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20화 (220/244)
  • 220- 마음껏들 움직여요.

    이후 재환은 언론 인터뷰등을 최소한으로 하고, 그 동안 있던 사업에 대해서도 보고서만 정리하면서 세 명의 부회장을 불렀다.

    혜성전자 이기남, 혜성쇼핑유통의 곽정빈, 혜성자동차의 이원표.

    혜성의 핵심 삼인방을 부르고 재환이 말했다.

    “앞으로도 내가 발로 뛰는 일이 있겠지만, 실무 문제에 대해서는 전부 여러분들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

    “보고서 올라오는 것만 검토하고, 좀 더 각자의 영역에 대해 권한을 올려드릴테니 열심히들 해보세요.”

    갑작스러운 말에 부회장들이 동요했다.

    이들 모두가 97년 재환이 입사한 뒤로 14년동안 같이 봐왔던 사람들이었고, 혜성 초대회장인 신희경의 사람들 이후로 재환이 여기까지 올린사람들이었다.

    “회장님, 갑작스럽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기남의 말에 재환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댁들의 권한을 키워주겠다는 건데.”

    그러자 곽정빈도 말했다.

    “밑에서 아이디어와 신사업을 가져도 회장님의 결정은 필요합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회장님께서 혜성을 이끌어나가셔야 합니다.”

    “네~ 그건 제가 하겠지만 나머지는 알아서 다 하라고요.”

    재환은 그러면서 새 정책에 대해 말했다.

    “지금부터 내 권한은 부회장과 기전실, 그리고 본사 임원들에 대한 추천만 올리죠. 앞으로 유통그룹, 자동차그룹, 전자그룹에 있는 임원 승진에 대한 인사권들은 모두 각자 알아서 하세요.”

    “!!!”

    재환이 이런 제안을 하자 얼떨떨한 부회장들이었다.

    대체 이유가 뭐냐고 눈을 뜨는 부회장들을 향해 재환은 넌지시 말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싸움 이후로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기술자 출신의 전문 경영인 영입했고, 공채로 올라온 임원들 역시도 이렇게 성장했는데, 혜성의 덩치를 생각한다면 나 하나의 오너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야겠더군요.”

    즉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혜성 그 자체로 움직였던 재환이 전문경영인들에게 힘을 좀 실어 주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회사 경영 뿐만이 아니라 대외적인 정치나 외교 문제에도 신경 쓸게 많을 거예요. 그러니 내가 그쪽으로 가서 협상을 많이 할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하던일을 열심히 하세요.”

    ‘실무는 전부 우리에게 맡기시겠다는 거군.’

    부회장들은 단번에 이해하고서 앞으로 혜성의 위상을 위해 움직인다는 재환의 방침에 일단 움직이기로 했다.

    ***

    서산 혜성자동차 공장에 도착한 재환은 T슬레이에서 지분 투자로 받아온 전기차 특허 기술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언뜻 보면 장난감처럼 보일 수 있는 미니 차량은 혜성자동차에서 만드는 전기경차 EVE였다.

    언뜻 보면 ‘고속도로 주행은 가능하겠냐?’라고 할 수 있는 크기에 2인승 차량.

    순수 전기 기술로 움직이는 이 차량은 한번의 충전으로 최대 200km까지 움직일 수 있었다.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원표 부회장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산 경차 공장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앞서 말한 대로 전적으로 부회장들에게 전권을 줬으니 재환은 알아서 잘 할 것으로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첫 출시는 언제죠?”

    “2012년 11월이 될 겁니다. 일단 첫 고객은 혜성식품에서 영업용으로 사용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요?”

    “네, 그동안 회장님이 오토바이 배달의 비율을 줄이신 뒤로 그것을 대채하기 위해 미니트럭을 썼지만, 이제는 전기차로 배달을 한다고 합니다.”

    적어도 배달 오토바이가 여기저기 들쑤시는 길거리하고는 다를 테니 재환은 나쁘지 않다면서 수긍했다.

    그렇게 군산을 넘어서 창원, 울산까지 시찰을 하면서 전기차의 개발, 생산이 기존의 경유/휘발유 차량의 비율을 잠식하는 것에 대해 재환은 21세기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

    국내 자동차 공장들을 한 번씩 돌아본 재환은 서울에 와서 아성가 사람들과 사업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또 다른 인물이 있었다.

    “어디보자, 펜이···.”

    “이걸 쓰시죠.”

    재환은 품 안에서 몽레알 만년필 두 자루를 꺼내 각각 건네줬다.

    그 펜을 든 자는 아성그룹의 회장 정목헌, 그리고 미금저축은행의 김미금이었다.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야인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김미금은 아성그룹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넘겼다.

    “이게 저축은행 내에서 보유한 채권이고, 또 이게 내가 가진 지분들이에요.”

    “네, 도합 3600억원으로 김미금 사장님이 가지신 모든 저축은행을 아성증권이 인수한다는 계약서입니다.”

    정목헌은 아성건설을 인수하기 전, 첫 번째 유찰 이후로 재인수를 앞두면서 금융업 쪽에 손을 뻗었다.

    그리하여 아성그룹은 지난날 반도체를 매각한 빅딜 이후로 미금저축은행 6개 지점을 인수하여 아성저축은행으로 운용하게 되었다.

    “홀가분 하네요.”

    그동안 많은 도움을 줬던 쩐주 할머니는 속이 다 후련한지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어떻게 지내실 겁니까?”

    “해외여행 다니면서 돈이나 펑펑 쓰고, 남은 건 어려운 이웃들 돕는 재단이나 만들어서 쓰려고요.”

    홀몸으로 살아온 오십년 쩐주 인생을 마치고, 이제는 편히 쉬겠다는 말에 재환은 조용히 봉투 하나를 건넸다.

    “그동안의 인연이 있는데, 자그마한 선물 하나 준비했습니다.”

    카타르 항공을 통해 받아온 일등석 특급 패스를 건네주자 그녀는 어린아이 같이 웃으면서 재환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맙소. 우리같은 쩐주쟁이들은 내 돈으로 나라를 지탱할 사람을 만드는게 평생 숙원인데, 나도 그런 분을 후원했다는게 영광이네요.”

    재환은 웃으면서 그녀와 악수를 하고 아성그룹 직원들 역시 예의를 갖춰 계동 사옥에서 보내드렸다.

    “이제 금융과 건설로 재편되는 아성그룹이군요.”

    “이번에 유찰됐던 아성건설은 내년에 다시 인수할 거요. 이미 다른 집안사람들에게도 내가 가져가겠다고 말을 했어.”

    반도체를 포기하고, 주력 사업을 건설, 엘리베이터, 해운, 금융으로 재편한 아성그룹.

    비록 그룹 규모는 집안에서 독립한 아성차그룹이나 아성중공업그룹에 밀리지만, 그 역시도 아직 건재하여 아성그룹의 위상을 지켰다.

    “약속대로 컨소시엄을 만드신다면 우리 혜성 또한 도울 것입니다.”

    “고맙네. 이 사람아.”

    재환은 정 회장에게 감사를 받았고, 웃으면서 자신이 생각한 또 다른 것에 대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아성가 내에서 이야기 할 게 있는데 말입니다.”

    “흐음, 뭔가? 우리 집안에 부탁할게 있다면 내 기꺼이 돕지.”

    “축구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으음?”

    “이번에 FIFA와 축협 회장 문제로 말입니다.”

    “허어, 그쪽이라면 내가 아니라 목규구만.”

    정목균, 정목헌, 정목준에 이은 사촌동생 정목규는 현재 아성산업그룹의 회장이자, 과거 아성가 내의 축구팀 구단주로 있는 이였다.

    그리고 이번에 정목준이 FIFA 회장에서 낙마한 뒤로 명예부회장으로 일선에 물러난지라 아성가의 축구계 위상이 사라질 때였다.

    “일단 자리는 마련하겠네. 언제쯤이면 시간이 되겠나?”

    “빠르면 빠를수록 좋죠.”

    “그렇다면 다음주 화요일쯤 어떻겠나? 아마 그때쯤이면 부를 수 있을 것 같네.”

    “네, 그렇게 알고 있죠.”

    재환은 정목헌과 악수를 하면서 기분 좋게 계동 사옥을 떠났다.

    ***

    그리고 약속한 시간이 되자 재환은 저녁 6시 업무를 마치고 일어났다.

    “자, 퇴근들 합시다.”

    재환이 나오자 황급히 일어난 기전실 직원들을 보고 손을 흔들면서 나갈 준비를 하는 재환.

    약속장소는 아성그룹 산하에 있는 하이얏트 호텔 서울이었다.

    재환은 강남에서 용산까지 단기간에 주파했고, 차에서 내리자 번호판을 확인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도어맨들이 다가와 깍듯히 인사했다.

    “어서오십시오. 회장님,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여섯 명의 도어맨들은 절도 있게 VVIP인 재환을 모셨고, 최상층의 오너 일가만 사용할 수 있는 스위트 룸으로 재환이 들어왔다.

    노크와 함께 들어왔을 때 그 안에는 아성가의 사람 둘이 있었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오는 체격 좋은 사내가 바로 아성산업개발의 회장이자 현 KPL의 부산 아이콘FC의 구단주 정목규였다.

    그 옆으로 이 자리를 마련한 정목헌도 있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혜성의 신재환입니다.”

    “하하하, 저보다 더 대단하신 분이지 않습니까?”

    삼신과 아성차 다음의 국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혜성그룹을 성장시킨 재환의 위상은 아성가의 사람들도 모두가 인정하는 인물이었다.

    “자, 일단 저녁 모임으로 온 거니 가볍게 식사라도 하면서 이야기를 할까요?”

    “그러자고, 내가 식사를 시키긴 했는데 여기서 스테이크 안 먹는 사람은 없지?”

    잠시 후 셰프들이 들어오면서 갓 구운 큐브 스테이크와 고급 와인들이 자리에 세팅됐다.

    재환은 그것을 먹으면서 건배를 제안했다.

    세 회장이 잔을 나누고 와인을 마실 때, 정목규는 입술만 약간 축인뒤 스테이크 한 조각을 먹고 말했다.

    “저는 술을 잘 하지 않으니 딱 이 한 모금만 마시겠습니다.”

    “네, 좋습니다. 온전한 정신으로 이야기를 하는게 좋겠지요.”

    재환 역시도 술 대신 고기를 먹으면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혜성그룹에서 FIFA에 공식 스폰서쉽 제안을 받았습니다.”

    “허어-”

    FIFA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살짝 표정이 움찔했던 정목규다.

    정목헌 역시도 자신의 동생이 FIFA 부회장에 올라갔다가 완전히 국제 축구계에서 위상을 잃은 일 때문에 쓴 웃음을 지었다.

    아성가가 국제 축구계에 영향력을 잃고, 그 뒤로 혜성그룹이 치고 올라가는 형국이 된 것이다.

    “그 이야기를 우리에게 먼저 하는 이유가 뭡니까?”

    정목규가 먼저 직구로 재환에게 물었다.

    그리고 재환은 여기에 대해 좋게좋게 끝내기 위해 말했다.

    “FIFA로 가기 전, 국내 축구계에 있는 정리부터 하려고 합니다.”

    “네?”

    “내년 대한축구협회 회장 출마, 저의 숙부이신 신희수 부회장님이 도전하시기로 한 계획을 접겠습니다.”

    “!”

    “그리고 정 회장님이 출마를 선언하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이미 세 곳의 축구팀 구단주를 하시면서 축구 행정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으실게 아닙니까?”

    “···흐음.”

    그 제안을 듣던 정목규는 잠시 생각하다가 와인을 한 번 바라봤다.

    철저한 몸관리를 하는지라 다시 술에 입을 대는 일은 없었고, 그는 그 자리에서 재환에게 되물었다.

    “그러니까··· 국내 축협 회장은 우리 아성가가 가지고, 혜성은 FIFA로 가겠다는 겁니까?”

    “같이 한국 축구계 위상을 위해 움직이자는 겁니다.”

    그것을 위해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내에 있는 혜성그룹의 입김이 닿는 임원들은 모두 차기 축협 회장으로 정목규를 추천하겠다고 단일화를 제안했다.

    정목규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네.”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군요.”

    정형주, 정목준에 이어, 그다음은 정목규가 시작하는 아성가의 3번째 한국 축구계를 이끄는 수장이 된다.

    그리고 재환은 자신이 키워놨던 KPL을 아성가에 맡기고 이제 FIFA로 숙부를 추천할 준비를 했다.

    얼마 후 국제 뉴스에서 혜성유통과 FIFA의 공식 파트너쉽 체결이 이뤄졌다.

    금액 규모는 비공개였으나, 당장에 2014년 브라질 월드컵때부터 혜성그룹에 대한 홍보가 시작됐고, 거기에 맞춰 오픈마켓의 앱인 코멧닷컴의 홍보가 전세계로 FIFA의 이름으로 퍼졌다.

    재환은 향후 코멧닷컴의 단독 상장을 준비하기 전에 제대로 마케팅을 이룰 수 있다며 흡족해 했다.

    그리고 추가로 국내에 물류센터를 기존 3배 이상으로 확장하겠다는 곽정빈 부회장의 제안에 주저없이 OK사인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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