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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는 재벌의 삶!-221화 (221/244)

221- 정치적 거리두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상명 정권도 이제 레임덕이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사이에 또다시 이름을 바꾼 여당 ‘신나라당’은 야당 ‘통합한국당’과 치열한 대립을 했다.

과거 아주 유명한 군인 출신 대통령 ‘그분’의 딸로 오랜기간 정치계에 몸담은 박근희.

그리고 전임 대통령 노현우의 비서관 출신의 정신적 후계자를 자청하는 문준영.

재환은 그 둘에 대해서 겪어봤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후우, 이번 투표는 제끼고 싶다.”

국민의 의무를 거스르는 말이었지만, 그럴 정도로 둘에게 데인게 굉장했던 재환이었다.

그때는 삼신전자의 CEO였고, 지금은 압도적인 대재벌의 회장이라는 위상 차이가 있지만, 정치인이 언제는 사람 봐가면서 찔러대던가?

재환은 그것을 잘 알고 있어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준호에게 연락이 왔다.

“회장님, 대선 문제로 인해서 새나라당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음~ 꺼지라고 하세요.”

“회장님, 그래도 차기 대선후보인데 전혀 만나주지도 않는 것은···.”

“제가 만나서 뭘 하게요? 미리 충성하면서 손바닥이라도 비빌까요?”

“죄송합니다. 회장님.”

준호가 황급히 사과하자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느 재벌이고 비서실장이 오너와 정치인 사이 중간다리 하는 건 국룰이지만, 우리 김 실장이 잘 좀 말해봐요.”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혜성그룹 회장이 장인의 정당이기도 한 새나라당과 거리를 벌린다는 소문이 증권가에서 스믈스믈 올라오는 계기가 된 순간이었다.

그러자 얼마 후에는 또 다른곳에서 연락이 왔다.

“통합한국당에서도 시민단체와 경제법상으로 논의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네, 제가 무슨 말을 할 건줄 알죠?”

“알겠습니다. 제가 중재해서 이야기를 못 꺼내게 하겠습니다.”

재환은 말 나온 김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럴 때 최고의 방법은 역시 해외도피죠.”

“네?”

“미국 출장 자리 한 번 알아보세요. 그렇지 않아도 갈 데가 많습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아, 그리고 이번에는 김 실장은 오시지 마세요.”

“네?”

기전실장을 대동하지 않고 출장을 가겠다는 말에 놀라는 준호였다.

하지만 재환은 손가락을 까딱이면서 말했다.

“이번 승진 인사때 부사장 대우로 올려드리죠. 이후 부회장들이 각자 경영을 하겠지만, 기전실장이 저를 대신해서 직무 대리를 하세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했지만, 회장의 요청이니 준호는 거기에 따르기로 했다.

재환은 그 뒤로 그날 밤 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리고 향한 곳은 언제나 가던 시애틀이 아니었다.

자동차의 노스캐롤라이나도 아니고, 투자자들이 많았던 캘리포니아도 아니다.

그가 향한 곳은 뉴욕이었다.

혜성그룹 임원들 대신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리엔 코퍼레이션의 직원들이었다.

“어서오십시오. 회장님.”

매튜와 제임스, 두 리의 등장에 재환은 반갑게 악수를 한 다음 준비한 차에 올라탔다.

“내가 말한 건 준비됐겠죠?”

“물론입니다.”

매튜가 옆에서 팜플렛을 건네주자 재환은 그것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재환이 보고 있는 것은 현재 뉴욕 맨하튼 가에 있는 고급 아파트들이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제임스는 그것을 자신들이 알아오면서 굉장히 성가셨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 번 봐야 알겠네요.”

“네, 아마 맘에 드실겁니다.”

매튜가 재환을 안내한 곳은 맨하튼에 있는 고급 아파트였다.

한국 치수로 48평 정도 되는 규모에 방 3개, 화장실 2개가 있고 주변 치안도 좋은데다가 상류층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했다.

“흐음.”

재환은 집 여기저기를 꼼꼼히 살펴봤는데, 관리가 잘 되 있어서 뭐 하나 흠잡을데가 없는 곳이었다.

“가격이 얼마라고 했죠?”

“510만 달러라고 합니다.”

“계약 하세요.”

“네, 회장님.”

재환은 만사 모든 것을 제쳐놓고서 뉴욕으로 향해서 별안간에 아파트를 한 채 구매했다.

뉴욕 하나가 아니었다.

그 뒤로 메사추세츠와 필라델피아, 그리고 뉴저지와 코네티컷까지 별장과 아파트를 닥치는대로 사들였다.

매튜는 리엔의 이름으로 사모펀드가 아닌 별안간 부동산 중개인이 되어서 재환이 요청하는 것을 모두 알선했다.

“이런 좋은 집이 130만 불? 딱이네요.”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재환은 그렇게 결제하면서 벌써 미국 부동산 10채를 1천만 달러에 가까운 돈으로 모두 사들였다.

뉴저지에서도 거래를 끝내고 호텔로 돌아간 재환을 두고 리엔의 두 경영인이 대화했다.

“사장님.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제임스는 재환의 행적을 보고서 의심 가득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한참인데, 신재환 회장은 뭐에 쫒기는 사람처럼 해외부동산을 마구 사들이는게 아닙니까?”

“그래서?”

“둘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차기 정권하고 갈등이 있다던가, 아니면···.”

“한국 정부에서 새로운 금융정책이 나와서 자금을 모두 해외로 보내야한다던지 말이지.”

“그럴 리가···.”

제임스는 지난날의 악연도 있지만, 당최 알 수 없는 재환의 움직임을 계속 경계하는 듯 했다.

하지만 매튜는 오히려 그런 제임스를 챙겼다.

“이미 신재환과 한 배를 탄 지도 몇 년째야? 옛날 일 때문에 아직도 꽁해있는거냐?”

“그, 그런거 아닙니다.”

“아니면 저 사람이 시키는대로 해. 그게 네 월급이 될 테니까 말이야.”

결국, 의심은 한 가득이었지만, 그런 것에 대해서 묻지 말라는 상관의 말에 제임스는 따르기로 했다.

이후 재환은 미국 50개 주의 부동산을 하나씩 구매하겠다는 굉장한 스케일의 발표를 리엔에게 말했다.

거기에 대해 매튜 리가 구매 대행으로 나서고, 재환은 그 사이에 각 국의 주를 마치 여행다니듯이 다녔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한국 내에서도 재환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궁금해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재벌 회장이 언론에 드러나지 않는거야 이상할 것도 없지만, 그동안 재환은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 나오던 단골 소재였는데 그런 인물이 몇 달간 한 마디도 없는 것이다.

거기에 SNS도 한 마디도 없으니 슬슬 궁금해지는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회장 대리로 나선 기전실장 김준호와 세 부회장 모두 각자의 일만 하면서, 재환에 대한 이야기를 일체 하지 않았다.

이런 의문의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신재환이 칩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

“이렇다니까? 조금만 쉬어도 들들 볶는게 한국 언론이야.”

자신의 칩거설을 플로리다 해안가에서 보고 있던 재환은 크게 웃으면서 바비큐를 구웠다.

바다가 보이는 곳의 로망의 별장.

재환은 하와이안 셔츠 차림으로 고기를 구우면서 리엔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술 먹던가요?”

“누가 주는 잔인데, 거절하겠습니까?”

재환이 버번 위스키를 언더락으로 한가득 따라주자 매튜는 받아들고 쭉 들이켰다.

그렇게 안빈낙도의 삶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재환은 안으로 들어가서 받았다.

“뭡니까? 회사에 일 있어요?”

[회, 회장님! 큰일입니다.]

“뭐가 그렇게 큰일인데요. 내 사망설이라도 떴나?”

[실례지만··· 회장님께서 혹시 플로리다에 계십니까?]

“음?”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기전실.

그리고 재환의 추궁에 준호가 입을 열었다.

[새나라당 출신의 대선후보 지지세력이 왔습니다. 막무가내로 회장님을 꼭 보겠다고 하더니, 지금 플로리다에 계신 것을 알고 직접 찾아가겠다고···]

“허어, 이런 집요한 놈들을 봤나?”

자신이 여기 있는지는 어떻게 알고서 찾아온다는 말에 혹시 ‘원’의 개입이라도 있나 싶었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건 아니겠지. 물주 찾겠다고 국가권력을 쓰겠냐?’

암튼 재환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빠른 시일내에 여기를 떠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사라졌다.

이 무서운 놈들은 진짜 이 시간에 온 것이었다.

***

“이게 무슨 경우입니까? 지금 회장님께서 굉장히 불편해 하십니다.”

별장 안에 들어간 재환, 그리고 그 앞을 막아선 것은 매튜 리였다.

현 상황을 말하고서 잠시 혜성 임원인 척 해달라는 부탁에 나선 그는 전화기를 들었다.

“미국 법인 변호사들까지 불러야겠군요. 이런 식으로 한국 정계와 재계가 엮이는 일은 원치 않습니다.”

박근희 대선 캠프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난처해했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을 데려온 중년의 남성이 불쑥 튀어나왔다.

큰 키에 50대 중후반쯤 되 보이는 중후한 인상의 정장 남성은 매튜 리를 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아이고, 이거··· 리엔 코퍼레이션의 대표 아니십니까?”

“!”

“언제 혜성그룹으로 이적하신 것이지요? 아니면 설마 혜성의 미국 유령계열사가··· 리엔인 겁니까?”

“다, 당신이 누구인데 그런 소리를 하는 겁니까?”

변호사가 오기 전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접견 거부 의사를 밝혔고, 이대로 계속 움직이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선언한 매튜와 제임스.

하지만 그는 능글거리는 웃음으로 말했다.

“리엔과 혜성에 아주 이득이 될 내용일 겁니다. 단 한 마디만 해 주시죠.”

“!”

“이 자리에서 딱 5분의 시간만 준다면, 지금의 혜성이 삼신을 넘을 수 있는 절대적인 제국으로 만들 수 있다고요.”

“···.”

그리고 안에서 지켜보던 재환은 한숨을 쉬면서 밖으로 나왔다.

“차 한 잔 정도의 시간은 드리지요.”

“아이고, 직접 뵙게 되는 군요. 만나뵈서 영광입니다. 신 회장님!”

그 남성은 정중하게 재환에게 인사하면서 안으로 들어와 홍차와 커피를 마셨다.

“난 삼신 제낀다는 생각 한 적 없어요. 친구 사이를 음해하려고 하지 마시죠.”

“하하하, 그야 당연합니다. 이현규 회장님에게 추천을 받았으니까요.”

“!”

재환은 현규라는 말에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블러핑이 아니라면, 내 당장 한국에 가서···’

하지만 일단 침착하게 생각하면서 말했다.

“딱 5분이라고 했어요. 시간이 많지 않으니 할 말만 하고 가시죠?”

“그럼 바로 말하겠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그 어떤 쪽에 대해서도 활동자금 후원이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내 돈으로 올라간 대선후보가 민생을 알긴 하겠어요?”

한마디로 정치권에 사과박스 줄 생각 없으니 꿈도 꾸지 말란 말이다.

“매우 옳으신 결정입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대놓고 기업인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건 구식이죠.”

“할 말이 그게 다입니까?”

“이번에 FIFA에 임원 출마에, IOC에도 스폰서쉽을 준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정치권하고 뭔 상관이라고요?”

“아니요. 아주 잘하신다고, VIP께서 좋아하십니다. 한국을 알리는데에는 문화가 제일이라고 말이죠.”

점점 종잡을 수 없는 대화만 하는 의문의 사내를 두고 재환은 차를 마신다음에 일어났다.

“5분이 참 짧은 시간이지요. 차 한잔 마시니 이렇게 끝나지 않았습니까?”

결국 본론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끝나는 기묘한 만남이었다.

그리고 그 남성 역시 더 이상 재환에게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일어났다.

“오늘은 그 5분의 인사와 앞으로 있을 한국의 올림픽 이야기로 인해 그분께서 좋아하신다는 말만 하러 온 겁니다.”

“그렇게 요란스럽게 난장을 까고서요?”

그는 말없이 웃으면서 조용히 명함을 올려놨다.

“한국에 돌아오시면, 그때는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재환은 그 명함을 받고서 그가 떠날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주식회사 YS 대표이사 정은규]

“정은규? 정은규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인데, VIP라 칭하는 대선후보 박근희와 매우 친밀한 관계 같았다.

재환은 그를 보고서 잠시 생각하다가 이거와 비슷했던 과거의 인물은 알아서 생각했다.

“흐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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