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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는 재벌의 삶!-223화 (223/244)

223- 호들갑 떨 일.

2012년 역사상 가장 격렬했던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50.6% vs 49.4]라는 진짜 한 끗차의 승부.

재환은 이미 답을 알고 있기에, 집에서 술상을 차리고 조용히 마시고 있었다.

“어머머, 진짜 박근희가 됐네요? 2대에 걸쳐서 대통령이라니.”

“오래 가려나?”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당연히 투표로 뽑힌 대통령이 임기 5년을 채우고 물러나는 일인데, 재환의 의미심장한 말에 미연이 물었다.

“그럴 일이 있어서 말이지.”

“?”

재환은 어쨌거나 장인을 통해 새한국당에 축하 인사를 전하고, 당사에 화환 정도는 보냈다.

그리고 2013년이 되어 18대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대받아 참석했다.

그 이후 재환은 혜성그룹에 업무만 하면서 조용히 지냈다.

드디어 완공된 혜성자동차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이 설립되고, 전기차와 전기버스, 그리고 트레일러와 픽업트럭 위주의 사업을 위해서 자동차를 밀어줬다.

그 와중에 재환이 투자했던 기업들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필라델피아에 가서 동문회 기금으로 600만 불의 기증식을 벌이고, 주변 기자들이 모두 모여서 와튼 출신의 한국인 재벌 오너에 대한 칭찬 기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재환 외에 또 다른 동문이 참여해 있었다.

제임스 모터스의 명 브랜드 캐딜락 리무진이 다가오며, 뒷좌석에서 내린 인물은 곰 같은 엄청난 덩치에 금발을 휘날리는 노인이었다.

신사의 이미지는 아니고, 카우보이와 같은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로 움직이는 모습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아니!?”

재환과 기증식 이후로 악수를 했던 윌리엄 스튜어트 학장은 때아닌 손님에 깜짝 놀랐다.

다른 교수진들 역시 그의 존재를 알고는 달갑지만, 반갑지는 않다는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저 양반이 이곳에 왜 온 거지?”

“동문이긴 하지만···.”

재환 역시도 그 노인이 누군지 알아차려서 쓴 웃음을 지었다.

‘5년 뒤 세상을 뒤집어엎을 분이 여기에 나타나는군.’

그 노인은 당당하게 다가와 학장실에서 외쳤다.

“안녕하신가! 우리의 영원한 와튼 동문 형제들!”

쩌렁쩌렁한 목소리의 인사를 두고, 교수들이 일단 그에게 인사했다.

“미스터 트럼프? 어떻게 연락도 없이 이 곳에 와 주신 겁니까?”

제임스 학장이 다가와 악수를 했을 때, 그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사람은 자신의 홈그라운드에 오게 되더군! 오늘 이 자리에 영광스런 동문의 기증식이 있다고 하길래 축하하러 왔소! 하하하!”

그러면서 재환을 발견한 190이 넘는 거구의 노인은 반갑게 다가왔다.

“오! 오오!?”

아메리칸 스타일로 호들갑을 떨면서 재환에게 다가온 인물 도널드 트럼프.

훗날 미국과 전 세계에 어마어마한 슈퍼파워를 선보인 인물이다.

“이것 참! 우리 와튼의 동문에 이처럼 멋진 아시안 오너가 있었단 말인가?”

“하하하···.”

“미스터 신! 맞지요?”

“네, 맞아요.”

“만나서 진심으로 반갑소! 나 도널드 트럼프라고 하오!”

재환은 솥뚜껑 같은 손을 내민 트럼프와 악수를 했다.

“하하하, 그래. 위대한 와튼 스쿨에 얼마의 기증을 한 거요?”

다짜고짜 얼마 기부했냐고 물어보는 말에 재환은 쿨하게 대답했다.

“600만 불이요.”

“오오~ 상당한 금액이로군.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겠어!”

트럼프는 손가락을 튕기면서 비서에게 자신의 수표책을 가져오라고 한 다음 수표에다가 1400만 달러를 추가로 썼다.

그리고는 그 수표를 제임스 학장에게 건넸다.

“500만이면, 500만이고, 1천만이면, 천만이지 6백만 불이라니? 내가 1400만불 채워서 딱 2000만불로 기증하시오!”

“하, 하하! 바로 기증하시는 겁니까?”

“물론! 아까 돌려보낸 기자들 전부 다시 불러와요! 이 몸께서 1400만불을 추가로 기증했다고! 위대한 우리 후배들을 위해서!”

기행이 넘치는 인간이지만, 쇼맨십 하나는 정말 진퉁이었다.

돌아간 기자들을 다시 불러와서 기증식을 새로 촬영했고, 그러면서 재환에게 팔을 올려 어깨동무를 하고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재환은 이 미래의 미합중국 대통령과의 관계에 흥미를 가지면서 여기까지 만난 김에 가볍게 식사라도 하자고 했고, 그는 쿨하게 응했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고급 호텔에 도착한 그들은 레스토랑에 앉아서 식사를 주문했다.

“미스터 트럼프께서는 술을 드시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아, 나는 철저한 금주자요. 콜라가 좋아요. 콜라가!”

“좋습니다. 와인대신 콜라와 스테이크!”

“탁월한 선택!”

재환은 트럼프와 즉석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지고, 웰던으로 푹 익힌 스테이크가 나왔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재환은 빙긋 웃으면서 그를 바라봤다.

도널드 트럼프는 경영인 출신이면서, 각종 쇼에 얼굴을 내밀던 셀러브리티였다.

하지만,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되고 의욕있게 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를 들이받았으나, 경선에서도 철저한 참패 속에서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지금은 기행만 벌이는 ‘한물간 노친네’ 취급만 받았다.

그런 트럼프를 향해 재환은 식사를 하면서 그의 기분에 따라 움직여줬다.

“공교롭게도 미스터 트럼프와 저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호오, 와튼 스쿨 출신이라는 것을 빼고도요?”

“그것은 0순위고, 다른 하나는 프로레슬링을 좋아한다는 거죠.”

“아하! 미스터 신 역시도 WWE의 대주주시지!”

WWE의 오너 빈센트 맥맨에게 큰 도움을 줬던 둘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서 프로레슬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러다 보니 할리우드 등의 문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계속되는 대화가 이어졌다.

“이번 투표에는 내 안티가 많아서 관둔거요.”

“아, 네. 할리우드가 트럼프를 싫어하긴 하죠.”

“그놈들은 공화당이라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니까! 백만장자 히피들 같으니라고!”

리버럴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대부분 민주당 성향을 띄는 할리우드 분위기에 대해서 욕을 하는 트럼프.

재환은 그 모든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으면서 맞춰줬다.

자기에 대한 이야기만 열변을 토하는 트럼프, 그리고 묵묵히 들어주는 재환.

그러면서 대화 시간은 점점 길어졌고, 트럼프는 스테이크 3그릇을 비우고도 열변을 토하다가 마지막으로 콜라를 마시며 말했다.

“그러니까! 미스터 신은 나를 오해하지 말아주시길 바라오! 난 말이지. 미국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네, 그래요~”

“그리고 나는 친구라 생각하는 이는 끝까지 챙기는 사람이지! 은덕은 10배로, 복수는 100배로!”

“지극히 미스터 트럼프 다운 말입니다! 카리스마가 넘쳐요!”

“하하하! 이 사람 뭘 아는 구만!”

트럼프는 초면에 만난 이 조카뻘의 동양인 청년이 매우 맘에 들었다.

게다가 그는 과거의 인연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감정이 각별했다.

“내 조만간 한국에 갈 일이 있소.”

“트럼프 타워 일입니까?”

“그렇지! 내가 한국에 소유한 빌딩만 해도 10채가 넘는다오?”

“요새 경영을 하면서 좋은 입지에 놓인 빌딩을 찾고 있거든요.”

“이런! 눈 앞에 세계 최고의 부동산 사업가가 있는데 빌딩 임대를 말하시는 거요? 미스터 신이라면 내가 없는 빌딩이라도 만들어내야지!”

트럼프는 시원시원한 반응으로 재환과 돕겠다고 악수했고, 자리를 파하기 전 둘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각자의 SNS에 올렸다.

그리고 재환은 그것을 트윗으로 올렸을 때 미소를 지었다.

“먼 훗날 이게 성지가 될 거다.”

재환은 웃으면서 트윗을 올리고, 일정을 마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

그리고 한국에서 업무 중 재환은 리엔 코퍼레이션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제가 잘못 안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상해서 말입니다.]

매튜 리의 말에 재환은 귀를 더 기울였다.

“아니요. 일단 계속 들어볼테니 말해봐요. 인공위성이 어째요?”

재환은 리엔 코퍼레이션 쪽에서 자문을 받은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

“그러니까··· KT에서 통신용 인공위성을 매각의사를 밝혔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매각을 추진하는 임원은 홍콩에서 미국 자본을 가지고 통신 주파수 회사로 이직하고?”

[맞습니다.]

“하아-”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 몸을 젖히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10분있다 다시 전화하죠.”

[네, 회장님.]

재환은 통화를 마치고서 담배부터 찾았다.

연달아 두어대 태운 다음 인터넷으로 검색만 해도 ‘인공위성 매각’이라는 단어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있는 것이 한국통신이 민영화가 되어 KT로 바뀐 뒤로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간구책을 마련한다는 이야기 뿐이었다.

“이게 적자 해결이냐? 인공위성 팔아다가?”

그것도 해외에 몰래 매각이다.

시스템은 대략적으로 이랬다.

국제금융자본이 모이는 홍콩에서 통신용 주파수 제공 회사가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세워진다.

그리고 그곳에 스카웃 받은 KT의 임원은 곧바로 매각 추진을 한 다음 그곳으로 이직한다.

이 모든 것은 검머외와 민영화된 공기업 간부들이 짜고 치는 국부 유출 사건이었다.

“어질어질하구만.”

재환은 이런 엄청난 정보를 얻게 된 것이 리엔 코퍼레이션에 자문을 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서 리엔이 폭로를 하게 된다면··· 아마 그 이미지는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들 역시도 그것을 알고 재환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한국에서 이런 거 법적으로 문제 없습니까?’ 라고 짐짓 모르는 척 말이다.

재환은 그 상황에서 어찌 할가 고민하다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회장님. 매튜입니다.]

“그쪽에서 자문료 내고 그것을 요청한 거겠죠?”

[네? 아··· 그렇습니다.]

“그 자문료 두 배로 쳐서 보내드릴테니까 공익 제보 한 번 합시다.”

[···네?]

“앞으로 내가 당신들 외면할 리는 없고, 일거리 끊긴만큼 전부 자금 보전해 드릴테니 그 자료 당장 내게 넘겨주세요.”

[회장님. 그렇게 되면···]

“나를 믿는 다면 오늘 밤 12시까지 팩스로 보내요. 아니라면··· 그동안의 인연은 여기서 끝으로 알겠습니다. 그 자문에 대해서 나도 뭐라 하지 않죠.”

재환의 단호한 반응에 매튜 리는 잠시 내부 회의를 해 보겠다고 한 다음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재환은 그 상황에서 슬슬 정리하고 퇴근 시간이나 기다렸다.

그리고 퇴근을 5분 앞두고서 다시 미국에서 연락이 왔다.

‘전적으로 재환을 따르겠다.’라는 아주 심플한 대답이었다.

재환은 곧바로 자문료 입금할 계좌 부르라고 한 다음 그 자료를 팩스로 받고서 그걸 집으로 가져갔다.

***

“뭐예요? 또 서류 한 가득 가져오셨네?”

“전부 검토해봐야 할 것들. 밥 먹고 서재에서 이거 살펴볼거야.”

“아, 예.”

재환이 옷을 갈아입고서 식사를 하려고 할 때 아들 승윤이가 다가와서 방방 뛰고 있었다.

“아빠! 나 오늘 반장됐어!”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그걸 가지고 좋아하자 재환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아이고, 그랬어? 우리 아들 대단하네?”

“응! 우리반 30명 중에서 내가 20표야!”

“승윤아. 엄마한테 말해서 애들 데리고 한 번 밥 한 번 먹자고해. 애들 뭐 좋아하니?”

“나폴리 피자!”

“그래, 그래! 아빠가 엄마한테 우리 아들 피자 많이 사주라고 할게!”

재환은 아들의 재롱을 받아주고는 내년에 학교갈 딸아이도 한 번 안아줬다.

식사를 다 끝내고 양치를 하면서 서류를 급하게 뜯어본 재환은 순간 놀라서 거품을 쏟았다.

“개 미친···.”

단순 위성 하나 매각이 아니었다.

1.2.3호의 위성 세 개와 관련 주파수, 그리고 관제소까지 모두 넘기는 계약에 대한 자문서.

더 기가 막힌건 그것들을 고작 150만 달러에 모두 넘긴다는 계약서였다.

기획안 내에서는 ‘수명이 다 된 위성을 매각하여 KT본사로 들어간다.’라는 조건이지만, 3억 달러 개발비가 든걸 고작 그 가격에 판다는건 미친 짓이었다.

“이 새끼들 정신 나갔네?”

재환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검토하기 시작했고, 이 건은 자신이 무슨일이 있어도 화려하게 터트려서 관련자들 전부 감옥에 쳐박아주겠다고 다짐했다.

공교롭게도 1년간 정치권과 거리를 벌리면서, 국민들의 신임을 얻을 좋은 건을 생각했는데 이정도면 트럼프랑 친구 먹은거 이상으로 충격을 줄 것 같았다.

재환은 그 모든 것을 읽고 전화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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