계시니 의욕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 외에 재환은 기존의 유통, 자동차에 대한 결재 서류를 모두 검토하는 가운데도 혜성전자는 직접 맡아서 많은 것에 대해 준비했다.

    그때 재환은 비밀 기획안에 대한 것을 발견했다.

    “음? 이게 뭐야?”

    이기남 부회장 선에서 보안 문서로 잠겨 있는 것이 인트라넷 안에 있자 재환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보안코드를 입력했다.

    그러자 바로 열리는 파일을 다운받아서 하나하나 읽어봤다.

    “···.”

    재환은 자신이 잘못 봤나 싶어서 가서 돋보기 하나 가져오라고 한 다음에 다시 읽어봤다.

    두 번, 세 번 읽어도 역시나 같은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 기획안이 왜 기밀인지 알게 됐고, 이기남이 멀쩡히 회사 일을 했다면 언제고 재환이 이걸 알게 되는 상황이었다.

    “하- 이것봐라?”

    그 엄청난 떡밥을 두고서 부재시 회장이 알게 되었으니 이제 재환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갔다.

    벽시계를 한 번 본 재환은 퇴근을 앞두고서 전화를 걸었다.

    [네, 삼신전자입니다.]

    “너 오늘 저녁에 나 좀 보자.”

    [뭐?]

    다짜고짜 삼신전자 회장에게 연락을 건 재환.

    그리고 삼신 회장 현규는 얼떨떨한 모습으로 되물었다.

    [뜬금없이 무슨 일이야? 나 오늘 생산공정으로 수원에 있는데.]

    “올라오면 연락해줘. 늦게라도 기다리고 있는다.”

    [뭐 때문에 그러는지 말은 해 줘야지. 그래야 시간을 어떻게 쪼갤거 아니야?]

    재환은 모니터 밖의 기밀 문서를 보면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

    “대만 파운드리 잡는거, 내가 보고 올리기 전에 먼저 봤다.”

    [!]

    “실무진들끼리는 이야기가 된 거 같은데, 너는 알고 있었지?”

    [후우- 안 갈 수가 없겠네. 8시 이후에 봐야 할 거다.]

    “그래, 우리 집으로 와. 술상 차려 놓을게.”

    재환은 그렇게 말하고, 집에 연락해서 오늘 삼신 회장이 집에 오니 가정부들 퇴근하기 전에 술상 거하게 차려 놓으라고 부탁을 했다.

    ***

    손맛 좋은 가사도우미들을 특별히 고용해서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화려한 술상을 준비한 재환은 8시 반이 돼서야 찾아온 현규를 반겼다.

    안사람과 아이들이 와서 인사하고, 선물이라고 유럽에서 명품 옷을 아이들에게 주고 재환에게는 좋은 위스키를 선물한 현규였다.

    그리고 술자리가 시작되면서 두 회장의 대화가 시작됐다.

    “그분 우리 회사에서도 펩리스와 파운드리 관계 때문에 많이 뵜지. 기술자로써도 경영인으로써도 좋은 분인데 말이야.”

    “곧 깨어나겠지. 그동안 내가 임시로 일은 하다가 그걸 본 거고.”

    재환의 말에 현규는 머쓱한 얼굴로 웃었다.

    “그래서, 네가 준비한 시나리오가 맞는거냐?”

    “그렇게 됐어. 아마 엄청난 싸움이 될 거야.”

    [TMC 프로젝트.]

    대만에 있는 반도체 제조기업 TMC는 현 파운드리 공정의 1인자였다.

    21세기 반도체 시장에서 수많은 펩리스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파운드리 공장을 요구했는데 그 중 독보적으로 올라온 곳이 바로 TMC였다.

    하지만, 과거의 TMC와 다르게 지금은 혜성의 개입으로 인해 압도적인 파운드리의 시장은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10개 기업 중에 삼신이 2위, 혜성이 4위. 그리고 1.3위가 대만의 업체 TMC와 USM이었다.

    그들을 대적하기 위해 삼신은 혜성에게 손을 내밀었고, 파운드리 동맹 프로젝트가 바로 혜성의 기밀이었다.

    “지금 시작하는 이유가 뭐였나?”

    “우리가 그동안 겹치는게 많았어도 공동의 적 넘는게 힘들지 않았어?”

    “흐으음.”

    “애플폰!”

    “!”

    “A-컴퍼니가 자사에 있는 반도체를 100%로 TMC에 위탁한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 갤럭시아에 반도체들은 전부 다음분기부터 계약 끊겨.”

    “허어어-”

    작정하고 중국 본토 진출 이후, 대만쪽 파운드리를 노리더니 결국 그림이 그렇게 되는 상황이었다.

    재환은 그것을 생각하고는 술잔을 채웠다.

    “협상하고 뭐할 것도 없구만. 업계 2위와 4위가 손잡고 1인자랑 그 옆의 3인자도 쳐내는거야.”

    “2:2 매치가 될거야.”

    “여기서 이기면 A-컴퍼니도 휘청거리고, 다른 반도체 팹리스들도 시장을 누가 선도하는 지 알 테고.”

    답은 나왔다.

    그리고 재환은 거기에 응하기로 했다.

    “그래, 오랜만에 필드 복귀인데 이정도 메인이벤트는 있어야지.”

    두 회장은 술잔을 나누면서 타도 대만 파운더리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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