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25화 (225/244)
  • 225- 반응은 중요하다.

    “신재환 회장님 맞으십니까?”

    “···.”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어떻게 알고 기자들이 달려왔다.

    “와! 아빠 이름 알고 있다!”

    “아빠, 기자인가봐요!”

    아들딸들이 아주 찰떡같이 기자들을 알아봤다.

    그리고 기자들 역시 눈치껏 주머니에서 초콜렛이나 사탕을 꺼내 건네줬다.

    재환은 장을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애들을 데리고 나갔다.

    “회장님,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본사가 위기에 빠져 있는데, 이곳에 계신 이유가 뭡니까?”

    “조만간 회장님도 조사가 있을거라고 하는데 괜찮으신 겁니까?”

    달려드는 아이들에 황급히 경호팀이 달려와서 바로 떼어냈지만, 재환은 아이들만 데리고 가라고 한 다음에 기자들을 향해 물었다.

    “제주일보 기자들 접근하면 큰일난다고 했는데, 어디서 온 사람들이요?”

    “삼우일보의 이정협 기자입니다!”

    “국제신문의 장만식 기자입니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메이저 언론사들이 직접 제주도까지 와서 인터뷰를 요청하자 재환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봐요. 나는 지금 회사에 휴가를 쓴 거고, 이미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알아서 하라고 세 부회장에게 일임해뒀어요.”

    “그것으로 세무조사를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부족하면 내가 다 낼 거니까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다 낸다는 말은 무엇입니까?”

    “설마, 회사 세금도 사재출연으로 하시겠다는 겁니까?”

    재환은 기자들 앞에서 손가락을 까딱이면서 질문은 여기까지 받겠다고 말했다.

    “오늘은 일단 돌아가는데, 다음부터는 휴양지에 마이크랑 카메라 들이밀면 접근금지 처리합니다?”

    “회장님!”

    “돌아가서 상황 끝나면 맘껏 할테니까 사람 좀 쉬게 합시다. 댁들도 여기까지 온 김에 고기랑 갈치구이도 좀 먹고!”

    재환은 그러면서 차를 타고 떠났다.

    그래도 몇 가지 건진 것은 많아서 기자들은 이만하면 신문 지면에 담을 내용은 확실히 챙겼다고 미소를 지었다.

    ***

    요란법석한 세무조사가 끝났을 때 재환은 돌아가기 전 준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했다.

    “과소납부로 처리되서 추징금을 문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정권 바뀌기 6개월 전부터 세금에 대해 미리 조사한 것에 대해서는 신의 한 수 였다.

    덕분에 누더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 아주 가볍게 끝낼 수 있었다.

    “그래서 법인세 얼마를 더 내라는 겁니까?”

    [추징금액이 324억원 정도 됩니다.]

    “그거면 충분히 본사 현금으로 낼 수 있고, 돌아가는 대로 세무조사 때문에 힘들었을 우리 직원들 금일봉 좀 돌려야겠네요.”

    재환은 위기 아닌 위기로 한 바탕 폭풍이 지나간 회사에 보너스를 좀 뿌려주기로 했다.

    그리고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왔을 때 와이프와 아이들을 먼저 보낸 뒤로 조용히 본사로 향했다.

    회사에서는 회장을 맞이하고, 거기에서 재환은 사내 방송을 통해 알렸다.

    [에, 먼저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모두가 합심해서 지나간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드립니다. 우리 혜성은 전혀 부정한 금액이 없었으며, 과소납부에 대한 추가 징수가 있었지만, 그건 뭐 본사에서 진행될 겁니다.]

    재환은 세무조사가 대수롭지 않다는 것을 전 임직원에게 알리고, 말단사원부터 부회장급까지 차등으로 보너스를 뿌렸다.

    덕분에 이런 상황에서 회장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좋아졌다.

    다른 그룹 회장들처럼 높으신분 누구 만나서 이번 건 잘 좀 처리해달라면서 손바닥을 비비지도 않았고, 기자들 앞에서 어디 조사받으러 가는것도 없이 쿨하게 휴가 다녀오면서 해결되자 돈으로 달래준다.

    그리고 사장단 회의에 대해서도 딱히 별말 없이 수고들했다면서 넘어갔다.

    다시 일하는 시간이 되었고, 추징금 결제 서류에 대해서 하나하나 사인을 해줬고, 재무팀이 이걸 해결하러 갈 것이다.

    “흐으음?”

    그때 재환에게 재미난 사진들이 인터넷에 올라온 것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재환이었다.

    [정부 조사 받는 재벌 회장 위엄.jpg]

    [???:네? 세무조사요?.jpg]

    [경호 한 명 없이 동네 마트 장보는 사람.jpg]

    인터넷 신문으로 올라온 재환의 제주도 사진들이 올라오면서 그게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등에서 화제가 된 것이다.

    정장도 아니고 트레이닝복 바지에 단촐한 티셔츠 차림으로 애들 데리고 와서 장보는 모습은 동네 아재와 다를 바 없었다.

    거기에 주변 경호팀도 안 거느리는 저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10조 단위의 개인재산을 가진 부호라는 것을 보고 마치 미국에 부자들이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는 모습과 비교하곤 했다.

    오히려 정부가 들들 볶을수록 역으로 재환과 혜성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올라갔다.

    혜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20년 전만 해도 과자 팔던 회사가 지금은 한국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재벌이 되었고, 거기에 구설수 하나 없이 넘어갔다.

    물론 다들 좋아하는 건 아니고, 몇몇 지역드립에 물든 정치노친네들은 ‘전라도 재벌’이라고 비하하는 경우가 있지만, 개소리라 여겼다.

    “그 와중에 야구는 올해 우승각이라고?”

    그동안 신경 안 썼던 야구팀을 향해 재환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회, 회장님! 전화 바꿨습니다. 혜성 타이거즈의 김동호 사장입니다!]

    이번 신임 사장인데, 현재 리그 1,2위를 다투고 있다는 상황에 재환은 그를 격려하며 말했다.

    “이번 시즌에 FA 몇 명 나옵니까?”

    [아,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데 저희는 타자와 포수를 노리고 있습니다.]

    “선수영입 예산 200억 마련해드릴테니까 알아서 쓰세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전화 한 통에 순식간에 야구팀 예산이 200억이나 늘어났고, 그 덕분에 내년 스토브리그까지도 준비하기 충분했다.

    “자, 오랜만에 여행좀 떠나 볼까?”

    재환은 말 나온 김에 머리 좀 식히려 해외로 나가려 했다.

    그렇게 다시 한번 회장님의 해외 순방이 시작됐다.

    ***

    “그동안 진심으로 수고하셨습니다. 감독님은 역사를 만드셨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6년간 이끌어왔던 거장 알렉스 퍼거슨 경이 이제 은퇴를 선언한다.

    “좀 더 회장님이 일찍 오셨다면 더 많은 시간 싸우고, 협상하면서 맨유를 좀 더 좋은 팀으로 만들 수 있었을텐데요. 허허허!”

    재환과는 불과 2년 정도밖에 같이 일하지 않았지만, 구단주와 감독으로써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차기 감독은 정하셨나요?”

    “에버튼의 데이빗 모예스가 어떨까 싶습니다. 잉글랜드 내에서 저와 아스날의 벵거 다음으로 오래 한팀을 이끈 친구지요.”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웃으며 말했다.

    “저와는 생각이 다르시군요.”

    “?”

    “저는 좀 더 좋은 감독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맨유의 감독은 영연방 출신만이 가능한겁니까?”

    “아니오. 그런건 아닙니다만···.”

    “유럽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거두고, 이왕이면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형에 선수단 장악이 필요한 젊은 감독이 필요하겠네요.”

    “모예스가 안 된다면 생각해두신 감독이 있습니까?”

    재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만년필을 꺼내 자신이 생각하는 후보군들을 하나하나 써 올렸다.

    [안토니오 콘테]

    [디에고 시메오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로랑 블랑]

    재환은 아는 축구지식을 총 동원해서 후보군을 내놓았고, 퍼거슨은 안경을 고쳐쓰면서 그 명단을 유심히 살펴봤다.

    “허어···.”

    “이 넷 중 한 명을 감독님의 후임으로 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넷 다 유망한 감독 후보군이군요. 몇몇은 타 팀에서 괜찮은 성적을 낸 친구들이고요.”

    재환은 그 권한을 퍼거슨에게 맡겼다.

    넷 중 한 명을 자신이 직접 연락해서 올드 트래포드로 오게 한다.

    그 어떤 프런트가 나서는 것보다도 훨씬 더 신뢰가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내년 시즌 이적 자금은 1억 파운드로 하겠습니다.”

    “!”

    “다른건 몰라도, 떠나시는 그 날까지 영입리스트와 거기에 대한 감독님의 26년 기록이 사라지는 것은 막아야 하니까요.”

    재환은 그것을 요청한 뒤로 맨체스터에서 얼마 남지 않은 그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관전했다.

    아마 한국에서 보도하는 케이블 스포츠 채널에 재환의 얼굴이 드러날 수도 있을 거다.

    그리고 경기가 끝날때까지 정말로 자신이 한 번 VIP 관중석에서 비춰줬다고 집에서 연락이 왔었다.

    ***

    영국에 있는 계열사들을 한 바퀴 돌고 곧바로 미국으로 향했을 때, 재환을 기다리는 반가운 인물이 있었다.

    “미스터 신!”

    “오! 나를 위해 마중 나오셨나?”

    미시시피의 제이미 요한슨이 두 팔을 벌려 재환과 포옹하고, 뉴욕의 혜성그룹 주재원들 역시도 재환을 맞이했다.

    “가시죠. 내가 오늘 친구를 위해서 좋은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시애틀이 아니라 뉴욕에서 만나자고 한 걸 보면 중요한 일이 있나보죠?”

    “하하, 물론이죠!”

    재환과 요한슨이라는 두 IT 거물들이 같은 차를 타고 움직였고, 맨하튼에 있는 호텔로 향했다.

    미슐랭 가이드에도 올라온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에 초대를 받은 재환은 지난번 트럼프와 먹은 웰던 스테이크가 생각나 그렇게 한 번 바싹 구워서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 요한슨의 본론을 듣게 됐다.

    “이번에 혜성이 세무조사로 인해서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게 괜찮은가요?”

    “주가야 뭐, 떨어질때도 잇고 다시 오를 때도 있는거죠.”

    “오너가 그런 말을 하시면 안되죠? 그 회사를 책임지는 가문이 아닙니까?”

    “CEO, COO, CTO 모두 내가 임명한 사람들이 있는데, 맡겨야죠. 이제는 직접 안나섭니다. 그들의 업무를 책임지고, 허락하는 쪽에서 끝나는거죠.”

    “하하하, 그 말이 맞군요.”

    “그것 때문에 걱정스러워서 혹시 내가 투자금 회수라도 할 거라고 생각했나요?”

    “아, 뭐 그런 건 아니지만···.”

    보기와는 달리 밥먹으면서 꽤나 수다쟁이인 요한슨이었다.

    그리고 재환이 투자한 15억 달러는 매우 순조롭게 미시시피의 밑거름이 되어 슬슬 싹을 틔우게 되었다.

    “좋은 투자로 인해서 이번에 국가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오오, 드론 사업이요?”

    “드론으로 택배를 시작하는 사업. 이제는 정말로 최첨단 시대를 우리 미시시피와 혜성이 선도하게 되는 겁니다!”

    재환은 돈이 돈과 기술이란 쌍둥이를 낳는 이 아메리칸의 경제 시스템을 굉장히 사랑했다.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 혜성 아메리카에 대한 새로운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드론을 만드는데 전자변속기하고, 비행 제어장치 조립은 잘 되시나요?”

    “아, 그걸 개발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그럼 우리꺼 쓰세요.”

    “!”

    재환은 그 자리에서 바로 머리가 돌아갔다.

    “지난 번 전기차 사업기술과 특허를 만드는 가운데 소형 전자변속기 기술을 연구한게 있어요. 혜성전자와 혜성자동차 사이에서 연구하는 스마트 부품 중에서 그런 건 찾아보면 바로 나오죠.”

    혜성에서 그런 기술이 있었어도 그걸 식품 완구 같은걸로 애들 장난감 자동차나 만들려고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들어가면 그게 수천억불의 첨단 배송시스템이 된다.

    “앞으로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이거저거 따질 거 많을 거 같으니 계열사 하나 새로 미국에 만들죠. 드론 만드는데 부품 대주는 걸로.”

    “그렇게까지 해주신다면야. 저희야 완전 땡큐죠!”

    “원래 우리가 파운드리 전문이니까요.”

    요한슨의 입이 귀에 걸렸고, 재환은 처음부터 그쪽 관련 기술 라이선스 협상하려 온 것 같은데 재환이 먼저 선빵쳐서 합심을 하기로 했다.

    “이 식사 마치고, 어디한번 시애틀로 가 보죠. 그래서 그 연구센터랑 공장 한 번 돌아보고 확실히 대답하죠.”

    “하하하, 좋습니다! 뉴욕에 일이 끝나는 대로 제가 직접 전용기로 모시죠!”

    재환은 역시 미국에서 있으면 정권 생각할 필요 없이 일이 편하게 진행된다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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